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명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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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각기 성격이 다른 3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기괴하고, 서정적이고, 팬터지합니다.


지옥변(地獄變)

호리카와 성의 영주와 광기서린 화가와 그 딸이 주요인물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마치 투명인간처럼 모든 일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세밀한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성안의 뭇 백성들은 호리카와 성의 영주를 마치 부처님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공경하고 있군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지옥변] 병풍화를 그린 요시히데(良秀)라는 화공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그림 실력으로 따지면 겨룰 자가 없는 이름 높은 화공이지만, 세인들에겐 하도 성격이 괴팍하고 비열한데다가 탐욕스럽고 염치없고 게으르고, 오만불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군요. 온갖 안 좋은 것은 다 갖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가 끔찍히 사랑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의 외동딸입니다. 아비를 닮지 않고 붙임성도 있고 예쁘고, 일찍 어미를 여의어 그런지 배려심도 있고 어른스럽고 영리해서 마님뿐 아니라 많은 시녀들에게 귀염을 받고 있습니다. 아, 이 딸은 지엄한 영주의 시녀로 들어가 있군요. 소설의 화자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영주가 이 시녀 그러니까 요시히데라는 화가의 딸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듯 하다고 하네요. 뭐 딱히 그렇다고 하긴 뭐하지만 아뭏든 그 아이에게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영주는 화가에게 [지옥변]병풍을 그리게 합니다. 그 그림을 묘사한 대목이 제법 길게 설명되어 있는데, 대단하군요. 화가가 진짜 지옥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해서 그린 듯 매우 치밀해서 보는 이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기절하기 일보 직전상태였답니다. 마치 자신들이 그 지옥불에 휩싸이는 느낌을 받은 모양입니다. 


순서가 좀 바뀌었습니다만, 이 고집스러운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 전, 자신의 그림중 하이라이트인 불에 탄채로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가마의 모습이 진척이 되지 않자 영주에게 요청을 합니다. 불타는 가마를 직접 봤으면 하는 요청을 합니다. "가마 안에는 아리따운 귀부인 하나가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어지러이 날리며 고통에 차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아아, 그것을, 그 가마 안의 귀부인을 도무지 저는 그릴 수가 없습니다." 웬일인지 영주가 쾌히 응낙을 하는군요. 다음 이야기는 글로 옮기기 참으로 편치 않은 대목이지만,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가마를 태우는 날, 글쎄 가마안에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무참히 쇠사슬에 묶여 가마 바닥에 있는 여자는 이런, 화가의 외동딸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화가가 반은 정신이 나간 채로 가마를 향해 달려가려했지만, 이미 가마는 불길에 휩싸입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왜 그 영주는 화가의 딸을 그 가마에 태운채로 그렇게 보냈을까요. 화자는 그래도 영주를 옹호하고 있군요. 세간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원한이 되어(소설 중간에 영주가 그 딸을 어찌해보려다가 실패하는 대목이 잠깐 스치듯이 지나갑니다)그랬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이렇게 말을 돌리는군요.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듯 합니다. "그러나 영주님의 생각은 오로지 가마에 불을 질러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병풍화를 그리려는 화공의 비뚤어진 근성을 혼내줄 심산이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정말로 저는 영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 일이 있은 후 달포 정도 지나 드디어 [지옥변] 병풍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동안 광인 요시히데를 안 좋게 보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병풍이 완성된 바로 그 다음 날 자신의 방 들보에 새끼줄을 걸고 목매달아 죽었습니다. 


작가는 이 짧은 소설 속에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요. 그 시절 막강한 권력가인 영주의 행태를 고발하려고 했을까요?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무모한 욕심을 부린 것을 탓하려고 했을까요? 제가 느낀 점은 소설의 화자가 부러 영주를 옹호하는 듯한 표현을 했지만, 아마도 그 반대 였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저의 생각을 먼저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옮긴이 김명주 교수의 작품해설을 안 읽었지요. 이제 읽어보니 저의 느낌과 같은 부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옮긴이의 해설입니다. "그러나 특히 작품에서 무엇보다 주의해서 읽어야 할 점은 서술자의 태도다. 즉 이 서술자는 소위 '신뢰 할 수 없는 서술자'에 속하는데, 그 서술법에 휘둘리지 않고 이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서술자는 영주의 가신으로 주군을 위하여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접근하기 쉬울 것이다."

하긴, 저는 화자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옮긴이가 이야기하는 '서술자'가 영주에 대한 이야기를 거창하게 늘어 놓을 때부터 눈치채긴 했습니다.  옮긴이의 해설 중 한 대목입니다. "예술의 승리인가 패배인가의 문제, 딸과 영주와 아버지의 욕망의 삼각 구도에 대한 정의, 그리고 딸을 범한 자가 영주인가 아버지인가에 대한 답도 주어져 있다."


쓰다보니 리뷰가 길어져서 나머지 두 편은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무도회(舞踏會)  메이지 천황의 생일날(1886년 11월 3일)이 모티브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약 1700명이 연회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자리에 참석했을 만한 사람은 상위 0.000001%쯤 되었겠지요.  당시 열 일곱살 난 어느 명문가의 딸 아키코(明子)가 주인공입니다. 

아키코는 일찍부터 프랑스어와 댄스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오늘이 그 실전의 날인셈이지요. 정식으로 무도회장에 가는 것은 그 밤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그 자리에서 프랑스 해군 장교와 춤을 추게 됩니다. 스치는 듯한 인연의 밤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아키코는 중년을 넘긴 노부인이 되었지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해군 장교는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 [국화 부인]이라는 책을 쓴 피에르 로티라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아키코라는 여인은 한사코 그가 알고 있는 그 장교를 '쥘리앵 비오'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의 가슴 속엔 그 장교의 그 때 그 모습만 남아 있을 뿐이니까요.


갓파(河童)  작가 스스로 '걸리버풍 이야기'라고 했답니다. 정신병동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 제23호가,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든 막 해대는 이야깁니다. 이 사람이 어찌하다가 갓파나라에 가게 됩니다. 갓파는 동물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니고, 아뭏든 그렇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지하에 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와 문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환자 제23호는 얼떨결에 그곳에서 상당기간 체류하다가 다시 인간세계로 올라오게 되지만, 많이 힘들어하는군요. 그 갓파의 세상, 지하 세계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갓파의 철학자가 쓴 [바보의 말] 중에서 옮겨 봅니다. '바보는 언제나 자기 외에는 누구도 바보라 생각한다.' , '우리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뿐이다.' , '자기를 변호하는 것은 타인을 변호하는 일보다 곤란하다. 미심쩍은 자는 변호사를 보라'. 아마도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적은 것 같습니다. 


저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일본내에서 이 작가를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지파, 국민 작가, 청춘의 작가 등등. 시시비비가 뒤따르지만, 가장 많이 듣는 칭호는 '일본 근대문학의 챔피언'이라고 합니다. . 타고난 수재형에다 학자형. 도쿄 대학교 영문과 졸. 대학 재학 중 작가로 데뷔. 작가로서의 생은 비록 10여 년에 불과 하지만, 140여 편이라는 많은 작품을 남김. 단편 소설의 명수. 36세 되던 여름날 새벽 자택에서 자살. 현재 그의 이름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인 작가상의 타이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이상(李箱)이 이 작가에게 문학적 영향력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옮긴이는 저자가 이상에게 '문학적 세례'를 주었다고 표현합니다.  이상의 [날개] 서장에 나오는 '박제된 천재'가 바로 아쿠타가와라는 것은 정설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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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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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면, '연애작업의 정석'같은 분위기입니다.  간혹 외서가 번역되는 과정 중에 미끼성 제목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 책은 원 제목도 같습니다. "The Art of Seduction"입니다.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유혹'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저자 로버트 그린은 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했습니다. '에스콰이어' 편집자, 할리우드 스토리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 책 [유혹의 기술]외에 [권력의 법칙](1998), [전쟁의 기술](2006)이 있습니다. 이 세 권은 저자의 3부작입니다. 권력과 심리전, 유혹술 등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현대적 생존전략으로 승화시키면서 ‘부활한 마키아벨리’로 불리운다고 합니다. 현재 저자의 3부작은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 책은 2002년도에 같은 옮긴이 강미경에 의해 번역 출간 된 후 꼭 10년 만에 다시 나왔군요.


'유혹'이라는 단어는 '팜 파탈(femme fatale)'을 떠오르게 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권력지향적인 남성들의 약점을 만족할 줄 모르는 성욕으로 봅니다. 이를 간파한 지혜로운 여성(?)들이 힘이 약한 자신들의 유일한 자산은 (남자를)유혹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 여성들이 일단 남성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나면 전쟁과 정치라는 남성의 세계로부터 그들을 끌어내어 환락과 쾌락과 관능이라는 여성의 세계에서 삶을 소일하게 만듭니다. 역사적으로 이 시나리오에 넘어간 인물들의 면모를 거론하며 여성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표현까지 하는군요. 그러나 이 책이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라면 굳이 622쪽의 책으로 엮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듭니다.


책을 읽기 전에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본래의 뜻에서 변질되었지만).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나폴레옹을 비롯한 정치가들이 좀 더 광범위한 규모로 유혹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웅변술, 휘황찬란한 무대, 극장과 같은 분위기, 고혹적인 외모 등 과거에 여성들이 사용했던 유혹의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대중을 유혹함으로써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저자는 유혹 또는 카리스마는 현실적인 권력의 일종이라고 표현합니다.


누구나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요. 바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유혹의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모든 유혹은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첫째는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고, 두번 째는 목표물에 대해 알아야한다고 하네요. 지피지기(知彼知己)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유혹자의 아홉 가지 유형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구나 대부분 이 아홉 가지 유형 속에 포함 되어 있다고 합니다. 2부에서는 '유혹의 24가지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을 저항 할 수 없게 매혹시켜 유혹에 굴복하게 만드는 유혹의 전술과 전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아이디어와 전략은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유혹자들에 관한 기록과 행적에 근거한다는 부언 설명이 뒤따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아홉 가지 유형의 유혹자들을 만나볼까요. 각각의 유형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기엔 무리 인듯 합니다. 하긴 아홉 가지 유형과 특성 중에 나에겐 해당사항 없음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간략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이런(Siren)'은 성적 에너지가 풍부 할 뿐 아니라 그 사용 방법에 정통하다고 합니다. '레이크(Rake)'는 지칠 줄 모르고 이성을 탐닉하는데, 이런 유형은 주변 사람들을 전염시킬 정도로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디얼 러버(Ideal Lover)'는 로맨스를 불러 일으킬 만큼 심미적 감각이 뛰어납니다. '댄디(Dandy)'는 자신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정도의 풍모를 지닙니다. '내츄럴(Natural)'은 자발적이고 열린 자세를 지니고,  '코게트(Coquette)'는 자기 충족적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차가운 매력을 발산. 

'차머(Charmer)'는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며 또 알고 있고,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매우 사교적입니다. '카리스마(Charismatic)'는 자신을 매우 과신하는 편. '스타(Star)'는 마치 연기처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지요. 


그러나 이쯤 읽었을 때, 갈등이 왔습니다. 계속 더 읽어야하나? 결국 남녀간의 이야기가 주 테마인듯 한데, 이미 연애전선에서 귀향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굳이 이 책을 머릿속에 넣고, 마음에 담아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지요. 아직 남은 부분이 400쪽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케네디, 크리슈나무르티, 맬컴 액스, 주은래 등이 나오자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거론되지만, 이 사람들이 대중에게 준 영향력은 거의 폭발적입니다. 주은래 같은 경우는 민중에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크나큰 영향을 준 사람이지요. 예, 바로 그 '영향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선한 영향력"입니다.


우리 몸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은 두 군데 입니다. 몸과 마음입니다. 몸 스트레스는 육체적 피로와 긴장에서 오지만, 마음에 쌓이는 것은 스스로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심인성(心因性)질환과 함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옵니다. 이를 염두에 둘 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성격, 성품들을 대하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자, 그럼 웬지 좀 껄끄러운 단어 '유혹'을 '영향력'으로 바꾸어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1) 목표 선정 : 영향력을 받을 만한 사람을 선택하라

2) 분위기 연출 : 익숙함은 영향력의 적이다.

3) 이상화 : 영향력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평범함이다.

4) 역전 : 상대가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라.

      유혹(영향력)의 24가지 전략 중 4가지만 소개해드렸습니다.


책 말미에 "대중을 사로잡는 법"이라는 항목을 옮겨 봅니다.

"뭔가를 팔려면, 물건을 팔고 있다는 인상을 덜 줄수록 좋다. 이는 우리 자신을 팔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장을 너무 강하게 펼치면, 의심을 사기 쉽다. 하지만 청중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도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다. 그 대신 눈치 채지 못하게 은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 첫째, 우회적으로 접근하라.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와 이벤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도록 하라. 둘째, 끊임없이 즐겁게 만들라. 사람들에게 쾌락과 약속을 팔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라. 셋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사용해 무의식을 파고들라. 무엇인가 새로운 사조를 팔고 있다는 인상을 심을 경우, 실제로 그렇게 된다. 부드러운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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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진화할까?
김대호 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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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공유하고 재가공하는 등 '참여, 소통, 공유'를 키워드로 하는 뉴미디어를 의미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언론이 국가주도하에 통제되고 운행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이 책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지난 1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주제로 연구하였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 의미를 살펴보고 그 영향과 발전을 논의합니다.  소셜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소셜미디어와 사회 연결망의 문제, 소셜미디어와 사회심리학 문제, 댓글 문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메트릭스, 소셜미디어와 K-Pop의 컨버전스, 소셜미디어의 저항문제, 소셜미디어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 소셜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타납니다. 2011년 초 중동에서 일어난 일련의 시민혁명에서부터 국내에선 2011년 후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판도가 바뀌고 정치 지형이 변하는 양상을 초래합니다. '소셜(social)'이라는 단어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와 결합하면서 단순히 '사회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참여, 개방, 공유, 협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존재하듯, 소셜미디어가 의외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이지요. 여기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인포데믹스(Infodemics)입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입니다.




사용자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SNS 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교하며 페이스북은 '결속 연결망'에 가까우며 트위터는 '교량 연결망'과 유사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로서 느낀 점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친구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상대의 페이스북을 전혀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좋아요'는 못해도 게시물을 공유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설정을 해놓기 나름입니다. 트위터는 계정을 만들어놓고 잠시 사용하다가 요즘은 접은 상태입니다. 페북 하나만 제대로 관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트위터는 많은 경우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관계가 맺어집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경우라도(페북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트위터와 달리 친구맺기 과정이 필요하지요)팔로 관계가 맺어지곤 합니다. 따라서 트위터에서는 보다 많은 양의 정보가 유통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트위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페북은 사용자 환경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책의 필진 중 한 사람인 나은영 교수의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와 사회심리학'을 흥미롭게 읽습니다. 사회심리학은 "타인의 실제적, 상상적, 암묵적 존재가 개인의 사고(생각), 감정(느낌)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Allport, 1968).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상 형성과 신뢰 형성에서 '글에 의한 인상 형성' 그리고 '자기 제시와 자기 감시에 근거한 인상 관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기감시'라는 부분이 생소합니다. 자기감시는 자기제시 과정에서 '현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개인의 머릿속에서 감시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자기 감시 수준이 낮은 사람은 상황에 관계없이 비교적 속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인 반면, 자기감시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솔직하게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거나 일부만 내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가 인간과 독립되어 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미디어는 이미 인간과 하나가 되어 인간과 함께 움직이는 사회적인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에서 개인 미디어로, 그리고 결국 소셜미디어로 계속 발전해 가며 인간과 그 흥망성쇠를 같이할 수 밖에 없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미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문제이며 인간 사회의 문제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미디어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인간과 인간 사회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소셜미디어의 큰 숙제로 남겨져 있는 '댓글문제'에선 '건전한 댓글 문화를 위한 국가 정책에 사회적 익명성을 고려한 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소셜미디어의 열풍에 빠져 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나 확신 요인 못지않게 저항 요인도 그 만큼 힘이 키워지고 있습니다. 새의 양날개처럼 이 두 부분이 상호작용이 되어 진행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미 사회적인 흐름은 소셜미디어와 함께 날아가고 있습니다. 동승하고 안 하고는 전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양상,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리라고 생각듭니다. 10명의 전문가들이 상당히 공을 들여서 쓴 글들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와 관련해서 사회, 경제, 문화적 함의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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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
로버트 허스트 지음, 박종성 옮김 / 섬앤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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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워드는 '자전거'입니다. 책도 가볍고, 내용도 그러한지라..모처럼 좀 가볍게 가보렵니다.

책 제목이 사뭇 도전적입니다. '자전거를 탑시다~'도 아니고, [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보다..'내가 당신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 닿지 않던가요?  그런 분위기입니다.    책 표지가...므흣합니다 ~^^

 



 


 

이 정도 책을 쓰려면 웬만한 자전거 매니아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지요.

누군가 좀 알아볼까요? 



8만 건이 넘는 배달이라. 택배맨? 배달 품목이 궁금하시지요?  책에는 안 나오더군요.

하늘을 나는 기계,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이름. 라이트 형제가 자전거 가게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자전거가 비행기의 개발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깁니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리 근육을 많이 쓰면서 나이와 체력, 적성, 경험 등에 적합하기만 하면 다 좋다."    _ 폴 더들리 화이트 박사

 

두말 할 나위없이 건강은 건각(健脚)에서 옵니다.

자전거는 효과적인 운송수단이자 운동수단이라는 것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동차는 참으로 불쌍한 존재가 됩니다. 에너지 이야기가 뒤따릅니다.

역자가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하기도 했겠지만..저자는 이런 말을 하는군요.

"에너지와 관련된 책을 쓰기에는 정말이지 아주 개떡같은 시기임에 틀림없다."

지구의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것이지요. 

저자는 인류에게 자동차가 발명된 것을 '괴물의 탄생'이라고 표현합니다. 



1890년대 스포츠 잡지인 [아우팅(Outing)]에 이런 글이 실렸다고 합니다. 

"해가 갈수록 여성들의 자전거를 다루는 자신감이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전거 위에 올라앉은 여성의 모습은 여권과 자유의 도발적인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상품들이 대체적으로 그러하지만, 자전거 탄생 초기엔 그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에도 나오는 단어지만, 그 당시엔 자전거 타는 사람을 Wheelmen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Wheelwoman이 등장합니다. 사진의 저 여인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엔 너무 우아한 복장인 듯 합니다만..






저자의 통계자료지만, 1973년은 성인용 자전거가 역대 최고로 많이 팔린 해였다고 합니다. 더불어 자전거 탈때의 옷이 개발되고, 헬멧을 쓰고, 신발까지 갖춰입는 라이더 복장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예상 했던 부분이지만, 저자는 우리가 자전거를 타야하는 당위성을 에너지 고갈과 환경에 촛점을 맞추고 있네요. 후반 1/3은 이 이야기가 주테마입니다. "주유펌프는 고통을 주입한다.", "주유노즐만 보다가 노곤해진 신경", "기름탱크 옆에서 눈물로 기도하리" 등등은 고유가 시대에도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지요.

 

 

그러나,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각 자치기구마다 소위 자전거 도로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전시행정의 극치인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시내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끊기는 것은 예사이고, 주차장이나 인근 점포의 야적장으로 변신되어 있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서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다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예, 자전거를 아직 못 배우셨다구요?

 

저자가 쓴 책 중에 '자전거 타기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지만, 글쎄요..자동차 운전을 책으로 배웠다는 사람을 못 만나본지라, 썩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군요. 그냥 몸으로 부딪히며 넘어지며 엉덩이도 아파가면서 배우셔야 하지 않을까요?  책 내용에도 자전거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책 말미엔 부록으로 "자전거의 역사와 종류"가 실려 있습니다. 가히 자전거에 관한한 작은 백과사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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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 - 도박의 이해와 치료
이흥표 외 지음 / 학지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약 2년 전. 40대 중반의 회사원이 교통사고로 입원했습니다. 많이 다쳤습니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커브길에서 추월하다가 중앙가로대를 들이받으며 차가 전복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수석에 탔던 사람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운전기사도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저에게로 온 환자도 여러 곳에 골절상을 입고, 사고 지역 인근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집근처로 옮기게 되었지요. 


처음엔 출장 갔다 오던 길이라고 했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날, 제 방에서 차를 마시며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도박에 '빠졌었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나던 날도 태백 카지노에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강원랜드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그 곳. 주말도 아닌 평일에 사무실 퇴근후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에 출근을 위해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어떤 때는 거의 매일 가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잠은 언제? 집에는 뭐라하고? 오며 가며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리곤 출근을 해서 감쪽같이 근무를 해야했으니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까요. 더 놀라운 사실은 본인처럼 퇴근후에 그곳(태백)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강변역에 가면 택시가 카풀을 해서 그곳으로 날아간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본인의 의지로 도박을 끊을수가 없다보니, 교통사고를 통해서 정신을 차리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내게 쏟아낸 것이 오히려 고마워서 제 진료실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중 문학, 인문학 서적 몇 권을 꺼내 선물로 주었습니다. 퇴원후에는 등산을 다니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다른 취미 생활을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퇴원후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만,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서 평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염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만난 위의 사례자와 같은 습관성 도박(도박중독)의 이해와 치료에 대한 책입니다. 필진은 여섯 사람의 심리학 전공자, 임상심리와 정신과학 전문가들입니다.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박은 모순되고 이해하기 힘든, 자기파멸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도박자의 심리는 자신의 이성을 불신하지 않는 또 다른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도박자는 자신의 이성이 오히려 전능하거나, 자기 자신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믿거나, 자신은 이득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크게 3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개인, 사회, 역사 측면에서 본 도박과 현재 한국 사회의 도박 문제를 통시적, 횡단적으로 고찰. 그리고 습관성 도박의 이해 즉, 습관성 도박의 증상과 파생되는 문제점, 도박에 빠지는 이유, 대처방법 등. 마지막으로 도박중독자의 의학적, 심리학적 접근 및 치료재활을 통한 재기가 실려 있습니다. 


도박의 역사가 퍽 오래 되었군요. 고대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복구 자금을 마련하려고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고, 네로는 불 탄 로마를 재건설하기 위해 복권을 판매하여 상품으로 노예를 주었다고 합니다. 도박의 결과가 우연(chance)이나 확률(probability)에 좌우 된다는 것을 인간이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7세기 철학자이자 도박자이기도 했던 드 메레는 게임이 한창 진행되다가 중단되면(가령 세 판을 먼저 이기는 자가 판돈을 갖게 되는 게임에서 누구도 세 판을 먼저 이기지 못한 상태에서 중단된 경우)어떻게 판돈을 나눠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그때까지 진행된 결과와 앞으로의 미래에 진행될 결과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학자 파스칼은 "중단된 게임 이후의 결과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게임과 같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미래의 게임은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17세기 유럽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가들이 외국과 무역을 할 때 예상되는 손실과 이익을 확률을 이용해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을 다루는 보험회사가 등장합니다.


 도박의 문제점

1) 도박은 사람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강박적 충동에 의한 참여를 고무시킴으로써 중독된 

   도박꾼을 만들어 낸다

2) 도박은 특히 도박을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을 끌어 들인다.

3) 도박은 노동윤리를 무너뜨려 절약이나 근면 같은 것보다 운이나 우연에 의한 이익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게 한다.

4) 도박은 자본의 사전 축적 없이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위협한다.

5) 도박은 불가피하게 범죄 행동과 연결된다.

6) 도박은 비합리적인 힘에 대한 복종을 수반하며, 개인 특성과 공적 도덕은 물론 가족과 

  공동체도 파괴한다.


위의 문제점처럼 도박자는 흔히 금전 상실이나 부채, 직업 문제, 그리고 가족의 비판과 냉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도움 받는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당사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들은 도박 문제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중독을 뜻하는 'addiction'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addicer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개인이 어떤 물건에 구속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긴 합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물건'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내가 언제든지 내칠수 있는 물건.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알콜중독자들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시는지요? 바로 '중독'이란 단어입니다. 내가 좋아서 마시는 술을 왜 중독이라고 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좀 덜 거부감을 갖으라고 요즘은 '알콜의존성 환자'라고 부릅니다. 앞서 제가 만났던 회사원도 자기 입으로 도박중독이라는 표현을 안 했습니다. 그저 도박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도박중독자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관여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입니다. 뇌파 연구에서는 도박 집단의 반응패턴이 주의력결핍장애(ADD)를 진단받은 아동들의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습관성 도박자와 알코올 중독자가 공통적인 생리학적 소인을 갖고 있다는 결론도 도출됩니다.


더욱 발전된 진단 영상 분야인 fMRI 연구에선 습관성 도박자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보고됩니다. 이 영역은 "하지마!"라고 외치는 영역, 즉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영역입니다.


습관성 도박의 치료와 재활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일차적으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함께 상처를 받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가족치료 및 사후관리, 재발 예방등은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큰 과제입니다.


리뷰 초기에 언급했던 40대 중반의 회사원이 남긴 말을 기억의 샘에서 담아 올립니다.

"내가요..그날 교통사고가 안 났으면 벌써 죽었을겁니다. 교통사고가 저를 살려준 셈이지요. 막다른 상황까지 갔었지요. 직장에선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보니, 짤릴 위기까지 갔구요. 야근이다, 출장이다 거짓말을 했던 아내에게 얼마 전에 탄로가 났지요. 내가 딴짓하고 다닌다는 것을요. 회사 경리과에도 거짓말을 하고 퇴직금을 가불해서 다 빼서 날려버렸지요. 전 그날 교통사고 안났으면 벌써 죽었어요. 그 날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요. 그 사람도 태백에서 합승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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