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박성웅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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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寄生)박성웅. 서민. 정준호 외 / MiD (엠아이디)

 

 

 

 

 

 

 

 

1. 생물체가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광범위하게 적용하다보면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물과 공기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삶의 터전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실상을 접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너무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서 미안하다. 우선 그들에겐 물이 귀하다. 지하자원은 풍부할지 몰라도 사람이 먹을 만한 지하수조차 자신들의 힘으로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2. 그런 실정이다 보니 맑은 물, 먹어도 괜찮은 물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조금 사정이 괜찮은 곳에서도 밤에 전기가 들어오면 다행이고, 아침에 눈을 떠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면 행복이다. 현지 실정을 눈으로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프고 편치 않은 것은 그들의 발에서 스파게티같이 기다란 것이 꼬물꼬물 기어 나오는 것이다. 피부가 까만지라 흰빛에 가까운 그 생명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3. 그 꼬물꼬물의 정체는 메디나충이다. 이 메디나충은 그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되었다. 기원전 15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에도 실려 있다. 구약성서에도 등장한다. ‘불뱀이 곧 메디나충을 가리킨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4. 상당수 아프리카인들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물들은 탁하다. 거의 흙탕물 수준이다. 메디나충의 중간 숙주는 물벼룩이다. 길이 2밀리미터 정도의 물벼룩은 물이 깨끗하면 안 보이지만 흙탕물이면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메디나충)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는 것에 기가 막힌다. 아니 잔머리 정도가 아니라 지능적이다. 암컷은 사람 몸에서 새끼를 만드는 일에 올인 한다. 유충들을 내보내기 위해 배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아래로 내려와 복숭아뼈 근처나 발등 부위에서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그 발은 열불이 난다. ? 그래야 감염자가 물에 발을 담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 물에다 자신의 새끼들을 마구 쏟아 놓는다.

 

5. 다짜고짜 메디나충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속이 거북하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기생, 기생충이야기로 충만하다. EBS 다큐멘터리 기생(寄生), PARASITE팀이라고 할 수 있는 PD와 제작진, 기생충학자들이 TV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6. 첫 장에선 기생충이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기생충의 정의, 기생생활의 시작, 기생충과 진화의 역사, 기생충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선 기생충이 숙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한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메디나충처럼 지능적으로 숙주를 조종하는 연가시나 기생 따개비 등이 등장한다. 세 번째 장에선 기생충과 숙주의 경쟁이 펼쳐진다. 네 번째는 기생충과 인간의 대결, 그리고 동반자로서의 공존까지 살펴본다.

 

7. 기생충에서 자만 떨어져 나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기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생은 가장 보편적인 생활방식이다. 바이러스부터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 식물, 곤충, 조류까지 우리가 분류해 놓은 생물군의 거의 모든 생물들에서 기생생활은 독립적으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생활방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생태계 내 생물 전체의 40% 이상이 기생생활로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록 다른 생물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생활이 기생생활이기는 하지만 생물 간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그 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주는 것이 기생생물인 셈이다. 거대 생태계로 나가지 않고 사람의 체내만 보더라도 기생충은 우리 몸 생태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8.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전혀 제작된 적이 없는 기생충 관련 다큐멘터리를 태동시킨 박성웅 PD의 촬영 뒷이야기가 진솔하다. 특히 생명체의 순환과 그 연결 고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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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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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유리 그니지. 존 리스트 / 김영사

 

 사람들이 여럿 모여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할 때 식사비를 균등하게(더치페이)나눈다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식사비를 나누는 방법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 그룹으로 나눠본다. 첫째 그룹은 여섯 명(남자3, 여자3)이 개별적으로 식사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둘째 그룹은 식사비 총액을 균등하게 나누기로 했다. 셋째 그룹은 연구자들이 식사비를 전액 지불하기로 했다. 식사비 지불방식에 따라 각 참가자의 음식 주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식사비를 나누는 방식은 주문하는 음식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이 식사비 전액을 부담하는 실험에서 연구 대상자의 음식 주문량이 가장 많았다. 예상되는 결과이다. 그렇지만 식비를 균등하게 분담하는 집단에서는 각자 자기 몫의 식사비를 지불할 때보다 값이 비싼 음식을 주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자들(저자)의 평가는 어떤가? 값이 비싼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을 단지 타인을 이용하는 나쁜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인센티브에 반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자기가 주문하여 발생하는 초과비용에서 6분의 1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저자는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라고 부른다. 한 사람의 특정 행동이 타인에게 의도하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된다.

 

 

 

빅데이터의 함정

 

빅데이터는 복잡 미묘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속 시원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의 진정한 핵심을 잡아낼 수 있을까? 현실에서 실험을 거쳐 수집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추론한 인과관계는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경제학계의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리는 두 저자가 의기투합했다. 실험실을 박차고 진짜 세계로 뛰어들었다. 실험을 뛰쳐나간 이유는 단순하다. 차별주의자라도 자신이 관찰대상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전혀 차별주의자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놀이하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제현상들을 관찰하며 인간 행동의 숨은 동기를 뿌리 깊이 파헤친다. 킬리만자로 산기슭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양조장까지, 이스라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의 중역 회의실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현장실험들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들은 이론과 데이터, 실험실 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들을 저자들이 펼치는 방법론을 통해 함께 생각해본다.

 

 

 

인센티브, 행동 유발인자

 

이 책의 키워드는 인센티브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광범위한 연구 결과가 담겨있다. 차별, 성별 격차와 교육 격차, 동기 부여, 사업 수익성 등을 비롯한 사회의 중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인센티브가 좋은 결과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센티브 제도를 올바르게 수립하고 사람들이 마음에 품은 동기에 적합하도록 정교하게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타인을 행동하게 만들까?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별 격차를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차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오늘날의 기업들이 멸종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공저자인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는 스스로 현장실험을 사용하여 세계에 관해 알고자 하는 새로운 경제학자 집단이라고 한다. 그들이 막 시작한 도전에 다른 학문 분야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동료 경제학자들이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자녀에게 배변 훈련을 시키는 일부터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매일의 삶에서 우리의 도구를 사용하면 정말 효과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우선 바꾸고 싶은 결과를 생각해본 다음에 바꾸려는 결과를 얻을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두 연구자의 (연구)실험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인센티브와 동기부여에 대한 폭넓은 재고를 해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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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어린이 같이 보는 그림책 1
라에티티아 부르제 글, 알리스 그라비에 그림, 임은경 옮김 / 같이보는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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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어린이는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아이 주변 한 두 사람의 역할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의 기질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성품의 DNA는 부득불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누구 닮아서 저리 못난 짓, 못된 짓만 하고 있어!"라고 해선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서적으로 안정 되어 있는 부모와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 역시 안정적이다.

 

단순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그렇지 못한 것을 종종 목격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엄마의 (몸과 마음)건강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놀이문화 속에서 사회성을 키운다.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한다.

 

싸움을 중재하는 것도 배운다. 비록 싸움을 말리다가 얻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두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지나간 자리는 대부분 초토화 되어 있다. 

   그러려니 해야 한다.  부모는 이 난지도를 정돈하면서 뒤늦은 성장을 한다.

   아이를 쥐 잡듯 잡지 말일이다.

 

 

 

 

  아이는 언제나 당당하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어린이'에서 최고의 어른이 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어린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틈새 공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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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 지만지 희곡선집
게오르크 카이저 지음, 김충남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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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게오르크 카이저 / 지만지

 

 

희곡입니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가 주인공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알겠는데 알키비아데스는 낯설지요? 나도 그렇습니다. 첫 막의 무대는 레슬링 학교입니다. 그들의 입에서 알키비아데스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알키비아데스는 아름다움과 힘의 이상(理想)입니다. 특히 아테네 소년들에게 존경받는 정치가이자 장군이지요. 레슬링 학교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까지 하는군요. “알키비아데스만이 알키비아데스를 구할 수 있어...그렇지 않다면 그리스 하늘이 무너져 내릴거야!”

 

 

구원받을 일 없을 것이라는 알키비아데스와 그를 구원한 소크라테스

 

이 희곡의 스토리 줄기는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용감성과 사려 깊은 행동으로 아테네의 젊은 사령관인 알키비아데스를 구한 사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뜻밖이지요? 철학자가 전쟁터에서 전사(戰士)를 구해냈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의 목숨만 구한 것이 아니라 그 후 그의 명예와 영혼까지도 구해냅니다. 어찌된 사연일까요?

 

 

가시또는 거룩한 부담감

 

선인장 들판과 언덕이 이어지는 전장(戰場)이 나타납니다. 쫓고 쫓깁니다. 한 쪽 군대가 열세입니다. 낙오병이 나오는군요. 지휘관은 어떻게든 그 병사를 끌고 가기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회유와 협박도 안 통합니다. 한 고집하는군요. 그 병사가 꼼짝을 안하는(못하는)이유는 강한 선인장가시가 구두를 통과해...피부를 뚫고....살을 찔렀기때문입니다. 적의 칼에 찔러 죽을 땐 죽더라도 꼼짝 못하겠다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가 바로 소크라테스입니다. 그 때 무기 없이 갑옷만 입은 알키비아데스가 나타납니다. 마침 적군이 나타납니다. 무기가 없는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 뒤에 숨습니다. 소크라테스 병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발에 가시가 박혀서 걸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알키비아데스가 구원을 받습니다. 좀 희극적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왜 하필 가시였을까? 때로 나 혼자 편하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편한 만큼 불편해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행동을 조신하게 한다면 바로 이것도 가시의 일종일 수도 있겠지요. 내 마음을 찔러주고 각성시켜주는 존재감이라고 봐야겠지요. ‘가시이야기 하다보면 이 밤이 다 샐 것 같아 이정도로 멈추렵니다.

 

 

소크라테스의 존재감

 

이 희곡에서 소크라테스의 존재감은 꼽추입니다. 또한 돌로 육체가 없는 머리를 조각하는 주상(柱像)조작가로 표현됩니다. 철학자답군요. , 다리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머리만 신경 씁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못 뽑고 지내다보니 사상가가 됩니다. 알키비아데스에게 쏠렸던 아이들이 소크라테스에게 몰립니다. 소크라테스가 해주는 말을 통해 소년들은 영적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운동(레슬링)이 시시해집니다. 정신과 육체가 대립하게 됩니다. 그 당시 상황은 육체가 더욱 우세했지요. 시민의 자격은 전쟁이 일상화된 그 시절 전사(戰士)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했지요. 그러니 철학자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철학자는 밥만 축내는 부류라는 빈정거림도 들리는 듯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 된 것입니다.

 

 

변화되는 양상

 

이 드라마의 막이 열릴 때 소년들은 신체 단련이라는 이상과 알키비아데스가 구현한 육체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 소크라테스의 영향으로 소년들은 철학적 대화를 높이 평가하게 됩니다. 격투기 연습대신 철학 문답에 열중합니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소년들에게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소크라테스를 죽이겠다는 상황까지 갑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납니다. 오히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와의 대화에서 한 수 배웁니다.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를 넘어뜨리기 위해 애쓰는군요.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

 

시간이 흐르면서 알키비아데스는 민족의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이자 중범자로 몰립니다. 알키비아데스는 멀리 도망가고 발이 아파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소크라테스가 체포됩니다. 죄명은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를 구해줬고,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추종자라는 것이지요. 웃기는 이야깁니다. 탐욕스럽고 멍청한 그 당시 지도자들, 원로들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는 독배를 마십니다.

 

 

작가 게오르크 카이저에 대해

 

작가는 이 작품 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를 육체와 정신 대립에 관한 대화극이자 사고극(思考劇)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고극이라 함은 단순히 구경하는 연극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연극을 관람해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이야기하네요. 게오르크 카이저는 1878년 마그데부르크 태생입니다. 좀 튀는 성격이었군요. 교사와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으로 김나지움을 중퇴한 후 3년간 상업 수업을 받습니다. 유랑의 시간을 보냈군요. 25세에 첫 작품으로 희비극 클라이스트 교장을 발표합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작품들이 빛을 발합니다. 카이저의 작품 중 40편 이상이 세계 각국에서 초연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적 극작가로 떠오르게 됩니다. 카이저는 현재까지 가장 위대한 표현주의 극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소재와 극 형식이 다양하지만, 카이저의 전 작품 면면에 흐르는 일관된 주제는 새로운 인간과 그에 의한 인류와 세계의 개혁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희곡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군요. 정신과 육체는 분리가 불가능하지만, 몸과 마음의 부조화된 부분들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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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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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박범신 / 자음과모음

 

 

풍경을 그리는 이, 바라보는 이

 

풍경화를 바라보며 무엇을 느끼시는지요? 멋있다. 잘 그렸다. 어딘지 한 번 가보고 싶다. 이런 통상적인 느낌 이외에 나는 풍경화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의 뒷모습을 봅니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한껏 치켜 올라가는 어깨를 봅니다. 그림을 그리다말고 그저 먼 산과 들과 바다를 바라보곤 하는 그 사람을 봅니다.

 

지금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온 후 그림으로 재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오래 된 그림일수록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의 존재감은 실시간이었습니다. 꼼짝마라 하고 앉거나 서서 그렸지요. 그날 다 못 그리면 다음날 비슷한 시간에 다시 갔겠지요. 날씨나 개인사정 등으로 원샷에 못 끝낸 그림은 며칠을 두고 완성해나갔겠지요.

 

어쨌든 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 엿보기를 좋아합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림의 일부분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그림 속 어딘가에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지 않았을까?

 

풍경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이 책의 제목과 분위기가 풍경으로 시작해서 풍경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중심엔 살아 움직이는(또는 그 반대의) 사람이 있습니다. 소소한 풍경

소소하다는 말 아시지요? 사전적 의미는 대수롭지 않고 자질구레하다, 어김이 없고 밝고 분명하다입니다. 소소한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결코 소소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소소에 대한 시시비비를 염두에 두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소읍의 이름을 소소라고 한 듯 하네요.

 

 

한 지붕 밑 기묘한 동거

 

책을 펼치고 얼마 안가서 시멘트 데스마스크를 만납니다. 석고가 아닌 시멘트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석고 데스마스크는 작품성이나 있지만, 시멘트는 그것이 아니지요. 살인의 추억 또는 기억을 연상하게 되지요. 그리고 조금 더 가다보면 한 침대 또는 한 방에서 한 밤을 지새우는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만나게 될 겁니다. 여기서 섣불리 이 소설에 대한 평가와 선입견을 버리셔요. ‘뭐야? 이런 분위기였어? 작가님도 이젠 소재가 거덜 난 모양이야’ ‘이젠 이런 분위기로 가시겠다고요?’ 잠시 이런 생각이 들더라도 그들을 멀리 보이는 풍경쯤으로 생각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 ,

  그 풍경(인물)의 이름은 , , 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름을 완성해줬지요. 그리움’, 노래’, 돌아감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억지입니다. 은 무엇을 그리워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은 기타리스트이지 보컬은 아니고, 은 언젠간 돌아가고 싶지만 막상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붙여준 이름들이 그리 낯설진 않습니다. 그런대로 맞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첫 그림이자 기본 화자인 은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아픈 상처가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미처 여물기 전에 가족들을 앞서 보냅니다. 그런데 작가는 어찌 작품에서 죽음마저도 애틋한 의식(儀式)으로 바꿔놓는지 참으로 감탄입니다.

 

어제 집안 어르신의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벽제 화장장에서 동작동까지 갔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국가유공자라서 현충원에서 거행하는 안장(安葬)의식을 치르게 되었지요. 그 잔상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을 소설에서 받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황망하게 다가오지만 마치 그들은 어떤 의식을 치르듯 그렇게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책을 읽던 중이었지요. 물론 책은 집 제 책상에 있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고인에 대한 생각 틈틈이 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어찌 목숨 걸듯이 물구나무를 서고, 죽기 살기로 우물을 파는 일에 몰두 했을까? 그리고 어찌해서 그 우물로 사라졌을까? 그 물길을 따라 그는 어디로 가고 싶었을까? 무슨 노래를 부르고 싶었을까? (기타로)무엇을 더 연주하고 싶었을까?

 

이 물구나무 서는 일에 몰두했던 것은 답이 나오더군요. 내 몸 안에 있는 힘을 모두 빼기. 마치 풍선에서 바람을 쥐어짜낸 후 다시 새바람을 채우듯, 아니면 그저 빈 채로 접어놓듯이 그렇게 힘을 빼고 있었더군요. 그리고 우물물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아니면 그 흐름을 따라(땅 속에서도 흐름이 있으니까)가다보면 강줄기를 거쳐 어느 바다 한 가운데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 안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는 풍경 , ,

 

, , (그리움, 노래, 돌아감)이 보여주는 빛깔은 아마도 우리 마음 어딘가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론 이 중 하나 또는 둘이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일도 있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 , 의 몸, 마음의 나눔이 애틋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지도 모릅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그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자기들끼리만........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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