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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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은 명쾌하다. 정답이 없는 문학에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명쾌하다`고 말하는 것은 작가가 하나의 시에 꺼내놓은 풍성한 지식과 이야기, 문장들이 내게 온전히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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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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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동호야˝ 라는 가냘픈 목소리를. 소리없는 울음을. 본능적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미련스런 마음을. 그리고,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무엇을 응시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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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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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이렇게 짜릿한 문장이 어디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직업 정신`과 해야 할 업무를 위해, `삶`이라는 일터에서 뛰고 또 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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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자기전, 전등을 최소한으로 켜두고 책에 북라이트를 끼운 채로 누워서 읽는 거요. 책 고르는 게 중요해요. 읽던 책이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이어서 읽지만, 끊어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해요. 잠이 올랑말랑할 때 책을 옆에 딱 놓는 그 타이밍도 중요해요. 자칫하면 북라이트 건전지를 켜두고 잠들어버릴 수가 있거든요. 아까운 배터리!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이 좋아요. 최근에 전자책 리더기를 사용한 적이 있긴 한데, 읽고 싶은 책이 종이책으론 다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했어요. 물론 전자책이 대중교통에서나 밖에서나 편리하지만, 그래도 페이지를 넘기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정말로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종이책이 훨씬 좋아요. (수집욕을 채워주기도 하고요, 책장을 채우는 그 기쁨이란..)
그리고, 올해는 메모하면서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 생각하는 서평(?)을 쓰기 위해서 꽤 많은 메모를 하기도 하는데, 책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순간 반짝 떠오르는 단상들을 놓치지 않아서 좋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해요.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리뷰를 쓰고 아직 책꽂이에 넣지 못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곧 읽을 예정인 진연주 작가의 『코케인』,
리뷰를 쓰려고 준비중인 『잊지 않겠습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어느 정도가 간소하게인지 잘 모르겠군요. ㅠㅠ 그래도 제딴에는 간소하게 줄이겠다고 항상 생각은 해요. 산 책은 팔거나 나눔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빈공간이 고프고 고픕니다. 책은 일단 시리즈로 묶을 수 있는 '세계문학'이나 '세트 도서'들은 모아두고, 분류별로 꽂아두었어요. 한국소설, 외국소설, 에세이, 추리소설 등. 물론 꽂는 방법은 가로 세로 실속있게 쌓은지 오래되었어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단언컨대 『제인 에어』.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요.) 어릴 때 뭘 안다고 이 성숙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역경을 이겨내고 오로지 사랑만으로 '로체스터'의 손을 잡은 '제인'이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었어요. 물론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학교에서 '제인'이 엄청난 수모를 당하던 모습과, 텍스트로도 넘어오는 학교 수프의 맛.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내용면에서도, 문학적으로도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랄 만한 책은 없는데. 사봤자 소설, 에세이, 요즘은 더 소설이라서요...
책 한 권을 고를 수는 없지만, 놀랄 게 있다면 거의 모든 책들이 비닐로 싸여 있다는 것?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만나고 싶은 작가는 정말 많지만, 최근엔 한강 작가님에 꽂혔어요. 사진으로 봤을 때도 뭔가 파리하고 창백한 느낌인데, 그가 슬픔과 관련하여 '쓸 때' 어떻게 그 슬픔을 받아들이면서 쓰는지 엿보고 싶어요. 그러고보니 한강 작가님도 문창과 교수직을 하셨네요. 예전 이승우 작가님때도 그렇고, 수업받는 학생들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해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로베르토 볼라뇨 『야만스러운 탐정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볼라뇨 책은 올해 안에 꼭 읽겠다고 블로그에 써놓기까지 했는데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책 중단하는 건 예전부터 너무 싫어했는데 요즘엔 끝까지 부여잡고 있으면 이것도 스트레스다, 하며 자유롭게 읽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중단했던 책은 『1913년 세기의 여름』이에요. 정말로 흥미로운 책임엔 분명한데, 아직 받아들일 때가 안되었나 싶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아무리 작가가 필력 좋게, 재밌게 써냈다 하더라도 시간별 배열이라 지루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요. 이 책이 책장 속에 옆으로 꽂혀 늘 째려보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 싶어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8번에 답한 책을 들고가서 무인도에서라도 읽고 오겠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읽으면서 맨날 잠들고 잠들어,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는 건 아닐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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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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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들이 한데 얽혀 있던 한 에세이에서, 나는 이 작품을 처음 만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 같다. 글자가 만들어낸 문장들은 아름다웠고, 꽃으로 온전히 변해가는 '그녀'의 이미지는 관능적이고도 엄숙하리만큼 진지했다. 한순간에 강렬하게 기억 속에 각인되어버린 이미지는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들었지만, 그 상상은 짧은 순간에 멈췄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꽃으로 변하고 싶었던, 꽃으로 '변해버려야만 했던' 그녀의 모습이 두렵기도 했으므로.


연작으로 이어지는 세 편의 소설은, 단행본의 가장 처음에 배치된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꿈을 꾼다. 시뻘건 고깃덩어리들, 살인, 뚝뚝 떨어지는 피, 끔찍하고 환멸스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입속에 느껴지던 미지근하고 물컹거리는 날고기의 감촉. 하룻밤의 악몽으로 날려버리기에는 어딘가 낯설고도 너무나 익숙한 그 광경들이어서, 그녀는 꿈을 꾼 이후로 고기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필연적으로 그래야만 했다는 식으로, 의지가 아닌 의무인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견디지 못 했던 가족들이 그녀의 입에 고기를 쑤셔 넣었을 때쯤, 덮어만 놓았던 곪은 상처는 살갗을 찢고 그 끔찍한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날의 그녀를 물었던 그 나쁜 놈의 개가 참혹한 모습으로 끝끝내 고기가 되어 자신의 입으로 들어왔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그릇을 쓱쓱 긁어먹었던 흉포한 자신의 모습을.

 

마치 정상적인 여자 같았다. 아니, 실제로 정상적인 여자야.
그는 생각했다. 미친 건 내 쪽이지.

 

트라우마와 맞닥트린 '영혜'의 반응은 분명 소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어지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에서 우리는 고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모습보다 더욱 보기 힘든 어떤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예술에 대한 갈망과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몽고반점> 속 '영혜'의 형부, 폭력의 굴레에 서 있었지만 생존을 위해 회피하고 외면했던 <나무 불꽃> 속 '영혜' 언니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것이 '영혜'의 '미친듯한' 행동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비틀려있는 지점을 깨닫는 순간 알게 된다. 그녀는 단지 상처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발버둥치던 '그들' 중 한 명이었음을.


'정상적'이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미친 것은 무엇일까. '영혜'의 행동이 어떤 신념이나 의지였든, 악몽으로 인한 의무 혹은 운명적이었든, 그것을 미친 것이라 규정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어떤 사람이, 특정한 범주에 끼워지는 것 그 자체가 억압이고 폭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현실의 이미지와 부합하기에 이 소설은 슬프고 아름다우며, 청초하게 꽃으로 변해 끝끝내 땅 속에 뿌리를 내려버리는 '영혜'의 모습이 애처로울 수밖에 없다. "가장 추악하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의 끔찍한 결합(140쪽)" <몽고반점> 속의 문장처럼, '한강' 작가는 아릿하고 쓰디쓴 상처를 독자로 하여금 함께 앓게 하고야 만다.

 

 

60쪽, <채식주의자>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104쪽, <몽고반점>
그제야 그는 처음 그녀가 시트 위에 엎드렸을 때 그를 충격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 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넓은 창으로 모래알처럼 부서져내리는 햇빛과, 눈에 보이진 않으나 역시 모래알처럼 끊임없이 부서져내리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 몇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와, 지난 일년간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던 성욕조차 누그러뜨렸던 것이었다.

188쪽, <나무 불꽃>
그녀는 영혜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수박조각을 문지른다. 두 손가락으로 동생의 입을 벌려보려 하지만 굳게 다물려 있다.
…… 영혜야.
그녀는 낮은 소리로 부른다.
대답해. 영혜야.
동생의 굳은 어깨를 흔들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싶은 충동을 그녀는 억누른다. 고막이 찢어지게 영혜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죽고 싶니. 정말 죽고 싶어? 자신의 안에서 뜨거운 거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녀는 망연히 들여다본다.

207쪽, <나무 불꽃>
저 껍데기 같은 육체 너머, 영혜의 영혼은 어떤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걸까. 그녀는 꼿꼿하게 물구나무서 있던 영혜의 모습을 떠올린다. 영혜는 그곳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숲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혜의 몸에서 검질긴 줄기가 돋고, 흰 뿌리가 손에서 뻗어나와 검은 흙을 움켜쥐었을까. 다리는 허공으로, 손은 땅속의 핵으로 뻗어나갔을까. 팽팽히 늘어난 허리가 온힘으로 그 양쪽의 힘을 버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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