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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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 샘

 십대들에게 보내는 어른들의 작은 쪽지함

 

 

  아무것도 모르는 십대에게도 문득 위기에 봉착하는 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 입시 관문, 보이지 않는 미래 등 다양한 고민에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마다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 깊은 동질감으로 엮여 있는 친구들과 고민을 나눈다. 일단은 불안한 마음은 털어낸 것만 같다. 하지만 꽉 막힌 통로를 뚫어주는 시원한 해결책이란 우리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공감은 오지만 해답은 오지 않는다. 나도, 참 그 해답이랄 것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인생 선배'의 글이라 할 것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고, 내가 꿈꾸는 것과 비슷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뜨기 위해서 참 많이도 고민하고 떠돌았다.

 지금의 세대가 유독 더 어려워졌다고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수없이 많은 과제에 허덕이는 십대들이 ​보이지만,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고, 사회 자체의 문제들도 파다했고, 그 수많은 과제에 도전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나저제나 힘든 것들은 여전하다. 특히나 세상에 나가길 준비하는 십대들이 가장 힘들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한눈에 봐야 하니까. 『십대들의 쪽지』가 30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30년, 그 긴 시간 동안 십대들에게 무료로 배포해서, 고민을 해결해주고 진심이 담긴 글을 전달해 주었던 자그만 소책자. 후원금도 없었고 광고도 없었고, 사재를 털어가며 십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김형모 발행인의 마음은 길이길이 이어져,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로 재구성되었다.

​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비슷한 느낌의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도 제목만 봤을 때는 비슷한 종류로 보였다. 근거 없는 거부감이었고 삐딱해진 시선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힘들었을 때, 이런저런 고민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지금으로부터 다섯 해 이상을 지나 과거로 돌아가 이 책을 봤다면, 나도 책장 하나하나를 가슴에 담아 눈물을 뚝뚝 흘렸을지도.

 어찌 됐든 일종의 거부감과 함께 시작된 독서는 생각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성인인데, 조금씩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하는 말에, 나보다 더 세찬 바람 속에서 기둥을 굳건히 한 사람들의 말에 점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위로의 말보다는 '채찍'의 말을 더욱 되새겼다. "좌절을 자기를 괴롭히는 구실로 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이근후 님의 한 줄, "꿈이 무엇이든지 간에 겸손을 배워야 한다"『십 대들의 쪽지』 창립자 김형모 님의 한 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위로의 에세이에서 자그만 한 줄을 쌓아갔다.

 

​ 지금 흔들리고 있는 십대들에게 - 아직은 자신의 꿈을 뚜렷하게 만들어내지 못한 내 동생을 포함하여 - 이 책을 보여준다면, 내가 얻은 작은 한 줄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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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고 싶은 충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꿈이 너무 허황되고 실현성이 없는 것이라면 실제 수준으로 조정해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룰 수 있는 꿈이라야 아름다운 것입니다. 두 번째는 좌절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직면하는 용기를 가집시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 원인을 나에게서 먼저 찾아 봅시다. 내가 나를 진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힘입니다. 그런 힘을 가진다면 어떤 실패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인을 찾았다면 과감히 행동을 수정하는 저력을 보입시다. 알았다면 다시는 그러한 좌절을 같은 방법으로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깨달은 바를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좌절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좌절을 자기를 괴롭히는 구실로 삼는 것이 부끄러운 것입니다. (28p, 좌절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 이근후)

나는 학생들에게 늘 "젊은 시절의 방황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혹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마십시오.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매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악착같이 찾는 아름다운 방황을 하기 바랍니다. `방탕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아름답게 방황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방황의 끝에 드디어 꿈의 끈을 잡으면 그걸 꽉 쥐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십시오. (92p, 아름다운 방황을 하라 - 최재천)

각자 나름의 길이 있습니다. 독일 말에 베루펜(Berufen)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직업`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속뜻을 들여다보면 좀 더 철학적입니다.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 이것이 본뜻입니다. 모든 사람은 일을 하면서 보람과 희망, 기쁨을 얻으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달란트는 뒤로하고 눈에 보이는 풍요로움과 명예만을 좇느라 머리 싸매고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입니다. 내 길이 아닌데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가기 위해 정진합니다. (151p,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 길이 바로 블루오션 - 홍성훈)

십대는 꿈이 무엇이든 나의 부족함을 아는 겸손이 먼저 필요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십대는 꿈만 가지고 그것이 오늘 나의 현실인 양 착각 속에 빠지기 쉽습니다. 모든 것을 보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겸손이 꼭 필요합니다. 두번째 훈련은 자기 통제입니다. 꿈을 이루고도 싶고, 동시에 놀고도 싶고, TV를 보고도 싶고, 먹고도 싶고, 자고도 싶고, 운동도 하고 음악도 듣고 춤도 추고 싶어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것이 십대입니다. 오늘 내 마음과 몸이 원하는 것을 먼저 충족시킨 후에 꿈을 이루겠다면 성공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의 감정과 몸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154p,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까 - 김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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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결단의 승부사,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미키 타케노부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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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미키 타케노부 / 다산3.0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예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고 와이파이가 터지는 장소에서만 휴대폰을 이용하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나 무선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곳저곳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간혹 네트워크에 뜨는 무선인터넷 이름이 있었어요. 바로 Softbank였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모양인지, 속도나 이런저런 것들을 체험해볼 수는 없었지만 Softbank라는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소프트뱅크 회사의 대표이사가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라는 분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이름이고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존경받는 비즈니스인으로 유명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는 손정의에 대하여, 일본인이 쓴 책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측근으로, 소프트뱅크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비즈니스와 생활 습관 등에 관하여 본받을 만한 점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누군가의 교훈들을 뽑아내어 정리한 책들은 이제 시중에 정말 많이 나와 있어, 어찌 보면 참 단순하고 식상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교훈들이지요. "아무런 목적 없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발명하는 방법을 발명하자!"와 같은 사고방식들은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는 교훈들이고 어찌 보면 참 단순하지만 분명 '지키기는 어려운' 것들이겠죠. 손정의 회장, 그리고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고방식을 굳건히 하고 끈질기게 노력하기를 멈추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손정의가 결단을 내리는 원칙'을 첨부합니다.
 

하나, 위기에 처하면 잘하는 분야에만 주력한다

둘, 목표를 정한 다음 필요한 걸 배운다

셋, 롤모델을 정하고 따라 한다

넷, '필요한 사람'이 될 때까지 자신을 연마한다

다섯, 성공 확률이 낮은 사업을 성공시킨다

여섯, 반대 의견을 심사숙고하는 계기로 삼는다

일곱, 새로운 조합으로 기획한다

여덟, 업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전력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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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 나에게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갖는 것도 괜찮은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당연히 "Yes!"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꿈만 가져서는 안 된다. `꿈을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이면 결국 이루어진다` `꿈을 계속 말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게만 해서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분명 다른 일을 더 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과 몽상가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26p)


어차피 잘 수 없다면 차라리 침대 밖으로 나오는 편이 낫다. 눈을 감고 있어 봤자 최악의 경우만 상상되어 부정적인 마음이 강해질 뿐이다. 오히려 다시 일을 시작해서 고민의 근원을 해결하는 편이 낫다. 이게 바로 손정의가 주장한 `일 고민은 일로만 해결 가능하다`는 말의 뜻이다. 업무는 `오늘 해결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해결 가능한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업무는 반드시 `오늘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가능한 일`로 나뉜다. (105p)

언뜻 보면 단조롭고 귀찮은 업무일지라도 항상 배울 점은 있다. 거기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는 업무를 대하는 당신의 자세에 달려 있다. 억지로 맡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해라. (...)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완수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자신의 미래를 멋지게 가꿀 수 있다. 그러나 프로 의식을 가진 비즈시느 퍼슨이라면 상사가 지시한 업무도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하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미래에도 충실할 수 없는 법이다. "억지로 맡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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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1 이어령 - 이어령 편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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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ISSUE 1. 이어령 / 스리체어스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예술적인 평전 잡지

 

 

  엄청난 책을 만났다. 엄연히 말하자면 매거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격월간지이지만,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두꺼운 양장으로 장식된 한 권의 책과도 같다. 이름 그대로,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평전 식의 잡지다. 다양한 잡지들을 만나보았지만, 한 인물을 소재로 한 권을 다 채우는 형식은 (개인적으로) 처음 본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라는 이름이 언뜻 보면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굉장히 독특하다. 잡지에 광고는 하나도 없고, 정말로 한 인물의 삶으로 책 한 권을 채우기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진심 어린 글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서문부터 남다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창간호를 장식한 인물은 '이어령'이다. 사실 난 '이어령'에 대해 잘 모른다. 유명한 이름과 그의 저서 몇 권의 제목만 들어봤을 뿐, 정확하게 그의 인생을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대표지성'이라고 불리며, 젊은 시절부터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수많은 문학에 대하여 비평을 하고, 언론계를 주름잡았고 장관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88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을 기획한 인물이라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다. 그의 80평생을 한 권의 책으로 다 설명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그의 인생과 철학을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

 

 전기라고 해서 역사적인 기록을 진부하게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떼어내어 한 장 한 장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국사에서 '이어령'이라는 이름이 빛을 발했던 순간들을 중요한 사건만 짧게 언급하고 있으며, '문학 논쟁' 부분은 작가별로 나누어 그가 생전에 비평하고 물었던 부분을 정리해두고 있다. 문학 평론가로서 냉철하게 평가했던 부분들이라 많은 구설에 올랐을지도 몰랐겠지만, 이 부분에서 '이어령'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 또한 '이어령'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있는데, 칭찬이 반이고 갸우뚱한 반응이 반이다. 한 인물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과 찬사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퍽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이것은 '이어령'이 주인공인, '평전'인데도 말이다.

  

  

 한 인물의 기록을 재구성하기에 있어,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구체적인 것들보다도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뜻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타인의 역사를 전달하기에 '매거진'이라는 매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전권에 걸쳐 명사의 삶과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와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져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라는 매거진 측의 말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은유법을 쓰고 기호학을 하고 신비평을 하는 것은 문학의 기본이 언어이기 때문이에요. 문학은 언어 예술이잖아요. 미술가에게 색채가 뺏고 음악가에게 음을 뺏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죠. 신분증에 유효기간이 있듯 언어에도 유효 기간이 있어요. 이승만 박사의 포고문 같은 정치적 언어가 지금 무슨 의미가 있어요? 문학은 플래카드처럼 고발하는 언어가 아니에요. 유효 기간이 없는 언어죠. 지금도 호메로스를 읽잖아요." (89p)

 

 평소 젊은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열정과 지성 '이어령'의 모습 너머에, 내가 속한 세대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을 접하면서 그의 인생과 철학을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홈페이지 http://biographymagazine.kr/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격월간지이며, 인터넷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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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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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 놀 (다산북스)

 재미 백퍼센트를 보장하는 영화 원작 소설

 

 

  예전에 책 위시리스트를 작성할 때, 이 책도 살포시 넣었던 기억이 나요.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 제목에 끌려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번에 영화로 개봉하게 되어서 또다시 문득 생각이 났네요. 알고 보니 '주할 만한 책'으로 전미와 세계에서 인정받은 책이었어요. 다산북스의 '놀'은 청소년 문학을 대개 다루고 있는데, 이 책도 청소년 도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읽기 쉽고, 동심 어린 아이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는 데다가, 역시나 교훈도 얻을 수 있어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제목만으로도 독자 각각의 재밌는 상상력을 불러낼 수 있네요. '개를 왜 훔칠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한 어린 소녀의 깜찍한 발상이었어요. 아빠의 가출로 생계가 어려워지고 집에서도 쫓겨난 주인공 '조지나'와 엄마, 동생은 차를 집으로 삼아 길거리에 노숙하는 생활을 합니다. 방안에 차곡차곡 늘어놓았던 자신의 물품들은 이제 작은 차 안의 공간에서 마구 뒤엉켜 있고, 제대로 씻을 곳이 없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대충 급한 것만 해결하곤 하죠. 열한 살 어린 소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요. '조지나'는 고민합니다. "어떻게 집을 마련할 돈을 얻을 순 없을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그런 '조지나'가 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은 바로, 강아지 한 마리를 찾으면 사례금을 준다는 전단지입니다. '바로 이거다!' 하며 조지나는 개를 훔친 다음 다시 돌려줘서 사례금을 받는 '완벽한 방법' 9단계를 구상합니다.

 

 완벽한 방법이라....... 앞뒤 안 가리고 아무 강아지나 훔쳐와 돈을 마련할 것 같은 생각과는 달리, '조지나'는 무척이나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반드시 사랑받는 개여야 할 것', '조용히 할 수 있는 개여야 할 것'등 아주 심사숙고한 흔적이 가득하지요. 아마도 '조지나'의 절망적이기까지 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발버둥 쳐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너무나 커서겠죠. 그래서인지 '조지나'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참 귀엽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죠. '훔치는 것은 잘못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나는 얼마만큼의 잘못을 한 걸까?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쯤은 괜찮지 않을까?'하고요.

 

 

  재미 백 퍼센트를 보장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이번 연말에 영화로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책을 읽게 되어서, 캐스팅을 쭈욱- 보고 읽게 되었는데요.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잘 맞춰지더라고요. 특히나 배우 최민수 씨의 역할이 이 소설의 '백미'이기도 한데, 똘끼 넘치는 그의 모습도 참 기대가 되고요. (개의 연기력도 !!) 여러모로, 유쾌하게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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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 안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비치타월을 걸었다. 궁색하게나마 나만의 잠잘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며 엄마가 걸어둔 빨랫줄이었다.

루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벽면에 조르륵 늘어선, 분홍색과 하얀색의 헝겊 동물인형들...... 루앤은 그 속에 푹 파묻혀서 쿨쿨 단잠을 자고 있겠지.

침대 머리맡에는 분홍색 리본이 놓여 있고 말이야. 정말이지 나는, 나 자신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때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생각을 곱씹는 대신 뒷좌석에 몸을 말고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고 온갖 방향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차 문을 받치고 등을 기댄 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20p)

나는 차 뒷자석, 토비의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공처럼 둘둘 말린 녀석의 담요와 베개, 스쿠비두 그림이 그려진 잠옷.

그 다음은 내 자리. 예전엔 서랍장 속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던, 내가 아끼는 모든 물건들이 이제는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져 있었다.

말 조각상, 수영대회 메달, 스모키 산맥에 갔을 때 샀던 조그만 헝겊 곰 인형.

이 차가 싫었다. 구석구석 다 지겨웠다. 나는 핸들에 두 손을 얹고는 운전하는 척해보였다. 부릉, 부릉, 부릉. 운전 시늉을 하는 내내, 아빠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해졌다고 우릴 차에서 살게 만든 나쁜 사람.

우리는 차를 타고 떠난다. 다비를 벗어나, 노스캐롤라이나를 벗어나, 쉬지 않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까지. 그런 상상을 하고 나자 그제야 내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 귀여운 강아지, 윌리를 훔쳐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53p)

나도 어서 빨리 잠이 들고 싶었다. 그러면 이 모든 상황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의아해 하면서 그저 누워 있을 뿐이었다. 문득 담임 선생님께서 들려주셨던 이솝우화 하나가 떠올랐다. 토끼와 개구리 이야기였다. 이야기 마지막에 선생님이 덧붙인 교훈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자신보다 더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흥!` 나는 코웃음을 쳤다. 이솝 아저씨는 바보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나보다 더 나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73p)

"이 녀석, 정말 귀엽다. 그치?"

"어, 정말로." 나는 윌리의 앞발을 톡톡 두드렸다.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아렸다. 내가 한 짓은 정말로 큰 잘못일까? 아니면 아주 약간만 잘못일까?

나는 윌리의 앞발을 땅에 가만히 내려놓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머릿속에서 커져가는 생각들을 모두 억누른 채 딱 한 가지 생각만을 남겨두어야 했다.내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생각은 단 한 가지 분이었다. 그것은 엄마와 토비, 나를 위해 집 다운 집을 구하는 데 일조하는 것. 자동차에서 자는 건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니깐. 그래, 어쩔 수 없지,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잖아? (137p)

"저, 이만 가볼게요." 중얼대듯 말하고, 나는 서둘러 윌리의 머리를 톡톡 만져주면서 "잘 있어."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집 모퉁이를 향해 걸어가는 내내, 내 뒤통수에 꽂힌 무키 아저씨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모퉁이를 막 돌아가려는 찰나, 아저씨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이, 조지나......." 발걸음이 딱 멈췄다.

"아저씨한테 신조가 하나 더 있는데 듣고 싶냐?"

그러고는 내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나는 귓가를 울리는 아저씨들의 말을 애써 흘려들으며 몸을 돌려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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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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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2015년 1월호 : 새해의 시작을 산뜻하게.

 

  2015년 1월이라고 적혀있는 '샘터'를 보니, 왠지 한 해가 너무 후다닥 지나간 것 같아 조바심이 나서, 연말이 돼서야 가볍게 펼쳐 읽어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의 12월호와 달리, 이번 호는 왠지 산뜻하고 즐겁게 시작하는 것 같아, 다가올 새해가 기다려지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기도 합니다. 1월인 '해오름달', 엄청난 인파에 새해 일출을 보러 갈 엄두도 안 나니, 이번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카운트 하며 한 해를 보내기로 합니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샘터』 이번 호는 재밌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책장 칸 칸마다 책장 꼬리를 달아 놓고, 카운터에는 맥주와 커피, 그리고 간식거리가 즐비해 있고, 독서카드 등으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북바이북 서점'. 베스트셀러가 잔뜩 늘어서 있고 북적이는 대형서점과 다르게, 이곳은 정말 소소하고 뜻밖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공간을 꿈꾸고 있다는 '북바이북'에 저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행복일기' 코너에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편 만화인데요. 만화를 그려서 출력하고, 일일이 봉투에 넣어 독자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우편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최진요' 작가님.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시대착오적인 행위가 외려 재밌게 느껴져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똑똑똑, 만화 배달 왔습니다." 우편으로 받아보는 만화란,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정말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우체통을 열어 확인하는 설렘까지!



  

  '나희덕' 시인이 전해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읽고선, 새해에 다가올 일들에 대한 일종의 예방 주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의 반복을 통해서 우리는 기뻤다가 슬펐다가 우울했다가를 반복하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찝찝해지는 나쁜 뉴스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1년 내내 어떻게 좋은 소식만 볼 수 있겠어요. 나희덕 시인은 "새해엔 좋은 뉴스를 만나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이라며 덕담을 남겨줍니다. 맞습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새해에 즐거운 일들만 생기기를 소망하지만, 그 밖의 다른 일들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행복으로 바꿔나간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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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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