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누아르 - 범죄의 기원 무블 시리즈 1
김탁환.이원태 지음 / 민음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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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원탁 (이원태, 김탁환) / 민음사

 무블 시리즈의 시작, 과거에 의해 현재를 보다

 

 

  올 한해 출판계는 미디어 셀러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미디어 셀러(Media Seller)는 말 그대로, 미디어에 노출되어 화제가 된 책들을 말하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작 소설'등을 일컫고 있습니다. 영화의 영상미와 책의 전달력이 더해진 미디어 셀러는 크나큰 장점이 있죠. 그래서 그런지 원작 소설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영화 시나리오를 개봉에 맞추어 소설과 함께 출간하는 경우나, 영화 흥행 후에 새로 출간되어 나오는 책들을 참 많이 만나봤던 것 같습니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도 이런 미디어 셀러 열풍에 힘입어 출간된 소설입니다. 영화 연출, 제작자인 이원태와 작가 김탁환이 '원탁'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 첫 소설이지요. 이전에 이 두 분이 기획 작업을 같이 하셨었는데, 소설로 나온 것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소설을 다시 만들어 출간하면서 영화화 계약을 맺었죠. 책표지에 쓰여있는 Movel이라는 용어로 이 시리즈가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불러일으킬지 참 기대가 됩니다.

 

  영화가 기대되는 것도, 이 책이 워낙에 독특한 데다가 엄청난 흡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주인공인 나용주가 마포 검계 (지금으로 말하자면 폭력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의 대두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의 과거가 참 화려합니다. 원래는 사당패의 광대였고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만나면서 호위무사와 검계의 일원이 되며 결국에는 검계의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조선 누아르'라고 자신 있게 붙인 이 소설에는 '범죄의 기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의 남다른 과거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배신과 약속, 엄청난 권력 다툼과 당파 싸움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남다른 소신으로 특별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죽음과 폭력이 난무하는 검계와, 그 검계를 이용하려는 권력들에 맞서 어느 정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물론 그가 '선인'은 아니며 '악'과 '범죄'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우리는 그나마 나은 '나용주'라는 인물에 몰입하며 선인이라는 착각을 하며 보게 되는 거죠.

 

 그러나 일단 재미있게 본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찝찝함을 남깁니다. 분명 '조선 누아르'인데, 현대와 그리 다를 것 없는 이야기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불법과 폭력으로 뒤덮인 어느 한 집단과 그 집단을 권력에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권력으로 국가 전체를 흔들려는 사람들. 누아르의 어두운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일까요. 범죄를 소탕한다는 명분에 따라 벌어지는 책 속의 무시무시한 권력 다툼은 대체 범죄와 악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의문을 품게 합니다.

 

  스릴 있고, 특별한 공기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저는 개인적으로 탈을 쓰고 광대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 앞부분과 탈놀이를 인생에 대입하여 표현해낸 부분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탈을 쓴 광대는 오직 반복된 연습에 의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타인의 삶을 그럴싸하게 상상하고 말과 행동으로 옮긴다. 아무리 과장해도 늘 어딘가 부족하다. 채워지지 않는 부재와 어색함과 불일치가 좋았다. (11p)" 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영화로 나온다면, 한국형 대표 누아르가 될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 다음 무블 시리즈의 제목이 『조선 마술사』인데, 벌써 영화화 계약에 유승호 캐스팅까지...

정말 후덜덜한 시리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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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길이 피식 웃으며 내 등에 올라탔다. 왼손으로 어깨를 누른 채 말발굽 표식을 새길 자리에 칼끝을 갖다 댔다. 칼날이 단숨에 살갗을 파고들었다. 어금니를 앙다물었지만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명길이 수건을 집어 다시 입 가까이 들어 보였다. 물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칼날의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대인과의 약속을 단 한 번 어긴 탓에 삶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열두살 계집아이 셋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변명도 핑계다. 약속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면, 비를 휘드르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았으리라. 꿇어 엎드려 빌며 시간이라도 끌었으리라. 나는 단숨에 양반 도령들을 제압하는 쪽을 택했다. 대인과의 약속을 쉽게 깬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칼날로 돌아온 셈이다. 살면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느낀 순간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31p)

광대였던 것, 검계였던 것, 별감이었던 것. 모두 한판 탈놀음이다. 나는 이 셋의 차이를 극명하게 춤사위에 담지만, 취한 세상은 그 셋을 구별 못한다. 나눌 의지도 없다. 이것도 탈춤이고 저것도 탈춤이고 그것도 탈춤이다. 얼쑤 얼쑤 얼씨구 좋다. 다음도 그러할까. 왕자의 호위무사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탈놀음의 소재만 하나 더 느는 셈이다. 한데 변신의 횟수가 더할 수록 쓸쓸함은 왜 점점 깊어질까. 마음의 구멍은 왜 더 자주 크게 뚫릴까. 황소바람이 불까. (77p)

그 눈망울을 보며, 헛된 꿈을 잠시 꾸었다. 찰나지만 내 인생 전부를 바꾸는 꿈이었다. 나는 이 눈망울을 지닌 사내의 진정한 벗이 되고 싶어졌다. 벗이란, 탈을 벗고 맨 얼굴로 서로를 봐야 한다. 나는 지금부터 내가 벌일 짓의 결말을 가늠해 보았다. 벗이 되자마자, 그러니까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자마자, 그는 나를 벗으로 인정하지 않고 내칠 것이다. 함께 우정을 나눌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벗인 체 하며 그의 곁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다 그 눈망울 때문이었다. (125p)

역사서를 뒤적여 보면 열에 아홉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왕과 신하가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하여 정치를 잇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의 궁중회의는 왕은 왕대로 신하들은 신하들대로 어떤 극단을 상정하게 만들었다. 왕이 이긴다면 조덕신의 배신과 두 신하의 음주를 지렛대 삼아 검계와 결탁된 붕당들의 본색이 만천하에 밝혀질 것이고, 신하들이 이긴다면 두 당상관의 참형에 세자 이호의 죽음과 선왕의 급사까지 얹어 비천한 출생에서 비롯된 왕의 광증으로 폭로될 것이다. 결과가 어찌 되든 둘 다 피비린내가 진동할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였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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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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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박하익 / 황금가지

 통통 튀는 캐릭터와 유쾌함

 

 

  『선암여고 탐정단』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캐스팅과 예고편을 보니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는데요. 저도 이번에 드라마 방영을 기회로 이 책을 처음 만나보았답니다. 시리즈 첫 번째,『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가 탐정단의 결성과 학교 안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면, 이번 편에서는 학교 안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더욱 독특한 상황에서 미스터리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니 각 에피소드의 분량이 조금 더 많아진 듯 해요.)

 

  이 시리즈의 장점은 단연, 통통 튀는 캐릭터와 유쾌함입니다. 온갖 부정적인 현실들을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죠. 학교 안에 팽배하고 있는 왕따와 권력 문제도, 우리나라 입시의 현실도, 10대 아이돌의 남다른 고민도, 처음으로 만나게 된 엄청난 실종사건도 나오면서 비판 어린 시선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고 남는 것은 역시 찝찝함보다는 유쾌함입니다. 학원 미스터리 소설이어서 공포스럽거나 잔인한 사건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개성을 살린 '선암여고 탐정단'의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냈던 것 같아요. (책보고 푸하하- 웃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오랜만에 폭소를 한 부분도 있었답니다.) 

  탐정단 멤버들 다섯은 외모도, 성격도, 성적도 정말 가지각색이지만, 탐정단에만 모이면 어찌나 호흡이 찰떡궁합인지 참 재미있습니다. 이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학생다운 유쾌함과 똘끼를 잊지 않고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갑니다. 시니컬한 모범생 '채율'이도, 행동대장 '성윤'이도, 괴짜 '하재'도, 연예인을 꿈꾸는 일명 날라리 '예희'도, 탐정단의 대장 '미도'도 고등학교 2학년, 한국 학생들에게 참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데, 탐정단 일을 통해 활력도 얻고 꿈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탐정 흉내만 내며 놀이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꽤 진지하게 자료를 수집하며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선암여고 탐정단』. 고등학교 때 공부, 물론 중요하지만요. 결국에 기억나는 건 이런 똘끼 넘치는 사건들, 일종의 방황이라 할 수 있고 그때만 해볼 수 있는 일들이지 않을까요? 사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공부에 목맬 수밖에 없는 사회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대리만족이랄까, 왠지 모르게 더욱 짜릿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나게 만들어주는 책인 것 같아요.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의 통쾌함과 함께, 오랜만에 기분 좋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 드라마! 기대되네요 :)​ 2편의 에피소드도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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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그래 맞아. 두려움이었어." 불현듯 가슴속이 청량해지면서 깨달음이 찾아왔다.

"니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마찬가지야. 그래 봤자 성골들은 성골들끼리만 놀고 진골은 진골들끼리 어울려, 뿐이야? 주위를 돌아봐. 잘 되는 놈하고 안 되는 놈은 나뉘어 있어. 사회에 나가도, 계급은 존재하고, 끼리끼리 놀아. 진짜 귀신은 그런 거야. 네까짓 게 진자 귀신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아? 국사 세계사 시간에 안 배웠어? 초등학생만 되도 알 수 있는 내용이야. 유사 이래 잘난 인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지배하며 살아 왔다고.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양반 중인 상민 천인. 너희는 당연히......."

한참 동안 악담을 퍼부었는데도 상대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나나는 점점 목소리에 힘이 없어졌다. 하재는 평화로운 시선으로 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너 사실은 걱정 되었던 거지? 채율이한테 전교 1등 타이틀을 빼앗길까 봐. 그럼 진골 아이들이 널 우습게 볼 테고, 성골 아이들이 실망할 테니까. (...)"

나나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하얀 라텍스 장갑이 지금껏 즐기고 살았던 여왕의 약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 아이도 나랑 똑같구나.`

얼마 전까지 하재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여왕도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게 어디 둘만의 두려움일까. (140p)

"어느 쪽으로 할 거야, 코미디? 연기? 가요 쪽에는 욕심 내지 마. 리스크도 크고 재능도 많이 필요해."

뭐라도 대답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던데, 그 첫 번째 기회가 목전에 펼쳐졌다.

(...) 현장에서 오디션을 보고,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을 만나본 민재는 연예인을 꿈꾸는 십 대들이 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네들 중에는 현실을 너무 잘 알아서 삶을 둘러싼 장벽을 깨보려 일찍부터 절박하게 발버둥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들 연봉이 곧 자녀들 성적인 시대. 현실을 모르는 어른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제대로 된 입시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자녀들의 학력 수준에 무지했으며 공부 말고 다른 재능을 살려 줄 만큼 시야가 트이지도 않았다. (277p)

"그러니까 난 너랑 연애를 하자는 게 아냐. 그냥 조약이나 맺자는 거지.

일명 상호 연애 금지 조약. 어차피 지금 우리 둘은 안 될 사이야. 넌 곧 고3 수험생이 될 테고, 난 군인이니까."

"그런 조약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 조약의 핵심은 연애를 하지 않는 기간 동안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최우선 연인 후보자로서 존중한다는 거야. 편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전화를 하고, 휴가 나오면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거나, 편지를 봉투째로 뜯지 않고 버려 두는 건 안 돼. 전화도 가끔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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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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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날개달린 연필 / 샘터

내가 보는 동물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매일 동화책에서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동물들이 아이들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을 때 얼마나 신기할까요? 책 속에선 아주 조그마했는데, 자신보다 몇 배 몸집을 가진 동물이 걸어 다니고, 먹이도 먹고, 하품도 하니까요. 아이들은 동물들을 만져보고, 먹이를 주는 체험만으로도 참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강원도 여행에서 본 양떼목장이 기억이 납니다. 리조트의 공기 좋은 하늘 공원에서 양 수십 마리가 걸어 다니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뛰어놀기에 참 작은 공간이긴 했지요. 아이들은 떼로 몰려가서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 많은 동물과 함께 있다는 것에 들떠서 돌아다녔어요. 어릴 때 보던 돌고래와 물개 쇼 우리에 갇혀있는 호랑이, 아쿠아리움 속의 상어 또한..... 우리들을 즐겁고 놀라게 해주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에서는 네 마리의 동물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고향이라곤 본 적이 없는, 동물원에서 태어나서 동물원에서 자라온 왕따 호랑이 '천둥', 사육장에 갇혀 나는 법을 잊어버린 두루미 '갑돌이', 자신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는 코끼리 '산이'와 고향에 가고 싶어 사람에게 반발하는 코끼리 '꽁이'입니다. 이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요? 넓디넓은 초원을 뛰어다니고, 높은 하늘을 누비며 날아야 할 동물들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심심한 구경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고향에서도 코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죠. 상아를 얻어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포획을 있는 힘껏 피해 다니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이 동화책에서 참 안타깝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앞에는 주인공 동물의 정보와 함께 멸종 위기 등급이 나타나 있습니다. 피치 못할 자연의 변화로 인해 종이 없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었지요. 동화 속 코끼리가 외치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우린 코끼리고 저들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변해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인간들과 동물들은 서로 두루두루 공존할 순 없는 걸까요? 어쩔 수 없다면 그들을 사랑하고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생각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잊지 마, 넌 호랑이야』는 동물의 본성을 잊고 동물원 속에서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들과 공존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에 관해 묻습니다. 그들은 왜 우리 속에 갇혀 있는지, 왜 힘없이 쭈그려 있고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여주질 않는지, 내가 보고 있는 동물이 원래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그런 시각의 변화를 통해서, 동물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동물들 (길냥이, 비둘기 등)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 또한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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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라니, 얼마나 그리던 곳이었던가? 꿈속에서라도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고향, 한 번만이라도 마음껏 달려 보고 싶었던 고향. 이제 곧 그곳으로 가게 된다니 천둥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철창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아저씨의 눈은 슬퍼 보였다. 천둥은 영문을 몰랐지만 그저 좋았다. 그런데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정신도 더 희미해졌다. 잠시 후, 커다란 쇳덩어리가 큰 소리를 내며 상자 쪽으로 다가왔다. 쇠로 만든 기다란 팔이 천둥이 든 상자를 들어 올렸다. 상자가 공중에 떠올랐다. 한 번 덜컹 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졌다. 천둥은 곧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큰 쇠 동물에게 잡힌 걸까? 밤이 된 걸까?" (14p, 못생긴 호랑이, 천둥)

캄캄한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바람만은 시원했다. 뻣뻣하던 날개 근육이 부드럽게 펴지고 목은 여느 때보다 길게 늘어났다.

갑순이 말이 맞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얼마나 날았을까? 주위가 어슴푸레 밝아 오기 시작했다. 재운이가 소리쳤다.

"이제 돌아가야 해, 날이 밝아 오고 있어."

"알았어."

갑돌이는 불빛이 반짝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갑순아, 이제 시작이야. 내년 봄을 기대해. 우리의 고향 자룽 습지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어.` (89p,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꽁이야,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왜? 왜 그래야 하는데?"

꽁이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왜냐고 묻는데......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왜, 왜일까요? 아, 이제 생각났어요. "왜냐면, 인간은 우리의 주인이니까."

내 말을 들은 꽁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슬픈 눈은 처음 보았어요.꽁이는 코를 축 늘어뜨린 채로 조용히 말했어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내 말을 믿어. 인간은 코끼리의 주인이 아니야."

"그럼 누가 우리의 주인인데?"

"산이야.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우린 코끼리고 저들은 인간일 뿐,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121p,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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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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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 지식과 감성

참 술술 읽히는 자전적 로맨스 소설

 

 

 생소한 작가의 이름이기에 작가 소개란을 유심히 봅니다. 작가로서의 경력보다는 학력으로 가득 차 있는데, 깊게 눈길을 주게 하는 부분이 나고야 대학 수석 졸업, 우주공학 박사, MIT, 한일 공동 국비 장학생 등입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놀랍도록 탄탄한 학력인데 학력만으로 책을 평가할 순 없지요. 이것을 언급한 이유는 이 책이 작가의 인생경로를 확장해놓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삶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의 이력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전적 이야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설처럼, 극적인 사건들을 만났을지 모르고, 남다른 이력과 함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소설『이상보다 높은 향기』를 지탱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은 사랑과 이상(꿈)입니다. 사실상 모든 이들의 삶에서 가장 큰 획을 긋는 것도 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시련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요. 축구에 천재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브든이라는 소년에게 계속해서 시련이 오고, 또 다른 꿈을 꾸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인생이라는 시험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까지 다양한 곳을 오가면서도 정말 우연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참 기적 같은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렇게, 소년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가 참 엄청난 분량인데도, 막힘없이 술술 읽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지요. (베스트 셀러로 만들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유려한 문장은 없지만 편안하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힙니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작가의 인생과 묘하게 싱크로율이 맞춰지는 이 소설이 특별한 점은, 꿈과 사랑을 이루는 데에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너무나 열렬하게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너무 극적인 설정이나 빤한 반전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그런데, 자꾸 걸리는 한가지는.... 제목이 너무 진부하다는 거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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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서 내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현재 내 삶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눈물과 고통은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사랑은 시작한 순간 내 자신조차도 그 번뇌를 이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랑, 그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130p, 18세 브든의 일기 中에서)

`삼 나누기 일은 삼.` 삼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로 나누어도 삼이라는, 그 일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깊은 그 속뜻을..., 그 속에 숨어져 있던 실수의 비밀 그리고 유클리드 기하의 개념과도 다리를 놓는, 그 무언가를.

이렇게 하니 모든 것이 너무나도 느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했다. 그가 원한 것은 컵에 담긴 물 한 잔이 아니라 바다와 같은 자원이었다. 혼란에 쉽게 바래지지 않는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높이고 더 높였다. 시간이 많지가 않았지만 절대로 스스로 내건 원칙을 준수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민수와 새벽 훈련을 한 것과 평행이론을 이루듯이... 인간이 어찌 감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으랴. 에너지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여행 가이드북을 꺼내 가보지 못한 땅에 대한 호기심을 즐기곤 했다. (집중력과 스트레스를 엮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안 되면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들으며 긴 단잠에 빠져들었다. (132p)

부두의 한 켠에는 주변지역을 소개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어린 아이 키만 한 이정표 기둥에 손을 올려놓으려는 찰나, 원목으로 된 바닥에 누군가가 하얀 페인트로 쓴 큼직한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청춘의 바다가 추억이라면 어른의 바다는 치유다."

브든은 장난기가 심한 어떤 늙은 시인이 붓글씨를 써놓은 듯한 필체를 내려다 보았다.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이 없는 한 문장.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강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보시오 어르신, 당신은 몇 번 눈물을 흘리고 이 문장을 떠올렸소? (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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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
박소정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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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박소정 / 다산북스

꽃내음이 가득한 소설, '나는 조선의 조향사입니다'

 

 

  조선에도 '조향사'가 있었다면 믿으시겠나요? 조향사라고 이름 붙여진 기록은 어디에도 없지만, 비슷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있었답니다. 바로, 향장(香匠)입니다. 약을 다루는 내의원과 옷을 다루는 상의원에서 향을 제조하는 일을 했다고 하죠.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는 향장(香匠)의 존재에 상상력을 보태어, '그곳에서 일하던 장인 중 지금의 조향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역사적 사실이 토대가 되지만, 그 기록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습니다. 실제 조선 시대 17대 왕이었던 효종 (봉림대군)과 그의 네 번째 부인이었지만 거의 기록이 없는 '숙원 정 씨'의 사랑을 허구로 재구성한 소설이지요.

 

  역사와 완벽하게 일치되지는 않으나, 허구의 소설이라는 단정 하에 이 이야기는 역사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세상의 수많은 향을 감각 속에 남기고, 그것을 혼합하여 매혹적이고 곳곳에 알맞은 향으로 만들어내려는 꿈을 가졌던 한 여인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라는 제목처럼, 책 속에는 향기로운 꽃내음이 가득하지요. 언뜻 수박 향기가 나는 민물고기의 냄새, 약방에 있는 강한 한약재의 냄새, 산뜻하고 부드러운 무화과 꽃의 향, 이 다양한 향기들이 코앞에 다가옵니다. 현대의 향수 제조 방법을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장면은 가히 일품입니다. 주인공 '수연'이 사랑하는 향기들을 모아 단계를 고려해서 만든 향유는 그녀만이 추억할 수 있는 향입니다. 치자꽃과 측백나무 향기, 감각을 온통 곤두세우고 그리움과 눈물이 끊이질 않게 하는 향연이죠.

 

  향기를 담은 또 다른 소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무게와 분위기 면에서 이 소설과는 현저히 차이가 나지만, 추억이 담긴 향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수연의 모습은, 자신의 생명까지 향기 속으로 잠식해버렸던『향수』의 괴이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향기는 정말로 무섭도록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달까요. 때로는 정말 미세하게 들어오는 냄새 하나가 작은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 눈앞에 큰 그림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향기 나는 작은 꽃 하나가 방안에 온통 자신의 흔적을 찌르르 남기게 하는 걸 보면요.

 

  교보문고 퍼플 로맨스 대상 수상작이라는 이 소설. 시간 구성이나 각종 극적인 상황이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던 것은 '수상작'이라는 글씨가 불러일으키는 왠지 모를 기대감 때문이었을까요. 조선의 '조향사'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낸 소설은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책 속의 수많은 향기를 직접 찾아 나서고 싶은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백 가지 향보다 진한 천 일간의 사랑 이야기"라고 띠지에 적혀있지만, 사랑 이야기보다도 숨 막히게 예뻤던 향기가 더욱 소설의 여운을 깊게 하는 것 같아요.

 

​- 원래는 꽃과 함께 찍는 미션이었는데, 거실에 놓인 꽃모양의 디퓨저로 대신했습니다.

이 작은 디퓨저 하나가, 거실의 큰 공간을 향기로 채워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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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덧글과 공감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아흔 번째 향입니다. 어떤 것의 향입니까?" 아시타가 물었다. 그녀의 머리칼이 꽤 자랐다.

아침에 수연은 동백 기름으로 아시타의 머리를 빗고 그녀와 어울리는 진주 뒤꽂이를 꽂아주었다. 수연은 다시 희미한 향기에 집중했다.

무슨 향일까. 풋풋한 단내가 나는 것으로 보아 과일이다. 과일 중에서도 물기가 많은. 여름. 여름 과일. 은이와 함께했던 여름에 영산강을 걷던 기억. 수박. 수박일까? 살포시 물비린내가 난다. 수박에 비린내가 나? 아니면 오이인가? 오이는 단내가 나지 않아. 설마 수박이 상하는 중일까?

"수박입니까?"

수연의 대답에 자신이 없다.

"아닙니다."

아시타의 말에 수연은 눈을 가린 천을 풀어 접시에 올라온 것을 보았다.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은어다. 수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16p)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한 금귤과 넝쿨 내음 물씬 풍기는 우아한 포도는 향기의 첫 인상. 가장 먼저 휘발되는 향이기에 수연은 하늘에 속하는 단계라 이름 붙였다.

다음, 사람에 속하는 치자꽃과 측백나무. 이 단계를 고르기가 제일 어려웠다. 향수의 기둥이자 중심이 되어줄 향유를 선택해야만 했다. 작약으로 할까, 수수꽃다리로 할까, 그도 아니면 소나무가 좋을까. 여러 후보를 생각해봐도 흡족하지 않았다. 결국 수연은 항복하듯 치자꽃과 측백나무를 택했다.

그것이 단과 대군의 향기였으니까. 외면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눈에 밟히는 사람, 혹은 사랑들.

마지막, 물기 어린 흙의 분신 이끼와 따스하면서도 달달한 백단나무. 땅에 속하는 단계이다. 무거운 입자이기 때문에 향수의 토대가 되어주겠지.

오래도록 남아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전해줄 것이다. (176p)

수연은 흠뻑 젖은 치마폭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 깊이 단과 대군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실험은 성공이구나. 치자꽃 향과 측백나무 향이 싱그러웠다.

어떠한 상함도, 악함도, 불협화음도 없었다. 눈물 젖은 얼굴을 치마폭에 비비던 수연은 빙긋이 미소 지었다.

결국 당신을 울게 하는 것. 그것이 향이고 향이 가진 힘이라 믿었다.

그립다는 게 무언지 뼈저리게 배우고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 힘을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나는 웃고, 당신을 울릴 수 있도록.
그 힘에 이렇게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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