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설이 있다면 자전적 소설. 그 중에서도 일기장식의 소설이다. 그저 자기가 겪은 일의 나열 혹은 배설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일기장 소설들. 저렇게 쓸 꺼라면 정말로 자기 일기장에나 적을 것이지 왜 출판을 하는가 싶은 소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적이며 또 탄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글을 쓰기 전에 그토록이나 취재를 오랫동안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이 취재에 너무 게으른것 같다.)

어쩌면 문제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느냐 바탕으로 했느냐가 아니라.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이야기가 탄탄하다면 우리는 그걸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부를망정 일기장 소설이라 폄하해서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책 표지에 보면 아니 에르노가 이런 말을 해 두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라고 말이다. 자신의 체험을 쓰는 것에 있어서 이 정도의 확고함과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믿음이 간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의 집착은 한 사람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질적인 집요함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는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자신의 체험을 글로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한 여자가 있다. 남자와 헤어졌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그때부터 여자는 남자의 새로운 그녀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처음에는 그저 어디사는 누굴까? 뭐 하는 사람일까? 어떻게 생겼을까에서 출발했으나 점점 여자는 광적으로 그녀의 정보에 대해 집착한다. 여자가 그의 그녀를 알기 위해 하는 상상들과 추론들은 정말이지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것은 경험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것에 도취되어 있다. 주인공이 자신이며 느낌이나 감정도 모두 자신의 것이기에 이들은 스스로 그 얘기에 흠뻑 빠져있다. 그리고 남들도 자신과 똑같이 느끼거나 적어도 경외심. 혹은 놀람 정도는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체험을 글로 옮기는 것의 함정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일들을 자기 혼자 그 이야기에 도취되어 집요하게 파들어가는 것.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뭐냐따위의 반응만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아니 에르노는 결코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최대한 드라이하되 쿨한척 하지 않고 자세하되 집요하지 않으며 사실적이되 시시콜콜하지 않게 표현한다.

책의 내용에는 더이상 토를 달 부분이 없다. 분량도 너무 길지 않고 적당하다. 만약 여기서 더 길었더라면 상당히 너저분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장편 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아니 에르노의 집착은 단편소설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허나 출판사는 책의 첫장부터 옮긴이의 말까지 다 합쳐서 겨우 79페이지 (딱 소설만 치자면 63페이지) 인 집착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책은 거의 팜플렛으로 보일 정도로 얇다. 아무리 거기다 하드커버를 씌워봐야 책의 얇은 정도를 감추기에는 무리다. 물론 책을 양으로 따지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책은 양이 아니라 질이니까. 하지만 그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영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다. 책은 어차피 질에 따라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질의 높낮음을 뉘라서 평가하고 기준을 세울 것인가!) 그래도 대충은 양. 즉 페이지 수를 따라가는게 정석이다. 하지만 79페이지의 이 소설책은 무려 7,500원의 가격을 달고 나와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책이 배달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얇아도 정말 너무 얇아서 말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워낙 괜찮기에 이 모든건 용서가 된다. 어쩌겠는가 출판사에서 이 소설을 장편으로 말하면 장편인 것이고 단편으로 분류하면 또 단편이 되는것을. 아무튼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문장력은 아니지만 그 표현의 섬세함과 디테일. 그러면서도 신경질적이거나 편집증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은 대단히 높이 평할만 하다. 거기다 스토리를 끌어내는 힘도 좋다. 딱 적당한 분배와 깔끔한 마무리. 정말이지 자신의 경험을 이 정도로 써 낼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 대고 박수를 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 아무리 작가란 모름지기 허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향 2005-10-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니 에르노 좋아합니다. 솔직 담백 맞습니다. 오늘 점심 서점 가서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플라시보 2005-10-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지향님. 워낙에 책이 얇아서 아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껍니다.^^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 젊은예술가의 세계기행 2
박훈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언젠가 지인이 다른 책을 나에게 선물하면서 함께 준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 서점의 실수로 (알라딘은 아님)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책이 왔고, 어차피 나에게 선물을 하기 위한 주문이었던지라 그냥 나한테 준다고 했다. 다른건 몰라도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 만큼은 고집스럽게 내 취향대로 하는 인간인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책을 책장에 그냥 묵혀두기만 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치웠다.

이 책은 박훈규라는 디자이너의 여행기이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 늦은 나이에 군대를 제대하고 때마침 터진 IMF때문에 고민하던 그는 무작정 시드니행 티켓을 끊는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런던을 거쳐 40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공부를 마치고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언뜻 이것만 읽으면 부모 잘 만난 팔짜좋은 디자이너의 여행기 쯤으로 들리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이미 고등학교때 만화를 그리겠다고 가출을 했고, 신문팔이 부터 일용직 노동자까지 안해본것 없이 떠돌아 다니다가 평화시장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한 경험도 있다. 시드니와 런던의 여행도 한국에서 누군가가 돈을 보내주어서 한 여행이 아니라 직접 거리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번 돈으로 했던 것이다. 사실 여행이라 말하기는 좀 그런것이 그는 언제가서 언제 오겠다는 혹은 무엇을 구경하겠다고 떠난게 아니라 그냥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간 것이다. 외국으로 이사를 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로 그의 여행은 여행이 아닌 일상 그 자체이다.

400일동안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체험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감명깊게 만나고 체험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 그리고 그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관한 것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가끔 자기 자신이 진짜로 원하고 또 가야하는 길을 모를때가 많다.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이라 누구보다 더 잘 알것 같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책의 저자도 비로서 외국에 가서야 자기 자신이 원하는 길을 좀 더 잘 가게 되었고 또 해야할 일들을 찾게 되었다. 여행으로 저렇게 큰 것을 얻기는 힘들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저자는 행운아다.

요즘 여러가지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조금은 용기를 얻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건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 같은게 생겼다고 할까? 너무 교과서적이고 고리타분한 얘기긴 하지만 한 청년이 경험을 통해 쓴 진솔한 얘기를 통해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다만 내용이 너무 단편적으로 끊기고 좀 더 길게 연결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림이나 디자인. 이런 쪽에는 워낙 무관한 삶을 살아온지라 나는 박훈규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었는데. 나중에 읽다가 보니 그가 딴지일보의 로고 디자인을 했다는 것을 보고 조금은 반가웠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한때 딴지일보와 약간의 인연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을 읽는동안 계속해서 나는 나를 생각했다. 나는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나처럼 두려움이 많은 인간은 여행도 도어 투 도어가 아니면 하지 못한다. (게으름을 핑계대곤 하지만 결국에는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더 낙관적이되 결코 자신의 상황이나 가진것에 대해 자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훈규가 400일동안 고생고생해서 얻은 깨달음을 책 한권으로 간단하게 수혈받은 기분이다.

책이 좀 두꺼운 편이지만 그림과 사진이 워낙 많아서 읽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책도 꽤 가벼운 편이고. 다만 책값이 13,000원으로 조금 비싼게 흠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는 사람에게 는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썩 글을 잘 쓰지는 않았지만 그 속에 분명 진실은 담겨있는 책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일용직 노동자 쯤으로 (일용직 노동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이 땅에서 중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살았을지도 모르는 저자. 그런 저자가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내용은 나에게 충분하게 용기를 주었다. 어딘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배송실수를 한 인터넷 서점과 이 책을 나에게 선물한 지인에게 감사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leinsusun 2005-09-29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건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 같은게 생겼다고 할까?"

- 저도 믿어요. 플라시보님의 믿음과 확신에 박수, 짝짝짝!!!

이 책 서점에서 표지만 보고
요즘 쏟아져 나오는 껄렁껄렁한 여행기 중에 하나일꺼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가끔씩 딸리는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

플라시보 2005-09-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네. 에너지 딸림 보충용으로는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 야쿠자의 중간 보스가 뾰족한 물건을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공중곡예사가 공중그네가 무서워 진다면? 자신의 장인이자 몸담고 있는 병원 원장인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픈 충동에 시달린다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난감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 해내던 혹은 문제없이 해내야 하던 일에 브레이크가 걸리다니. 이건 작가에게 있어 글쓰는게 두려워지고 음악가에게 연주회가 두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는 이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단편 소설집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느날 부터인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여태 잘 해왔던 일들, 눈 감고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들에 대해 두려움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저 잠시 지나가리라고 혹은 슬럼프라고 믿고싶지만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할 수 없이 이들은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찾은 의사 이라부는 한마디로 골때리는 인간이다. 세상 심각할 것도 없고 호기심은 왕성하며 무엇보다 남에게 주사놓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는 매번 환자에게 말한다. '일단 주사부터 한대 맞고 하면 안될까?' (주사를 놓는 간호사 마유미는 주사놓는것 이외에는 뭐든 다 심드렁한. 이라부 못잖은 괴짜이다.)

처음에는 이라부의 치료라는 것은 허술하기 짝이없다. 아니, 오히려 치료를 하겠다는 것인지 치료를 빙자해서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인지 헤깔린다. 하지만 나중에는 모두들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정말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참아야 하는 것. 혹은 원하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해왔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길을 찾게 된다.

살면서 슬럼프를 겪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도 내가 잘 해왔던 일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거나 혹은 더 이상 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해 불안해지고 의심이 생기면 정말이지 환장할것 같은 기분이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는건 아니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도 억지로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럴때 내가 이 책의 이라부같은 의사를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단 주사 한대 맞고 시작했겠지? 비타민 부족 어쩌고 하면서 말이다.

책에는 여러가지 직업을 가진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주인공들은 모두 빠지지 않고 이라부라는 의사를 만나게 된다. 이라부라는 의사. 참으로 희한한 인간이다. 도무지 당치도 않아 보이는 일을 하고싶어 하고 또 남들이 볼때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사람들 모두가 이라부를 찾은 이유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 처럼. 현재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꼭 그래야만 하는 일들이 주는 압박감. 그 압박감은 마치 약간 쓰라려서 살펴보니 손이 베어있고, 그걸 자각하는 순간 그제서야 진짜로 아파지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라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간단하다. 너무 자신을 속박하지 말고 하고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인생은 심각하게 산다고 해서 꼭 좋은것은 아니다. 물론 이 말대로 하고 살면 고민할 것도 걱정꺼리도 사라지겠지만 사실 그렇게 살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우린 어떻게건 규칙을 만들고 그걸 따라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실제 세상에도 이라부같은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는 뭔가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을때 이라부를 찾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라부가 우리를 고쳐주는 것은 아니다. 이라부가 훌륭한 의사의 발 뒷꿈치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내버려 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5-09-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부의 사상이 저랑 통하는군요. 하고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심각하게 살면 좋은 게 아니다...

플라시보 2005-09-29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런가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좀처럼 안되더라구요. (근데 사는 모양을 보면 막사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는..낄낄)

그림자 2005-09-2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모두들 꿈꾸는 인생인데 이것도 맘대로 안되죠-.-
갑자기 '네 멋대로 해라' 드라마가 생각나네요^^
저도 이라부에게 치료받고 싶은 강박증이 있어요...

플라시보 2005-09-2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sare74님. 아. 저도 내 멋대로 해라 라는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누군가는 아일랜드가 더 좋았다지만 저는 멋을 조금 덜 부린 내멋이 더 좋았어요) 이라부에게 치료받고 싶은 강박증. 저도 몇개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흐흐.

클리오 2005-09-2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넣어봐야겠군요... ^^

플라시보 2005-09-29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흐흐. 읽어보세요. 꽤 재밌습니다.^^

코키리 2005-09-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편으로 인더풀이라고 나왔죠..그 책 역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

플라시보 2005-09-3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키리님. 아.. 속편이 나왔군요. 그 책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05-10-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1+1 행사할때 책을 사서요.. 인더풀을 같이 샀아요. 한권가격으로요~ ^-^;
으흐흐흐흐. 좋겠죠? 언니!

플라시보 2005-10-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어머나... 1+1행사가 있었군요. 몰랐어요. (에잇 억울하여라..흐흐. 그래도 님이라도 그 해택을 받아 다행입니다.^^)
 
남편의 외박을 준비하는 여자
유영희 지음 / 책읽는사람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가 구입한게 아니다. 실은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내는 정기간행물에 북리뷰를 쓰고 있는데 이번달 북리뷰를 이 책으로 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읽은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저자의 뭐든 감사하고 뭐든 따뜻하고 뭐든 배울것이 있는 이 세상이라는 관점이 조금 질린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와는 좀 맞지 않는 책이다.

 

책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 저자인 유영희씨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1급 장애인이며 둘째 아이를 낳자 마자 병세가 시작되어서 근 십년이 넘게 남편이 그녀를 보살폈다. 이런 경험들을 살려 수필을 냈고 이게 여러군데 당선이 되어서 MBC사과나무 같은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 짬짬이 써 두었던 수필들을 엮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알겠지만 이 책은 인간승리 그 자체이다. 죽음의 고비를 넘길뻔한 저자. 하지만 불굴의 의지와 남편의 사랑으로 그녀는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이런 그녀이니 얼마나 세상이 감사하고 또 할 말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게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 매 순간마다 그녀는 감동덩어리를 던져주고 독자인 우리들은 거기에 '세상에나' 혹은 '어쩜' 을 연발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이 책에서 그다지 감동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월간 좋은 생각 같은 류의 글들을 싫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의 글을 좋아하는가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나는 이러한 부류의 글이 별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누구나 당연하게 감동받고 더불어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얘기들을 대놓고 싫다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다. 왜냐. 너무 인간미가 없어 보이니까. 그래도 싫은걸 어쩌겠는가. 내가 어디가 하나 고장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당연한 감동과 당연한 따스함이 싫다. 너무나 정형화된 그 따스함과 감동에서 오히려 비인간적인 냄새를 맡는다면 나는 이상한 인간인걸까?

 

아무튼 이 책은 저자가 병을 얻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속에는 대부분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사연들이 가득하다. 책을 읽다가 보면 세상을 아무 걱정없이 사는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사함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감동을 받고 받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리스 2005-08-2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하고는 좀.. 아니지 많이 맞지 않는 책일듯. ^^

플라시보 2005-08-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흐.. 전 왜 이렇게 가슴 따신 얘기들을 못 받아들일까요? 병인가봐요..쩝.^^
 
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섹스 & 시티라는 드라마를 봤을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아무 생각도 대책도 없어 보이는 독신 여성 4명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뭐가 재밌단 말이지? 드라마는 소문보다 매우 시시했고 섹스 얘기가 나오긴 하지만 제목 자체에 섹스라는 단어를 넣을만큼 야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공인 여자가 쓰는 칼럼 제목이었다.) 섹스 & 시티의 주인공들은 별로 열심히 일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어디선가 돈이 펑펑 쏟아지는지 매일 만나서 아침을 사먹고 구두와 신발과 옷을 사대기 바빴다. 그리고 그 쏟아지는 돈 만큼이나 남자들도 어디선가 끊임없이 샘솟는게 아닌가. 나는 이 드라마야 말로 꿈과 환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나는 그 드라마를 매우 즐겨서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 섹스 & 시티의 매력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말이 되는가가 아닌 가벼운 재미의 중독에 있었다. 늘 유쾌한 패션 피플이나 예술가들 사이에서 파티나 하고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 만큼이나 남자를 바꾸는 주인공 캐리. 그리고 그 얘기들을 고스란히 써서 먹고 사는 칼럼니스트라니 이 얼마나 가볍고 좋은가. 더구나 그녀는 설사 남자친구 없는 공백이 있다 하더라도 독신들이 흔히 겪는 외로움 따위도 없다. 왜냐면 항상 그녀 곁에는 유쾌한 친구들이 함께하니까 말이다.

이 책 소퍼홀릭을 보면서 나는 내내 섹스 & 시티의 그 가벼운 재미를 떠 올렸다. 주인공 레베카는 경제에 대해 쥐뿔만큼도 모르는 경제 기자이다. (이게 가능한지 나는 도통 알수가 없다만 캐리를 보면 그게 또 그럴수도 있구나 싶다.) 경제부 기자이면서도 어찌나 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는지 늘 대출 한도때문에 혹은 신용할부 문제로 은행에서 독촉장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구두와 옷과 악세사리와 가방과 기타 잡다한 물건들을 환장하며 사들인다. 뭐 저렇게 쇼핑에 환장한 여자가 다 있나 싶은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 속에 내가 있었다.

광고중에 이런 광고가 있다. 아마도 백화점 상품권 광고이지 싶은데 카피가 이렇다. [여자는 하루에 열두번도 더 마음을 저울질 합니다.] 나는 이 카피를 보면서 카피라이터의 위대하도록 예리함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했다. 대부분의 우리 여자들은 매일 매일 유혹에 시달린다. 예쁜 옷과 그에 어울리는 가방과 신발과 악세사리들. 정말이지 세상은 거대한 백화점처럼 아름다운 물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비록 마음에 든다고 다 살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나름 저울질은 한다. 그래 이 정도는 사도 되지 않을까? 이건 꼭 필요할꺼야 (필요하다가 아니다.) 소퍼홀릭의 주인공 레베카와 내가 다른점이 있다면 저울질 끝에 사지 않는게 더 많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한순간 방심을 하면 곧 레베카처럼 물건을 사들이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고도 쓸모있을것만 같은, 혹은 나를 돋보이게 해 줄것 같은 물건을 사지 않는건 죄악이라는듯 말이다.

일면 가벼운듯 보이는 레베카의 얘기를 죽 읽어나가다 보면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레베카와 우리는 종이 한장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물건을 사느냐 사지 않느냐는 지갑을 여는 찰나의 순간에 결정이 되니까 말이다. 거의 모든 여자들은 물건에 특히 자기 몸에 걸치거나 매다는 것들에 약하다. 다만 소퍼홀릭의 레베카는 약해도 너무 약해서 탈이지만 말이다.

레베카라는 이 여자는 정말  한심해 보이고 철이 없어 보인다. 대체 마음에 드는건 죄다 다 사들여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도 쓸데없는 물건들을 잘도 사들인다. 나만 하더라도 이 좁은 집구석에 대체 저게 왜 필요한가 싶은것까지 다 갖추고 있다. 거기다 레베카처럼 언젠가는 꼭 쓸모가 있으리라는 핑계를 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비록 레베카 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레베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가볍게 또 재밌게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그저 책에 나오는 나완 상관없는 남의 얘기라 혀를 차기에는 그 안에서 너무도 많이 내 내면이 읽히기 때문이다. 이토록 가벼운 책이 어떻게 이런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나 싶을 정도로 책을 덮을때는 심란한 마음마저 들었었다.

내 생각에 이 책은 현재 쇼핑 중독증에 빠져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 의미가 극명한 차이를 보일것 같다. 쇼핑에 노예가 되어있다면 레베카의 행동에 공감하면서 그래 이건 당연한거다라고 생각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너도 방심하면 이꼴이 난다라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보일 것이다. 끝으로 하나 주의할점은 우리 은행은 레베카의 은행처럼 신사가 아니라서 단지 편지를 보내고 점잖은 전화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니 신용카드를 쓸때는 반드시 생각을 하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볍고 재밌게 읽느냐 아니면 읽으면서 뭔가 크게 깨닳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그래도 일단 이 책은 가볍고 재밌다. 적어도 그렇게 읽히기는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05-08-2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정말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광고를 보면서 고민을 합니다 옷 한 벌을 사면 거기에 맞는 신발도 사야 할 것 같고, 악세사리도 바꿔 줘야 할 것 같고, 쉐도우나 립스틱 색깔까지 신경이 쓰인다니까요 결국은 그냥 안 사고 말자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쇼핑의 유혹을 물리친다는 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죠?? ^^

플라시보 2005-08-2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차라리 눈에 안보이면 모르고 지나치지만 일단 눈에 띄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죠. 세상에는 어찌나 다양한 옷과 또 그에 어울리는 갖은 잡것들(?)이 많은지... 이래서 사람이 점점 돈.돈 하게 되나 싶기도 하고...흐흐. 아무튼 쇼핑은 잘생긴 남정네의 유혹만큼이나 강렬한 유혹입니다.^^

비로그인 2005-09-1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이 책을 빌리려 합니다. 간만에 만난 사람들이랑 쇼퍼홀릭 얘기를 하고 돌아왔는데 여기서 보다니요. 쇼퍼홀릭에 대해 말해준 언니는 소비여왕은 아니지만 책 후반부에는 눈물을 흘렸다지요. 빨랑 읽고나서 제 옆에 있는 쇼퍼 홀릭 병장에게도 보라고 넘겨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ㅋ

플라시보 2005-09-1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 님. 오. 전 아직 1권밖에 못 읽었는데 나중에는 눈물? 으음... 그런 감동도 있군요. 쇼퍼홀릭은 여자라면 누구나 어느정도의 공감은 불러 일으킬 수 있을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