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1. 새해를 맞이해서 후배가 카톡으로 연하장을 보내왔다. 마침 커피 타임을 갖고 있던 참이라 답장을 보냈다. 나 - "그래 고마워. 새해 복많이 받고 건강하구." 그 후배는 개인의원에 근무하고 있다가 준종합병원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었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어때. 지낼만 해?"  후배- "선배님, 여긴 모두 이상한 사람들만 있어요"  나- "그래? 그럼 모두 치과로 보내~!"  후배 - "예? 아...예..ㅎㅎ"  다독거리는 말을 전하려다 돌직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해봤나?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들이 오히려 김선생을 보고 '진짜 이상한 넘이네..'한다고 생각하면 어쩔텐가?"  잠시 뜸을 들인 후 후배가 답을 보내왔다. "옙..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는 것보다.  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빠르겠습니다."  지혜로운 친구라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2. 사실 우리 모두는 심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내가 하는 실수는 '그럴 수도 있지'고 남이 하는 실수는 '그럴 수가 없지'다. 내가 하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이해 될만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도무지 이해불가의 말들만 늘어놓는다. 모 정신과의사 말마따나 '가끔 제정신'이기도 하다.

 

 

3. 살아가며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한 지붕밑에서 살며, 같이 일을 해나가는 것도 큰 복이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이 책의 제목이 근사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말이 잘 통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한술 더떠 '상대를 움직이게까지 한다'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없다.

 

4. 저자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을 전공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는 가운데 특히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많은 법안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로비스트 경험담에서 설득의 특별한 노하우들을 뽑아내 엮었다. 책을 읽다보니 '과연 고수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5. 책은 크게 3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논리, 감정, 인물, 트릭 등이다. 논리 부분의 소제목을 연결시켜보면 이렇게 된다.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도 안 듣는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6. 그럼 어떻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경쟁적으로 논리를 펼친다. 상대를 설득시켜 한방에 훅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노력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우리 일상에서는 논리가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 하나의 올바른 해결책이 존재하리라 믿는가? 한쪽에게 유익한 것은 다른 쪽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상처 받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이 진리를 깨친 사람들은 그 깨달음을 조용히 활용하고 있다."

 

7. 앞서 후배와의 대화에서 나 자신에게도 무엇보다 '나를 먼저 돌아본다'는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후배에게 주는 조언이지만, 나에게 주는 다짐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타인을 어떻게 조종할 것인가? 라는 답을 주기 전에 각자 스스로를 들여다보길 원한다.

 

8. '입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입장'은 심리학의 전문개념으로, '확신'이나 '의견'보다 훨씬 많은 뜻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입장'은 심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이 평가는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상대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입장 바꾸기'란 단순한 '설득'이상의 것이다."

 

 

 

9. 입장은 네 가지 요인에 바탕을 둔다고 한다. 유전적 소인, 애정, 인지, 태도 등이다. 애정의 요인은 감정이다. 우리는 특정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그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10. 저자의 로비스트 활동장면을 들여다본다.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식자리인지라 로비스트들이 더욱 분주하다. 거물급, 영향력있는 정치인들과 접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정치인이 혼자 있는 틈새 시간을 가로채기 위해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치인에 고정되어 있다. 그대가 잠시 그 정치인의 역할을 맡는다. 오는 녀석들마다 자기 이야기만 하기 바쁘다. 모두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한다.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한다. 이젠 듣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외면하면 평판이 안 좋아지니 그럴 수도 없다. 간담회가 얼른 끝나 집에 가서 뜨끈한 물에 푹 담그고 싶다. 또 한 녀석이 내게로 온다. 지겹다. 그런데 이 친구 보게 첫 마디가 맘에 드네. "어려운 점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허~ 그래? 맞아. 귀는 닫고 입을 열고 싶었어. 입이 근질근질했단 말이야. 모처럼 실컷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그 뒤로 저자인 이 로비스트와 그 거물 정치가는 절친이 되었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리의 정석 - 일이 훨씬 편해지는
조세형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책상위나 서랍 또는 서가를 정리하고 나면, 어수선한 마음도 정리 되는 듯 하다. 해놓고 나면 편하고 좋기만한데 왜 그리 손대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떤이들은 뭐 꼭 그렇게 깔끔 떨 필요있나 '대충 살지'하면서 그저 편하게 살아가고 있긴 하다. 나 역시 정리정돈 안 된 상태가 처음엔 눈엔 거슬리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별로 신경이 안 쓰일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 '깨진 유리창 법칙'은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 주변 정리가 게을러질 때마다 내 마음에 떠올리는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리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생각을 꺼낼때마다 그 분의 생전 모습을 그려보며 인사를 건넨다. 오래 전 이야기다. 벌써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보다 10년 쯤 연상이셨던 내과 과장. 어느 날 갑자기 댁에서 새벽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창졸간에 장례를 치룬 그분의 미망인이 고인의 소지품을 챙기려 병원에 들르셨다. 서랍이나 책장에서 고인의 유품중 쇼핑백 하나에 몇 가지 담고는 간호사에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나셨다. "나머진 다 버리세요."

 

3. 아니 한 깔끔, 한 까칠하셨던 그 분이 그럼 여태 쓰레기를 모시고 살았단 말이야? 그렇다,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겐 쓰레기로 생각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미망인은 꼭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기보다 어차피 집에 갖다 놓아봐야 별로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고인의 유품은 집에도 많기만하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대여..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오. 그대 떠난 빈자리에 잡동사니만 잔뜩 남겨놓지 마시구려. 치울 사람 생각도 해줍시다.

 

4. 내 생각, 내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책과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정리의 정석'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들어가본다. 사전적 의미로 '정리'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일이고, '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놓거나 가지런히 바로 잡아 정리하는 일이다.

 

5. 정리, 정돈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생각이나 마음도 정리, 정돈 대상이다. 저자는 첫 챕터에서 '왜 정리하는가?" 묻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단 정리하면 당장 효과를 본다.'이다. "정리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정리정돈을 잘하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반면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으면 쓸데없는 서류들을 뒤적이거나 물품을 찾는 데 시간을 뺏겨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일상을 잘 정리하는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도 얻는다고 한다.

 

6.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다섯 가지다.  버려라! 더 좋은 것들로 다시 채울 수 있다. 버리지 않으면 채울 기회도 없어진다.  줄여라! 버릴 수 없다면 결코 더하지 말라. 스트레스와 업무 부팅 속도는 줄일수록 좋다. 정하라! 고민 없이 곧바로 실행에 옮길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해두라.  나눠라! 한군데 무조건 몰아두는 것이 정리가 아니다. 잘 분산하면 시간을 번다.  바꿔라! 기존에 잘못된 관행이나 나쁜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바로잡아라.

 

7. 정리 정돈을 하다보면 제일 어려운 일이 버리는 일이다. 버리는 것을 지혜롭게 하지 못하면 정리 정돈은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대충 쌓아놓는 것으로 그친다. 저자가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3개월 이내에 사용한 적이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 있는가? 없다면 버려라. '언젠가 사용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가? 그러면 버려라. 아주 가끔 활용하지만 남에게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기능이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가? 그러면 버려라.  회사나 사무실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인가? 그러면 버려라.

 

8. 물건만 줄일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습관도 줄여야 한다. 버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입버릇처럼 하는 비난이나 불평 불만도 줄이거나 없애야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뭐가 있을까? 그것이 없다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무인도에 자리 잡을 때 뭐가 있어야 할까? 내 몸에 지닌 것 하나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부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두 곳이 있다. 병원과 경찰서다. 안 가고 살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이런 말이 뒤따른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사나 판, 검사가 한 사람쯤 있어야한다.

 

2. 우리 서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하는 삶만 없다면, 다행으로 생각해야할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갇히고 고통받는 존재가 다른 사람 아닌 '나'라면 어찌해야할까.

 

3. '인권(人權)'을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대는 어떠한가. 의무만 주어져있지 권리만 남아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 그 자체이다.

 

4.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는 단체가 있다.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인 '공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실컷 돈맛을 보고, 쬐끔 시간을 내서 봉사하는 변호사들이 아니라, 아예 전업으로 공익과 인권을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5. 공감의 특징은 그들의 활동 자금(?)이 정부의 지원금에 전혀 기대지 않고, 개인과 로펌 등의 기부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나랏돈이라는 것은 한푼이라도 쓰게 되면, 간섭이 뒤따른다. 현명한 선택이다. 공감은 영리 활동도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법조인에게 보장된다는 부나 특권이 딱히 싫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 변호사들은 그들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 좋다고 한다.

 

6. 공감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영역으로 보면 여성 인권 / 장애 인권 / 이주와 난민 / 빈곤과 복지 / 취약노동 / 성소수자 / 국제인권 / 공익법 일반 / 공익법 중개와 교육 등 9개 영역으로 나뉜다.

 

7. 공감의 많은 활동 내역 중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가명)의 사례가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사회가 어찌 이지경까지 갔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후안마이는 2007년 1월 국제결혼 중개업체 소개로 건설일용자인 장 아무개씨를 만나 결혼해서 5월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한국에 와보니 중개업자와 남편이 말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스물일곱 살 많은 남편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거주지는 월세 18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이었다. 남편은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후안마이의 요청을 외면했고, 바깥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후안마이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8. 후안마이는 남편의 구타로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사체로 발견되었다. 검거된 장 씨는 "돈 들여 아내를 데려왔는데 자꾸 자기나라로 돌아간다고 해 홧김에 때렸다."고 했다.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가 있었다. 유서가 되고 만 그녀의 편지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어린 소녀였지만 '결혼이주'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헤아렸던 성숙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9."...저도 한 여자로서, 아내로서 나중에 더 좋은 가정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당신은 아세요?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그럴 때마다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10. 공감 같은 인권법재단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보통사람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법조인이 마음에 크게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보니 이런 풀뿌리 단체가 생기는 것이다. 공감이 생각하는 법은 '테두리'이다. 테두리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허물고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게 힘찬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대들 덕분에 이 사회는 살아갈만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얼마 전 '소리'에 관한 책을 읽다가 느낀 생각. 어렸을 때 담겨진 기억 장치중에 소리가 포함 된다는 글을 올렸지요.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바로 '향기'입니다. 강아지가 어미 젖도 채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분양을 갑니다. 당연히 줄곧 울지요. 궁여지책으로 그 어미가 깔고 있던 천. 아뭏든 어미의 체취가 담긴 무엇인가를 어린 강아지에게 갖다주면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동물이 이럴진대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이 책의 주된 흐름은 바로 그 '향기'입니다. 

2. 미국에서 출간되어 영화화되기도 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읽어보셨는지요. 나는 아직 못 봤지만, 대충 줄거리는 알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다지요.

 

3. [뱀주인자리]는 한국형 뱀파이어 소설입니다. 전체적으로 블러드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입니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여자의 목은 유난히 길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뱀파이어가 제일 먼저 노리는 곳이 '목'이지요. 긴 목이라. 일단 위험하군요.

 

4. 한 세기를 살고 있는 뱀파이어 가족이 소개됩니다. 남자넷, 여자 하나.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아가면서 갈등이 이어집니다.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된 딸을 인간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사내와 서로의 생각이 완전히 다른 쌍둥이 형제. 그리고 또 다른 남동생.

 

5. 그 이야기 중심에 수안이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정상적인 인간입니다. 그러나 수안에게는 그냥 인간이라고 보기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도는군요. 수안은 어렸을 때 쌍둥이 뱀파이어 중 하나에게 엄마를 잃습니다. 그 후론 가해자가 후견인이 되어 수녀원에 있던 수안을 묵묵히 돌봐줍니다.

 

6. 작가 신아인은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뱀파이어 스토리라면, 독자들이 지레 짐작을 할텐데 무엇을 또 그리고 싶었을까. 작가는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야길 합니다. 인연은 다른 말로 천생연분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인연입니다. 뱀파이어에겐 생과 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즉, 자신과 맺어진 절대 인연과 만나 그 여인의 피를 취하면 뱀파이어는 인간이 되고, 피를 제공한 인간은 아무런 해가 없어진답니다. 단지, 여인이 생을 다하면 뱀파이어도 함께 호흡이 끊어지게 된다는 섬뜻한듯 애틋한 스토립니다.

 

7. 책의 제목이기도 한 13번째 별자리. 뱀주인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다는군요.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8. 다시 향기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어린 수안에게 어느 날 창문을 통해 바람처럼 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아이는 그 사내를 산타로 기억합니다. 아이에게 목걸이를 주고 가는군요. 그리고 어린 수안은 그 사내가 떨구고 간 향을 기억합니다. 성장해서 향수회사에 근무를 합니다. 그리곤, 어렸을 때 맡았던 그 향을 쫒아갑니다. 성장후 만나게 된 향의 존재인 쌍둥이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되지요.

 

9. 작가가 소설 속에 담은 향기로운 문장들을 몇 올려봅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깊어지면 반드시 마음에 상처를 내고 마니까." 
"누군가 그러더군요. 철학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지만, 천문학의 시작은 나는 어디에 있나...라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라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헐거운 법이니까."      "진짜 이상해, 왜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내는 걸까?"      "난 내가 꼭 달 같아. 달의 얼굴은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잖아. 네가 움직일 때마다 내 일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심장이란 놈은 영악하다. 언제나 제 주인의 머리를 앞서 달음질치고 있으니."

 

10. 뱀파이어인 흡혈귀를 뇌 과학자 스티브 후안은 그의 저서 [뇌의 기막힌 발견]에서 이렇게 의학적 견지를 펼칩니다. "헤모(혈액의 붉은 적색소)가 제대로 생합성 되지 못하여 생긴, 유전적인 간 기능부전의 한 종류로 포르피린증이 있다. 포르피린증 환자는 약한 햇볕에 노출되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피부의 손상이 심각해져 코나 손가락이 뭉그러질 수 있다. 치아는 더 이상 커지지 않으나, 입술과 잇몸은 눈에 띄게 뒤로 우묵하게 들어가 있어 송곳니가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바뀌게 된다. 게다가 포르프린증 환자는 몸의 털이 과도하게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뱀파이어의 몽타주가 그려진다."

 

11. 헤모의 부족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혈액을 구하기 위한 포르피린증 환자의 노력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포르피린증이 유전질환이란 점은 흡혈귀에게 물린 희생자가 또다시 흡혈귀가 된다는 전설과 일맥상통한다고 이야기를 하는군요. 기분은 별로지만 흥미로운 견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