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이야기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10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와 비슷한 어둡고 축축한 그림을 포함해서 99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 얇은 책은 이청준 작가의 <벌레 이야기>입니다. 용서와 구원의 소름끼치고도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평범하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던 가족에게 갑자기 불행한 일이 닥칩니다. 바로 얌전하고 착한 그들의 아이 알암이가 유괴를 당하고 시체로 발견되게 되는 것이죠. 이후 범인이 밝혀지고 그 후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내를 관찰하는 남편의 시선으로 소설이 서술됩니다. (원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였는데 소재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

 

혹시 어디서 본 이야기 같으세요?

 

 

 

바로 영화 <밀양>의 원작입니다. 배우 전도연씨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었죠. 영화를 읽고 책을 읽은 저는 소설을 읽는 내내 전도연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가 말로 할 수 없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와 책이 조금은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관찰하는 대신에 새로운 남자인 송강호가 전도연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특히 포스터에서는 책과는 다르게 '이런 사랑도 있다' 라는 카피가 들어갔지만 영화와 책 둘다 '용서의 문제와 종교' 에 대해 다루고 있네요.

 


 

"참담한 비극 속에서 견뎌나갈 힘의 원천"

처음에 아이를 잃었을때 아내에게 그것은 희망과 기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시체와 범인이 밝혀지고 그녀는 속절없이 무너져 희망의 끈을 놓고 맙니다.

 

 


 

그리고 이제는 지탱의 도구가 바뀌게 되죠.

희망과 기원에서 '원망과 분노와 복수의 집념'으로. 그리고 그것은 후에 종교의 힘이 한몫했음을 남편은 깨닫게 됩니다.

죽은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리라는 구세주에 대한 믿음, 잠시 그 불꽃은 '파박'하고 튀어 아내는 종교에 빠지게 되죠.

그치만 그것도 순간일 뿐 사무친 원망과 분노가 다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살인마가 감방에 들어가게 된 그날, 아내는 '복수의 표적'마저 잃게 되죠.

여기서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범행을 자백한 그 순간부터 위인은 아내의 보복을 피해 당국의 보호를 받게 된 격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참사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사람들끼리 범행의 목적과 과정을 추궁하고, 재판에서 그의 죽음을 결정지어 튼튼한 벽돌집 속으로 그를 들여보내 버렸다.' 아내의 복수심은 활활 타오르고 또다시 신앙심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극의 선택을 하게됩니다.

 

바로 교도소에 가서 살인마를 만나는 것.

이미 주님을 영접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그 살인마를 만나고온 아내는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싫어서보다는 이미 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된 때문이었어요. 집사님 말씀대로그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고 있었어요. 나는 새삼스레 그를 용서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누가 먼저 그를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용서될 수 있어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버리신 거에요....내가 어떻게 다시 그를 용서합니까."

 

 


 

이 절망의 뿌리가 된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끔찍하네요.

책에서는 위의 그림처럼 갈기갈기 그려져 있는 듯한 스케치로 나름의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분위기처럼 마지막도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조금 긍정적으로 막을 내렸던 것 같네요. 아동범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책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사회라니, 안타깝습니다.

 

 이청준 작가가 왜 <벌레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였는지는 조금 알것 같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내는 정부의 관여와 신의 구원 앞에서 벌레처럼 작아져버렸습니다. 용서의 권리를 빼앗겨버린 채로. 구세주에 대한 배신감은 너무나 컸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죠. 살인마 스스로 신의 구원을 받은 이후 처음의 인내의 끈을 잡을 수 있었던 원인인 복수와 분노로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신앙앞에서 한 낱 벌레로 추락해버린거죠.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습니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입니다. 거기다 종교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의 문제, 개인의 신앙과 종교가 용서에 관여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용서와 구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저또한 좀더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아, 아내의 그 절망과 고통의 뿌리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를 차마 짐작이나 했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닭죽을 먹으러 오라고 한 순간,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입안 가득 진한 닭죽의 풍미가 느껴지며 냄비에 가득 담긴 닭죽을 마구 퍼먹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솟구쳤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네'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 뭐라고?

 매번 거절만 당하던 엄마가 뜻밖의 대답에 놀라 다시 물었을 때, 나는 울컥 목이 메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 지금 간다고요, 엄마"

천명관의 소설을 처음 접한건 <고래>였는데 방대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이야기에 쇼크 좀 먹었더랬죠. 그 이후에 천명관 님의 소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이번에 영화화된다길래 책 내용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읽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안고있는 엄마, 영화 흥행에 대실패한 둘째아들,

그리고 감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큰아들, 이혼과 바람경력 다수인 딸, 거기다 골때리게 막장인 딸의 딸(?) 까지

이들이 평균나이 49세, 고령화가족의 주역들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서로 엄마의 집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으며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날은 점점 따뜻해졌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철길 옆으론 어느새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고 있었다. 집을 떠난지 이십여 년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일찍이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 꿈은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자식들이 장성해 머리가 희끗해져가는 중년이 되었어도 엄마 눈엔 그저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먹을 것을더 달라고 짖어대는 제비새끼들처럼 안쓰러워 보였을까? 그래서 비록 자식들이 모두 세상에 나가 무참히 깨지고 돌아왔어도 그저 품을 떠났던 자식들이 다시 돌아온게 기쁘기만 한걸까?

 

서로 다른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엄마집으로 모여든 자식들을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엄마.

고달프고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팔을 벌려주는 엄마.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이 감동의 무게를 잃지 않는건 이 '엄마 이야기' 때문인듯 합니다. 찡해져요.

천명관 작가는 전작 <고래>를 봐도 느낄 수 있지만 가족애와 여자의 인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소설속에서

 "목욕탕에 가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보면 그 몸의 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아. 그 몸에는 그네들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쓰여 있거든 나는 거울을 보며 혹독했던 지난시간들이 내 몸 어디에 흔적을 남겼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 흔적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몸에 삶의 흔적을 더 뚜렷하게 남기는 존재인 것 같았다."

라고 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는 희극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중간중간 헤밍웨이의 일대기와 '시'도 나와있어 그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크게 공감이 가던 터라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부분들도 많았어요. 뭐, 대단한 무언가를 느끼게끔 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 소소한 매력을 전 좋게 느낀것 같습니다. 전작 <고래>가 어쩌면 방대한 이야기 속의 슬픔, 찝찝함 등으로 큰 감동을 느끼게 했다면(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고래>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고령화 가족>은 상반된 느낌으로 가볍고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하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한 능력 하시는것 같네요 ㅋㅋㅋ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찌질하고 비루한 삶이어도 포기하지 말아라. 상처가 남았어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져라' 이러한 결심을 하게 만든건 무엇일까요. 고생속에서 손을 내밀어준 엄마의 전화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도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삶이 힘들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이 LOSER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이든) '엄마의 전화' 와 같은 도움의 손이 내밀어지길 빌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혜윤 작가에 대해선 처음 알았어요. 작가는 라디오 프로듀서이기도 했었고 다수의 에세이 등을 썼다고 합니다. 그 중  제가 가장 본받고 싶은 그녀의 모습은 굉장한 '다독가'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물론 서평도 작성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제목 옆, 귀퉁이에는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책은 '책이란 존재가 과연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준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책이 정말로 쓸모가 있나요?'하고요.

그런 의문에 '쓸모가 없어도 절대로 없어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작가는 대답합니다. '우리는 멸시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부자가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우린 조각가가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의사, 변호사가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목표를 세워 그걸 달성하기 위해 자기 삶을 사용하죠. 마치 그걸 위해 태어난 것처럼요. 삶 전체가 이유가 없는데, 무엇을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자기 삶을 무엇인가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어딘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 107p

 

저도 꿈을 위해서, 좀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책을 읽고 있지만 이러한 의문이 들때가 많습니다.

책이 정말 쓸모가 있을까?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 책을 어떻게 더 잘 기억할까?

책의 쓸모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에는 '이렇게 읽는다고 뭐 달라질까?'하는 의문이겠죠. 이런 여러가지 질문을 포함한 아홉가지 질문(비밀질문 포함)에 정혜윤 작가는 명쾌한 답을 내어줍니다. 그리고 그 답들속의 이야기들이 저에겐 감동을 주고 제가 하는 독서에 대해서는 위안을 남겨주었습니다. 저에겐 너무 감사한 책이었어요. 기대밖의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이 부분은 참 공감입니다. 읽던 책을 읽을 때, 주변의 소리와 향기를 읽는다는 것.

저에게도 음악과 같이 기억하는 책들이 있지요. 그런 경우엔 그 소중한 책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마치 정원사가 어린 나무를 보듯이 인간은 어린아이를 본다. 특정한 내재적 속성을 가진 존재, 적절한 토양과 공기와 빛이 제공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버트란드 러셀"

"우리도 어린아이를 기르듯, 한 그루 나무를 가꾸듯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자신을 키워보는 겁니다. 우리에겐 이렇게 '나를 키우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언제부턴가 삶 전체가 원하지 않는 시간들, 아무 재미도 없는 무의미하고 무료하고 피로한 시간들, 비극이자 코미디인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삶은 내가 원한 삶이었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36p 

 


 

저는 아마도 '욕심을 채우고 만족한다(자기만족)'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책장안에 새로운 책이 쌓여갈때마다, 책을 기록하는 어플에 내 책들이 하나둘씩 늘어날때마다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가장 즐거운 것 중에 하나는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또는 하루를 마감할때 '오늘(내일)은 무슨 책을 읽을까 ' 하고 책장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을때랍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가방에 한권씩은 책을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안읽고 들고갔다가 다시 들고올때도 많지만요 ㅎㅎㅎㅎ 그냥 챙기는 것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분을 느낀달까요? 

 

사실 저는 책이라는 것을 꼭! 읽어야된다고, 책을 안읽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보고 느끼는 책읽기를 대신할 것은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음악, 연극, 뮤지컬 등등.... 그리고 책을 읽는 것보다 더한 이야기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물론 이 많은 것들에 독서가 따라가면 그것은 더 배가 되겠죠. 그래서 저의 경우엔 이야기를 얻는 수단을 책으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책읽기 초보자나 다름없지만 앞으로 더욱 독서에 빠져보고자 합니다. 아직 부족해요 ㅜ.ㅜ

 

예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쓴적이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은 굉장히 얕고 짧습니다. 어렸을때 책을 별로 안읽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책을 읽어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던 것 같아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닦달하지 않으셨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욱더 욕심내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상황에 따라가긴 하지만... 그런데도 어렸을때 작가란 꿈을 한번쯤 가졌던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욕심을 부리려고, 만족을 얻으려고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새로운 저의 길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꿈과 관련된 길.

 

여러분들은 책과 함께 무엇을 하며,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지독한 문과생인 저는 과학도서만 보면 질색을 합니다. '이거 뭐, 봐봐야 이해할 수 있나' 하고 포기하기 마련인데요.....   

그러던 도중 세계사 서포터즈를 통해 '메리 로치' 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비행의 이상한 면들만 조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상 구석구석 비밀들을 파내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그것을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작가. 그 소재가 과학이어서 책의 첫 페이지를 펴면서 망설이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과학이라서 읽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더군요!

 

라는 원제가 우리나라에 와서 '우주 다큐'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요.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때 다큐란 말이 들어가면 뭔가 지루해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잘 어울리는 제목 같아요. 다큐느낌이 나긴 납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 16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는 이 책에서, 한 주제가 끝나면 이야기의 끝에 다음에 올 주제를 암시해주는 부분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주에서의 배변 (NASA의 화장실 엔지니어들) 편 마지막에는 "NASA는 체격이 더 작고 아담한 사람들을 비행시킴으로써 발사 비용을 절감시키기보다, 더 작고 아담한 소고기 찜과 샌드위치, 케이크를 비행시키는 쪽을 택했다" 하고 우주만찬이라는 다음 주제를 암시하네요. 마치 장면 장면이 이어지는 듯한 부분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역시 과학 비전공자(?)인 저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끌렸습니다. 우주비행사를 뽑는 방법부터 우주멀미, 우주에서의 목욕, 뼈 보호, 무중력 섹스, 비상 탈출 등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는데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표현한 저자 덕분에 실제로 어이없어 키득키득 웃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

 

 

 

우주멀미 (우주비행사의 은밀한 고통)

 

"멀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대중과 다른 우주비행사들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 약점을 고백하는 것과 같았어요" - 147p

 

"멀미는 독특한 운동을 할 때, 감각적으로 당혹스러운 운동을 할 때, 혹은 중력 환경이 바뀔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장기 비행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때 그 모든 것을 또다시 겪어야만 한다. 몇 주에서 몇 달을 무중력 상태에서 보내는 동안, 그들의 뇌는 모든 이석 신호를 특정한 방향으로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머리를 움직이면, 뇌는 몸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우주비행사 페기 휘트슨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191일간 임무를 마치고 지상에 돌아온 직후를 이렇게 묘사했다.

'앉았다가 일어섰는데 제가 시속 2만 8,000킬로미터로 세상을 돌 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내 주위를 시속 2만 8,000킬로미터의 속도로 돌고 있었어요' " - 152p

 

 

 

우주에서의 배변 (NASA의 화장실 엔지니어들)

 

"무중력 배설은 전혀 농담의 소재가 아닐뿐더러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배뇨라는 단순한 행위도 중력이 없다면 카테터를 요도에 삽입해야 한다든지, 항공 의무관과 난처한 주제로 무선 상담을 해야만 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우주에서의 배변 충동은 지구 상에서의 느낌과 다릅니다'라고 와인스타인은 말한다." -346p

"대변도 똑같아요.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 346p

 

저와는 달리 과학을 엄청 사랑하는 초등학생 동생에게 '우주에서 똥 싸기' 에 대해서 일러주니 책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역시나 '똥'이라는 재치있는 소재가 어린 동생에게도 통한 듯. 그치만 재밌는 부분을 읽고선 어렵다고 하는 동생입니다 ㅎㅎㅎ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의 부분만을 골라 읽어보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읽고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가장 쉽긴 하겠지만요!

 

 


 

우주만찬에 대한 내용과

+ 가장 충격적이었던 '우주에서 맨몸으로 탈출하기' 편 까지

 

"가장 최근의 우주 왕복선 탈출 시스템은 승무원들이 긴 장대에 매달려 선체 밖으로 빠져나와 날개에서 멀리 떨어지게 한다. 은퇴한 항공 우주 엔지니어이자 우주 역사가인 테리 선데이는 이 방법은 우주 왕복선이 일정 고도를 유지하면서 안정 비행을 하고 있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 "그리고 안정 비행을 하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굳이 우주왕복선에서 탈출하고 싶겠어요?" -333p

 

 

저는 이 책이 일반적으로 우주여행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들과는 달리 우주여행의 이면과 배경, 다소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것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같이 과학과 친하지 않는 사람들이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에겐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쉽게 책장을 후다닥 넘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고 '내가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반면에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과학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고 새롭게 알게된 것들도 많이 있네요. 아마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생각지 못했던 우주비행의 뒷모습 들을 통해 즐거움을 더욱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메리로치의 호기심, 우주생활을 실험으로 느낄 수 있는

<우주 다큐> 북 트레일러 영상입니다.

 

http://youtu.be/df-q8J2-vBc

 

"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믿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쟁, 광신, 탐욕, 쇼핑, 자기중심 주의. 나는 그저 두 손을 모으고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는 부류의 인간에게 충동되어 돈을 물 쓰듯 쓰는 터무니없는 과소비에서 빗나간 숭고함을 본다. 그렇다. 돈은 지궁서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부가 비축한 돈이 과연 언제부터 교육과 암 연구에 쓰였을까? 돈은 항상 낭비되기 마련이다. 이제 화성에 좀 써보자. 밖으로 나가서 실컷 놀아보자." - p. 413 by. 메리 로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모든 씁쓸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들 중엔 아마도 '패배'라는 단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졌다'라는 말보다도 패배라는 말 한마디는 왠지 더 짜증나게 보이는 단어에요. 그런데 이걸 사람에 붙이니까 느낌이 확 오네요. 누군가에게 '넌 패배자야' (사실 이렇게 말하는 건 번역투같지만) 라고 말하면 따라올 그 사람의 반응이 ........... 상상하기도 무서워요....ㅋㅋ 어쨌든 이 책에서는 패배자라는 모욕적인 단어에 '위대한'이라는 말을 붙여 조금은 순화시켜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모순된 의미를 가지게된, 여전히 강렬한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상반되지만 서로 극적인 의미가 붙은 탓인듯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패배자라는 칭호를 가지게 되었는지, 위대함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이 책 <위대한 패배자>는 역사 속 패배자들의 패배이유에 맞추어 그들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가까운 사람에게 내몰린 패배자들, 세계적인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궁금하여 책을 펼치니 다른 책들보다 조그마한 글씨에 조금은 강의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지루해지는 찰나에 관심있던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재밌는 이야기들도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루한 부분도 있긴 있어요. 집중력 최고 발휘해서 읽으려고 안간힘 썼답니다 ㅎ.ㅎ)

 

 

인상깊었던 패배자들.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체 게바라

단두대의 제물이 된 사랑스러운 인간 루이 16세

토마스만의 그늘에 가려 살게 된 하인리히 만

괴테에게 발길질당한 천재 작가 렌츠

사후에 세계를 평정한 탕아 빈센트 반 고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찾아보기는 힘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이 이유가 세상에선 패배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역사속 사실들과 실제로 남긴 말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작가에 의해서 골라내진 패배자들이기 때문에 의견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사람들의 관심밖에 나게 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새로 조명한 점에 대해서는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제목과는 관련이 없지만 공감가는 말들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가장 간결한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힘이 든다. 너무 힘에 겨워 펑펑 운 적도 있었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장이 쪼그라질듯이 아팠다. 얼마나 그런 경우가 많았던지! 망할 놈의 문장 같으니! - 이사크 바벨

 

하나의 삶 이상을 살았던 사람은 한 번 이상 죽어야 하는 법이다 - 오스카 와일드

 

대중은 억압의 강도가 줄어들 때 그 억압적인 법을 무너뜨린다. 프랑스인들은 상황이 점점 더 나아질수록 그 상황을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혁명을 통해 생겨난 정부는 거의 항상 그 이전의 정부보다 낫다. - 알렉시 토크빌

 
     

 

 

 

 

헨리포드가 한 이 말은 책에 소개된 위대한 패배자들에게 모두 적용되지는 않았네요. 한번의 실패로 패배의 나락으로 빠져든 역사속 인물들도 있으니까요. 다시 영리하게 출발할 수는 있었으나 승리자가 되지는 못했어요. 이들이 실패 후 새롭게 출발해서 승리를 쟁취했다면 '위대한 패배자'가 아니라 '역전의 승리자'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결국 과정에 초점을 맞춘 '위대한'과 결과에 초점을 맞춘 '패배자' 라는 말이 합쳐진건데.. 작가는 위대한이란 단어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책의 앞과 뒷부분의 '안티히어로에 대한 예찬'에서 볼 수 있어요.

 

 

 

 

위대한 패배자라는 말은 다소 비꼬는 식의 반어법이 아니라 예찬이었어요.

 

 "승리자로 가득 찬 세상보다 나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패배자들이다."

결과만을 바라보고 승리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외쳐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에요. 어쩜 우리일지도 모르는, 세상에 가득찬 패배자.... 작가는 역사 속 인물 들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남겨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