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한 7가지 거짓말
존 제이콥스 지음, 김명식 옮김 / 학지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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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관한 7가지 거짓말』 John W. Jacobs / 학지사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을거라는 환상보다는 현실을 볼 것

 

 

   해마다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한다. 거의 모든 사유는 성격차이. 행복하게 끝까지 살 사는 부부들도 많지만, 주위에는 결혼생활을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란 것에 대해 신뢰감은 조금씩 떨어져, '꼭 필요한가?'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결혼을 할 거라는 예정 자체가 없지만, 한 사람과 함께 평생을 다짐하고 산다는 것이라는 게 역시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은 든다. 아마도 결혼을 다짐했을 때의 초기(신혼)와 진짜로 가족으로서 몇십 년 살게 되는 경험에서, 환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결혼에 관한 7가지 거짓말』은 사람들의 결혼생활 위기를,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생존으로 인해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사회가 참 많이 변했다. 남성에게 오로지 의존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일을 가지고 (혹은 남성 = 일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은) 있는 부부들도 많으며,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해서 부부가 함께 맞추어 살아가야 할 기간이 현저하게 늘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결혼에 대한 오해와 거짓말, 환상을 만드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노력을 하며 '생존'을 위해서 (이렇게 말하면 조금 진지하지만)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것들로 결혼생활을 온전히 영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마도 수많은 이혼 부부들의 존재하에서도 사람들이 결혼을 결정하고 좋은 삶을 꿈꾸는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이 아닐까.

 

  책은 '결혼에 대한 거짓말' 즉,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안고 있는 부부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결혼의 조건'에 관한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짓'은 "사랑은 당신에게 필요한 전부다."라는 공식이며,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은 "사랑은 결혼의 한 조건일 뿐이다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냉철한 시선이다. 그 밖에도 소통, 변화, 육아,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 혹은 결혼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가지고 있는 예비부부들에게도 현실적으로 좋은 조언이 될 부분들이 많다.

 

 "탱고를 추려면 둘이 필요하지만 스텝을 바꾸기 위해서는 한쪽만으로 충분하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 생활을 잘 이끌어나가기 위하여 부부들은 끊임없는 협상 또는 대화,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한쪽의 노력이 다른 한쪽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 포기보다는 더욱더 노력하기 위한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혼생활이 진정으로 잘 되길 바란다면, "결혼생활의 현실에 대해 용감하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최종적인 관점이다. 개인적인 성격 차이, 그리고 그것을 넘은 사회적인 영향들을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의 문제는 책 속에 소개된 것들보다 복잡하고 더욱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위기에 봉착한 부부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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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혼의 종결이 개인적 심리나 성격 탓이라고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결혼을 황폐화하는 사회적, 역사적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 심지어 이 사실을 부정까지 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극복하기보다는 개인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 더 쉽다고 생각하여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 모든 결혼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을 부인하는 것은 부부간에 서로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렇게 되면 결혼생활이 잘못되거나 불공정하게 되기 쉽고, 문제 해결 또한 어렵게 된다. 또한 복잡한 세상을 잘 이해함으로써 결혼 전과 후에 우리가 여러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의 개발도 제한된다. 선택만 잘한다면 부부관꼐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35p)

`무조건적 사랑`의 개념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든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무조건적 사랑의 미덕을 높이 칭송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든, 특정한 한 사람이 나를 영원히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터무니없는 일이다. 무조건적 사랑은 어떤 정서적 역동을 나타내야 한다. 나는 무조건적 사랑에 대한 우리의 소망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두려움에 대한 신화적 해결책을 반영하는 것이라 믿는다. (75p)

만약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기원이 깊은 무의식에 있고, 어린 시절부터 뿌리 깊게 박혀서 변화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시도해 볼 모든 동기를 잃기 쉽다. 변화해야 할 사람은 최초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한쪽 배우자가 결혼생활의 문제에 대한 모든 비난을 받거나 다른 배우자에게 비난을 떠넘기도록 강요한다. 그들은 상호적인 인간관계나 서로 간에 분노를 강화하는 관계의 특성에 대해서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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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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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남무성 / 북폴리오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어떤 주제에, '만화로 보는-' 이 붙으면 훨씬 다가가기 쉬운 느낌이 들죠. 이전에 읽은 철학 만화도 그렇고, 아예 관심 없던 '미국사'나 '경제'같은 것들을 만화로 보면 몰입도도 배로 듭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PAINT IT ROCK』은 록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는데,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었습니다.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취향이 갈리긴 하지만 록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만나지 못한 이전 세대에 유명했던 록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었죠.
 

 

  사실 모든 장르가 그러하듯이, 록이라는 장르도 블루스나 알앤비, 컨트리 같은 음악의 곁가지를 타고 흘러왔고, 그러한 록의 장르도 다양하게 나뉘어졌습니다.『PAINT IT ROCK』은 그런 음악의 흐름을, 당시에 가수나 음악의 장르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시대별 주제를 맞춰서 이야기해줍니다. 아무래도 거의 전설적인 가수들은 한 시대를 지배했던 만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3대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제프 백, 지미 페이지) 같은 경우엔,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음악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포함해서, 가수들의 사생활이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재밌게 그려놓아서, 웃으면서 볼 수도 있습니다.

 

 

 

  만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록의 세부 장르나 가수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줄글로 나와있기도 해요. 이 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관심 있었던 가수들에 대해서 나오면 눈이 번쩍!  만화에 등장하는 가수들도 나오고, 아주 잠깐 등장한 가수들도 나오기도 하고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도, 이렇듯 꼼꼼하고 상세하게 정리된 글들과 만화에서 표현된 음악적 지식을 보면, 저자님이 정말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책의 초반에 나온 추천사들에서 왜 그렇게 극찬하고 놀라운 시선을 보내는지 이해가 갈 만도 합니다. (저자인 남무성 님은 원래 재즈 평론가이지만, 영화나 책, 만화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좋아하는 것에 온 힘을 다하는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 정말 멋져요.)

 

  

  일단은 1권만 읽어보았지만, 읽다 보니 2, 3권에 등장할 가수들과 그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저자가 유독 좋아하는 가수들과 앨범들은 이렇게 소개되어 있어서 (대놓고 티 내지는 않았지만, 요런 페이지에서 애정이 물씬 느껴집니다 ㅋㅋ)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은 음악들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책 에세이를 보면, 책 위시리스트를 가득 채우게 되는데, 이 책은 음악의 용량을 가득 채우게 된다는 단점이자(?) 장점이 생기게 되는군요. 지금의 음악도, 가수들도 역시나 풍부하고 그 음악을 듣는 편리함도 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멋진 록의 역사를 함께 하고, LP판을 수집했던 이전 세대가 부러워지기도 하네요. 그때의 열광, 다양한 음악의 충격,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해 전 세계가 흔들렸던 시대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이 시대를 함께 했던 분들은 이 책을 읽고 정말 즐거운 추억을 회상할 것 같아요.

 

 

- 그리고 은근 유머도 많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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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지음 / 얘기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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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피운 돌』 남지심 / 얘기꾼

 솔바람 물결소리를 이은 후속작

 

 

  35년 전의 작품 『솔바람 물결소리』는 그때 당시 43쇄나 찍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그 인기에 힘입어 몇 년 뒤 나온 후속작이 『연꽃을 피운 돌』이다. 이 작품 또한 39쇄를 찍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듯하다. 불교적 색채가 짙은데도 아무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그때 당시에도, 지금 재출간된 작품을 읽는 나에게도.

 

 

  이 작품은 전편 『솔바람 물결소리』에서 교사였던 주인공, 딸의 이야기다. 아니, 사실상 전편에서 실제 현실은 딸과 혜강스님이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녀가 남긴 원고를 읽는 식으로 전개됐으니, 원래부터 딸인 '자운'이 주인공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분신이다. 어머니의 나이쯤 된 자운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표현된 그녀의 이미지와 행동이 쏙 닮아서 마치 정말 같은 주인공처럼 여겨진달까. 단, 사랑에 관해서는 어머니 보다 약간은 더 적극적이게 보인다. 그래서 『연꽃을 피운 돌』에서는 사랑에 대한 것들이 조금 더 부각되고, 사랑에 관한 그녀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인공 '자운'은 다양한 사람들을 살피면서, 불교와 관련된 삶의 진리를 파악해나간다. 사람들의 속물근성과 속과 다른 겉치레의 말에 혐오감을 나타내고, 완벽하게 치유한 나환자의 자식에겐 평생 호적에 꼬리표가 달림에 슬퍼하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을 거란 운명에 통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 속 수많은 갈등들을 이겨내고 견뎌내며, 이제껏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해탈의 과정을 지켜본 것처럼" 여운이 남게 된다.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은 그 분위기도, 주인공의 모습도 비슷하여 전편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후속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싶다. 중간 중간 인생의 이치를 전달하는 글들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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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스님은 스님이셨는가요?" 나는 나름대로 많은 의문을 이 말 속에 담으면서 물었다."

`스님은 지금도 스님이고자 하십니까?`

`독일에서 스님은 구도자로서의 삶에 회의는 느끼지 않았습니까?`

`혹시 그곳에서 여자와의 관계로 파계는 하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내가 묻고 싶었던 가장 강한 질문은 마지막 물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혜강스님이 독일에 가 계신 4년 동안 이 세 가지 의문에서 풀려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의문에서, 그 의문 안에는 혜강스님을 스님으로 지키고 싶은 나의 염원과, 그로해서 내 자신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13p)

나는 천방 위를 걸으며 먼 들판을 바라보았다. 푸른 논에는 여전히 하얀 황새가 날고, 찔레넝쿨도 긴 줄기를 휘감은 채 자라고 있었다. 옛날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고 보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들도 산도 강도 나무도 풀도 모두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길을 오갔던 다솔스님과 어머니는 다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그들의 진실 또한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남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윤회를 설명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생은 일회적인 것이다. 같은 형태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157p)

나는 조금 전에 여기로 오면서 혜강스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생가갰다. 그래, 생명은 모두 같은 이치 속에서 살고 있다. 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으로 자연과 부단히 투쟁도 하고, 보호도 받고 정복도 당하면서, 아니 어쩌면 생명 그 자체가 자연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니까. 생성과 소멸의 원리가 바로 자연이다. 이 질서 속에서 굳이 머물러야 할 절대의 명제를 띤 생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머물러야 하듯이 개미도 머물러야 하고, 영웅이 머물러야 하듯이 나환자도 머물러야 한다.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므로. (170p)

부인은 냅킨으로 입술 언저리를 가볍게 누르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제신들의 만찬, 이 만찬을 위해 인간들은 북대서양이나 남태평양에서 고기를 잡아오기도 하고, 첩첩산중에서 버섯이나 산채를 캐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노력에 대해 지극히 인색한 제신들은 좀처럼 그들을 안중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신들은 포만감으로 반들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페라, 발레, 연극 이야기나 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입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었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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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물결소리
남지심 지음 / 얘기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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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물결소리』 남지심 / 얘기꾼

마음이 정화되는 소설, 오랫동안 이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래전 출간된 이 책이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나왔다 했지만, 제목과 작가마저 생소해서 인터넷에 조금 검색을 해보았다. 그때 당시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사람들도 보이고,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도 보였다. 너무 오래된 책이라선지, 아니면 종교적 특색 때문인지 많지는 않았지만, '남지심'이라는 작가의 책들은 눈에 많이도 띄었다. 그리고 이 책을 새롭게 접한 나는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이야기의 여운에 깊게 빠져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물과 삶, 사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여타 다른 소설과 비슷하지만, 『솔바람 물결소리』는 종교적인 색채를 깊게 지니고 있는 책이다. 이야기 속에서 삶과 선택, 생각에 불교적 사상이 연결된다. 한없이 청정한 마음의 다솔스님, 나병환자의 자식이지만 그에게 키워진 재능 많은 소년 혜강, 어머니에게서 핍박을 받고 자라는 소년 덕이,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교사 '기혜'가 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고, 신뢰하며, 삶과 부처에 관한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다솔스님과 기혜의 사랑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있는 듯하지만, 사랑보다 이들은 더 큰 차원의 관계로도 보인다. 그들은 교리에만 치중하지 않고, 삶의 모든 것이 진리일 수 있다는 불교의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실천해나간다.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랑의 실천, 이 세상에서 얼굴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나환자촌에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허세와 경쟁의식을 비판하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탐구하고, '윤회'를 통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특색이 강하여 각각의 성장을 지켜보는 소설로도 보이는데, 절에서 자란 소년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움만을 받는 소년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순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들을 아끼던 주인공은 사랑을 실천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묻게 되면서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게 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불교의 사상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상보다도 이야기의 힘이 유독 강하여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불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 차분하고 순수한 대화들에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제자인 '혜강'이 선생인 '기혜'에게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저의 대지'라고 말했을 때, 그리고 수많은 곳곳,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정말 많이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기분을 잊지 않을 것만 같았다.

 

 

 

 - 이 책의 후속작, <연꽃을 피운 돌>도 받아보았는데, 곧 리뷰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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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느끼는 희 로 애 락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숱한 얼굴들, 어떤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나를 괴롭게 했다. 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도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괴로움을 준 적도 있었다.

서로 행복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좋은 인연이고 서로 고통스러운 마음을 나눠야 하는 만남은 악연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고 싶지만 살다보면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도 많고 내 자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사람이 되어야 할 때도 많다. 이런 관계는 의식에서 선택되어지기보다는 거의 필연적으로 와 진다. 이 필연적인 관계가 바로 업연인지도 모르겠다. (76p)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내 가슴속에서 다솔스님의 잿빛 승복 위로 불어오던 깊은 산 솔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서였다. 이것은 무엇일까? 내 가슴 속에 와닿는 이 신선한 솔바람소리는 무엇일까? 다솔스님을 처음 만난 순간 느꼈던 그 경이로운 감정은 다시 한 번 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내가 눈을 뜨고 혜강을 쳐다보자, 혜강이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혜강이한테 남아있던 꺼림칙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내 가슴속에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혜강이를 위해 힘이 되어 주자. 혜강이를 위해 힘이 되어 주자.`(81p)


"다솔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법당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던 염소가 매일 스님들의 염불소리를 들은 공덕으로 다음 생에서는 축생도를 벗어났다고요."

"그렇지만 너도 큰 공덕을 쌓고 있구나."

"그렇지요. 저는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자라왔으니까요."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자랄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예사 공덕은 아닐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은 착잡했다. 혜강은 자신의 생명을 긍정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발밑에 있는 지렁이를 바라보았다. 지렁이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혜강은 몸부림치는 지렁이를 보고 있더니 수돗가로 가서 플라스틱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은행나무 밑에 물을 부어서 흙을 적셔 놓고는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들어 그 젖은 흙 속에 묻어 주었다.

"선생님, 저 지렁이는 다음 생애에 조금 더 지혜 있는 축생으로 태어날 겁니다."

"왜?"

"염불소리를 듣고 자란 제 손으로 살려 주었으니까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혜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206p)



나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쏘이며 자리에 누워서 새털처럼 흐르는 하얀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망중한이라고 할까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솔스님과 그 마을을 찾아갈 일을 생각했다. 지구의 끝이라고 해야 할지, 연옥의 끝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이 세상 같지 않은 그 마을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은 스님이 다시 와 주기를 원했다. 불교가 무엇인지 알리가 없는 그 사람들도 스님을 보는 순간 막연하게 부처님을 생각하고 내세의 구원을 생각했을 것이다. 종교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경전을 외우고 교리를 아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는가.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진 약한 자신을 내려다보고 너그럽게 손을 뻗어 구원해 줄 것 같은 대상, 그 대상에게 자신을 던지고 겸허하게 매달리는 것이 종교의 본질일지도.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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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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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손봉석 / 다산북스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온다

 

 

  

 어제 친구들과 하는 카톡에서 아주 잠깐 동안 자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기승전치킨집'이라고 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회사에 있든 결국엔 가장 만만해 보이는 치킨집 창업으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남의 밑에서 눈치 보며 일하는 것보다는 자기 사업을 마음대로 꾸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듯하다. 일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하면, 왠지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 것만 같은 생각도 들고, 조금은 덜 힘들 거란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불금'이 있다면, 자영업자들에게는 '월화수목금금금'이 있다. 일 년 365일 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의외로 신경 쓸 일들도 정말 많다. 체력 싸움을 하고, 사람들을 응대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받고 나면, 그중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돈 관리일 텐데, 이 '돈 관리'의 중요성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는게 큰 함정이다.

 

  사실 나는 엄마의 장사를 도우면서 돈 관리 또한 맡고 있는데, 하루하루 조금씩만 시간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서포터즈를 통해 받은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했더랬다.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온다."라는 이 책의 슬로건이 강렬했다. 시간과 모든 노력을 투자해도 수중에는 돈이 없는 가게, 그리고 손님은 조금 덜해도 돈을 많이 벌어가는 가게의 차이는 이 '숫자 싸움'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이름도 유명한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를 쓴 사람이고, 제주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회계'와 관련하여 장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해나갈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책인데,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머리 아플 (그리고 공부를 해본 사람에게도 머리 아플 ;;) 회계 상식을 너무나도 쉬운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손님이 없어도 망하지 않는 가게', '잘 되는 가게는 손님이 일한다', '돈 없이 장사하는 방법'등 다양하다. 실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이야기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입보다 지출에 집중해야 한다던지, 가격과 인건비,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보다가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을 발견했다. "회사에서 잘릴 위험보다 장사가 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이고 고생을 덜 할 것 같은 자영업에도, 은근히 큰 위험이 있다. 모든 노력을 쏟고, 많은 것을 준비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공부해야 되는 것이 자영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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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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