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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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중국,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정글만리 1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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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메이드인 차이나'가 우스갯소리로 불려질 정도로 중국의 이미지는 (그 또한 거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전체가 되버린 것처럼) 급격히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중국은 그 넓은 땅덩어리의 규모처럼, 미국을 이어 G2국가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엄청난 짝퉁 논란을 빚었던 중국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젠 영어가 필수 공용어가 되어버린 시점에, 필수 제2외국어는 '중국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아졌다. 세계 여러나라에 유학을 하려 떠나는 중국인들도 늘었다. 대학교에는 주변만 돌아보면 중국어가 들린다. 이제는 단순한 '인구 수'를 넘어 '나라'의 파워가 강해졌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러나, 전쟁과 가난을 겪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어난 이면의 폐해처럼, 중국의 성장통 또한 급격하게 심해졌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보인다. 조정래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소설을 집필했다. 중국의 판이하게 다른 겉과 속을 다룸과 동시에, 그 중국에서 만나는 한, 중, 일 사업가들의 교묘한 '밀당'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인들이 시종일관 입에 달고 사는 '런타이둬(사람이 너무 많아)'라는 말과, 거의 신으로까지 추앙하는 마오쩌둥과 돈, 짝퉁이든 미국이든 어떠한 것에서든 눈 딱감고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뻔뻔함은 중국의 급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중국 곳곳의 상황을 2년동안 답사한 조정래 작가의 노력은 소설 속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 관습과 비즈니스 매너, 물론 모두 일반화할 수 없겠지마는 중국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인식 등.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해서 허구의 소설이 모두 다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현재는 1권까지만 읽은 상태라 아직까지 책의 모든 것은 알 수 없지만, 네이버 연재소설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그 다음도 기대가 된다.

 

 

 

Underline

 

 

 

 

  -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하면 싼 인건비, 짝퉁, 불량식품 같은 것만 생각하지, 초스피드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상대방을 얕잡아 보는 선입관도 있고, 발전이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사도 작용하고 그런 거지요. 살아가면서 이런 것, 저런 것 알아가면 중국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나랍니다. " 엘레베이터는 방 키를 꽂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 최신식이었다. 그 첨단 설비의 엘리베이터 안은 용들이 꿈틀거리는 붉은 비단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그 치장에서 중국 고유의 냄새가 물씬물씬 풍기고 있었다. (32p)

 

 

  -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땅덩어리의 나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14억 인구. 거기다가 여성의 가장 강한 본능 중의 하나인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과, 여성이 제일 약하게 휘둘리기 마련인 유행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성형수술 바람이었다. 그런 시장을 겨냥하다니......! 돈 쫓아 20년 가까이 헤맨 종합상사원의 코에 강한 바다 내음처럼 끼쳐오던 돈냄새. 그건 천 리 금광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고, 100년 묵은 산삼을 캔 '심봤다!'나 마찬가지였다. (59p)

 

 

  - '런타이둬'는 "사람이 너무 많아!"하는 불만에 찬 부정적인 말이었다. 그 말은 '런둬'와 함께 중국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많이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소리였고, 중국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넘쳐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말 속에 생략된 말이 있지. 사람이 너무 많아. '한 3억은 없어져야 돼'하는 말이지. 그런데 그 생략된 말 속에 또 한 마디가 감춰져 있어. '나 빼고' 하는 말이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런타이둬 할 때마다 '나 빼고 한 3억은 없어져야 돼'하는 생각을 하는 셈이지. 애들까지도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 중국사람들 전체가 그런 의식에 젖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127p)

 

 

  - 텔레비전 뉴스를 다 본 전대광은 그 다음 순서로 웨이보에 접속했다. 아아, 거기는 이미 훨훨 타오르는 불바다였다. 전국 2천여 개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들이 불붙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이면 날마다 불어나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6억에 육박하며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바다는 이름이 감추어진 익명성의 바다였다. 그 바다에 하늘을 가릴 듯한 거대한 깃발 두 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천안문 광장에서 언제나 펄럭이고 있는 새빨간 오성홍기를 뒤받치는 두 개의 깃발은 '중화민족 부흥'과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서자)' 였다. (255p)

 

 

  - "그래, 그 세 가지에 정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중국'이라는 말 뜻부터 그 세가지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니. 우리는 세상의 중심이다. 그러니까 뭐든지 크고, 뭐든지 넓고, 뭐든지 많다는 자부심과 긍지감 말이다. 중국사람들은 그런 의식을 저 먼 옛날부터 지녀왔고, 그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그들의 의식의 DNA가 된거야. 그래서 그들은 뻔뻔하고 배짱 좋고, 당당하게 배짱 좋고, 말도 안되게 배짱 좋고 그런거야."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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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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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의 세설을 통해 문장을 만끽하다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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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눈에 담아두고 있던 이 책은 이상하게도 내게 빨리 들어오지 않았다.

 

  몇년 전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나중에 사야지' 미루고 있다가 '사야겠다'하고 마음먹은 날에는 절판 상태가 되어버려서 중고책방을 뒤졌더니 가격이 거의 두배가까이 올라있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나중을 기약했고, 이 책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무사히 내 책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런 수고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은 빨리 거둬들이라는 교훈을 나에게 안겨준 책이다.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라는 문구가 낯익다. 이 책은 원래 이런 제목으로 나왔었다. 김훈 작가가 여기저기 기고한 글들을 모아 묶어낸 책인데, 1990년대 - 2000년대 사이의 사회 이슈들을 보는 작가의 냉철한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칼의 노래>를 읽고 작가의 문체에 홀딱 반해버린 나는 이 세설을 통해서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리라는 바람을 갖고 읽었다. <칼의 노래>때 느꼈던 담담한듯 휘몰아치는 유려한 문장들을 기대했다. (김훈 작가의 글은 내게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왠지 우아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책의 앞부분에서 나는, 건조하고도 날이 선 또다른 그의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뒤쪽으로 갈수록 에세이 느낌이 강해져서 내가 바라던 그 모습들을 쉴새없이 발견할 수 있었지만, 어찌됐든 그 앞의 논평느낌이 나는 글들도 꽤 매력있다. 두 부분의 공통점은 사회의 불완전한 세태에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는 작가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

 

  아들들에게 거침없이 평발을 내밀지 마라고 외치는 김훈도, '두보'의 시를 읊으며 자신의 감성을 술술 풀어내리는 김훈도 나는 참 좋다.

 

 

 

 

Underline 

 

 

 

 

  - 나이를 겨우 먹어가니까,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이라면 몰라도 세상을 향하여 내놓을 수 있는 말이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쉽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쓸쓸했지만,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세계는 무수한 측면을 갖는다. 그 측면마다 하나의 독립된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힘들여서 겨우 어떤 진술을 시도할 때 그 진술과 반대되는 또 다른 진술이 성립되어 가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런 회의가 나이 든 사람을 말더듬이로 만든다. 삶 속에서 그 유효성을 검증할 수 없었던 거대하고 모호한 의미의 단어들을 만지기가 겁이 난다. 결국 끌어다 쓰지 못한다. 사전에 나와 있는 말들 중에서 끌어다 부릴 수 있는 말들은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듯이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고작 한 옴큼이다. 말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그리고 그 가난이 오히려 편안하고 가지런하다. (58p, 말하기의 어려움)

 

 

 - 토머스 제퍼슨이라는 옛 미국인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운운한 말이 2백년 후의 한반도 남쪽에서 요란한 각광을 받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이 가파르고 다급한 말은 무의미한 수사에 불과하다.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뜻은 알겠으나, 정부와 신문 양자간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수사는 근본적으로 공허하다.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이 양자택일을 인간의 현실에 적용시켜서 이쪽이다 저쪽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별로 쓰잘데없는 말 쪼가리를 이미 권력으로 쪼개져버린 현실에 대입시켜 가면서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묻는다면 나는 우습고 꼴같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한다.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지성이다. 제발 이러지들 말라. (78p, 개수작을 그만두라)

 

 

  - 설이 지나서 나는 쉰네 살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죽음을 내 불가피한 귀결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직도 덜 살아서 그런지,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일회성을 감당해 낼 만한 마음의 힘이 없다. 인연이나 업장의 소멸이 무섭고, 불구덩이나 흙구덩이도 무섭지만 그 무서움을 인식하는 나 자신이 이미 증발해 버려서, 무서움조차도 존재할 수 없는 그 대책 없는 적막은 더욱 무섭다. 내가 고백할 수 있는 삶의 인식이란, 삶은 살아 있는 동안의 느낌의 총화일 뿐이라는 정도다. 비천한 생사관일 테지만, 그 너머를 말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몸의 실존을 배반하는 거짓말일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의 슬픔이나 기쁨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죽음의 적막에 비하면 그래도 내용이 있지 싶다. (121p, 대문 밖의 황천)

 

 

  - 글을 쓰면서, 연필을 쥔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는 일은 가슴 아프다. 글을 쓸 때, 손은 말을 만지지도 못하고 세상을 만지지도 못한다. 손은 다만 연필을 쥘 수 있을 뿐이다. 글을 쓸 때, 가엾은 손은 만질 수 없는 말들을 불러내서 만질 수 없는 세상을 만지려 한다. 세상은 결국 만져지지 않고, 말과 세상 사이에서 연필을 쥔 손은 무참하다. (155p, 인간의 몸과 손)

 

 

  - 아이놈들이 옆집 마당의 꽃핀 매화나무를 매우 부러워해서 우리도 마당에 매화나무를 사다가 심자고 조른다. 꽃은 주인이 따로 없고 눈으로 보는 사람마다 다 주인인 것이어서, "옆집에 매화가 있으므로 구태여 돈 주고 나무를 사다가 심을 필요가 전혀 없으며, 옆집 마당의 매화는 돈도 안들고 키우는 수고도 안들면서 오히려 눈부시니 얼마나 더 기특한 나무냐"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어도 다 큰 녀석들이 이 쉬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이놈들은 나무를 뽑아서 제 집 울타리 안, 제 방 창문 앞에 옮겨 심어 놓기 전에는 꽃핀 매화나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평안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아직 아이일 수밖에 없다. 봄날의 이 비린 시간들은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다 제쳐놓고서 천지간의 꽃잎을 모조리 휘몰아 사라지는 것이며 모든 꽃은 마침내 인간의 몫이 아님을 알게 되기까지, 반찬투정을 하듯이 꽃투정을 하는 이 어린 것들은 수많은 봄을 겪어야 하리라. (212p, 꽃 몸살 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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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가 진정한 아름다움, 여성들의 화장, 그리고 과일을 얼마나 색다르게 표현하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책 속에서 나오는 여름 꽃들에 대한 단상은 특히나 너무 표현이 아름다워서,

수국 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미친듯이 써서 날려줬다는. 쓰느라 힘들었지만.

 

(이번 리뷰는 팬심이 가득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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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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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나에게만 한정된,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 <개인적인 체험 - 오에 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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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개인적인 체험'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공유한다고 해서 결코 나눠질 수 없는, 완전히 나에게만 한정된 이야기.

그러고 보면 '개인적인 체험'에 대한 공감이 그리 쉽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상대방의 고민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때,

또는 가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힘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속의 이야기를 보면 그렇다.

 

  책 속의 주인공인 20대 후반의 직장인 '버드'는 어느날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아이가 '뇌 헤르니아 (뇌의 일부가 밖으로 튀어나오는)'상태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현실에 절망한 주인공은 술과 여자친구를 만나 방탕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일탈을 통해 잠시 '지금'의 좌절을 잊으려한다. 버드만의 고유한 불행은 계속해서 그 불행의 사실을 일깨우면서,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점점 심해지는 심리적 고통은, 버드에게 평생의 염원이었던 아프리카로 떠나 '아기 괴물'에게서 도피하려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비참한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그 '아기 괴물'을 어떻게 놔두어야할지도 까마득하다.

 

  실제로 이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이 승화된 문학이다. 고통스런 현실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스스로 느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있으며, 이 책 이외에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책들을 여럿 집필했다. 결국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때문에 나도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아직 내 수준에는 어려웠던 탓일까. 중간 중간 나오는 우주론·영혼론 같은 것들에 대한 단상은 책 속의 깊은 주제와는 관련없이 떠도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또한 표면적인 결말은 너무 이상적으로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 버드의 결심으로 이어지는 그 심리적 과정이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보였다는 점이 조금은 독특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만약 이런 '개인적인 체험'이 나에게도 온다면, 과연 용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어쨌든, 다시 한번 현실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Underline

 

 

 

 

  - "문제는 고통스럽다, 라는 말의 의미군요. 이 아기는 시력도 청각도 후각도, 뭐 하나 갖고 있지 않을걸요, 게다가 고통을 느끼는 부분도 결락되어 있는 거 아니려나? 원장 말로는 뭐라더라? 식물적인 존재니까! 당신은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하나요?" 버드는 입을 다물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했던가? 산양에게 씹히고 있는 양배추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어떻습니까? 식물적인 아이가 고통스러워한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의사는 여유만만 무게를 잡으며 다시 물어왔다. 버드는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고 그 질문이 현재 그의 뜨거운 머리의 판단 능력을 넘어선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처음 만나는 낯선 인간에게서 저항을 느끼지 않고 굴복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건만. (47p)

 

 

  - 그는 막대한 수의 타인들과 동거하고 있다. 하지만 식물과 같은 아이에게 있어 이 외부 세계 체재는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은미한 고통의 몇 시간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러고 나서 숨막히는 한순간이 있고 그리고 또다시 그는 몇억 년에 걸쳐 무의 광야의 미세한 무의 모래알 그것이다. 설령 최후의 심판이 있다고 한들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죽어버린 식물과 같은 기능의 갓난아이를 어떤 사자로서 소환하고 고발하며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진주 광택이 있는 빨간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 혓바닥을 하늘하늘해 가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던 몇 시간의 지상 체재로는 어떤 심판자에게도 증거 불충분이 아닐까? 그야말로 증거 불충분이야, 라고 버드는 점차 깊어져 가는 극심한 공포에 숨을 죽인 채 생각했다. 만약 그 장소에 증인으로서 내가 불려 나간다고 해도 나는 자기 아들의 얼굴을 확인조차 못할 것이다. 아기 머리의 혹을 실마리로 삼는다면 모를까. 버드는 윗입술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57p)

 

 

  - 거칠어 보일 만큼 풍성한 빛이 그곳에 넘치고 있었다. 거긴 이미 초여름이 아닌 여름 그 자체, 여름의 내장 속에 있었다. 버드는 그 빛의 난반사에 이마를 데었다. 스무 대의 유아용 침대와 전동식 오르간 같은 다섯 대의 보육기. 그 안의 아기들은 안개를 통해 보듯 어렴풋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꾸로 침대 위의 아기들은 너무나 적나라하다. 모두들 지나치게 밝은 빛의 독 때문에 축 처져 위축되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점잖은 가축의 무리 같은 아기들. 아주 조금씩 손발을 움직이고 있는 아기들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흰 면으로 된 속옷과 기저귀는 납으로 된 잠수복처럼 무거워보인다. 모든 갓난아이들이 구속당한 자 같은 인상이었다. (121p)

 

 

  - "분명히 이건 나 개인에게 한정된, 완전히 개인적인 체험이야."하고 버드가 말했다. "개인적인 체험 중에서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그런 경우, 어쨌든 고통스런 개인에게는 고통 뒤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고. 흑암의 동굴에서 괴로운 경험을 했지만 땅 위로 나올 수가 있음과 동시에 금화 주머니를 손에 넣었던 톰 소여처럼!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 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지지 않지. 불모의, 수치스러울 따름인 지긋지긋한 웅덩이 파기야. 나의 톰 소여는 끝없이 깊은 수혈 밑바닥에서 미쳐 버릴지도 몰라."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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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이상적이었다고 썼지만, 만약 다른 결말이어도 또 마음에 안들었다고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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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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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는 게 참 신 맛이다. 시리고 또 시리다. <개미, 내 가여운 개미 - 류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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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참 신 맛이다. 시리고 또 시리다." 그러나 그 시리고 신 맛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우리, 개미를 닮았다.

 

  12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류소영 작가의 소설집, 제목을 보자마자 '개미'가 무엇일까하는 물음 대신 연민부터 올라온다. 가여운,이라는 형용사가 무언가 안쓰럽고 처연한 감정을 올라오게 만든다. 상큼하게만 보였던 표지가 제목과 함께 보면 또다른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가엾다, 제 몸보다 큰, 시디 신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개미가.

 

 책 속 8개의 단편들, 그 속의 주인공들은 무언가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린, 아니면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릴 어떤 것들에 대하여 작가는 이야기해간다. 삶에서 언젠가 맞이할 수도 있는 '상실'과 '부재'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쓸쓸하다. 언젠가 물 속으로 없어져 버릴 한 마을의 모습, 이미 잃어버린 존재, 자신 속에서 숨기고 숨겨왔던 비밀스런 모습, 소통이 되지 않았던 그 고독한 사람들의 모습, 가면 갈수록 자신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고립감.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그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독한 외로움을 나름대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치유책으로 작용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소설집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개미, 내 가여운 개미'와 '기록'이란 작품이다. 언뜻 발견한다면 지나치고 말 평범하고 개미처럼 작은 이들에게 주목한 작가의 시선이 짠하다. 작가는 이야기에 끝에, 어찌보면 빤한 희망적인 메세지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렇게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그저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그들의 모습을 잊지 않기를, 계속해서 그리워하기를, 바라고 있다.

 

 

 

 Underline 

 

 

 

 

 

   - 그 여린 마음을, 그 어눌하고 착한 마음을, 이제 막 직장을 버리고 공부를 시작한 스물여덟의 나는, 사는 게 참 신맛이다, 시리고 또 시리다, 거듭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렇게 외면했었다. 터무니없는 비논리로 나는 마음엔 무슨 절대량 같은 게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여 이 봄이 무척이나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던 나는, 인문대학 대학원생이라는 위치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지만 내가 내 중심을 잡고 내 나이를 견디어내고 사는 일의 슬픔 같은 것을 다 감당해내는 것만으로 벅찬 시점이라 생각했던 나는, 그가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마음의 절대량...... 너의 중심을 잡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 네가 너를 감당한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런 답을 내어놓지 못할 터였다. (물소리, 28p)

 

 

  - 그녀가 입안 가득 빵이나 과자를 문 채 당혹스러운 죽음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을 나는 상상하기 힘들기에. 그녀의 '저 먼 곳'이. '저 건너편'이 평안하지 않을 것이기에. 아니, 무엇보다 그녀가 입안에 무언가 물고 죽었다면 남은 동안 나는 단 한순간도 편하게 먹을 수 없을 것이기에...... 날은 완전히 밝았고, 버스는 어느 작은 휴게소로 들어갔다. 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사람들은 무언가 따뜻한 것을 먹기 위해 내렸고, 나는 그 무엇도 먹고 싶지 않았다. 남으로 내려올수록 봄빛은 찬란했다. (개미, 내 가여운 개미, 49p)

 

 

  - 애매하고 불안정한 나이. 팍삭 늙어 체면도 힘도 자존심도 없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늘 하고 싶은 게 많고 계획으로 가득 찬 의욕 넘치는 나이도 아닌 그 어정쩡함. 나는 항상 그 불안정함이 불편하고 아슬아슬했었다. 동네 슈퍼가 아니면 맨얼굴로 외출하지 못하지만, 답답하다며 욕실 문을 살짝 열어둔채 볼일을 보는 나이. 부엌일이 싫기도 하지만 아직은 맛난 것을 먹고 싶은 나이. 하여 내가 잘 만들지 못하지만 본인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끙끙 한숨을 쉬면서 손수 만들기도 하는 나이. 격식을 차려야하는 모임 자리가 있으면 코르셋을 앞에 놓고 언제나 고민하는 나이. (또 밤이 오면, 74p)

 

 

  - 우리들은 저녁 일곱 시나 여덟 시쯤, 친구들이 다 모이기 편하게 시내 한복판에서 만나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하는 친목 모임에 나갈 수 없어 점점 그들과 멀어져갔고, 때때로 어렵게 월차를 내어 참석해도 친구들이 다 보는 인기있는 텔레비전 사극이나 유명한 개봉 영화를 보지 않아 대화에 낄 수 없었으며, 너무 오랜만에 보는 녀석들 앞에서 우습게도 낯을 가리고 머쓱해지는 바람에 쓸쓸해져서는 일찍 자리를 뜨곤 했다. 우리는 함께 근무하는 우리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서로 아껴주고 서로 짜증내고 서로 가여워하며 똘똘 뭉쳤으며, 그 뭉침은 달리 말해 고립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고립을 어느새 스스로 편안해하고 있었다. (옷 잘 입는 여자, 104p)

 

 

  - 백열두 개, 백열 여섯 개 ...... 시간의 숨결이 느껴진다. 시간이 무척이나 더디게 흐르고 마치 어딘가에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주위는 사실 무척이나 소란스러운데 가끔씩 목욕탕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귀가 웅웅 울리면서 나혼자 고립된 듯 멍하고 고요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대로 혼자 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들 것 같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 꼴로 넘어간다면 좀 슬플 것 같다. 토끼가 춤추고 코끼리가 기차를 모는 환상의 세계에, 눈을 부라리고 입에 빨대를 가득 꽂은 채 인간 대표로 놀러갔다 올 수야 없지 않겠는가. 머리를 한번 가볍게 흔들며 다시 정신을 차린다. (기록,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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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왠지 울적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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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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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를 다 돌기엔 백년도 부족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After Reading

 

 

 

 

  알란 영감님의 100세 기념 생일파티! 그날 파티의 주인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창문을 넘은 100세 노인의 모험은 시작되는데.

 

  누가 이십대만 청춘이라 했을까! 100세 노인은 비록 나이는 세자리 수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팔팔하다는 사실. 그는 창문을 넘어 처음으로 도착한 터미널에서 어찌어찌해서 트렁크 하나를 손에 쥐게 되는데, 이 속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 들어있다. 이 트렁크 때문에 노인의 두 번째 '세기'의 삶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영감 뭔가 심상치 않다. 시끄럽거나 나대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세거나 덜렁대는 것 같지도 않아보이는데 아주 일을 몰고 다닌다. 그치만 역시 긴 인생을 살아온 탓인지 엄청난 일에 별로 동요하지도 않는다.

 

  과연 연륜 때문만일까? 왜그런가 살펴봤더니 알란 영감의 젊은 시절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 그는 현대사의 사사건건을 짊어지고 백년을 보내왔다. 폭탄제조가로서 이름을 날리기도 하고, 트루먼 대통령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기도 하고, 스탈린을 노발대발하게 해서 노역을 하기도 하고,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을 속이고 달래주기도 한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다. 정치라면 치를 떠는 알란은 오히려 온갖 정치적 일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할 일만 하고 살아가면서 이같은 일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 주인공,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들이 아주 대담하고 당찬게, 너무 매력적이다. 보고있으면 누군가가 떠오르는데, 조금 더 순한 '조르바' 같달까.

 

  백 세 노인 알란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중간 중간 헛웃음 치게 하는 블랙유머와 약간의 병맛이 곁들여진 재미난 소설이다. 물론 조금 과장된 상황도 어이없는 죽음도 일어나지만, 그에게 세상만사는 그 자체, 거리낄 것도 없고 그저 자유롭게 살아가면 되는 것. 정치든, 이데올로기든, 누구의 편이든 상관하지 않는 것,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뿐.

 

 새로운 연장전에 접어든 알란 영감님의 모험이 어디까지 계속될런지, 흐뭇한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Capture

 

 

  - 알란은 자기가 단 1분 사이에 쥐와 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이러고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스탈린은 확실히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알란은 계속 모욕당하면서 앉아 있는 게 지겨워졌다. 그가 모스크바에 온 것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지, 이렇게 침 튀기는 호통이나 들으려 함이 아닌 것이다. 이제 스탈린은 혼자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든지 말든지 해야 했다. "근데 말이죠, 아까부터 계속 생각하는 게 있는데요......" 알란이 말했다. "뭔데?" 스탈린이 폭발 직전의 상태로 소리쳤다. "그 지저분한 콧수염 좀 싹 밀어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날 만찬은 이 질문으로 끝이 났다. 통역은 기절해 버렸다. (297p)

 

 

  - 존슨 대통령은 방금 알게 된 이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겠다는 것인지, 파리의 군중이 미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와 '미국은 베트남에서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라고 연호하는 소리까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존슨 대통령은 우거지상이 되어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알란은 잔을 마저 비우면서 미국 대통령의 일그러진 얼굴을 살폈다. "각하,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거라도 없나요?" "뭐? 뭐라고 했소?" 생각에 잠겨 있던 존슨이 반문했다. "제가 각하께 무슨 도움을 드릴 거라도 없느냐고 물었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셔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존슨 대통령은 얼떨결에 자신을 위해 베트남 전쟁을 이겨 달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스탈린에게 원자 폭탄을 넘긴 그 자였다. (400p)

 

 

  - 대뇌는 완전히 활동을 멈췄는데 입만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때가 있다. 라넬리드 검사가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알란의 이 마지막 헛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대꾸를 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뭐? 정말로 당신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으셨소? 백 살이나 된 양반이?" "아니 내가 미쳤소? 이 나이에 히말라야를 넘게? 내가 항상 이렇게 백 살이었던 건 아니야. 백 살이 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지." "아, 그래서요?" "우리 모두는 자라나고 또 늙어가는 법이지." 알란은 철학자처럼 말했다. "어렸을 때는 자기가 늙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 자, 그 어린 정일이를 예로 들어보자고. 내 무릎위에 앉아서 엉엉 울어대던 그 불쌍한 녀석이 이제는 자라서 일국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442p)

 

 

  - 알란은 자신이 나이가 듦에 따라 순진해지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원한다고 해서 죽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알리스라는 이름의 저 끔찍한 인간이 자신을 깨우고, 여전히 저 끔찍한 죽이 차려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쩌겠는가......? 백 살이 되려면 아직 몇 달은 더 남았고,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죽을 수 있으리라. '술은 목숨을 앗아가요!' 휴게실에 붙은 '금주'라는 게시문을 정당화하기 위해 알리스 원장이 하는 말이었다. 술이 목숨을 앗아간가? 흠, 그거 괜찮군...... 앞으로 종종 주류 판매점을 다녀와야겠어...... (...)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로원 직원들이 알란의 백회 생일 기념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는 우리 속의 동물이 되어, 선물이며 그 멍청한 축가들이며 케이크로 목구멍까지 채워지리라. 자기는 아무것도 요구한 게 없는데도! 그리고 이제 죽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룻밤 밖에 남지 않았다. (4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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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영화화된다니, 알란 영감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약간 무게있는 책이지만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

맨 끝에 나오는 '알란'표 세계사 연표는 소설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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