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벼락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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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똥, 똥...너도 나도 쏟아지는 똥 책들 땜시 괜한 똥거부감이 있어서리 일부러 똥벼락을 멀리 하다가 이제야 봤다. 나는 이렇게 큰 그림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양장본은.근데 똥벼락은 예외였다.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데 이 책은 싫지가 않았다. 아마도 옛날 서당에 끼고 다니던 천자문 책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런 디자인과 똥벼락을 당할 것처럼 연상되는 표지그림의 부자가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와서 일거다.

똥벼락은 그렇게 편한 책이었다. 그 편안함이 어린이 책으로 나온 옛이야기들에 그닥 매력을 못 느낀 그간의 이력을 깨끗히 날려 주었다. 어린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문체와 서정과 서사를 적당히 아우르는 이야기의 분위기는 아이들을 잡아 당기는 소박한 멋으로 드러나 있었다. 먹그림은 역시 토종의 냄새를 확확 풍긴다. 해학이 넘치는 주인공 이미지도 재밌고, 원근법을 파괴한 그림의 형식도 자유로움과 장난끼가 철철 넘친다. 잘 썩은 거름 냄시 만큼이나 그림과 글의 쿵짝이 구수들큼한 책, 똥벼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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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앤트 보림어린이문고
베치 바이어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 / 보림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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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장소설도 멋지게 써내는 작가가 유년 동화도 재밌게 썼다. 침대 밑의 괴물, 앤트와 거미, 앤트와 아기돼지 삼형제, 사랑하는 앤트 올림... 네 편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동생을 가진 언니나 형들이 읽으면 누구나 좋아하겠다.귀찮고 말썽쟁이기만 동생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사랑스럽게 보며, 동생이란 그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겠다.

'혼자 책읽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란 말이 표지에 있는데 참 정확한 표현이다. 딱 그런 책이다. 책의 모양새나 책의 내용이 그런 아이들에게 맞춤하다. 짧은 대화문으로 이루어진 상황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리얼함이 생생한 현장감으로 다가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재밌다, 우끼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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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점령하라 사계절 중학년문고 4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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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전투적인 제목과 반대로 다정다감하고 아기자기한 동화다.살아간다는 것, 사람과 동물이 둥글둥글 엮여 있다는 것을 생동감있게 따스하게 풀어서 이야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인간을 중심에 놓지 않고,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주인이라는 관점을 읽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궁리를 많이 한 복잡한 이야기지만 단순하게 읽히는 재미도 있었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서정성이 살아 있는 삽화도 재미의 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모자란 2%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작가에게 거는 욕심인지, 기대인지...아니면 나의 편협한 독서력 때문인지...한 번 더 읽으면 그것이 없어질지 그것의 실체가 밝혀질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아기 오리에게 길을 비켜 주세요>,<찔레꽃 울타리>시리즈가 생각난 것, 그것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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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 산하어린이 9
권정생 / 산하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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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에는 열 일곱 편의 단편 동화가 들어 있다. 동화의 길이는 짧지만 할 말은 다하고 있는, 인생의 깊이와 넓이가 다 들어 있는 귀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레오 리오니의 프레데릭이 생각났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동화들이 거의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평등, 평화, 통일, 공생... 관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논문 분량이 되어야 하는 인생의 키워드들이 유년의 색동옷을 입고 곱도 여리게 펼쳐져 있다. 한 가지 흠을 찾자면 작가의 종교성이 직접적을 드러나 있는 몇 편의 동화가 있는데, 그것은 종교가 다른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체로 어른들이 <프레데릭>을 좋아하는 것처럼, 유년동화라고 이름 붙여진 <하느님의 나라>도 어른이 읽을 수 있는 동화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 좋은 적당한 분량과 알맞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유월에 아이들에게 써오게 하는 전쟁 관련 글짓기들을 이런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초등 선생님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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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마녀래요 - 2단계 문지아이들 6
E.L. 코닉스버그 지음, 윤미숙 그림, 장미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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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외롭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항상 곁에 있는 말인데도 그 말뜻을 짚어 보면 딱히 설명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내 친구가'는 외로움을 가르쳐주는 책이다.'나는 늘 혼자서 뒷길로 학교에 갔다. 9월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아파트로 이사 와서, 같이 다닐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 냄새와 빛깔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한껏 젖혀 목을 등에 붙이다시피 하고 걸었다. 그러면 파란 하늘 사이사이로 물결치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을 모르는 아이가 외로워하는 아이를 배려할 수는 없다.

소외감. 이 말은 외로움보다 한결 더 찜찜한 경우다. 비교할 상황이 있고 여러 무리 속에서 혼자 내둘리는 느낌. 이 느낌은 한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며 괴롭기까지 하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이렇게 드러난다. '둘씩 셋씩 짝지어 가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을 때 집에 가면 덜 외롭다.' 집단이 있으면 외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외톨이가 화자다. 외톨이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 외톨이의 주변에서 문제의식을 찾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동화는 많다. 그러나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보게 함으로써 외톨이를 이해하게 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 '내 친구가 마녀래요'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단지 나와 너, 우리가 존재할 뿐이고 그 존재 가치를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보여준다.

동질감. 엘리자베스가 제니퍼에게 느낀 첫 동류의식은 자기와 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이다.그런데 그건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고 실은 외롬족을 한 눈에 알아 본 것일 게다. 학년에서 제일 키가 작고 전학 온 아이, 흑인이면서 사유지 관리인의 딸. 외로움을 아는 아이의 눈에는 외로워하는 아이가 보이는 법이다.

옥의 티. 제니퍼가 흑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중반부가 다가 와서다.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흑인 여자 아이 그림을 그려 넣고 본문의 삽화에서 일치감치 흑인 여자 아이를 등장 시킴으로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함께 작가의 의도까지 빼앗가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녀가 누구인가, 신비로운 존재,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이들은 아닌 것을 알지만 끝까지 제니퍼가 마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려면 최대한 마녀의 베일을 늦게 벗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참 재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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