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 P123

"어디에다 정리하려고?"
"철학책은 거실에 수학책, 천문학책과 같이 두려고 문헌학과 언어학은 작은 롤라 방에 소설은 각각 해당하는 복도에두고."
"그럼 옮겨 볼까."
바르토크는 어느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싶은 거야?"
"내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려고."
"이런, 정말 잘됐네. 그렇지?"
"어디 행운의 종소리가 울릴지 한번 두고 보자고종소리보다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야겠지."
"그래. 책장을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은데."
책장을 더 주문했다. 아드리아의 주문이 그칠 줄 몰라 플라나스는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천지 창조 넷째 날에 카테리나는 중요한 승리를 얻어 냈다. ‘주님‘으로부터 서재에 있는 책을 제외한 집 안의 모든 책의 먼지를 털어 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도 작은 집안일들을 처리하러 방문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는 일 년에 한 번씩모든 책의 먼지를 털 수 있었다. 아드리아는 원하는 대로 하세요, 작은 롤라. 이 일에 관해서는 저보다 더 잘 아시니까요.
"카테리나라고요."
"손님방에 빈 공간이 더 있으니 종교학, 신학, 민속학, 그리고 그리스 로마에 관한 책들을 두어야겠어요."
‘주님‘이 물을 갈라 땅은 마르게 하시고 바다를 만드신 순간이었다. - P147

"너는 말이야...... 뭐가 더 좋아, 고양이야. 아니면 개야?"
"둘 다 별로야."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둘 다 싫어"
"집 안에서 볼일보는 게 싫은 거지, 그렇지?"
"그것 때문은 아니야."
"물론 그렇겠지, 네가 그리 말한다면………." 바닥에 책을 쌓던베르나트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애완동물을 한마리 들이면 너한테 좋을 것 같은데."
"누가 죽는 게 싫어. 알겠어?" 그는 욕실 앞 두 번째 줄을 슬라브어 책들로 채우며 말했다. 가축이 창조되었고, 야생 동물이 땅을 채웠다. 그는 그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첫 번째 복도의 어두운 바닥에 앉아 그의 슬픔을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이런, 카를 마이잖아. 나도 그의 책이 많아."
"이것 봐. 살가리의 책이야. 이런 세상에, 아니다. 살가리 책이 열두 권이나 있잖아."
"그리고 베른. 도레의 판화가 담긴 판본이 있었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누가 알겠어."
"그리고 에니드 블라이턴, 산문집 중 가장 잘된 건 아니지만 벌써 서른 번이나 읽었어."
"그리고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어떻게 할 거야?"
"아무것도 버리고 싶지 않아. 다만 어디에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는 거지."
"집에 아직 빈 공간이 많잖아." - P148

‘주님‘은 맞아, 빈 공간이 많지, 하지만 난 책을 계속 사고싶어라고 말했다. 내 문제는 카를 마이와 쥘 베른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거야, 이해했어? 베르나트는 그렇고말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장실의 작은 수납장과 천장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열의에 찬 플라나스는 튼튼한 이중 책장을 만들었고, 아드리아가 어릴 때 읽었던 모든 책들은 그곳으로 보내졌다.
"떨어지지 않을까요?"
"만일 떨어지면 제가 직접와서 남은 인생 동안 받치고 있겠습니다."
‘아틀라스처럼 말이죠."
"네?"
‘카리아티드처럼 말이죠."
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점만 확실히 말씀드리죠. 마음 놓고 똥을 누셔도 좋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 말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작은 화장실에는 잡지를 두고."
"괜찮을 듯해." 베르나트는 로망어군 산문집을 보관하는 복도를 지나 20킬로그램 되는 고대 역사책들을 아드리아의 어린 시절 방으로 옮기며 말했다.
부엌에는 요리책을 두자고."
"달걀 프라이 하나를 하는 데도 참고 문헌이 필요한 모양이로군."
"모두 어머니의 책들이야. 버리고 싶지 않아."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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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이 이미 강렬하게 독자를 끌어 당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문단도 다음 책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강렬하다.
특히,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는 문구는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유년기를 잘 나타내 주는 문장인 것 같다.

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커가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지 않은 믿음들과 잡스러운 독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으며 믿고 의지할 부모도, 인생의 답을 내려 주는 신도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제 화요일 밤에 달마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맞으며 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나는 버림받았고, 고독하고, 당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은 나의 정신적인 지주다.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표류하지 않기 위 - P11

해 떠내려가는 뗏목을 억지로 붙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 몇몇 징후가 벌써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나는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는 믿음도, 성직자도, 합의된 규율들도 따르지 않을것이다. 나는 이제 늙어 버렸고, 낫을 든 사신이 따라오라고 손짓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검은 비숍을 움직였고, 정중한 몸짓으로 게임을 계속하자고 재촉하는 중이다. 나에게 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내 일은 아니기에 나는 무엇을 움직일 수 있을지 살핀다. 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이 원고 앞에 나는 홀로 섰다. - P12

기차표를 손에 쥐었을 때 학업을 위해 튀빙겐으로 떠나는게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유년 시절과의 작별이었다. 나의 아르카디아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외롭고 불행한 아이였다. 부모는 나의 재능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무신경했고, 내가 동전을 넣으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러 티비다보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지 물어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리고 마분지로 된 모자 상자를 바퀴 다섯개짜리 큰 트럭이라고 상상하며 기뻐할 줄 알았다. 슈투트가르트행 표를사며 나는 이러한 순수의 시절이 끝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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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완독 응원합니다
오늘 서울도 발카르카 처럼 비가 추적 추적😸

책읽는나무 2022-08-03 14:19   좋아요 1 | URL
서울은 비가 오나요??
이곳은 새벽까진 비가 왔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불볕더위 작렬합니다ㅜㅜ
스콧님의 응원을 받들어 완독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아자아자!!^^
 
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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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넘나드는 장면들 속에서 롤러 코스트를 탄 기분이었다. 이런 서사구조 형식에 적응 못하는 사람이라 별 넷을 주려다 가만 생각하니, 이런 소설을 만들어 낸 작가에게 별 넷을 주는 것이 바로 죄악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추악함과 아름다움 두 가지 중의 발현 주도권은 결국 사람들 마음 속의 악이 가지고 있는 것인가? ‘악의 존재성‘에 몰입된다. 다음의 이야기에서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을까? 그러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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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3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권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2-08-03 11:07   좋아요 1 | URL
확실히 후반부쯤 들어서니까 이런 구조구나? 알게 되었어요ㅜㅜ
처음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당최 알길이 없어 오리무중 엄청나게 헤맸었어요ㅋㅋㅋ
특히 이름들이 너무 헷갈려서...🙄 여러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으니 더더욱!!!!ㅜㅜ
암튼 1권 완독하니 왜 알라디너님들 적극 추천하는지 알 것 같은~^^
재독을 왜 하는지 의아했었는데...읽으면서 계속..재독 가능한 책이구나!!! 고개 끄덕끄덕~
그래서 괭님 다시 우러러 봄!!!!ㅋㅋㅋ

독서괭 2022-08-03 12:15   좋아요 2 | URL
나무님 3권 마지막에 인명록 있어요 ㅎㅎ 참고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8-03 14:13   좋아요 1 | URL
아...그래요???
3 권 펴놓고 읽어야겠군요.
유용한 꿀팁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03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권에서 조금 헤매다가 2권 3권은 완전 몰입하며 읽었어요 나무님 ~ 파이팅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4 15:41   좋아요 1 | URL
아...그런가요??? 전 2 권 읽다가..읽다가...눈 뜨면 계속 졸고 있었던...요며칠 계속 피곤한 건지? 더워서 기력이 없어서인지???
닭처럼 꾸벅꾸벅~~
얼른 집중해서 몰입 들어가겠습니다^^
 
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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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타자화하고, 소유화 하려는 것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요, 강의나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도 아닌,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모방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결국 차별은 이타성을 철저히 배제한 군중의 이기심의 표본을 본인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토니 모리슨의 성찰을 더 듣고, 읽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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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1 12: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방성.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군중심리같은 것도 그럴테고요. 이 책도 찜해뒀어요.

책읽는나무 2022-08-01 13:03   좋아요 6 | URL
저도 잠자냥님과 미미님 올리신 책 제목을 보고 찜해 뒀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신간으로 있어서 대출해 온 책이었습니다.
얇지만 정말 큰 울림이 있었어요.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4: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침울해 보여서 호감형은 아닌데 저자가 토니 모리슨이네요.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책읽는나무 2022-08-02 21:53   좋아요 3 | URL
얇은 책이고, 강연을 글로 옮긴 책이라 그런지 글이 쉬워 금방 읽히지만, 감동은 오래 가는 책이었어요. 토니 모리슨의 책이라 더욱 그런 듯 합니다.
강추드립니다^^
 

토니 모리슨의 통찰을 더 읽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시대의 아픔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 남부 출신의 의학자인 새뮤얼 카트라이트는 노예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가 쓴 우생학 저서를 읽어보기만 해도 과학에서, 심지어 정치에서.
타자를 통제하기 위한 기록을 남기는 데 얼마나열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카트라이트는 〈흑인 - P26

종의 질병과 신체적 특이점에 대한 보고〉(1851)에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불변의 생리적 법칙에 따라 흑인종은 드물게 예외가 있기는 해도, 대체로, 오직 백인의 강제적인 권위 아래 있을 때만이 도덕적 교양을 쌓거나 종교 및다른 교육의 덕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일깨울 수 있다.
.………… 게으른 천성 때문에 강요라는 자극을 통하지 않으면 대기를 빨아들일 페의 용량도 절반밖에 확장되지 않으며 운동 부족으로 인해 꾸벅꾸벅 졸면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 ・・・・・흑인은 혈액이 뇌로 공급되면 정신은 무지, 미신, 야만에 얽매이게 되며문명, 도덕적 교양, 종교적 진실 등에는 문을 걸어 잠근다. - P27

지금은(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서는) 인종차별주의의 학습에 대해 흥미로운 탐구를 하고 있다. 어찌하여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자궁으로부터 나와 인종을 차별하는 자궁으로 움직이는가? 즉, 사랑을 받거나 혐오를 당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인종의 영향 아래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여야 하는가?
인종이란 (가상의 유전적 특성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그 경계가 밝혀지고 정의 내려지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행동을 요구하거나 부추기는가? - P42

인종은 특정한 종을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는 인류라는 종에 속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것들은 다 무엇인가? 적개심은 무엇이며, 사회적 인종차별은 무엇이고, 게다가 타자화란 대체 무엇인가? 타자화가 가진 매력, 그것이 주는 위안과 사회적·심리적·경제적 권력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 소속감을 ‘나‘라는 개별적 자아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다는, 그래서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암묵적인 의미를 느끼는 데서 오는 짜릿함일까?
나는 일단 ‘이방인‘이라는 것에 그러니까 소외된 자아를 정의내리기 위해서 우선 타자에 대한 사회적·심리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군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다). - P43

그들은 노예를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존재로 규정하려고 애를 쓰지만, 의미로 보자면 비인간적인 쪽은 바로 처벌을 내리는 쪽이다.
그들이 채찍질을 하다가 지쳐 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가하는 처벌은 교정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엄연히 사디즘 행위다. 벌을 가하는사람이 도중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는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채찍질을 한다면, 과연 매를 맞는 사람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런극도의 고통은 순전히 채찍을 든 사람의 쾌감을위해 설계된 것 같아 보인다. - P62

언어와 이미지라는 작은 신들은 경험의 양분이되어 경험을 형성한다. 내가 기이하게 차려입고 낚시를 하던 여자를 즉각 포용했던 이유는, 내 눈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나는 즉각 여자를 감상적으로 다루고 나만의 이미지로만 사용했다. 여자가 나만의 샤먼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이다. 여자를 소유했다. 아니 소유하기를 원했다 (여자도 그걸 눈치했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뿌리박힌 이미지와 세련된 언어가 가진 유혹하고 드러내고 통제하려는 힘을 잠시 잊고있었다. 또한 그 힘이 인간의 과제, 즉 인간성을 유지하고 타인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막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을 지나치게 단순히 나열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요소까지 끼어들기 때문 - P72

이다. 이미지와 언어가 친근함을 더해주고 지식도 넓혀주리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미디어에서 반복하여 보여주는 이미지와 언어는 인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 그리고 실상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시각을 좁혀버린다.
미디어의 왜곡에 넘어가면 시야가 흐릿해질 수 있다. 저항해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낚시하던 여자와의 만남에서 그런 영향에 명백하고도 적극적으로 저항하려 했다.
예술과 상상력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장도 공식에서 형식을 분리하고, 인공에서 자연을 분리하고, 상품에서 인간성을 분리하는 일에 가담하고 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하는 예술은,
어떤 고상한 영역에서는 경멸의 대상으로도 쳐주지 않는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변해버렸다. ‘진실‘이라는 말도 그것의 부재가 모호성이 존재보다 강렬해서 따옴표에 가두어야 할 정도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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