메가스터디 중학영어 듣기모의고사 20회 Level 1 - 2014년 메가스터디 중학영어 듣기모의고사 - 2014년 1
정운경 외 지음, Mark Holden 외 감수 / 메가스터디북스(참고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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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 중학영어 듣기 모의고사 ♪ 중학 듣기 평가 대비하기!

 

 

 

 

  중학교 영어 듣기는 한 학기에 한 번씩, 그렇게 1년에 두 번을 실시하고 있죠.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제 동생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듣기 평가를 위해서 듣기 모의고사 문제집을 준비해서 풀어보곤 했었는데요. 모든 시험들이, 준비과정이 철저해야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영어 듣기 평가'는 특별히 더 신경 써줘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일단 영어를 듣는 것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들어주고, 틀린 부분을 체크해주고 수정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학생 때, 여러 번 듣기 평가를 해오면서 정말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영어 듣기는, 수능의 외국어 영어의 듣기로 직결되는 부분으로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대비해야 되는 것, 모두들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이 책은 중학교 대비 문제집으로, 가장 첫 단계의 책이랍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가장 특별한 점은 듣기 파일 mp3가 두 가지 속도로 제공된다는 점인데요. 물론 빠른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빠르게 듣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다 보면 또 느린 속도의 음원에서는 당황하고 늘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두 가지 속도의 듣기 파일로 귀를 훈련시켜 놓을 수 있다는 점!

 

 

 

 

  책의 첫머리에 집필, 검토, 감수한 선생님의 성함들이 쭉 - 나와져 있고요.

 

 

 

 

 

  20회의 모의고사 첫 부분에는 이렇게, 먼저 단어를 학습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단어는 영어의 기본 중의 기본! 하나의 단어나 키워드만으로 듣기 영역에서도 문제에 제시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어는 정말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듣기 파일을 들으면서, 혼자 풀어볼 수 있는 모의고사 페이지입니다 :)

 

 

 

 

  뒤 페이지에는 Dictation Test, 받아쓰기가 있고요. 중요도가 표시돼있는 문제들을 보고, 빈칸을 적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이 들은 것을 점검해볼 수 있답니다. 여기서 나오는 빈칸은, 문제의 키워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제 경험상으로도 Dictation은 듣기 평가를 대비할 때 가장 열심히 해야 되는 부분 같아요. 그냥 문제만 풀어보는 것보다는, 확실하고 완벽하게 점검해보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일종의 복습이랄까요..

 

 

 

 

  페이지를 넘겨보면, 문항별 핵심 표현이 등장합니다. 문제를 풀어보고, 받아쓰기로 점검한 후에, 듣기 평가에서 많이 다뤄지는 유형들을 다시 한번 학습해볼 수 있어요. 문법적인 부분도 체크해볼 수 있는 부분인 듯합니다.

 

 

 

 

  듣기 평가 시험을 치르다 보면, 발음에서 오는 함정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어져서 발음되는 부분이라든지, 귀로 판단하기 어려운 악센트라든지... 발음적인 부분에서도 유의해야 되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공되는 발음 Tip, 이 부분이 은근 도움이 많이 될 듯합니다 ㅎㅎ

 

 

 

 

  끝난 줄 알았지만, 여기서 한 개 더 짚어보고 가야 됩니다. 바로 Check-up Test. 여기서는 Dictation에서 보다 더욱 긴 문장을 듣고 받아쓰는 부분도 있고, 여러 번 점검해온 듣기 문제를 다시 한번 파악해볼 수 있는 페이지랍니다. 정말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넘어가게 만드는데요, 이 확인 테스트를 마쳐야, 듣기 1회 준비를 완벽하게 해냈다고 할 수 있겠죠 - *_*

 

 

 

  그리고 20회의 모의고사 뒤쪽에는, 다섯 개의 변형 모의고사가 준비되어 있어요. 형식이 비슷하지만 변형된 문제들로, 비슷한 유형의 듣기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는 문제들인데요. 실제로 듣기 평가 문제들도 비슷한 유형으로 단어나 표현만 바뀌어서 출제되고는 하니까, 다양한 문제들을 많이 접해보는 것이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답과 해설에는 간단하게, 듣기 파일의 해석과 어휘들이 적혀져 있네요.

 

 

 

 

  책의 뒤표지의 QR 코드를 찍어서 홈페이지에 연결할 수 있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두 가지 속도로 이루어진 듣기 파일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

 

  중학교 때부터 수능, 그리고 토익까지. 영어공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영어 듣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주 듣고 문제를 풀어보는 것인듯합니다.

(저도 중학교 땐, 영어 듣기 정말 못했었는데 계속해서 준비하고 많은 문제집을 풀면서 많이 향상되었었죠 - )

그리고 그 문제를 내 걸로 만들기 위해서는 복습과 점검도 필수겠죠!

 

저도 중학생인 동생을 열심히 독려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영어 듣기를 할 수 있게 도와야 되겠어요.

영어 듣기를 준비하는 모든 중학생들 파이팅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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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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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절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인생" 그리고 "모든 것이 덧없다는 느낌." '태어나는 것'이 불행이라는 인식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소외'나 '허무주의'를 다루는 작품들은 많다. 그러나 탄생 자체를 불행으로 보는 관점은 굉장히 낯설다. '삶의 시작'을 설레는 '시작'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철학이 작가의 생각 속에 자리 잡혀 있는지, 세상에 있는 소수의 생각을 엿보는 느낌이라 매우 궁금했다.

 

  작가는 루마니아 출신의 '허무주의 철학자'이자 수필가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이전에 한번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가 있다. '사르트르 이후 프랑스 최고의 지성, 절망의 팡세'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와 파괴 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번 책도 그와 같은 맥락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삶은 - 즉 깨어있는 상태-는 숨 막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죽음은 태어나기 이전의 공간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며, 태어나지 않았던 그 시간을 무한한 공간과 행복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라'라는 말은 많은 책들을 보면서 깨닫고 나의 생각 속에 지니게 된 명언이다. 나는 그를 통해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으로써 '죽음'을 생각해왔지만, 작가의 남다른 생각은 다소 충격적이다. "불행 속에 먼저 몸을 던져야 하고, 시간은 나를 크게 희생시키면서 존재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라는 작가의 부정적이고 허무적인 시선을 보다 보면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 오로지 죽는 것만이 해답인 것인가?" 작가가 말하기를 '불행하다고 죽음을 앞당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극단적인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것을 견딜 만하게 만들기 위한 남다른 관점이 제시된다. 그는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 것은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넘길 수 있을까?'를 구경하고픈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것에 초연하고 낯설게 만들어, 무관심에 빠진다고 한다. 그런 자신에 대한 연민은, 결국 사색으로 그를 이끈다고 말한다. 사색과 무관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견디는 것이 작가의 해답인 듯하다.

 

  순간순간을 지나쳐가지만 그것에서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의식은, 모든 순간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철학자의 생각을 존중할지라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책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남다른 철학을 인정하고 있는 듯, 다른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깊은 사유를 행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책 속에서는 삶에 대한 인식과 함께, (글 또는 시를 ) 표현하는 것에 대한 욕망, 불안에 대한 정의, 사회와 혁명에 대한 생각들이 함께 한다. 글은 짧은 문단 문단으로 편집되어 있어, 작가의 순간순간 생각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에세이 보다는, 아포리즘이다) 흐름이 살짝 뚝뚝 끊어진 감이 있어서, 그에 대한 연결점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물론 쉽사리 읽어내기 어려운 철학적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 했던 낯선 생각이기에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세상엔 참 희망을 주는 책들이 많지 않은가? 불행도 행복으로 생각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행복을 희망으로 견디고 바라보는 것. 그런 많은 책들에 지친 독자들은 반대로, 이쪽의 책을 바라봐도 괜찮을 것 같다. 나에겐 맞지 않았지만, 자신의 존재를 부단히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 계속해서 오는 불행에 삶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게와 깊이를 앗아가는 어떤 깨달음이 있다. 순간, 그 깨달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아무 근거가 없다. 그 깨달음이란 어떤 행위를 하건 하지 않건 종국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그런 자각의 상태는 깨달음의 대상이 되는 개념까지도 혐오할 만큼 순수하다. 그것은 지극한 만족감이 따르는 깨달음이다. 우리의 어떤 몸짓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음을, '현실'이란 정신 나간 자의 발판이고 원동력일 뿐임을 일상의 어떤 만남에서건 확인할 수 있는, 그러한 깨달음은 비로소 죽음 이후에야 오는 것이라고 해야 하리라. (10p)

 

 

  내면 깊은 곳의 탐구를 지향하는 사람의 특징은, 그가 어떤 성공보다도 실패를 우위에 두고, 무의식중에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실패는 언제나 본질적인 까닭에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기 때문이다. 실패는 신이 우리를 보듯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볼 수 있게끔 해 준다. 반면에 성공은 우리 자신 속에, 모든 것 속에 있는 가장 내밀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29p)

 

 

  인간은 시간에 의해 치명상을 입을수록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흠 없는 한 페이지의 글을 쓴다는 것은, 아니 한 문장이라도 쓴다는 것은 생성과 부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언어를 통하여, 노쇠의 상징 그 자체를 통하여, 파괴될 수 없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인간은 죽음을 초월한다. (51p)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 그것은 기억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억은 실제로 닥쳐왔던 불행만을 간직하고 있어서 행복을 파괴하는 데 주력하고, 또 그 일을 기가 막히게 잘하기 때문이다. (79p) 

 

 

  사물을 어두운 쪽으로 보는 것은 그것들을 어둠 속에서 저울질해 보기 때문이고, 사념이란 일반적으로 잠 못 이루는 밤, 요컨대 암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은 보이지 않는데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생에는 적용될 수가 없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우리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우리는 그때 모든 인간적인 사념, 구원 혹은 파멸, 존재 혹은 비존재의 경계를 벗어나, 공허의 극단적 형태인 어떤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162p)

 

  "...... 자신이 모든 것이라는 느낌과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명함." 젊은 시절 우연히 나는, 이 한 마디 문장과 부딪쳤다. 나는 흥분했다. 당시 내가 느끼고 있던 모든 것, 그 후 느끼게 되었던 모든 것이, 확장과 좌절, 황홀과 낭패감의 종합인 이 기묘하고도 평범한 표현 속에 집약되어 있었다. 흔히, 계시와 같은 깨달음이 떠오르는 것은 역설로부터가 아니라,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로부터이다.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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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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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바로 토마스 모어가 꿈꾼 유토피아이자 캄파넬라가 만든 태양의 나라가 아닌가. 우린 지금 그런 낙원에 살고 있는 거야" - 책 첫머리에서.

 

  갑작스럽게 문명세계로부터 분리되어, 이런 표류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다뤄져왔다. 가장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했던 책이 <로빈슨 크루소>다. 물론 지금은 단편적인 줄거리만 기억나지만, 최근에 찾아보게 된 결말에서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로빈슨이 무인도를 그리워하고 돌아가려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한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에서는 몇십 명의 '로빈슨 크루소'가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다양한 직업의 (의사, 간호사, 산파, 벌목공, 기자, 스튜어디스, 기장 등) 사람들이 무인도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동안 <기발한 자살여행>, <목 매달린 여우의 숲>등의 소설을 써낸 핀란드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는 기발한 생각과 살짝 어이없고 유쾌한 웃음으로 '블랙코미디'를 즐기게 해주었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제목만 보면 전혀 '무인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없을 듯하지만, 초반부터 신선한 설정으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그것은 바로, 무인도에 불시착한 그 비행기가 '피임기구'를 운반하는 용도였던 것! 망가져 바다에 널브러진 비행기 속에서 잔뜩 먹을거리나 의료물품을 찾으려 했던 '로빈슨 크루소' 팀들은 비행기 안에 가득 찬 기구들을 보고, 아주 황당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여기저기 유용하게 쓰이게 되는데.

 

  무인도에 표류한 40여 명의 사람들은, 섬에 있는 각종 '음식으로 가능한 것들'을 먹고, 집과 도구를 만들고, 각종 편의시설에, 각자의 노동을 통해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원시 공산사회'를 구성해나간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고, 남녀 구성원들도 충분해서 각자 짝을 만들고, 힘든 것을 잊고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술'도 있다. 너무나 이상적인 유토피아, 그곳을 떠나면 스트레스뿐인데 먹고 즐기는 이 무인도를 왜 버리고 떠나야 하는지, 그들은 갑자기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너무나 잘 적응해 나갔고, '행복한 조난자'에, '유쾌한 천국'에 살고 있는데!

 

  작가는 '유쾌한 천국',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조롱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많은 것을 포기함으로써, 이 이야기 속에서는 지니고 있던 대부분의 것들을 사고에 의해 빼앗기게 되면서 불행이 올줄 알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너무나 순탄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제 불행(혹은 사고&죽음, 물론 사고는 등장하기는 한다)이 닥칠까 염려하지 않고 즐겁게 책장을 넘기는 과정이 즐겁다. 무인도에 표류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은 <파리대왕>인데, 오묘한 기분에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이 작품에 비해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긴장과 불안보다는, 마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비록 주인공들이 소년과 - 성인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회도 거의 다른 모습이다. 작가의 재치 있는 설정들이 소설을 심각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술술 넘어간다. 찝찝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소설, 이 작가의 소설을 이래서 좋아한다.

 


 

  "우리는 이 섬이란 감옥에서 무조건 기다릴 것을 선고받은 죄수들 같군요. 당분간 구조될 가능성도 전혀 안 보이고, 그래서 말인데...... 몸까지 수갑을 채워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갈색머리 산파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니넨 박사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여자들에게 서둘러 피임기구를 보급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았다. 섬에는 남자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임기구 착용을 강요하진 않으나 원하는 여자들에겐 허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전체회의를 소집해 공표했다. 그러면서 원치 않는 임신은 족쇄가 되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수적인 유럽사회는 더욱 그럴 거라고 못 박았다. 이 못이 저마다 가슴 깊숙이 박혔는지, 수다스럽던 분위기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70p)

 

 

사실상 계획을 단념해봤자 우리에게 득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적어도 6개월은 걸릴 터였다. 정글에 과연 글씨를 새겨야 하는 걸까?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일까? 지구표면에 글자로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혹 십자가는 어떨까? 삼각형은? 원은? 아니면 일직선은 어떨까?

(...) 차라리 만자형의 십자가라면 개간하기는 상당히 쉬울 테지만, 그것 역시 그다지 시선을 끌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 도형도 포기했다.

"벌써 우리 머릿속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군!" 키스트가 눈을 반짝이며 힘주어 말했다. (132p)

 

 

곧 조용하던 캠프가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금주파였고 다른 한쪽은 알코올 생산을 합법화해 캠프에서 적절한 선에서 함께 소비하자고 했다. 양쪽 주장이 워낙 팽팽해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누군가 투표용지로 47장의 나뭇잎을 따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코올 생산 합법화가 99%여서 온 캠프장이 한동안 폭소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아니 우리의 고독을 풀어줄 저 위대한 주님을 거부한 자가 누구야?"

(...) "100%를 방지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 외로운 섬에서 기댈 게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투표에서 100%가 나온다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미 한 집단이 견제와 균형을 상실하고 절대화되어 간다는 징표가 아니겠어요? 우리 공동체도 그런 조짐이 보여서 막았을 뿐이에요." (144p)

 

 

"여기를 떠나려고 이렇게 애쓰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이 섬은 우리가 남은 생을 유쾌하게 살아가기에 아주 이상적인 곳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테일러가 이렇게 서두를 꺼내면서 왜 우리가 저 바깥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전쟁으로 가족이 짖어지고 세금을 내야 하며, 비싸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야하며, 각종 암에 걸리거나 교통사고가 나고, 다리가 부었다는 둥 세면대는 항상 막힌다는 둥 끝없이 늘어놓은 아내의 하소연을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은 추운데다가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기는 서구식 민주주의도 필요 없으니까 지금의 우리 캠프가 훨씬 더 낫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낙원을 떠나려고 하다니, 우리는 완전히 돌았다며 개탄했다! (152p)

 

 

"오염도 제로의 청정해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생선과 풍부한 과일들을 비롯해서 거북이, 달팽이, 원숭이, 뱀, 새 같은 별미들도 지천에 널려 있어. 원하면 술도 마실 수 있고 외국어도 배울 수 있고, 운동도 하고 아주 친절한 의료 서비스도 받고, 실컷 사우나도 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 풀장에서 돈 한 푼 없이 마음껏 수영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린 한마디로 행복한 조난자들이지!"

"행복한 조난자?"

"그렇지, 즐거운 천국의 죄수들!" (153p)

 

 

* 그러고 보니 이 작가의 주요(?) 소설들을 세권이나 봤는데

<기발한 자살여행>,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이 두 권이 이것보다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 책이 재미없다는 건 아니고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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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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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온다 리쿠'의 책을 읽어보기로 결정했을 때, <밤의 피크닉>과 <삼월은 붉은 구렁을> 중에서 많이 고민했었다. 결국 제목이 더 익숙하고,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밤의 피크닉>을 먼저 읽었고, 이건 나의 '온다 리쿠 두 번째 책'이다. 예전에 일본 소설에 능통한 이웃분들께 '온다 리쿠'의 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역시 서정적이고 약간은 대중적인 소설이라고 느껴졌던 <밤의 피크닉>과 비교해서, 이번 책은 작가 나름의 독특한 생각들이 많이 첨가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는 책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하고 수수께끼 같은 책(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소재로 하여, 독립된 네 편의 이야기지만 오묘하게 연결돼있는 구성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우연히 다과회에 초대된 주인공이 누군가가 익명으로 출간한,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읽어보지 못한 수수께끼의 책 <삼월->의 정체를 파악해나간다. 다과회에 모인 사람들이 말하는 소설 <삼월->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매혹적인 소설이며, 회장의 집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귀신에 홀린 듯한 이야기의 끝이 약간은 꺼림칙했지만, <삼월->이라는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경쾌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이야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미스터리한 소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두 명의 편집자가 '이즈모'로 가는 열차 안에서 미스터리한 소설 <삼월->의 작가를 추리하는 여정을 그리는 '이즈모 야상곡'. 그리고 잔잔하지만 안타까웠던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던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소설 속의 소설 그 자체를 그리고 있던 '회전목마'까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은 이 네 가지 이야기 바깥에서 흐르는 배경이 되며,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얼굴들로 보여지는 이 흥미로운 '책'의 모습들을 천천히 겹쳐보는 것도 재밌고, 정체불명의 '책'이라는 소재로 쓰인 이 이야기들 속에서 미스터리한 요소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책 속의 책,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슬그머니, 그리고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 책은 또다시 '삼월 시리즈'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연결된다. 이야기 네 개로 비로소 <삼월->이라는 소설의 형태가 만들어지지만, 또 한 번 무수히 다른 얼굴들을 비추어내는 소설. 이쯤이면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책을 좀 읽는다고 자만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것도 터무니없는 환상이에요. 인간이 한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거든요. 서점에 가면 아주 잘 알 수 있어요. 나는 서점에 갈 때마다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고 늘 절망합니다. 내가 읽지 못하는, 천문학적인 수효의 책들 중에 내가 모르는 재미가 넘치는 책이 수없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심란할 수가 없어요. 이야기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만, 그러니까 뭐랄까, 우리가 열중하고 있는 <삼월> 또한 독자가 대단히 원하는 작품인가 하면,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둠 속에서 끌어내봤더니 빛을 잃어버리는, 그런 작품일지도 모르죠. (58p)

 

 

  화장실로 가던 다카코는 다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탓에 통로를 휘청휘청 걸어갔다. 좁다란 통로에 좁은 문이 여러 개 늘어서 있다. 다들 잠이 들었는지 기척은 없다. 창밖은 칠흙같은 어둠이다. 산과 숲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 느낌은 있어도, 어둠은 깊고 묵직했다. 다카코는 문득 기시감을 느꼈다. 어둠을 가르고 달려가는 열차의 창에 그리우면서도 두려운 뭔가가 비치는 것 같았다.

언제나 우리는 밤 바다를 달려간다. 우리는 어둠의 바닥을 홀로, 원하지도 않은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아아, 이것도 <삼월>의 한 구절이다. 그렇게 오래 전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니. (132p)

 

괴물 같은 소설이야. 그저 그 존재만으로 겹겹이 베일을 둘러가고 있어. 이미 실체도 없고,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데도, 간단히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려. 하지만 진짜 이야기란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몰라. 존재 그 자체에 수많은 이야기가 보태져서 어느새 성장해 가는 것. 그게 이야기의 바람직한 모습일지도 몰라. (...)

그래 자신도 그 과정에 하나를 보탰을 뿐이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자신조차 모르는 사이에 전설의 일부를 만들어간다. 그 수수께끼에 싸인, 커다란 상처가 있는 이야기의 전설을. (191p)

그렇다. 미사오에게는 어딘가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렁 같은 부분이 있었다. 매일 다니던 길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하자. 아주 깊기 때문에 떨어지면 위험하다. 치명상을 입을 수가 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해 가며 길을 걷는다. 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고, 곧 구멍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길을 걷게 된다. 마치 원래부터 구멍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러나 깊은 구멍은 늘 그곳에 있다. 처음부터 같은 깊이로. 자칫 잘못하면 빗물에 깎여서 더 깊어지기도 하고, 모르는 새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기도 한다. (254p)

 

회전목마와 책 한 권.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두르면 안 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천천히 진행시킬 작정이다. 태엽 풀린 오르골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같은 마지막 말을 속삭이듯이. 기울어진 그릇에서 그레이비 소스가 천천히 흘러 떨어지듯이. 재촉하면 안 된다. 나는 당신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해서 나와 그가 만나, 실이 한 가닥으로 꼬이듯이 서로에게 끌렸는지. (372p)

 

* 소설도 재미있긴 했지만 그 속에 나오는 '책'과 글쓰기에 관한 글들이 참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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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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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입니다. "왜 나만 불행할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나치게,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요. SNS에는 친구들의 웃는 모습, 맛있는 음식, 멋진 장소를 찍은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더 큰 행복을 목격할수록, 무언가 이겨내려는 의지가 약할수록 '불행'에 대한 투덜거림은 계속됩니다. "왜 나만?".

 

  책 속의 꼬마들은 학교에서 괴짜로 잘 알려져 있는 친구들입니다. '부적응자 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이 꼬마들은 남다른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고, 똑똑하지만 외적인 모습이 조금 다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사소한 나쁜 일들은 헤쳐나갈 만한 정도의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이 기러기 떼처럼' 그들에게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행복에 대한 기대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립니다. 꼬마들은 묻습니다. "왜 우리야? 왜 또 우리냐고?"

 

  꼬마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마냥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부적응자 클럽의 '에르완'은 '불행을 평등하게 나눠주는 기계'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불행에 견디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가지는 친구 에르완을, 남은 친구들은 말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말리고 있는 남은 친구들 마음속에서도, '정말로 평등해졌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들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 기계는 정말로 잘 개발되어 쓸모 있는 것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모든 세상의 불행과 행운이, 평등하게 사람들에게 주어질까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기발한 청소년 소설. 행복의 기준은 누구에게나 다르지요. 누구에게는 이런 행복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저런 행복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행복이 됩니다.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는 자신만의 기준이기에, 남들의 행복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요. 저도 예전에는 '왜 나만...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가장 한심하다는걸, 세상 모든 불행과 행복을 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는 것이 나의 행복을 가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면서도, 가끔은 투덜대긴 하지만요) 마냥 행복하고 잘 나가는 듯 보이던 누군가도, 나름의 아픔을 겪고 있었으니까요. '옮긴이의 말'의 마지막 부분에 쓰여 있던 말이 생각납니다. ''부적응자 클럽'에는 의외로 숨은 회원이 많다.' 우리는 이렇게, 불행을 견뎌내고 행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가능한한 빨리 친구들을 불러 피자를 한 판 데운 다음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를 본다. 한두 편, 가끔은 세 편을 연달아 보기도 한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슬픔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관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자세와 열정이 필요하다. 마음에 드는 역설이다. (나는 내가 역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4p)

 

삶은 해마다 달라진다. 새로운 해는 새로운 형태의 슬픔과 굴욕을 발견할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슬픔과 굴욕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라면 나도 내 친구들도 평생 일하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슬픔 보석 부자 따위는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피곤하고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질 수가 없다. (65p)

 

나는 미트리다트 왕 이야기를 생각했다. 현명한 왕이었던 미트리다트는 아버지가 암살당했기 때문에 자신도 독살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날마다 독약을 조금씩 마시면서 자기 몸을 독약에 길들였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슬픔과 포기에 스스로 길들도록 교육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의 몸과 우리의 정신은 점점 그 독에 익숙해져서 끔찍한 일이 닥쳐도 마침내 더는 반응할 수 없기에 이른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삶에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슬픔과 우울은 더는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것, 정상적인 것, 우리의 일상이 된다. (66p)

 

"행복과 불행을 평등하게 나누어 주는 게 딱 하나 있구나. 바로 시간이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십 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거든. 정말 재미있는 걸 만들어 내는 애들은 제일 괴짜인 녀석들이지. 물론 시간이 걸릴테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되더라고." (104p)

 * 짧은 청소년 소설인데, 재치있고 기발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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