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있는 경험의 진실을 예술(문학 작품)로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하였다. 너무도 생생하게 종횡무진, 멀미가 날 정도로 악의 역사를 눈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 하다.
‘심판의 날은 한밤의 도둑처럼 닥쳐 올 것이다.‘
악은 악으로 심판될 것인가? 선으로 심판될 것인가?
문학 작품 속에서 이렇게 소름 끼치는 체험을 해 보기는 처음인 듯.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8-11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멀미가 날 정도였다니!! 저 그런 느낌 좋아합니다(응?)ㅎㅎ
이 책도 올해 꼭 읽고 싶은데
과연 언제 뚜껑을 열 수 있을지...
나무님의 100자평보고 다시금
읽어야되느니! 다짐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1 23:57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읽어 보시면 이해하실거에요.
서체가 아주 독특하여 시대를 넘나드는 왔다리, 갔다리~~
정말 멀미가 날껍니다!!ㅋㅋㅋ
처음엔 뭐가 뭔지 헷갈리던데 확실히 먼저 읽으신 분들의 말씀이 맞았어요. 1권 후반부터 서체에 익숙해 지면서 점점 흥미가 돋고, 2 권부터는 ‘악의 서사‘에 몰입하면서 소름 돋는 장면들도 있어 생각이 많아지게 되더군요.
미미님이 읽으시고 쓰시게 될 리뷰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올 해는 넘기지 마시길요♡

scott 2022-08-12 00:07   좋아요 2 | URL
뚜껑 여는 순간 미미님
👌권 빛의 속도로 완독 하신다에
제🖐을 ^^

책읽는나무 2022-08-12 00:12   좋아요 2 | URL
저두요!!🤚
미미님 에밀 졸라 책 읽으시고 열이 났었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이 책도 열을 쏟아 가면서??^^
아...졸라 하니까, 목로주점 2 권 빨리 읽어야 함을 또 뒤늦게 상기합니다..끙~

scott 2022-08-11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의 고백(리뷰)
끄덕끄덕 🙊

책읽는나무 2022-08-12 00:03   좋아요 2 | URL
끄덕끄덕...저도 다른 분들이 왜 극찬하시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끄덕끄덕×2 가 되었어요^^
저는 뭐 리뷰랄 것도 없이 그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의문점들이랄까요??
마지막 편을 읽고 나니 심판의 방향도 결국 악을 악으로서 처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이제 3 권에선 결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페넬로페 2022-08-12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2권 첫 부분이 젤 압권이었어요.
휘몰아치는 감정으로 책 속에 빨려 들어갔었거든요.
저도 소름끼치는 체험이었어요~~
책나무님, 이제 3권도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8-12 10:15   좋아요 2 | URL
끄덕끄덕~~ 제 고개가 용수철 달린 인형이 되었네요?ㅋㅋㅋ
고백 책 덕분에 다른 책들이 뒷전입니다ㅜㅜ
근데 전 한번씩 친구 베르나트가 좀 웃겼어요. 아니 왜 자꾸 소설을??
그리 아드리아가 악평을 하는데도??ㅋㅋㅋ 악평하는 친구더러 재수 없다고 서운해 하면서도??? 어휴~~
3 권에서 이혼 당한 베르나트도 궁금해지네요^^

페넬로페 2022-08-12 10:39   좋아요 2 | URL
베르나트!
이 인물을 3권에서 주목해 주세요
말하고 싶지만 스포일러 금지^^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주의 책 읽기 1 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 되니 이 책에 나오는 여성 철학자 6인 중 스피박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다 알고 있는 위인이란 것이 그저 놀랍다. 이 모든 게 장족의 발전이겠지만, 깊이감은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 철학자 6 인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들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나 해러웨이와 크리스테바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읽어 보고 싶게 인도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작은 책은 그저 경이로웠고 재밌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8-10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나무님 👍 저도 덩달아 읽었더니 뭔가 생각하는 폭이 좀 넓어진듯 해서 북플님들 나무님 모두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8-10 20:05   좋아요 1 | URL
네?? 제가요???ㅋㅋㅋ
여성주의 책 읽기 리더는 다락방님이시잖아요!!!
읽으세요~~~~ 지령 떨어지면 우린 우다다다다🏃‍♀️🏃‍♀️
허벅지 찔러 감서 읽었죠ㅋㅋㅋ
저는 첫 책인 <제2 의 성> 진짜 허벅지 여러 번 찔렀어요ㅜㅜ
벽돌책 한 권 읽고 나니까 어? 내가 읽었네?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읽어 내자!!
또 허벅지를.....
근데 진짜 1 년이란 시간이 지나니까 작년의 나와 올 해의 내가 좀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지더라구요. 미니님도 느끼셨나요??? 그럼 찌찌뽕입니다.ㅋㅋㅋ
저는 그래서 다락방님과 그외 임원들? 그분들이 감사하네요.
그리고 같이 읽어 나가시는 분들 미니님같은 북플친님들도 감사하죠^^
내년의 나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또 같이 12 권을 읽어 보아요^^
다락방님이 이번엔 이거!!!!!
지령 떨어지면 바로~~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1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고 예쁜 책 좋아해요. 다른 책 읽다가 궁금하면 꺼내서 그 부분만 다시 읽어봐도 좋고요. 뭐, 거의 필수템이라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김은주 작가님 오래오래 흥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8-11 18:38   좋아요 0 | URL
앞으로 계속 책을 써주셨음 싶은 책이었습니다.
계속 다른 철학가, 그리고 사유의 고퀄 책들...읽어도 내가 무엇을 읽은 것인가? 싶었던 부분들을 너무도 명료하게 설명을 해놓으셔서 읽으면서 와!!!!! 하면서 읽었어요^^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궁금하면 다시 꺼내 읽어볼 필수인 책이 아닐까? 싶어요.
아니...이런 책들을 어떻게 미리 알고 찾아서 읽으셨대요??
그러니 리더 및 임원직들 하실만 하세요ㅋㅋㅋ
작가님은 다른 책들은 더 안내셨대요??^^

단발머리 2022-08-11 18:54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이 있습니다. 두껍고 검은 책이에요. 참고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1 19:44   좋아요 0 | URL
헐~~그 책 작가님이셨어요??
저 예전에 공쟝님이랑 바람돌이님 서재에서 초보자들 읽기 좋대서 구입은 해뒀어요^^
지금 다시 보니 김은주 작가님 맞네요!! 이런 이런~😅😅😅
이제 보이네요..보여~~아니까 보이네요.ㅋㅋㅋ
감사해요^^
 

한나 아렌트,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주디스 버틀러, 도나J. 해러웨이, 시몬 베유,
쥘리아 크리스테바 이 여섯 명의 여성 철학자들을 읽고, 분석하고, 경외하고, 그리고 그들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2018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책 표지는 썩 읽고 싶어지지 않는 책이지만, 책 제목을 어떻게나 자주 접했던지...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이렇게 얇고 작은 판형이었는데도 책 제목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실은 아직도 책 제목을 정확히 외우진 못하지만, 여자, 괴물 키워드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책을 읽어 보려고 관련 책을 네 권이나 사다 놓았고(읽어야 할텐데..) 도나 해러웨이는 지지난 달 사이보그 선언문 책을 읽었던 터라 이 두 사람 부분의 챕터는 아주 집중되어서 읽으면서 놀라웠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나머지 철학자들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책이어서 너무나 놀라운 책이다.

이러한 타자는 로고스가 설명하지 못하는,
그러나 거대한 힘을 지닌 괴물의 이미지로 세계에 등장한다. 유명한 신화들은 언제나 괴물을 목격하여 지혜를 얻은 자를 그린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욥과 레비아탄의 만남이 그렇다. 그들은 괴물을 가두고 자신에 관한 지혜를 얻지만 이때 괴물은 설명되지 않은 채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결국 괴물에 대한 서사는 사유와 지식의 한계를 그린다. 괴물은 지식의 한계 밖에서 출몰한다. 낯선존재인 타자들은 언제나 괴물로 낙인찍힌다. 어떤 타자는 때때로 천사와 같이 신성한 괴물로 추앙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속죄양으로 전락한다.
대체로 타자는 배척의 대상이며, 박해받고 거주지 밖으로 추방된다. 타자는 어둠에서 죽은 듯, 없는 듯이 살아간다. 하지만, 괴물로만 모습을 나타내는 타자는 철학의 밝은 빛과 상관없이 스스로 드러난다. 괴물의라틴어 어원 monstrare(보여주다)에서 알 수 있듯, 타자,
괴물은 끝까지 감추어질 수 없고, 나타난다. 사라지지 않는다.
타자와 괴물을 몰아낸 기반에 뿌리 내린 철학에서,
여성은 타자다. 타자로서의 여성은 자신의 입말이 아니라, 자기를 탄압하고 옥죄는 언어로 사유와 철학을 시작한다. 여성을 타자로 규정한 철학 안에서 철학적 사유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얼어붙고 어두운 시기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공간에서 온 - P10

힘을 다해 힘겹게 머무는 일이다.


이것은 그런 계절에 대응하는 우리의 유일한 방어기술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배워야 했던 기술이다.
불안정한 지역에 살고 있기에 


그럼에도 여성들은 철학을 포기할 수 없다. 여성 역시 지혜를 욕망한다. 지혜를 향한 사랑인 철학은 성찰, 비판, 창발의 측면에서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를 억압한 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여성들은 압제자의 언어에서 새로운 말과 사유를 고민하면서.
당연히 여겨져온 말과 생각을 의심하고 길을 잃는 아포리아(aporia)적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기존의 사고와 기준, 가치를 철학이라는 망치로 부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다.

"여성의 철학적 사유는 보편적일 수 있는가?"
여성 철학자에 대해서 쓰면서, 이 오래된 질문을 떠올린다. 남성의 철학은 인간 전체에 대해 보편적으로 사고한다고 당연히 여겨지지만, 여성에게는 왜 이질문이 따라붙어왔는가? "여성주의 철학이 보편 학문이라는 철학의 입지를 유지 할 수 있는가?"라는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실상 세계 밖의 위치에서 진리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보편적·객관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바람일 뿐이다. ‘절대적 진리‘가 허망한 - P11

환상이라는 사실은 철학사에서 이미 목도했다.
실상 탈맥락적 보편이란 말은 허구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에서, 말하고 사고하고 행위한다.
철학적 사유는 자신이 거주하는 시간과 공간을 표시하고 말해야 한다. 예전에 만들어진 개념은 당연하게도 새로운 개념과 이론에 의해 비판되며 수정되고 새로쓰인다. 개념은 그 흔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다.
철학이 배제한 타자인 여성은 철학 개념들과 이론들에 명시적으로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 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면서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수목철학의 죽은 뿌리를 거두고 리좀(rhizome)의 망으로 어디든 살아낸다. - P1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2-08-10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은주 철학자가 워낙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 쓰지 않나 싶어요. 그대의 길을 응원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0 14:50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랬어요!!
쏙쏙 들어왔어요. 어쩜 저렇게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시는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큰 공부가 되겠어요.
저도 1 년동안 읽어 놓은 게 있어서 알아들은 건가? 싶기도 하구요.
읽으면서 시몬 베유 사상가에게 좀 끌렸어요^^
실은 6 분 모두에게 절로 끌리긴 했지만요ㅋㅋ

미미 2022-08-10 0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발췌문에서 <여성괴물>도 느껴집니다. ^^* 나무님이 말씀하신 도나 해러웨이 부분 어떻게 쓰여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8-10 14:46   좋아요 1 | URL
여섯 분들의 각각의 밑줄 긋기 작업을 하고 싶긴한데...죄다 그어야 할만큼 문장들이 좋아서..도배 밑줄이 될 것 같네요^^
도나 해러웨이편은 사이보그에 대한 정의가 설명되어 있어서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는 책이었어요.
강추 드립니다^^
 

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 P123

"어디에다 정리하려고?"
"철학책은 거실에 수학책, 천문학책과 같이 두려고 문헌학과 언어학은 작은 롤라 방에 소설은 각각 해당하는 복도에두고."
"그럼 옮겨 볼까."
바르토크는 어느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싶은 거야?"
"내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려고."
"이런, 정말 잘됐네. 그렇지?"
"어디 행운의 종소리가 울릴지 한번 두고 보자고종소리보다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야겠지."
"그래. 책장을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은데."
책장을 더 주문했다. 아드리아의 주문이 그칠 줄 몰라 플라나스는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천지 창조 넷째 날에 카테리나는 중요한 승리를 얻어 냈다. ‘주님‘으로부터 서재에 있는 책을 제외한 집 안의 모든 책의 먼지를 털어 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도 작은 집안일들을 처리하러 방문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는 일 년에 한 번씩모든 책의 먼지를 털 수 있었다. 아드리아는 원하는 대로 하세요, 작은 롤라. 이 일에 관해서는 저보다 더 잘 아시니까요.
"카테리나라고요."
"손님방에 빈 공간이 더 있으니 종교학, 신학, 민속학, 그리고 그리스 로마에 관한 책들을 두어야겠어요."
‘주님‘이 물을 갈라 땅은 마르게 하시고 바다를 만드신 순간이었다. - P147

"너는 말이야...... 뭐가 더 좋아, 고양이야. 아니면 개야?"
"둘 다 별로야."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둘 다 싫어"
"집 안에서 볼일보는 게 싫은 거지, 그렇지?"
"그것 때문은 아니야."
"물론 그렇겠지, 네가 그리 말한다면………." 바닥에 책을 쌓던베르나트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애완동물을 한마리 들이면 너한테 좋을 것 같은데."
"누가 죽는 게 싫어. 알겠어?" 그는 욕실 앞 두 번째 줄을 슬라브어 책들로 채우며 말했다. 가축이 창조되었고, 야생 동물이 땅을 채웠다. 그는 그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첫 번째 복도의 어두운 바닥에 앉아 그의 슬픔을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이런, 카를 마이잖아. 나도 그의 책이 많아."
"이것 봐. 살가리의 책이야. 이런 세상에, 아니다. 살가리 책이 열두 권이나 있잖아."
"그리고 베른. 도레의 판화가 담긴 판본이 있었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누가 알겠어."
"그리고 에니드 블라이턴, 산문집 중 가장 잘된 건 아니지만 벌써 서른 번이나 읽었어."
"그리고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어떻게 할 거야?"
"아무것도 버리고 싶지 않아. 다만 어디에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는 거지."
"집에 아직 빈 공간이 많잖아." - P148

‘주님‘은 맞아, 빈 공간이 많지, 하지만 난 책을 계속 사고싶어라고 말했다. 내 문제는 카를 마이와 쥘 베른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거야, 이해했어? 베르나트는 그렇고말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장실의 작은 수납장과 천장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열의에 찬 플라나스는 튼튼한 이중 책장을 만들었고, 아드리아가 어릴 때 읽었던 모든 책들은 그곳으로 보내졌다.
"떨어지지 않을까요?"
"만일 떨어지면 제가 직접와서 남은 인생 동안 받치고 있겠습니다."
‘아틀라스처럼 말이죠."
"네?"
‘카리아티드처럼 말이죠."
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점만 확실히 말씀드리죠. 마음 놓고 똥을 누셔도 좋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 말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작은 화장실에는 잡지를 두고."
"괜찮을 듯해." 베르나트는 로망어군 산문집을 보관하는 복도를 지나 20킬로그램 되는 고대 역사책들을 아드리아의 어린 시절 방으로 옮기며 말했다.
부엌에는 요리책을 두자고."
"달걀 프라이 하나를 하는 데도 참고 문헌이 필요한 모양이로군."
"모두 어머니의 책들이야. 버리고 싶지 않아."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첫 문장이 이미 강렬하게 독자를 끌어 당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문단도 다음 책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강렬하다.
특히,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는 문구는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유년기를 잘 나타내 주는 문장인 것 같다.

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커가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지 않은 믿음들과 잡스러운 독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으며 믿고 의지할 부모도, 인생의 답을 내려 주는 신도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제 화요일 밤에 달마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맞으며 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나는 버림받았고, 고독하고, 당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은 나의 정신적인 지주다.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표류하지 않기 위 - P11

해 떠내려가는 뗏목을 억지로 붙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 몇몇 징후가 벌써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나는 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는 믿음도, 성직자도, 합의된 규율들도 따르지 않을것이다. 나는 이제 늙어 버렸고, 낫을 든 사신이 따라오라고 손짓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검은 비숍을 움직였고, 정중한 몸짓으로 게임을 계속하자고 재촉하는 중이다. 나에게 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내 일은 아니기에 나는 무엇을 움직일 수 있을지 살핀다. 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이 원고 앞에 나는 홀로 섰다. - P12

기차표를 손에 쥐었을 때 학업을 위해 튀빙겐으로 떠나는게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유년 시절과의 작별이었다. 나의 아르카디아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외롭고 불행한 아이였다. 부모는 나의 재능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무신경했고, 내가 동전을 넣으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러 티비다보 놀이동산에 가고 싶은지 물어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리고 마분지로 된 모자 상자를 바퀴 다섯개짜리 큰 트럭이라고 상상하며 기뻐할 줄 알았다. 슈투트가르트행 표를사며 나는 이러한 순수의 시절이 끝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43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8-0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완독 응원합니다
오늘 서울도 발카르카 처럼 비가 추적 추적😸

책읽는나무 2022-08-03 14:19   좋아요 1 | URL
서울은 비가 오나요??
이곳은 새벽까진 비가 왔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불볕더위 작렬합니다ㅜㅜ
스콧님의 응원을 받들어 완독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