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님과 나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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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외딴 섬의 아가씨 등 미스테리 작품을 그려온 이마 이치코가 내놓은 유쾌한 문조 사육일기. 읽고 있다보면 고바야시 마카토의 걸작 왓츠 마이클이나 일요일 아침 TV동물농장을 보는 기분이 든다. ^^ 백귀야행에 점점 문조 조연의 비중이 커진다 싶다가 '어른의 문제'인가의 뒷부분에 수록된 부록이 재미있다 싶더니 급기야 책으로 출간하고 만 것이다. 그 때의 반가움이란! ^0^ 그런데 어쩐지 맛뵈기로 보았던 부록보다 이야기가 조금 쳐지고 산만한 느낌이다. 너무 사랑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쳤다랄까.그러나 줄거리 내내 개성 강한 문조들의 고군분투기와 자식(?)사랑에 빠진 팔불출 엄마의 코믹 스토리는 '어른의 문제'에서 보여줬던 유머감각이 녹슬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한다.

엄마를 사랑해버린 바보 아들, 남편에게 소박맞고 아들에게 구애받는 도도한 엄마, 백옥같은 아내 대신 다른 수컷과 사랑에 빠져버린 바보 아빠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 애정과 섬세함이 넘쳐난다. 이야기 끝에 바보 아빠 후쿠가 저 세상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개' 2권짜리 '만화'에서 '겨우' 새 '따위'의 죽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서운함과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작가의 내공보다 더 깊은 문조에 대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일본에 문조 키우기 열풍이 불었다고 하는데, 동물을 너무 좋아해 20마리나 키우고 있는 독자로서는 이 책과의 만남이 실로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

PS. 그런데 이마 이치코가 여자입니까...남자입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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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늙은 개 책방 2004-08-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사합니다 ^0^
 
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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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위해 메모를 하라'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메모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해야할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 목욕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물에 안 젖는 화이트 보드를 마련하라든지, 감성까지 메모하기 이해 메모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관련 이미지를 갖다 붙이라든지, 메모는 무조건 간단하고 신속하게 하라고 권한 뒤에는 메모하기 좋은 의자를 구입하라거나, 조용한 커피숍에 가라거나 심지어 자신의 메모를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보다가 책까지 만들라고 한다. -, -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메모를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가다듬고 물이 담긴 컵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들어올리는 기분으로 메모를 시작하라고 하다가 급기야는 꿈꾸고 싶은 것들을 자기 전에 메모하고 자라고 한다 ㅠ.ㅠ. 내 생각에는 이것은 이미 메모가 아니라 일기가 아닐까 하는데...

간혹 눈에 띄는 참신한 부분도 있는데 회의실에서 지루하면 참석자의 특징을 메모하라거나 (이것도 메모라기보단 낙서다), 전화 하기 전에 통화내용을 미리 글로 정리해 보라거나, 비상시에는 자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음성메시지를 남겨 음성메모로 이용하라는 등의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짝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론 아쉬운 느낌이다. 바쁘고 잊어버리기 쉬운 비즈니스맨의 니즈를 읽어낸 참신한 기획은 높이 살만 하나 내용은 메모라는 주제에 첨착해 억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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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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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없는 거위 보르카와 함께 장애우에의 편견을 없애주는 동화. 종종 백마디의 달콤한 말보다 진솔한 한마디가 더 감동적인 법이듯, 이 책은 화려한 수식어도 무릎을 치는 비유도 없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과의 평범한 날들을 덤덤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의 솔직한 눈은 동생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 아닌 손으로, 또 다른 것으로 들을 줄 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아내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자매는, 말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거나 슬플 때, 아니면 화가 났을 때 얼굴표정으로 또는 어개를 들썩이며 누구보다 훌륭하게 많은 것들을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용만큼 잔잔하고 심플하면서도 사실적인 삽화는 마치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얼핏 무덤덤해 보이나 그렇기에 더 사소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듯 비범함 속의 세심함을 살리고 있다. 지금, 창 밖에는 비가 온다. 귀로 들리는 빗소리도 아름답지만 소리 없이도 손바닥 끝,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는 것 또한 얼마나 낭만적인 삶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빗소리를 들을 줄 아는 여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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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 똥 어때?
하타 고시로 그림, 야마와키 쿄 글,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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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가장 푸대접을 받아온 쌍두마차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발과 똥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똥은 배설의 건강함과 함께 자연의 순환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는데 이 즈음에 와서야 그 진가를 인정 받는 듯 싶다 이 현상은 어른 뿐 아니라 아동 도서에서도 종종 나타나는데, 그간의 똥에 관한 아동도서가 똥누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며 좋은 습관 들이기를 강요했다면, 이 책은 미생물이 똥 속에서 배불리 여러가질 먹기 위해 내 똥을 기다리고, 거기서 만든 영양분으로 다시 우리에게 먹을 것을 준다며 '똥은 고마운 것'이라는 자연의 순환 원리까지 가르친다.

그런 와중에도 절대 아이들을 위한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데 그 중의 압권인 것이 '똥박사' '똥저금통'이라는 기상천외한 신조어다!!! ^0^ 똥을 못 싸 뱃 속에 똥을 가득 채운 어린이 그리고 어른 '똥저금통'들이여! 똥박사의 말을 잊지 말지어다 '지금, 세상 모두가 내 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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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안녕? 사계절 그림책
제니 오버렌드 지음, 김장성 옮김, 줄리 비바스 그림 / 사계절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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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어린이판 '죽어도 좋아'란 기분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 외람된 생각일까? 영화 '죽어도 좋아'는 섹스란 뭐 그다지 특별히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추잡한 것도 아닌 밥먹고, 잠자는 것과 같은 일상임을 발가벗은 노인의 몸을 통해 보여준다 동화 '아가야 안녕'은 출산이 뭐 그닥 특별히 신성하지도, 그렇다고 무섭거나 못볼 것은 아닌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일 뿐이라고 발가벗은 엄마를 통해 보여준다.(실로 엄마의 밑으로 아가가 머리를 내미는 모습은 충격적이고, 그러나 그 장면 하나로 이 책의 매력이 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아가가 태어나는 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애 낳는 걸 알 정도'로 엄마가 시끄럽고, 태어난 아기는 천사처럼 뽀사시 한 것이 아니라 주름이 쭈글쭈글 하다. 기쁘긴 하지만 진이 다 빠져버린 가족은 한 방에 모여 일상처럼 잠이 들고 마는데... 이 모습이 그동안 수중분만이다, 그네분만이다 다소 호들갑스러웠던 우리네 출산 문화를 제 자리로 조용히 되돌려 놓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이 더. '나라면 어떻게 태어나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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