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취안은 부상당해 버려져 사망에 이른 병사들 사이를 다니며 아는 얼굴을 찾아 눈 뭉치로 시신의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참호로 돌아오던 중에 총을 맞는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라오취안. 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93/55/cover150/s971847255_1.jpg)
"여기가 어디야?" 나와 춘성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지. 하지만 우린들 거기가 어딘지 어찌 알겠나? 하는 수 없이 다시 그를 바라보았지. 그가 눈을 한 번 꾹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는데, 글쎄 눈이 점점 커지는 거야. 입은 잔뜩 일그러져 쓴웃음을 짓는 것 같았고 말이야. 잠시 후 우리는 쇳소리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 "이 몸은 어디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구나." 라오취안은 말을 마치고는 곧 눈을 감았네.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보고, 나와 춘성은 그가 죽었다는 걸 알았지. 우리는서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춘성이 먼저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에나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네.
"온몸이 점점 굳어 가는데, 딱 한 군데만 날이 갈수록 부드러워진다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아래쪽으로 불룩 튀어나온 그의 바지를 보니 몇 가닥의 풀이 붙어 있었다. 그도 허허웃으며 내가 자기 뜻을 이해한 걸 무척이나 기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