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한 나절 동안 부리나케 읽다. 여러가지 복잡한 심사를 안겨줬지만,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건, 연암이나 [열하일기]에 대해서 작자가 문장 하나하나, 매 걸음걸음마다 상찬해 놓은 말들에 동의하지 못할 때는 ... 어찌할 것인가, 읽는 게 힘들다.

퇴근해야 하는데 ,,, 잠깐 끄적거리고 생각이 더 고이면 오랫만에 글 좀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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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턱하니 빨간 날이 있는 이번 주는 착한 주다. 주5일도 벅차니... 도대체 살아갈 능력이 있는 것인지 가끔 숨이 턱턱 막히곤 한다.

주5일,6일이라도 8시간 노동만이라도 지키면 좋겠다.

로쟈님의 서재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새벽에 대충이라도 훑고 나가는데 오늘 와우북페스티벌 관련 글을 보다 장정일의 옛 소원- 하급 공무원이나 되어... 일찍 퇴근해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생활을 하고 싶었다는-에 대한 문구를 발견하고 껄껄 웃었다.

하급공무원까지는 몰라도(그들이 그러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일 생각이랑은 전혀 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들 사서 옆에 두고 졸음 올 때까지 읽고 또 출근하고... 뭐 그런 생활을 꿈꿨고 어찌어찌하여 지금 일을 선택할 때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걸 버렸다. 그런데 그런 꿈같은 생활을 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성격이 뭐랄까 ... 너그러워야 하고, 자신에 대해서... 또, 욕심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소망에 충실할 수 있는 강단이 있어야 한다. 강단을 바라지 않는다면 원래 그렇게 무심한 사람이어야 한다.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기 보다는 책을 읽지 않는 일상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책이, 책 읽는 시간이 내게는 안식이고 휴식이다. 물론 책 들고 있어도 생각은 다른 곳에 있을 때도 많지만, 어쨌든 ...

요즘은 일 때문에 필요한 각종 산업관련 책이나 자료를 읽는 날이 많고, 그것도 재밌다. 

로쟈님의 서재에서 읽고 싶은, 그 보다는 읽을 수 있는 책을 요즘은 잘 찾는 편이다. 진짜 취미가 독서가 된 셈인가? 그리고 주말에 다시 보기로 보는 TV,책을말하다의 책들.

 문장이 좋다길래. 진수성찬. 그러나 ...

 

 

 

다 읽지 않고 덮었다. 교수님껜 대단히 죄송하지만, 계속 읽는 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쟈님 덕분에 로버트 카플란이란 저널리스트를 만났는데 그에 관한 첫 책.마키아벨리와 이사야 벌린의 글로 시작하는 데서 이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리고 갑자기 김훈 때문에 마크트웨인을 집다.

 

 

 

 

 

책들을 많이 읽을수록 책읽기의 속도나 이해도 쉬워진다. 월요일을 위해 자러 간다.오랫만에 서재를 찾았다.즐겨찾기 해 주신 세 분, 그 분들도 행복한 책읽기 계속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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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09-03-2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서재가 재밌습니다.. 저한테는 어려운 책들을 많아서 감히 취향 운운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일찍 퇴근해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생활을 하고 싶었다..] 일찍 퇴근은 아니지만 퇴근하면 어쨌든 일에 대해 잊고 새벽늦게까지 책을 읽고 덤으로 낮에 출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저로선 참 복받은 인생이라 하겠군요^^ 말씀대로 내유외강합니다^^

포스트잇 2009-03-22 12:41   좋아요 0 | URL
퇴근하면 일을 잊을 수 있으시다면 복받으신 겁니다.
 

 

 

 

 

세상에는 주성치 영화를 보고 떼굴떼굴 구르는 사람과 도대체 왜 옆 사람이 웃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극장에서 볼 땐 죄송하게도 다른 사람의 관람을 다소 방해하는 사람이 되버린다. 어찌나 웃던지 관객들이 웃음의 진원지를 찾아 돌아볼 때가 있다. 내가 좀 크게 웃는다.

어쩌다 이 책을 손에 쥐게 됐는지 모르는데, 여튼 '차례'부터 웃긴다.

'안내서에 대한 안내 -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되는 이야기들'이라니.

아, 이런 상상력을 만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어쩌다 히치하이커가 되어 은하수를 여행하게 되었느냐 하면, '보고행성 공병대'(ㅎㅎ)에 의해 '초공간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지구가 그만 파괴되어 버렸는데, 주인공은 친절한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구출되어 팔자에 없는 여행을 하게 생겼다.

쓰러지게 만드는 장면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묻혀있다.

이제 1권 절반을 읽어가는데 단연 압권은 주인공과 친절한 외계인이 시 감상용 의자에 앉아 은하계에서 가장 독한 것으로 유명한 '보고인들의 시'를 들어야하는 장면이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 나오는 지구인들의 요들송 보다 더 독한 듯하다. 영화를 못 봤는데 이 씬이 연출되었는지 모르겠다. 아, 간만에 진짜 웃긴 책 보고 있는 중이다. 영화도 챙겨봐야겠다. 어쨌든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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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3월 1일, 대한민국은 온통 대~한민국!을 외칠 준비로 들썩거리는 듯 하다. 86년전 일보다는 4년전의 일을 되새기고 또 기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 되었다.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윤치호 일기는 '3.1운동 전후'의 일기를 따로 편집했다. 제1장의 제목은 '내가 3.1운동을 반대하는 까닭은' 이라는 그의 일기 부분을 뽑았다.

몇 번이나 집어 던져버리고 싶었다. 욕을 해대면서, 한숨을 쉬면서 한장 한장 읽고 있는 중이다.

1919년 3월 1일 토요일

... 1시 30분쯤 거리 쪽에서 군중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며 종로광장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들은 모자와 손수건을 흔들었다. 이 순진한 젊은이들이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불을 보듯 뻔한 위험 속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는 이 시위와 연루되는 걸 피하기 위해 회관(YMCA)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군인, 기마 경찰, 형사, 헌병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군중 속에서 주동자들을 붙잡으려고 바삐 움직였다. 시내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는 내용이 매우 부실해 보였다. ...

1919년 3월 2일 일요일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최근에 조선 청년들에게 말해왔던 것을 거듭 말했다.

1)조선의 독립 문제는 파리 강화회의에 상정될 기회가 없을 것이다. 2)유럽의 열강이나 미국이 조선 독립을 지지해 일본의 심기를 건드릴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 3)설령 독립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독립에 의해서 이득을 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1894년에 일본이 우리에게 독립을 주었다.우린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나? 4)약소민족이 강성한 민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자기 보호를 위해 그들의 호감을 사야 한다. 5)학생들의 이 어리석은 소요는 무단통치를 연장시킬 뿐이다. 만약에 거리를 누비며 만세를 외쳐서 독립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남에게 종속된 국가나 민족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6)천도교 인사들 같은 음모꾼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1919년 3월 9일 일요일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주요 거리의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1919년 3월 19일 수요일

경찰 수사관들이 죄수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온갖 종류의 야만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 내가 들은 얘기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도 있겠지만, 난 이 고통을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한 상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저 이 용감한 남녀들 중 단 한명도 나의 그릇된 약속이나 조언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1919년 3월 26일 수요일

독립소요가 진정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상점들은 더욱더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1919년 4월 1일 화요일

경찰이 상점 주인들에게 문을 열라고 강요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주요 도로를 지키고 순찰을 돌았다.

1919년 5월 11일 일요일

이 세상은 이상을 숭앙하지만, 결국엔 현실에 굴복하고 만다. 만약 3억 인구를 가진 인도가 독립을 얻는다면, 그건 정의로운 이상에 좀더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영국 통치자들이 지난 200년 동안 인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 일이 인도인 통치자들이 자기네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 일 보다 더 많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론적으로야 인디언들이 미국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놔두는 게 정의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이 인디언들의 황량한 사냥터를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성한 공화국으로 변모시켰다는 게 엄연한 사실인 이상, 세상 사람들은 이 이론이라는 걸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고 아주 기꺼이 날려버릴 것이다. ...

1919년 5월 26일 월요일

며칠 전 밤에 독립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이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고 한다. 대단히 어리석긴 하지만,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1919년 5월 28일 수요일

... 어떻게 하면 두 민족이 하나로  '병합된 '국가에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1919년 7월 11일 금요일

... 일본 정부가 기꺼이 자치를 허용할 것인지, 설령 허용한다 하더라도 조선인들에게 자치를 잘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난 너무 소심한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다룰 수 없는 도구나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나 혼자 조종한다는 조건으로 비행기나 잠수함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그걸 받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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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은 한달 이상 계속 되었고, 상인들까지 철시하는 사태가 지속되었다. 윤치호가 보기에 어리석은 행동이었겠지만, '병합되어'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하지 않은 절대 다수 조선 인민이 참여했고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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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엄청난 지적 샤워를 안기는 책이다. 매우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아직까지 뚜렷한 견해를 세울 수 없는 것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으면서도 보류했던 이 시대, 국가의 문제였다고 하겠다.

[제국]에서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국민국가의 역능에 대한 그 어떤 향수를 간직하거나 국민국가를 찬양하는 그 어떤 정치라도 되살아나게 하는 것은 잘못"일 뿐 아니라 "무익하다"고 일갈한다. 

또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이 '거대정부는 끝났다'고 부추기는 것과 반대편에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장하준, 정승일이 '강한 정부'에 주문하는 역할들이 있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의 구호는 위선적일 뿐 아니라 배은망덕 -그들이 지금 그러한 구호를 부르짖기 전까지 국가와 자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라 - 한 것이며 '거대정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장하준류의 전술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전통을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 온 환영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제국]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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