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강선생님이 손수 기른 상추를 가져 오셨다. 새벽에 텃밭에 가서 따온 상추를 박스에 넣어 버스와 전철을 갈아 타고 오신 것. 회원들이 모두 반색을 하며 조금씩 고루 나눠갖고 가서 그날 저녁 밥상 인증샷을 다 올렸다.

아침 산책을 다녀와서 인증샷 동참겸 상추를 먹으려고 백 년 만에 밥을 하고 강된장을 만들었다. 욕심껏 먹고 배 두드리며 앉았는데 앞집 백구는 어김없이 저 자리다. 오늘도 모른 척 안 보는 척했건만 정이 들어버렸다.

금은화가 끝물이고 하늘타리는 담장에 자리를 잘 잡았고 애기 범부채는 할 말이 없게 예쁘다. 며칠 날이 맑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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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색다른 경험이다. 도서관에 큰글자 도서 밖에 없어서
큰글자로 읽는데 뭔가 초등생이 된 기분이기도 하고 책읽기가
더 가볍게 느껴진다.

1,2권을 달리고 3권째로 접어들었다. 오늘 모임에서 막내가 갈수록 막장이라고 재밌다며 사람들을 부추겼다. 월드컵 때문에 책을 못 읽고 있다는 분도 계시고. ㅎㅎ

나는 여정 중에 3권을 떼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눈도 피로하고 기타등등, 마지막 한 시간 버스는 고역이었다.
어찌나 시간이 안가던지, 그래도 내려서는 장도 좀 봐오고.
일부러 나가지진 않으니, 내일은 식탁이 풍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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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온 종일 내리던 비가 밤새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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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오후 다 비예보다.
후둑후둑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보다
창비판 한 여인의 초상을 읽고 있다.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있는 것이 창비 큰글자본
대학노트 사이즈 200쪽짜리 4권이었다.

나무수업도 빌려와야지 하고 갔는데
여인의 초상이 4권이어서 부랴부랴 이것만 빌려서 나왔다.
1,2권만 빌리고 나무수업을 빌려도 되는데
친구대출증을 가져가서 괜히 혼자 심장이 벌렁벌렁
죄지은 사람처럼 쫓기듯 나왔다.

밤에 1권 다 읽고 오늘 반납해야지 했는데
100쪽 쯤 읽다가 졸려서 잤다.
어제 까놓은 보말로 칼국수를 끓여먹고 이제 막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워버턴이 이저벨에게 청혼하는
장면이다.

˝최소한 시도는 해보시지요. 저 머리 꽤 좋거든요. 걱정하시는 게 -기후가 걱정이세요? 다른 곳에 살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세계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기후를 고르세요.˝
그는 이런 말을 굳센 팔의 포옹처럼, 그럴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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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기후를 고르라니, 우리의 이저벨은 이런 달콤한 말에 혹하면서도...(스포일러라 생략)

후반부가 기대된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헨리 제임스 (1843~1916)
제인오스틴 (177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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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미술관

자아가 사라져간다.그렇게 생각하면 보통은 당황하거나 불안해져야겠지요.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소위 망아의 경지에 들어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자신에 대해 의지와 사고가 뭉친 어떤 딱딱한 덩어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덩어리가 녹기 시작한겁니다.111

클레나 로스코는 이처럼 자신과 세계를 쉽고 간단하게 연결 해주지 못하는 시대의 도래를 가장 빨리 깨달은 화가들입니다.  이들은 결코 표상할 수 없는 것을 표상해낼 방법을 탐구한 끝에 결국 그러한 표현에 도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레는 단편화된 기억을 모자이크처럼 엮었고 로스코는 모든 이야기를 용융시켜서 자기 자신도 타자도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이 한데 섞인 듯한 세계를 그렸습니다. 이들은 불가해라는 말로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어떻게든 표현해냄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입니다.120

원전 사고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은 문명에 푹 잠겨 있던 인간은 결국 두려워하는 마음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포심이 없어지면 사람은 본디 가지고 있던 생물로서의 예민함을 잃어버립니디ㅡ. 쾌적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인간은 근거 없는 안전 신화 같은 것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 때문에 몇십 만  몇백 만이 넘는 소중한 목숨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커다란 실패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브뤼헐은 16세기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묵시록‘적인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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