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김이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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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

 <나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 김이율>

 

 

 

 

 

 

 

 

 

   어떤 교훈이나 조언을 들을 때 무작정 신뢰가 가는 건, 실제로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일 때가 많다. 처음에 보았을 땐 그저 여느 에세이와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 책을 읽고 괜시리 마음이 찡해진건, 책 속의 실제인물들이 '죽을만큼 괴로운'삶을 정말로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들으면 알듯한 사람들, 수잔 보일, 빌리 엘리어트, 오히라 미쓰요, 이상묵 등.... 작가는 자신의 시점이 아닌, 실제 인물들의 시점으로 그들의 경험담을 재구성해서, 독자들이 재연영상을 보는 것처럼 쉽고 실감나게 볼 수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야기마다 이어지는 작가가 적어낸 힐링노트. 그 짧은 글들은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이야기의 핵심을 되짚게 해주면서 자신이 그 인물과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큰 울림을 준다. (작가가 전직 카피라이터라서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 절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책 속 인물들의 삶에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신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신념. 그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고통과 절망이 그들 자신을 갉아먹게 놔두지 않고 오히려 거름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겨워보이는 운명을 떨쳐낼 수 있었고 인생의 강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념과 나만의 가치,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이 책. 삶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나간 23인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에게도 그러한 신념이 존재하고 있을지 되새겨 보게 되는 이 책. 좌절과 고난을 아름다운 삶으로 이끄는 힘을 듬뿍 얻은 느낌이다. 

 

 

 

  - 부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우주에 존재하는 여느 사람들만큼이나 당신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습니다. 조금 못났으면 어떻습니까? 가난하고 무능력하면 어떻습니까? 낮은 위치에 있고 장애를 가지면 어떻습니까? 다 괜찮습니다. 이땅에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이상 누구나 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부정적이고 회의적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나를 위하고 나를 존중하고 나를 충분히 대우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찌 남에게 사랑과 대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60p)

 

  -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인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당신을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당신이 있어야할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고 있느냐입니다. 신의 연필,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신은 작은 몽당연필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십니다. 신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작은 실천입니다. 작은 사랑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83p)

 

  - 절대적이고 불변한 것 없습니다. 모든 것은 바뀌고 변하기 마련입니다. 강자는 운명을 지배하지만, 약자는 운명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척박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한다면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면 운명의 강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127p)

 

  - 트레킹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사표를 내려고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결정적인 조언을 해줬다. "존 우드, 내 말 잘 들어. 일회용 반창고를 뗄 때 아프지 않게 떼는 방법이 뭔 줄 아니? 그건 바로 한 번에 확 떼는 거야. 네가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이야."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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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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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의 청춘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가와기타 요시노리>

 

 


 

 

 

 살다보면 인생에서 끝까지 지켜야할 것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80세의 나이에 다다른 이 작가는 아마도 거의 한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아채고 그러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른들은 어떻게 그렇게 통쾌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주저주저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시간이란 세월이 지혜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나는 지혜라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이를 한참 더먹고 싶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나이가 드는 게 아직까지도 두렵다. 이러한 걱정은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그 둘다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시간이 흘러 야금야금 먹어진 '나이'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명사들과 자신의 경험등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35가지의 짧은 에피소드는 상상했던 단어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단어들을 주제로 이야기 되어졌다. 이 단어들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본 이 책의 저자는 80세에 다다랐지만 호탕하고 뒤끝도 없으며 쓸 줄 알고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청춘아닌 청춘이었다. 작가는 청춘이 마음으로 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다보면 나의 청춘이 무조건 스물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믿어진다. 좋은 인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책에서 이 책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다말할 수 있는 것은 쿨하고 통쾌한 작가의 철학이다. 그런 주장들 때문에 '이 사람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어서 나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꿈꾸는 인생이 있게 마련이다. 책 속의 키워드는 단지 나보다 더 긴삶을 산 사람의 지론일 뿐, 반드시 받아들여야 진짜 인생이거나 행복한 인생이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치관과 맞지 않은 키워드를 종종 만났지만, 그것으로 이 작가의 말이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건 빼내는 잣대가 역시 필요하다.

 

 

 

- 살아가면서 '잊는 데 고수'가 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반성하려 해도 한번 내뱉은 말이나 일단 선택한 물건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지워버릴 수는 없고, 이미 생긴 일을 없었던 것으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 '엎질러진 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야말로 한번 엎질러진 물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어리석음은 동서양의 모든 선인들이 지적한 바 있다. "지나간 일로 마음을 애태우지 말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지나간 일로 치고 그대로 두자." (19p)

 

 -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 극작가의 말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존재들끼리 상대하는 것이니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자세도 그렇다. 대인관계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이 싫어하더라도 진심을 말할 수 있다. 싫어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을 속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부러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7p)

 

 - 거짓말을 진실처럼 보이려면, 감추고 싶은 부분은 우선 거짓말을 한 후에 약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아부에도 어느정도 진실은 필요하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진실을 넣어라. 그 진실의 힘에 의해 거짓말도 진실이 된다." 진실이 섞인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면, 인간관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177p)

 

 - 요즘의 부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자식을 상대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핀다. 이게 부모가 해야 할 행동인가. 왜 이렇게까지 자식의 하인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식사는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하는 것이다. 본인이 나오지 않으면 굳이 갖다 줄 필요가 없다.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굶어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개를 요즘 부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응석이나 부리는 그런 자식을 이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앞세우면서, 사실을 부모 자신이 자식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11p)

 

 

 물욕 역시 나쁘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사야 한다. 이것은 나의 변함없는 지론이다. 어떻게든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데 '물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라는 식으로 참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구입해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는 쪽이 훨씬 건전한 삶이다. 누구나 마치 진리처럼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것이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니다. 이 사실만 인식하고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얼마든지 사도 된다. (60p)

 

제목에 '나이에 밀리지 않고'라는 구절이 있어서 언뜻 서른이나 마흔쯤을 가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20대들이 읽어도 좋을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밑줄을 그은 마지막 문단은 정말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지나치지 않게 물욕을 만끽하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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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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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시정과 향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토지를 먼저 읽어봤음 좋았을뻔했지만 박경리 작가의 미출간작인 이 책을 작가의 첫 책으로 읽게 되었다. 산뜻하고 세련된 표지가 끼워진 <그 형제의 연인들>은 60년대 작품이고 신문에서 연재가 되기도 했지만 연재본을 발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출간작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사랑과 형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통속적인 연애소설이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의 많은 제약 속에서 이끌어가야할 사랑의 모습이 이 소설에 나타나 있다.

 

  이야기는 인성과 주성 형제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의심으로 가득찬 부인과 함께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인성과, 나이차가 꽤 나는 친구의 누이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주성. 그들은 비정상적인 사랑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관계에서의 결핍이 있었기 때문인지, 새롭게 등장하는 여인들에 대해 애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애정을 표현하고, 기존에 있던 관계를 다시 도려내고, 사랑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그 형제는 서투르고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태위태한 사랑을 이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사랑을 정리해나가면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랑으로 치부되는 관계 대신에 희생으로 일궈나가는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 밖에도 금기와 관습을 뒤로한 채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 그리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욕망과 이기심을 표현해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매력있고 진중하게 읽을 수 있다. 언젠가 토지도 꼭 읽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따뜻한 피가 전신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여자에게, 아니 인간에게 대하여 느껴본 일이 없는 강한 인력,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시정詩情이며 향수였다. 인성은 자기 자신 속에 그런 피가 세차게 잠을 깨고 있는 것에 스스로 놀란다. (73p)

 

  - "노오랗게 나뭇잎이 물들고 그러지 않아도 마음이 센티해지는데 그이의 죽음을 봤을 때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요. 뭔지 죽음이 아름다운 것만 같았어요. 나뭇잎이 굴러 떨어질 때 슬프지만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감상입니까? 감상이겠죠. 하지만 감상을 경멸만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사람은 다 죽게 마련이지만 저의 경우에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고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아요.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보다 조용히 곱게 죽을 수 있는 일이 더 절실한 문제만 같았어요." (98p)

 

  - 그러나 허무해하는 감정을 빼버리는 일에 있어서 인성은 과연 의사일 수 있는지 그것은 심히 의심스런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문제에 있어서 인성 자신이 환자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까지 인생에 대하여 무관심하려 했던 인성이나 일종의 자학 의식에 사로잡힌 규희나 다 같이 육체보다 어떤 정신적인 환자가 아니었던가. 그 정신적인 환자들이 지금 서로 다가서려 하고 있는 것이다. (103p)

  - 한 생명이 방금 병원에서 마지막을 고했는데 그들 무생명체의 기계문명의 산물들은 마치 불사조처럼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는 듯한 환각이 인성의 머릿속에 스치고 간다. 인성은 그 무생명체들이 오만스럽게 그들의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데 대하여 별안간 울화가 치밀었다. 그는 달려들어 그것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어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아, 나도 역시 저들 무생명체의 조직의 한 부분이 아니었던가." (184p)

 

  - 중얼거리면서 주성은 남자와 여자의 커다란 차이점을 깨닫는다. 슬픔은 여자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고통도 여자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골수는 될 수 없고 바늘처럼 가늘고 매서울 수는 없다. 여자의 슬픔이 예리한 것이라면 남자의 슬픔은 둔중한 것이다. 여자의 고통이 국부적인 것이라면 남자의 고통은 전신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4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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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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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냥 살아보는 거야 <리빙 더 월드 - 더글라스 케네디> 

 

 

 


  

 

 

  이전의 어떤 책에서 만난 하워드가 인생의 전환점에서 지혜를 얻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왔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미스 하워드'는 태어날 때부터 거듭되는 불행으로, 인생을 삐딱하게 터덜터덜 살아간다. 그녀가 어릴 때, 무심코 부모앞에서 했던 선언은 부모와 자식간의 응어리가 되고 하워드에게는 공허와 죄책감을 안겨주게 된다. 대학교수의 제자로서, 또는 비밀연애의 대상으로서 학업과 경력, 사랑과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듯 살아가는 제인 하워드. 그녀에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쭉 행복한 순간만 주지 않는다. 불행, 절망, 충격, 좌절.. 죽음과 포기까지..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허무함을 느낄만한 그런 일들이 계속 찾아오게 된다.

 

   도대체 실패와 역경, 좌절 속에서도 우리가 왜 삶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세상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데 내가 왜 항상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까. 하지만 불행 속 그녀의 선택은 일단, 그냥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인 하워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행한 상황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세상을 넘나 들게 된다. 마음 밑바닥 속에서 끌어올린 그 힘은 처음엔 조금 약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 스스로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비로소 자신의 어떤 작은 마음가짐과 행동이 인생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리빙 더 월드>는 절망 속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사실 가끔 등장한 억지스러운 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읽기 힘들게 만들었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불행한 설정을 대신 경험하면서 어쨌든 내가 살고 있는 순간에 감사할 그런 느낌은 충분히 들었던 것 같다. 실패에 무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덜한 힘듦에는 퍽 적응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은 것 같다. 제인 하워드, 그녀도 어쨌든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 갑자기 그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 뒤의 개인적인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그의 암울한 현실이 인생을 얼마나 바꾸어놓았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그의 분노와 답답한 처지에 대한 하소연을 들으면서 '인생에서 가벼운 짐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목적지에 다 와간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모든 일이 엇나가기 시작하는 게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 (39p)

 

  -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변을 걷다보니 갑자기 엔도르핀이 저절로 솟아나는 것 같았다. 마치 만물에 신성이 깃드는 순간을 경험하는 듯했다. 대자연에 압도적이고 위대한 힘에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졌다. 갑자기 삶의 시름도 저만큼 물러섰다. 어두운 빛깔의 성난 바다가 빚어내는 웅장한 풍경에 잡다한 생각들이 모두 녹아내렸고, 나는 비로소 환희를 느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온몸을 관통했다. (145p)

 

  - "옳은 일을 해놓고도 피해를 당해야 한다니 너무 불공평해. 그렇다고 신념을 버리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이네. 대단한 모순이지만 분명한 현실이기도 해."

 "왜 내 인생은 상호 모순되는 불운의 연속일까?" "우리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일이 우리를 살아가게 해준다는 생각에 기댄다." (182p)

 

  - 사람들은 흔히 잘못된 관계와 상황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많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온갖 수수께끼에 반드시 해답이 있다고 믿는다. 개뿔!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상처가 깊으면 치유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216p)

 

  - 천국은 두려움과 외로움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까 혼자 있는 걸 겁내지 않을 거라 믿고 싶었다. 천국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까 눈 한 번 감았다 뜨고 나면 60년의 세월이 흐르고,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한 엄마가 암에 걸려 딸과 재회하게 된다고....... 그렇게 만난 엄마와 딸은 하느님의 자애로운 보살핌 속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천국의 생은 생이 아니지 않은가? 말 그대로 천국이니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그 공허한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개념이 실제로도 존재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고통을 덜어주려는 의도는 가상하지만 결국 비참한 희망에 불과한 것을...... 천상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싶다면 브루크너나 바흐의 칸타타를 들으면 된다. 산길에서 하이킹하면 된다. 비행기에 올라 하늘을 누비면 된다. 그 대신 내가 극복하지 못할 상실감에 빠져 있는 동안 사후 세계에서 내 예쁜 딸을 잘 보살펴준다고 설득하려 들지는 말기를....... (404p)

 

 

 

 이 위의 404p 발췌부분은, 좌절감에 휩싸인 사람에게 어떠한 행동이 가장 큰 위로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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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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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소한 전환이 모여 아름다움을 방출하는 <완벽한 날들 - 메리 올리버> 

 

 

 

 

 

  

  자연에 살고 싶은 꿈을 꾼다. 아니 어쩌면 자연에 이미 가깝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헌신으로(전에는 지나친 몰두로만 보였지만) 우리의 집, 아파트 1층의 정원이란 공간은 화초로 가득차 축복을 받은 채 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자연에 대한 애정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을 느끼고 그것들을 낙원이라 말할 수 있는 그 때는 언제 올까? 사람들은 아마도 누구나 이런 꿈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귀농을 권장하는 공익광고, 그리고 쏟아져나오는 힐링이란 주제와 자연주의적 삶. 그러나 이미 너무나 편리하고 기계적인 삶에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쉽게 그 환경을 버리고 반대의 생활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나를 상상해보면 역시 만만치 않은 함정들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또다시 이러한 모든 함정을 팽개치고 자연에의 삶을 꿈꾸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 김연수의 소설에서 <기러기>라는 시가 인용된 적이 있는데, 이 시를 쓴 여류작가가 바로 메리 올리버라는 사람이고 이 책은 한국에서 출판된 그녀의 첫번째 책이다. (그녀는 이미 자국에서는 수십개의 작품을 펴냈고,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김연수 작가가 마음 속 깊은 곳에 혼자만 소유하고 싶었던 메리 올리버의 글. 그녀는 '프로빈스 타운'에서 날마다 자연을 느끼며 찬양한 글들을 묶어 완벽한 날들을 펴냈다. 그녀는 빗소리를 듣고, 바다를 거닐고, 꽃들을 관찰하며, 열쇠구멍 속 거미에게 행운을 빌고, 흰 깃털을 달고 넘쳐흐르는 파도를 감상한다. 그녀에게 그러한 것들은 '경박함, 무관심, 정신과 마음의 부재 같은 못난 기분 상태를 지적해주는 '귀중한 동반자'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들, 즉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자신이 추구하는 미의 가치를 알고 있는 워즈워스, 에머슨, 호손 같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녀가 보고 있는, 그녀가 속해있는 그 풍경, 매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그 풍경을 내가 보는 것처럼 찬란하고 마음 벅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소한 전환과 일상적인 변화로 달라지는 마음의 방랑, 큰 것과 작은 것을 번갈아 좁았다 넓어지는 시야, 경외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쳐다볼 수 있는 눈, 그런 것들을 글로만 가지기에는 아직 아쉽지만, 그녀의 감정이 오롯이 들어간 글에 '완벽한 날들'이란 제목만 보고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이러한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을까. 벌레처럼 자그마한 것을 보는 것에 그러한 기쁨이 숨겨져있었을까. 한 줄, 한 줄 읽어나갈 수록 놀라움이 깊어지는 책이다.

 

 

 

   - 낙원에도 규칙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규칙들이 신의 솜씨인지 아니면 우연의 산물인지 알지 못한다. 우연조차도 신의 뜻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으론 그 규칙들이 우연의 산물일 것 같다. 훌륭하지도 깔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그저 현실적인 정도이며 비생명보다 생명을 추구하기에, 숭고하다. 모든 생명력은 그것의 존재를 장려하는 메커니즘을 지닌다. 장식이나 환영처럼 보이는 것도 순수히 실용적이다. 생명력은 안개나 전기의 엔진에서 나오며 장난스러울 수도 있지만 확신에 차 있다. 그리고 거대한 어깨를 지닌 바닷속 시련에 대비해 다산한다. (20p)

 

  - 그는 늘 자연계의 빛과 고요를 사랑했지만 이제 세상의 괴력과 불가사의에까지, 우리의 이해력을 넘어선 곳에 있는, 뭐라고 이름 붙일 수조차 없는 그 음모들에까지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그 후로 워즈워스는 분명하고 균형잡힌 풍경을 이룬 응결체들과 기체들의 배열뿐만 아니라 회오리바람도 찬양하게 되었다. 세상의 미와 기묘함은 기운을 돋우는 상쾌함으로 우리의 눈을 채우는 한편 우리 가슴에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세상의 한쪽에는 광휘가, 그 반대쪽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48p)

 

  -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우리 모두 도전과 용맹을 찬양한다. 바람 없는 날 단풍나무들이 천개를 길게 드리우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때, 어느 향기로운 들판에서 불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된 바람이 살그머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하는 건 무엇인가? 너그러운 땅에 누워 편안히 쉬는 것이다. 그리고 잠이 들기 쉽상이다. (62p)

 

  -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안녕./ 오늘 넌 내 가슴에/ 무얼 해줄까?/ 그리고 내 가슴은 얼마나 많은 꿀을 견디고/ 무너질까?

  이건 사소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 : 달팽이 한 마리가/ 격자 모양 잎들을/ 푸른 나팔 모양 꽃들을 기어오른다.

  분명 온 세상 시계들은/ 요란하게 똑딱거리고 있을 거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달팽이는/ 창백한 뿔을 뻗어 이리저리 흔들며/

  손가락만 한 몸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 점액의 은빛 길을 남기며.

  오, 여리디여린 아침이여, 내 어찌 이걸 깰까?

  내 어찌 달팽이를, 꽃들을 떠날까?/ 내 어찌 내성적이고 야심 찬 삶을 이어갈까? (119p : 여리디여린 아침)

 

 

여러개의 글을 묶은 산문집이라 다소 어렵고 난해한 글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려워도, 왠지 계속 읽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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