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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평점 :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 다산에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혁신이 필요하다

제목이 훼이크다. 만약 이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 들었다면 예상과 다른 내용을 만나 실망할지도 모른다. 제목은 '서울대에서 A+를 받는 방법' 즉, 공부 잘하는 방법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책은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 '서울대'와 '공부 잘하는 법'을 넘어서 한국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만약 앞에서 말한 기대를 안고 책을 본다면, '공부 잘하는 법'이라는 애매한 벽에 먼저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학점에 경쟁에 뛰어들 것인지, 정말 진정한 배움에 뛰어들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문턱을 넘어야 갈 수 있는 서울대에서, 학점의 꼭대기에 서는 학생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을까. 저자는 그들을 조사했다. 어떻게 공부하는지, 수업방식은 어떤지, 생활 습관은 어떤지. 그들은 역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에는 교수님의 말 (농담과 웃음까지) 모두를 받아 적고, 여력이 안될 경우에는 녹음기까지 대동하고, 팀 과제 때에서는 남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역량을 충분히 다하면 되며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희생 또한 자처한다고 했다. 내가 상상하던 서울대 학생들 - 소위 공부 잘하는 우리나라의 인재들 (?) - 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업을 하고, 상상력이 가득하고, 누구보다도 공부를 즐기면서 행복한 대학생활을 그려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멋진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여겼던 서울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생들처럼 그저 치열하게, 대학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감정까지도 관리한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던.)
이 책의 제목이 된 '서울대'는 책의 첫 부분에 등장하며 문제로 제기하는 사례였다. 이후 미국의 사례가 서울대와 비교해서 등장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치밀하게 심층조사한 연구결과 속에서 그들은 서울대 학생들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며, 청출어람의 교육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의 중요 포인트인 '교육은 어때야 하는가'가 등장한다. 서울대 학생들의 능력이 미시간대 학생들의 능력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사회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생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구조' 때문이다. 교수들 각각의 방식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너무도 세세하게 정해 놓고 교사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교육의 단계에서 학년마다 통일되는 진도 (선진국에서는 통일된 공부'진도'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너무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교육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막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발언은 안 하는 것이 낫고, 다소 엉뚱한 발언을 하면 튄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라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국제회의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도 해당되며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도 그러하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우리가 가장 우러러보고 있는 최고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생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왔을 때, 서울대가 아니라 어떤 대학이든, 역시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거란 상상과 함께 왠지 소름이 끼쳤다. 교육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학생, 학부모, 교사, 누구든지 읽어본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낱낱이 바라보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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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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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우등생들의 자기조절 대상에는 감정까지 포함되었다. 감정의 기복에 의해 공부가 방해받지 않도록 늘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감정 조절에도 신경 썼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에서 학점이 높을수록 스스로 행복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더 행복한 것인가? OECD 국가 중 우리 나라가 학생들의 행복지수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사실과 배치되지 않는가?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이러한 응답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에 대한 실마리는 바로 이 사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경향이 학점에 비례한다는 사실이었다. 즉, 서울대 학생들은 학점이 높을수록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84p)
46명의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이들이 뜨겁지 않다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최고로 뜨겁고 열정적일 나이임에도, 이들은 대단히 절제되어 있고 완벽하게 자기조절을 하며 체력도 시간도 감정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대단히 차분하고 이성적인 사람들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혼신을 불태우는 열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0대의 대학생, 이 때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불태울 시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들은 뜨겁지 않았다. 대부분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이성친구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다. (88p)
서울대와 미시간대의 상반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각 대학의 교수들이 무엇을 평가하는가를 역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수업 시간에 교수와 최대한 가까이 앉아서 교수의 모든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고 이것을 시험 전에 다시 2차 필기로 정리하는 방식이 고학점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명백히 교수의 생각을 최대한 그대로 흡수하고 기억해 내는 것이 평가 기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역으로 미시간대에서 이러한 전략이 학점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사실은 서울대와 평가 기준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다른 평가 기준이 두 대학의 학생들을 대조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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