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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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박성혁 / 다산 3.0

마음을 다져야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 책을 읽고 나서.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이런 뻔하디뻔한 말을 뼛속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평생 '공부가 재미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딱 두 번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입 준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 운명인 줄만 알았다. 첫째 딸이었던 언니에게 과도하게 닦달을 했었던 우리 엄마는 둘째인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어느 정도 놓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공부하라고 크게 혼내지도 않았고,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뭘 하든 즐거워 보여서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고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참 즐겁게 살았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보통을 유지하다가 싫어하는 과목은 슬슬 내려가기 시작했고, 시험 하루 전에 후다닥 공부하는 날도 흔했다.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과 야자를 째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는 점심시간 때까지 내리 졸다가, 시험기간에 후다닥 밀린 공부를 했다. 그나마 벼락치기를 한 탓인지 성적은 바닥을 치진 않고 보통에 머물렀지만, 대학을 가기에는 턱없이 안정권에 모자란 성적이었다. 부모님께 호되게 혼나도 별 감흥이 없었다. 부모님은 아마도 내가 전문대학에 갈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 의미 없이 나버리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내 인생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도 2살 터울의 언니가 대학입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터닝포인트를 잡았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다녔다. 이미 뒤떨어진 영어 실력을 보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미친 듯이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내가 일궈낼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정말 처음으로 부푼 각오로 독서실을 잡아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고, 내 손으로 문제집을 이것저것 골라 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려 꾸미던 다이어리는 스터디 플래너로 변신했고 시간을 조각조각 나누어 해야 할 일들을 적어나갔다. 하루에 목표한 것들을 실행한 뒤 스스로 점수를 적고, 집중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잰 것을 밑에 적었다. 5시간, 7시간, 9시간, 10시간…… 점점 시간을 늘려나갔다. 그리고나선 점점 뿌듯한 결과들을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7등급을 찍었던 과목은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찍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맨날 잔다며 구박하던 선생님의 눈은 조금씩 부드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궈낸 나만의 목표는 남들이 보기에 대단할 정도도 아니었고 훌륭한 성적도 아니었지만, 스스로에게 뿌듯할 만큼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 내 스스로 '마음'을 결단한 탓이었다. 어떤 책에선가 '내가 스스로 잡은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다'라는 비슷한 말을 읽었다. 어떤 의미로는 '공부'라 말할 수 있는 '책에 미친 지금'도 내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즐겼기에 가능한 시간이 틀림없다.

 

 

 

공부……. 하라고는 하는데 저에게는 그저 뜬그룸 잡는 소리 같고, 멀게만 느껴지더라고요.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렇다고 멋진 곳에서 짜릿한 경험을 하며 노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라도 홀가분한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놀든 빚지도 도망 다니는 사람마냥 왠지 모를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어요. 내 할 일로부터 도망쳐 숨어 다니는 사람만의 주눅이라고 할까요.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니 어깨 활짝 펴지 못하고 움츠러들어 있었던 거죠. (29p)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원래는 잉여짓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가던 청소년이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자신의 인생이 '엎질러진 물'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을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했는지, 어떤 감흥도 없던 나날들이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탁- 하고 '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심하고 비참한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결심이 말라버리기 전에, 문제집을 사서 작은 목표들을 세우고 독하게 결심했다. 그리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잉여짓 하는 인간에서, 공부하는 인간으로.

 

 

 어떤 좋은 학원에 다녀도,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도,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공부를 시작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생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사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방황 어린 눈들이 갑자기 확- 뜨일지는 모르겠지만, 공부 (혹은 공부라 생각되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고민해볼 기회만큼은 제공해준다. - 책 속에는 춤, 그림, 운동, 요리 공부를 위해 반쯤 미쳐본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공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성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이끌어갈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어떤 일에도 이 공식이 적용되는 것임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 책 속에는 잘라서 책상 등에 붙여놓고 각오를 다질 수 있는 '힐링 포스트잇' 페이지가 있다.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힐링 에세이/ 공부, 자기계발​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한번 앉으면 몇 시간이고 꼼짝 않겠다는 독한 각오, 내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놓은 긴장감, 모르는 내용은 알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 나쁜 습관은 모조리 끊어내겠다는 단호함. 1분 1초를 치열하게 채워나가는 절박함을 갖추기만 한다면 지금 내 성적표 따위는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세상에 보여준 적 없는, 그래서 아직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내 안의 가능성을 잘라버리지 마세요. 내 안에 들어 있는 `진짜 나`에게는 이기지 못할 절망 따윈 없습니다. 내 잠재력을 이대로 묻어버린다면 두고두고 내가 나한테 아주 `나쁜 놈`이 될 겁니다. (27p)

저는 내 인생을 하찮게 여겼고, 나를 그다지 사랑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거는 기대도 별로 없었어요. `내가 돌보아주지 않으면 내 인생은 녹슬고 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저는 어리석고 멍청했습니다. 결코 끝이 나지 않을 바퀴를 굴리는 햄스터처럼, 저는 옴짝달싹 못하고 `하던 짓`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한 번뿐인 내 인생은 무척 귀해요. 나에게 이 기회는 절대로 두 번 주어지지 않거든요. 껐다가 다시 켤 수도, 되감을 수도, 멈출 수도 없이 오직 딱 한번. 우리는 인생을 딱 한 번 살아볼 수 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멋지게 한 번 힘껏 내달려볼 필요가 있어요. 나를 놓아버리고 내팽개쳐두면 안 되는 겁니다. 내 인생에게 미안하잖아요. 몇 년 후, 혹은 삶의 끄트머리에 가서 뉘우친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요. (58p)

우선, 라이벌은 나와 고만고만한 친구일 확률이 높습니다. 승부욕이 제대로 발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나보다 훨씬 뛰어난 친구`를 라이벌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죠. 대부분 나보다 `쬐끔` 잘하는 친구를 라이벌로 정해요.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이 라이벌 친구는 점점 나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라이벌이 나보다 잘하고 있을 땐 자극이 되기보다는 기분이 잡치고, 라이벌이 별로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땐 안심이 돼서 공부가 안 되는 겁니다. 결국 라이벌은 내 공부할 마음을 빨아먹는 `뱀파이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처음 라이벌을 정한 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버리죠. 나에게 경쟁자는 눈앞의 그 친구뿐만이 아니잖아요. 내 눈앞에 안 보이는 경쟁자가 몇 만 배는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정한 라이벌만을 기준으로 삼고 나면 어쩐지 그 친구보다 조금만 더 잘해도 될 것 같은 `비교의 함정`에 빠져버리는 겁니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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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아우름 4
주철환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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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 주철환 / 샘터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 책을 읽고 나서.

 

 책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와요.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 그야말로 우문현답인 것 같아요. 수동적인 행동을 버리고,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뒤통수를 딱 때리는 문장이에요. 언젠가 한 친구를 보고 느꼈던 기분이 문득 생각이 나요. 그 친구는 누구에게나 허물없이 대하곤 했어요. 누군가의 허물을 알게 되어도, 똑같이 대했죠. 그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 만나는 친구에게도 선뜻 다가간다는 것이었어요. 그에 반해, 저는 친해져서 나를 다 풀어놓기까지의 시간이 참 오래 걸려요. 낯을 많이 가려서 먼저 다가가기가 어려운 성격이죠. 친해지면 개그도 치고 많이 나를 풀어놓지만, 언제나 '시작'이 참 무거웠어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은 때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지만, 그만큼 행복을 선물 받을 기회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진정한 친구를 만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시간이 답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간은 친구들을 갈라놓기도, 진정한 친구를 가려내기도 하죠. 그러나 세상을 사는데 풍성한 인연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게 있다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놓고서 말이죠.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에선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1. 시비지심보다 측은지심

2. '기브 앤 테이크'는 잊어라.

3. 상대가 원하는 '거리' 배려하기

4. 아무래도 가까워지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총 열 개의 조언을 담아두고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만 담아놨어요. '친구 사귀기를 좋아한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저자는, 인간관계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어느 정도의 선도 두고 있어요. 4번에서 아무래도 가까워지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저자는 '서로 부딪칠 일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하죠.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싫은 사람이지만 '나쁜'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 사람은 단지 나와 맞지 않을 뿐이지요. 반면에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공감과 '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장황히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알아채는 것, 슬플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것, 진짜 힘들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죠. 그리고, 사랑을 하면 누군가가 '퍼주는 역할'을 담당하듯이 친구 사이도 은근 비슷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만큼 정을 주고,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 보답을 바라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이죠. 그리고 가끔은 친구가 원하는 '거리'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그 선을 지키는 것도 가끔은 중요한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저는 사람 만나는 데에 너무나 많은 제약을 두게 됐어요. 과연 일종의 방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첫인상과 다른 모습들을 목격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의 친한 친구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멀어지기도 했어요. 친구 사이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을 읽어보니, 새삼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폐쇄적이기도 하고 편견도 있고 아집도 있었음을……. 지금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을 열어두는 것 같아요. 진정한 친구, 좋은 친구를 만나려고 강박적으로 매달리기보다도, 먼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 할 것 같아요.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자기계발/ 아우름 시리즈

소장중인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아임 온 유어 사이드, 오~ 웬 타임즈 갯 러프"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내가 너의 편에 설게. 언제? 시절이 거칠어질 때, 고난이 왔을 때.

시절이 좋을 때, 시절이 스위트할 때 곁에 있는 건 친구가 아니에요. 그건 그냥 멤버십membership이죠. 프렌드십freindship은 그것과는 달라요.

언젠가 `인생 항해에 필요한 일곱 척의 배`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리더십, 프렌드십, 파트너십, 오너십, 멤버십, 스킨십, 스포츠맨십이 바로 그 일곱 척의 배라고 말이지요. 말장난 같지만, 우리가 타야할 그 배들 중 저는 프렌드십이란 배를 가장 좋아합니다.

프렌드십이란 말없이 그 사람의 편이 되어 주는 것이죠. 이 때 편이란 이편저편 편 가르기 할 때의 편이 아니라, 그의 옆자리가 비어 있을 때, 고난이 왔을 때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22p)

진심이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심이 칼과 비슷합니다. 칼집에서 나오는 순간 자를 수도 있고 찌를 수도 있습니다. 깎을 수도 있지만 벨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심을 사용할 때는 지혜와 용기와 절제가 필요합니다. 칼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진심이라도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솔직함과 정직함은 차이가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정직함이지요. 하지만 솔직함은 내 마음속의 판단이기 때문에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솔직함을 드러낼 때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67p)

친구를 반드시 많이 가지려 할 필요도 없고, 친구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친구는 고정불변이 아닙니다. 세월 따라 상황 따라 친구도 자연스럽게 모였다 흩어집니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친구라 자처하던 많은 사람이 떠나갑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힘들 때 내 손을 잡아 주는 사람, 세월이 누가 친구인지를 가려 주는 것이지요.

왔다가 떠나고 그중에 남고, 나중에 어쩌다 다시 만나고, 그럼 또 반갑고, 그게 자연스러운 인생의 모습입니다.

가장 슬픈 인생은 내가 준 것에 집착하며 서운해하는 인생입니다.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내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하면서 원망하는 인생은 어리석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상대방은 그렇게 부탁한 적이 없습니다.

그와 같이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 의 공식에 매달리는 한 진실한 친구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랑의 기술은 한마디로 주는 기술이지요. 주는 게 기쁠 때 우리는 진짜 친구입니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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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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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을 삼킨 소녀』 넬레 노이하우스 / 북로드

뜨겁고 잔혹하고 격렬한 한 소녀의 성장통​

 

 

  

  ▒ 책을 읽고 나서.

 

  여름과 사춘기는 닮았다. 느끼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찾아와 온몸을 지배한다는 점,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눈부신 시간을 만든다는 점이 닮았다. 예를 들면 겨울에는 여름의 찌는듯한 더위를 상상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지 않은 소년 소녀들은 그것이 언제 올지, 얼마만큼의 타격을 줄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여름과 사춘기를 지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견뎠는지' 다시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여름은 누군가에겐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려울 만큼의 행복한 기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 그렇지만 사춘기는 대개 씁쓸한 기억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여름을 삼켰다.'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말해야 할까. 소설은 사춘기의 씁쓸함보다 더한 씁쓸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보통과는 거리가 먼, 좋은 쪽으로는 독특하고 나쁜 쪽으로는 범상치 않은 소녀의 성장일기를 다루고 있는 『여름을 삼킨 소녀』는 딱 한여름의 바다에서 뜨거운 빛을 안고 있는 듯한 격렬한 소설이다.

  나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빼고, 소녀들의 사춘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어떤 것이 있을까.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성장, 성에 대한 은밀한 관심, 첫사랑의 야릇한 감정, 찝찝함과 두려움부터 느끼는 초경, 그리고 심리적인 스트레스 정도일 것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 갑자기 늙는다고들 한다.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면 전날보다 10년은 더 나이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거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나는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어쩐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 한 방향으로 느릿하게 흐르던 삶의 강물이 방향과 속도를 바꾸었다. 곳곳에 위험한 소용돌이와 예측할 수 없는 급류가 숨어 있었다. (85p)

​ 이런 게 사춘기의 감정일까? 정확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일상 속에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그것이 실제 인생에 주는 타격보다 훨씬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 하나하나 알아가는 자신을 마치 어른이 된 것처럼 여긴다는 것, 무언가 달라진 감정을, 어딘가로 튀고 싶다거나 하는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느낀다는 것. 소녀들은 사춘기 속에 다양한 일들을 통해 느끼고 성장해 가고,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져 간다. 『여름을 삼킨 소녀』는 이때의 감정만큼은 세밀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소설이 목표하고 있는 것들과 아름다운 분위기에 비해, 사건은 너무 막무가내로 끌고 간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마을에 영향력 있는 부유한 양부모님 밑에서 자라나는 주인공 셰리든이 겪는 성장통을 그리고 있는 소설은 격렬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 '성(性)'과 '사랑'에 대해 피어나는 호기심 속에 가족의 비밀을 녹여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듯 보이지만, 소녀의 호기심이 지나치니 '방종'이라 할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모든 소녀가 자신에겐 특별한 사춘기를 겪지만, 이 지독한 혼란을 굳이 성적인 면으로만 표현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세밀하게 묘사하진 않지만, 아예 이야기의 중심이 아예 그쪽에 가 있어 불편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과 배경이 있긴 했지만, 이 소녀의 여름은 왜 이토록 가혹하고 잔인할 수밖에 없던 것인가.

  남다른 성장통을 겪음에서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콜필드의 특별한 타락에 비해 소녀 셰리든은 목표하는 것 없이 주야장천 "힘들어, 내 맘대로 할래." 하는 식이다. 지나버린 사춘기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풋풋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마음의 열병 속에서도 자신만의 한계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뒤늦게 자신이 옳지 못한 행동을 깨닫고, 자신이 아직도 아이였음을 알게 된대도 어쩌나. 나의 마음속에는 그녀의 '방종'이 너무 깊게 남아 버렸다. 정도를 넘은 호기심은 사춘기의 일탈에 포함될 수 없다. 그것은 지우고 싶은 '과거'일 뿐이다.

 

 

​Written by. 리니

독일 소설/ 성장소설/ 스토리 콜렉터 28 

 

 

대니와 나의 밀회는 물빛 별장에서 아버지에게 들킬 뻔한 그날 갑작스러운 종말을 맞았다. 대니는 자신의 남성성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이성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는 나를 갖고 싶기는 하지만 인생 종 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이제 다시 밖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는 육체적인 욕구밖에 없었으므로 일방적으로 관계가 끝났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이사벨라 고모할머니가 사랑에 관해 했던 마을 떠올렸다.

여름이 ​끝날 무렵, 대니와 나는 작별 인사를 했다. 키스도 없었다. 그의 빨간 트럭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84p)

엄마와 나 사이는 늘 전투 상태였고, 나는 늘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크고 작은 싸움에서 승자는 언제나 엄마였다. 나에 대한 멸시와 트집이 엄마에게는 생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묘약이자, 단조로운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분 전환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오빠들이나 마사 아줌마를 괴롭히지 않는 이유가 시비를 걸어도 대꾸하지 않아서 재미가 덜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흥분하지 않고, 불편해도 그냥 무시하고, 특정한 일들은 변화시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복종하는 척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물론 행동에 옮기기는 힘들었지만, 오늘 아침 식탁에서 엄마의 사악함이 내 느긋함에 부딪쳐 침몰하는 것을 보자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다. (109p)

내가 상상하는 엄마의 사악함은 초록색이다. 어떤 때는 액체, 또 어떤 때는 기체고, 그 강도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달라진다. 일상적인 사소한 심술은 밝은 연두색이다. 더 사악한 공격, 그러니까 내게 굴욕감을 안기기 위해 신중하게 잔 음험한 계략은 번쩍이는 형광 초록색이다. (114p)

"아웃사이더 역할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그의 말에 나는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고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네요. 내 인생에 신경 쓰지 마세요. 무리를 벗어난 양 한 마리가 목사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목사님께는 다른 양들이 많은데."

"하지만 주님의 도움이 필요한 건 길 잃은 양이야."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길을 잃은 게 아니에요. 목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가 내 무례함에 화내며 가버릴 거라고 내심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

"신을 믿니?" 놀랍게도 그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층계 제일 아래칸에 올라섰다. "난 신이 두렵지 않아요. 목사님이 한번 설명해보실래요? 신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두 살짜리 아이를 고아로 만들어 애정이 없는 가정에 쑤셔 넣었을까요? 그리고 신은 왜 나에게 이곳에서는 전혀 필요도 없는 재능을 주었을까요? 필요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저주를 받는 재능을 말이에요." (3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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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 샘터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책을 읽고 나서.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노인은 그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좌표를 찍어 주었다. 남자가 티켓을 끊어 준 노인의 마지막 목적지는 죽을 날이 머지않은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였다. 거기다가 무성욕자이기까지 한. 진이 남자에게 노인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짐작이 되었다. 추측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직접 말하지만 않았지 남자는 노인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뭔가 많이 아는 남자거나 아니면 너무 모르는 남자였다.

 

 김기창의 소설 『모나코』에서 주인공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짝과 함께 붙어 있었다는 것을 보고 "다행입니다."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서 자신을 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감에 젖어들고 있지요. 돈도 많고 능력 좋고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노인이었지만, 사회는 자연스럽게 노인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외로운 죽음, 고독사를 맞게 되죠. 이번에 읽은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의 서문에서도 이 소설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노인의 고독감과 무력감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품위 있는' 노년의 삶을 갈망합니다. 노년의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 다들 젊을 때부터 끊임없이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죠. 하지만 개인의 철저한 준비와 '돈'이 있다고 해서 오로지 행복할 수 있을까요? 100세 시대로 들어선 지금, 소설『모나코』도 더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황혼이혼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돈 있는 노인들은 자식들의 등쌀을 받고 살기도 하고, 고독사와 노노(老老) 간병으로 인한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유독 세월의 흐름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드는 게 무섭고, 은퇴 후 초라해진 모습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이른 정년으로 일을 그만두고나서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몇십년을 더 일하며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듯 개인적인 은퇴 준비, 일을 하고 돈을 모으는데는 다들 치열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사회 자체의 '준비'가 따라주질 않는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죠.

 책 속에 나온 에피소드 중에 정말로 놀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동네에서 '노인 요양 시설' 입주를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는 소식이었죠. 사람들은 이 시설이 들어서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라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죽어나가면 마을이 망한다"고까지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불과 1년도 안된 최근의 일이라는 게 참 기가 막힙니다. 저자는 이 일에 대하여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지식과 인식 자체가 자리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동네에 설치하고자 했던 시설은 노인들을 위한 주간 보호 시설이었습니다. "경증 치매나 가벼운 중풍을 앓는 노인들이 낮에만 머무르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지요. 홀로 있는 노인들이나 돌볼 사람이 외출하는 낮 시간에 노인들의 활동성을 위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거죠. 마치 학교처럼요. 책의 사례를 보면 이런 시설들이 노인들에게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무기력한 노인들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뜻깊은 일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물론 요양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들과 집에서 늙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만, 이런 시설들이 노인들의 고독생과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에 실버타운을 건설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들은 즐거운 삶의 터전을 원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멀리 떨어지길 원치 않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발상의 전환이죠.​ 

 

 위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노인 요양 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리도 언젠가 늙게 된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시간은 천천히 갈 것이라고, 당신의 노년은 무조건 품위 있고 우아할 것이라고 정녕 믿고 있는 것일까요?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은 더욱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조금 더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가족 간에도 협상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사회는 '노인들이 즐겁게 생을 보낼 수 있는' 복지시설이나 교류의 장을 넓혀 나가야 하며, 개개인 또한 '자신이 늙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이지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는, '돈'이 아닌 다른 의미의 '준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자기계발/ 은퇴 설계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우리는 돈 앞에서, 가족 앞에서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나만은, 혹은 내 자식만은 돈 앞에서 의연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도 안 된다. 돈을 둘러싼 갈등과 싸움이 우리 집에서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자식들은 무심코 꺼내는 돈 얘기라도 부모에게는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부모의 태도가 아닐까. 아무리 자식이라도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50p)

밥 같이 먹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더불어 강조하고 싶다. 농촌 어르신의 삶이 도시 어르신보다 풍성해 보이는 이유도 바로 식탁을 나누기 때문이다. 농촌에 갈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게 바로 온 동네 사람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다. 각자 농사일을 하다가도 점심때가 되면 마을 회관에 모두 모여 함께 식사한다. 저녁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농촌 어르신들이 도시 어르신보다 훨씬 `세련된 인간관계`를 가꾸고 지켜나갈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년 365일 매일같이 함께 식탁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게 보통 일인가? 도시에 나간 자식이 잘됐든 못됐든 간에, 돈을 잘 벌든지 못 벌든지 간에, 자주 찾아오든지 안 찾아오든지 간에 어르신들의 식탁은 평등하다. (112p)

배우자나 부모를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아프지 않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고, 집에서 최후를 맞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요양시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요양시설이 비록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은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187p)

영국의 노인들은 독립적이다. 남한테 신세 지는 걸 싫어한다. 버스에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80대 남자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가 끝내 사양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도 있다. 이들은 웬만하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도움을 받기는커녕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한번은 한적한 동네의 버스정류장에서 당장이라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여자 노인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노인은 족히 90대가 넘어 보이고 파킨슨병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고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들게 걸어오더니 바로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뭔가 도움을 청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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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월간 『샘터』 2015년 3월호

책 정리로 가뿐하게 시작해볼까요.​

 

 

 꾸준히 해오던 활동 하나가 끝나서, 마음도 몸도 편해지니 점점 게으른 성향이 드러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블로그는 임시저장해놓은 글들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는 게 다행이고, 책은 '가장 읽고 싶던 책'을 곁에 두고도 자꾸 손을 못 대어 '읽어야만 하는 책'만 우선으로 읽고 있네요. 사실 저에겐 『월간 샘터』도 후자에 속하지만, 언제나처럼 가볍고 굳이 깊이 빠져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마음에 위안이 되는 좋은 글들입니다. 


 

​ 물론, 기분 좋은 얘기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의미는 좋게 풀어내는 게 『샘터』나 다양한 힐링 에세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이번 3월호, 물오름달에서는 우리 사회의 깊은 화두인 '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인천공항의 일상을 알려주는 '공항 24시' 코너에서였습니다. 그 넓고 화려한 인천공항 속에, 여행을 위해 거쳐 가는 사람도 있고, 갑의 횡포를 부리는 사람도 있고, 또한 그러한 몹쓸 '갑의 횡포'를 받으면서도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 중 공항 안에서 '갑을관계의 최하위'로 여겨지는 청소 직원분들의 이야기를 이 코너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공항의 모습을 더욱 빛내주시지만, 그분들의 노고를 (알면서도) 무시하고 갑질하는 행동들이 참 많은가 봅니다. 사실 참 무서운 것이... 세상이 갑의 횡포에 떠들썩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갑'의 자리에 잠깐 올라서면 은연중에 약간의 갑질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하나씩 이야기를 읽어나가다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형식에, 옛날이야기 소재의 글을 재밌게 읽고 나서 보니 이 분이군요. '아우름 시리즈'의 3편,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라는 책의 저자이십니다. 사실, 많은 기대 없이 봤지만, 인생의 책으로 남을 만큼 참 좋았던 책이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세상엔 참 긍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시, 봄' 특집에서 다뤄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참 기억에 남더라고요. 지역 아동 센터에서 '할아버지'라고 불리며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지내고 있는 분, 지독한 암을 겪고 나서 후유증에 고생하면서도 힘들게 투병하는 다른 환우들에게 응원을 던지고 있는 분,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두려움에 맞서 싸웠던 분……. 행복을 얻기 위해서 너무도 열심히 사는 이분들을 보고, 또 잠깐 반성하게 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는 '정리의 달인'입니다. 정리하는 거, 좀 싫어해서 눈여겨보는 것이긴 하지만, 이 코너의 '정리'란 물건뿐만 아니라 생각의 정리와 같은 다양한 방법들을 전해주고 있어서 좋습니다. 이번 코너는 책 정리 방법이었는데, 1번 항목부터 "엇, 이건?" 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독서 블로거라면 한 번쯤, 아니 책장을 바라볼 때마다 걱정하고 있는 책 정리……. 저도 슬럼프를 맞아 3월이 되기 전에 책 정리를 또 해나가면서 마음을 정리해두어야겠습니다.

 

 

​Written by. 리니

서포터즈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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