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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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돌아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 색깔이 맘에 들지 않는다, 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했을 경우, 당신과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라는 사실과 내 전부를 보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동시에 통보하는 것이다. 색깔이 먼저인 적은 없다. 누군가가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그를 무조건 싫어할 수 없듯이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어떤 색으로 비치느냐에 따라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었더라도 그 기준은 희생될 수 있으며 보정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방향이 문제인 적은 있어도 색깔이 문제일 수는 없다 (자주 방향과 색깔이 혼동되는 건 사실이다.)

 

 

몇년 전에 서점의 에세이 서가에서 시간을 때우다 이병률 작가의 '끌림' 이란 책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예쁜 사진과 좋은 글들에 반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위시리스트에 넣어놨었는데 딱히 메모해놓지 않아서 잊혀져버렸나봐요. 그 기억속의 '끌림'이란 책이 두번째 편으로 나왔다길래 이번엔 서점에 바로 달려가서 데려왔습니다.  '끌림 두번째 이야기' 이지만 제목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라고 나왔네요. 좋아요. 에메랄드 빛 표지도 너무 맘에 듭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책 표지에도 써있다시피 '여행산문집'입니다.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시선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것들을 엮어놓은 책이에요. 얼마전 여행의 매력을 진하게 느끼고 온 터라 책 속의 여행기록들을 보니 공감과 부러움을 함께 느끼게 되네요.. 세상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고 쓸쓸함도 느낀 그의 흔적들.. 그 기록들은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불평은커녕 대리만족의 행복을 저절로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스토리든 장소의 소개든 딱딱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여행하면서 들어간 '평범식당'에서 만난 부부이야기, 공항 건물을 지나자 마자 아바야라는 의상을 벗어던지더라는 아랍 여인들의 이야기, 22살의 부랑자 청년이야기들이 자꾸 기억에 남아요...  

 

여행이란 말을 자꾸 하게 되니까 갑자기 동네 서점에서 여행서적을 며칠에 걸쳐 책 속으로 들어갈 듯이 읽고 있던 아저씨가 생각이 나네요. 여러 나라들의 여행서적을 번갈아 읽고 있던 아저씨. 그 분은 어떤 이유로, 어떤 마음으로 읽고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YES24 제공]' 

 

작가의 소개처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는 세상의 여러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사는 풍경들, 겪고 들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작가 개인의 고민과 생각들이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시선도 아주 따뜻합니다. 게다가 사진들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네요. 사진들을 찍고 바로 글귀를 적어나갔는지 아니면 쓴 글에 사진들을 끼워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과 글이 오묘하게 어우러져서 슬쩍슬쩍 감성을 건드리는 듯 합니다.

 

 


 

 

"말 한마디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 귀에는 아무 말도 아니게 들릴 수 있을 텐데 뱅그르 뱅그르 내 마음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말. 한마디 말일 뿐인데 진동이 센 말. 그 말이 나를 뚫고 지나가 내 뒤편의 나무에 가서 꽂힐 것 같은 말이."

 

 

너무너무 공감가서 철렁했던 이 말.

 

 


 


 

 

"나도 나 스스로를 M사이즈라고 여기는 적이 많다. 옷도, 사람도 실제로는 L이어야 하지만 때로 XL이겠지만 나는 나를 M이라는 상태로 놓아둔다. 나는 이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 게, 그 상태가 감사하다.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함을 추구하는 그,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써내려가려고 글을 썼는데 덜컥 그 길에 접어들었다는 작가. 페이지도 목차도 없는 여행산문집을 쓰는 작가. 리뷰를 쓰다보니 그의 시집도 읽고 싶어지네요. 시인 이병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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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자크 스테른베르그 지음, 권수연 옮김 / 세계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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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스테른베르크 (Jacques Sternberg). 벨기에 국적의 폴란드계 유대인 작가가 쓴 사랑에 관한 콩트집인데요. 특이한 점은 프랑스어로 책을 쓴다고 하는 것이네요. 책의 제목이 로맨스소설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약간은 애매한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몇달 전 <다른 남자>라는 사랑에 관한 단편집을 본 것이 떠오릅니다. <더 리더>의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이었어요. 그 당시 제가 리뷰를 쓸 때 부제를 '사랑에 관한 여섯가지 고찰'이라고 붙였었는데요. ' 그 책이 저에게 '이런 것도 사랑이구나'하는 생각을 주었다면 이번엔 '사랑이 도대체 뭐야?!'하고 의문이 들게하는 책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랑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40여개의 아주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콩트라는 단어의 뜻과 같이 발칙한 유머, 기지를 발휘하는 작가의 센스도 엿볼 수 있고 가끔은 따뜻한 이야기들도 보입니다. 사실 콩트로 시작해서 콩트로 끝나는 모음집이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는 편도 있었고, 보다가 훅 하고 어이없게 끝나버리는 편도 간혹 있었고 노골적인 장면으로 약간 민망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읽고나서 '참 이 책은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수닷거리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한 순간에 지나가는 설레임, 아픔을 불러오는 것들,  배신과 거짓말, 쓸쓸함과 무관심 그리고 행복을 포함한 모든 감정들이 담겨진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간혹 사람들은 가슴 속에 무언가 남겨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 괜찮아' 하는 것처럼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곤 하잖아요? 딱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제목의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끔은 우스워도, 허무해도, 슬프거나 기뻐도, 망상 속 이야기 같아도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라는 것을요.   

 


 

가장 좋게 보았던 세밀한 감정묘사.

 

 

"... 내 희망은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내 온몸이 굳은 기계로, 뇌는 물렁물렁한 스펀지로 퇴화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일어섰음에도 여자는 자리에 못박힌 듯 앉아 있었다. 문은 이미 열렸다. 나는 뒤를 돌아 여자에게 마지막 눈길을 던졌다. 명백한 의심, 거대한 무력감에 빠진 그녀가 내게 실망에서 비롯된 샐쭉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펼쳐진 양손이 순간, 위로 쳐들리며 짙은 회한의 감정을 표현했다. 굳어버린 몸으로 목청 높인 소리보다 더 아프게 '왜?!'를 외치는 그녀처럼, 아주 천천히, 그토록 슬프게" - 노선 (Le trajet) 편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나는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내 곁에서 왜 그토록 느긋해지는지, 그녀가 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이 마치 우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만남을 계획이라도 했던 양 나를 그녀의 하루 속으로 끌어들였는지, 나로선 잘 알 수가 없었다 " - 거짓말 (Le mensonge) 편

 

 


 

"250쪽이 넘는 장편소설을 쓰는 건 어지간한 재능만 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270편의 콩트를 써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건 리듬이 아니라 영감이다. 즉 270가지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 - 자크 스테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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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3
구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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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엄청나게 재밌는 좀비물을 발견했네요. 작가 이름은 생소한데... 조금 가볍게 오락성으로 읽을만한 이북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표지부터가 무서운 좀비떼들을 상상케 하는데요. 역시 글로 읽어서 그런지 공포는 시각적인 것들보단 덜하지만 스릴감과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내주는 작가의 솜씨는 대단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좀비의 갑작스러운 발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역시 그들의 세력이 확장되어갑니다. 장소는 대학로.

그리고 좀비의 발생과 관계된 그들, 정치인들, 일상적인 사람들 (택배기사, 연지, 콜걸, 뚱보) , 경감과 형사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얽혀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그는 다시 한 번 문제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지지직, 하는 소음이 나면서 적외선 카메라가 야간모드로 촬영한 녹색 화면이 모니터를 메웠다. 여자가 좀비에게 물리고, 좀비가 된 여자가 카메라맨을 물고, 물린 카메라맨이 좀비로 변하는 5분 분량의 동양상. 이게, 가짜가 아니란 말이지. 그럼 도대체 저것들은 뭐지? 신종 독극물인가? 바이러스? 도대체 살인 동기가 뭐야?

 

이 책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장면은 여기서입니다. ↓

 

 남자가 연지의 낡은 스탠드를 들어올려 그대로 여자의 머리통을 갈겼다. 한때 미래와 비전과 사랑을 공유했던 여자의 머리통이 남자의 노골적인 구타로 모로 꺾였다. 그 모습에 남자가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꺾였는데도 여자는 계속 몸을 움직이며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여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를 덮쳤고, 그의 목덜미를 정확하게 물어뜯었다. 연지는 남자의 얼굴이 여자의 얼굴처럼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방금 전의 다툼을 깡그리 잊고 다시 친밀한 커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좀비가 물고 변해가고 같은 좀비가 생기는 '전염'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있네요. 그밖에도 호피팬티를 입은 좀비, 목걸이 좀비 등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들도 그려집니다.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모습도 보였고 ..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놀거리들이 너무나 가득한 좀비소설이었어요. 장면들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이 잘 되어 있었고 속도감도 있는게, 꼭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어요. 만약 영화로 만들게 되도 식상한 좀비영화는 안될 것 같아요. '모체' 와 '복제'라는 엄청난 소재가 숨겨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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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5
헤르만 헤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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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크눌프>라는 제목으로 나오곤하는 헤르만헤세의 짧은 이야기책입니다. 지금 이 <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는 Knulp: Drei Geschichten Aus Dem Leben Knulps 라는 독일어 원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제까지 풀어낸 제목이 더 맘에 들어요. 책 내용은 이름 대로 크눌프의 세가지 이야기입니다.

1. 초봄 2. 크눌프에 대한 회상 3. 종말

이렇게 세가지 이야기이고 이 세 이야기는 독립적인 형태를 띄고 있어서 꼭 '크눌프'라는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 같을 뿐 다른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특징은 이 세 이야기 모두 '크눌프'의 시선이 아닌 크눌프를 보는 시선들로 이루어져 있네요.

얇은 책이지만 참 옮겨놓고 싶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자유로운 방랑자, 크눌프. 책은 그의 자유로운 인생처럼 흘러가는 듯 담담하게 풀어냈기에 감동은 조금 덜했지만 마음속에 여운은 은근하게 남았습니다. 헤세가 가장 아꼈다는 크눌프라는 인물. 저에겐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보다는 감동이 덜했지만 헤세의 향취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게 만든 짧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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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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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문학사에 대하여, 그리고 계몽주의에 대해서 강의시간에 조사를 했을 때 '볼테르의 캉디드' 라는 책을 접하고 참 신기한 제목이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눈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알고있던 제목에 '혹은 낙관주의'라는 설명이 또 붙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난해할 것 같은 제목에 겁을 먹었었는데 의외로 읽기 쉬운 책이었어요. 읽기 쉬울뿐만 아니라......... 전 이거 보면서 어이없어서 헛웃음 몇번 때렸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어이없어하며 웃으며 읽었지만 그 속에 품은 의미마저 가벼운 것이 아니었어요. 이 책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가 쓴 철학적 콩트 소설인데  '철학적 콩트'라는 것을 볼테르가 새로운 분야로 창조해내었고 책 속의 아이러니한 이야기 속에서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콩트 :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 대개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리는데 유머, 풍자, 기지를 담고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

 

 

캉디드 [Candide] 프랑스어로 순수한, 고지식한, 유순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 순수한 이름을 가진 청년이 자기가 살던 남작의 성에서 남작의 딸을 사랑한 죄로 쫓겨나고 나서 세상을 떠돌게 되는 내용인데요. 

캉디드, 이 순수한 청년은 세상을 떠돌면서 '어떤 세상이 최선의 세상인지'에 대하며 계속 의문을 가집니다. 그는 정말 수많은 우여곡절의 여러 면의 세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여러 사상들에 대하여 충돌합니다.

 

 

 

1. 낙관주의 (by. 라이프니츠)

 

캉디드는 초반부터 그의 스승 '팡글로스'의 영향을 받아 낙관주의적 성향을 띄게 됩니다. 그의 스승은 모든 것에 대해 너그럽습니다.

온갖 풍파를 겪은 캉디드는 그의 스승에게 묻습니다. "아, 팡글로스 선생님, 이 얼마나 이상한 계보입니까! 그래도 악마가 근원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의 스승 팡글로스는 대답합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건 최선의 세계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야. 필수적인 요소지. 만약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의 섬에서 생식의 근원을 오염시키고, 때때로 생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따라서 자연의 위대한 섭리에 반하는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초콜릿도 붉은 양홍염료도 없었을 것 아닌가?" -27p

'뛰는 놈도 언젠가는 날 수 있는 때가 온다'라는 말을 한 라이프니츠의 낙관론과 비슷한 경계에 있는 인물인 팡글로스. 팡글로스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캉디드도 물론 소설의 초중반 낙관주의에 해당됩니다. 그는 계속 묻습니다 혼자. 스승님, 이것이 최선의 세상입니까... 하고요 

 

 



2. 비관주의

 

그러던 그의 사상이 잔혹하고 비정한 (?) 세상과 '마르틴'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점차 바뀌어 갑니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은 수도없이 많지만 대비되는 두 인물들만 생각해보았습니다. 마르틴은 팡글로스와는 달리 '비관주의자'에요. 그는 세상을 '미쳐 돌아가는 혐오스런 곳'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세상이 우리의 화를 돋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그의 말은 대단히 비판적이네요.

 

 


 


 

and 계몽주의에 대한...

 

작가인 볼테르는 계몽주의자로도 잘 알려져있는 사상가입니다. 계몽주의는 어두웠던 중세를 밝히기 위해서 이성과 자유 행복을 추구한 지적운동인데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으며 유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곳에 대한 이상. 그런 것들을 저는 계몽주의 사상이 투영된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으악, 제가 레포트를 쓰는지 리뷰를 쓰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확실한 중요 포인트는 이성! 입니다. 이성만 가지고 안될게 없다 이 얘기죠.

그럼 여기서 결론, 선과 악,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중 우리는 무엇을 따라가야 하느냐고요? 이 책은 사실 작가가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라네요. 작가는 책 속에서 낙관주의의 시선이 점점 흩어져가는 모습을 통해 조금의 힌트를 주었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노인의 입을 빌려 최종 해답을 내려줍니다.

 

"그리고 또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우리의 밭을 일궈나가야 한다)

세상이 나쁘건 좋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우리의 밭(일)만을 바라보라.

 

 

가볍게 읽었지만 분석하려고 들면 골치 아파지는 책입니다. 작가가 종교, 정치, 생활 등의 엄청난 분야에 대한 풍자를 해놓아서 더욱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기 어렵네요. 그렇다고 분석을 안해볼 수도 없고 허허허.... 이런 비루한 뇌가지고선..ㅎㅎㅎㅎㅎㅎㅎ 다음번엔 조금 무게를 던 책을 들고와야겠군요

 

 

 

 

최선의 세상은 어느 곳인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 볼테르>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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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1-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리뷰 잘봤습니다. 가벼운 책인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

시읽는리니 2012-11-16 01:36   좋아요 0 | URL
어이없어 피식 웃다가도 그냥 웃기는 뭐한, 그런 주제였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