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트 어페어를 발빠르게 정리해주는 책공장장 강준만 교수의 새 책 <갑과 을의 나라>가 나왔다. 타이밍과 제목이 정말 절묘한데, 얼마 만에 집필을 끝내고 탈고했는지 한번 묻고 싶다. 최근 라면상무사건과 남양유업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는데, 그런 갑을관계의 역사와 문제점을 짚었다.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은 한국현대사를 주제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책이다. 주제가 현대사인만큼 옆에 있는 <해방일기> 5권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김기협의 <해방일기> 시리즈도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열 권 완간을 기대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나온 <미국 대통령 선거 포스터 1828-2008>은 가격이 12만원이나 하는 고가 도서인데, 역대 미국 대통령에서 사용한 포스터를 단순 나열하고 보여주기 식이 아닌 광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인터넷을 뒤져도 아주 옛날 포스터는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을 한번 꼭 봐야겠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파워엘리트>는 시징핑 시대를 열어 젖힌 중국의 핵심인물들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요새 중국학 책 중에 하도 비슷한 제목의 책이 많이 나와서 한번 따로 정리를 해 둬야겠다.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는 파워 블로거로 통하는 저자가 쓴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바라보면서 한국과 중국 언론의 왜곡된 보도도 큰 역할을 했음을 꼬집는다.

학술서 번역으로 제러미 벤담의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과 그리스 태생의 사회학자 니코스 무젤리스의 <사회학 이론 무엇이 문제인가>가 번역됐다. '공리주의'와 '파놉티콘'으로 우리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이름만 친숙한..)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책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그의 공리주의 철학의 실체를 풀어 쓴 책이다. 일단 책의 목차는 비교적 잘 이해가 되지만 내용은 어떨지 모르겠다. <국제정치 이론과 좀비>는 정치이론과 좀비를 결합시킨 특이한 이론서인데, 뭐 좀비가 국제정치경제 이론에 기여하는 바를 쓴게 아니라 "세계정치경제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를 좀비로 상정하고 국제관계의 역동성을 설명한다"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저자인 대니얼 드레즈너는 좀비연구학회의 회원이기도 하단다. 뭐 서양애들은 별 학회가 다 있다.


서민으로서 제일 떨떠름한 기사거리 중 하나는 '전관예우'에 관한 기사다. 아니 관에서 해먹을만큼 해먹고 또 다른데 가서 억대 연봉을 받는다. (뭔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에 대한 궁금함을 조금은 해갈해줄 <전관예우 비밀해제>가 나왔다.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법학 교수인 스티븐 러벳의 저작이다. '법대로 합시다!' 라는 말에 정의가 내포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시각의 책이다. 꼭 정의와 법의 카테고리가 연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에서 이 책은 논의를 시작한다. <한국형 모델>은 사실 '다이내믹 코리아와 냄비근성'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다. 기업 컨설턴트인 저자의 한국사회 바라보기의 방식은 어떨지 궁금하다.

괜찮은 만화가 나왔다. 그것도 철학 만화다. <만화로 보는 지상 최대의 철학 쑈>는 철학에 굶주리거나 등안시해왔던 이들을 위한 맞춤서다. 소크라테스부터 자크 데리다까지 만화의 한 컷 한 컷에 담긴 촌철살인을 기대할 만 하다. <포르노 이슈>는 포르노라는 주제로 할 수 있는 아홉가지의 인문학적 시선을 모았다. 굉장히 야릇하면서 새로운 시각의 책이다. <전투의 심리학>은 실제 전투에 임해 본 사람의 사례를 수집해 심리학적으로 새롭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살인의 심리학>으로 이미 한국에 소개 된 데이브 그로스먼이다.
<소설로 읽는 중국사>와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이 같은 시기에 나왔기에 중국사와 중문학을 이해할 요긴한 책으로 함께 묶었다. 돌베개에서 나온 <소설로 읽는 중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장구한 중국문학사를 타 내려 오면서 그 문학적 배경이 된 굵직한 중국사들을 나열한다. 반면에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은 베이징대학 교수인 친핑위안의 박사학위논문을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논어가 어렵고 거부감이 드는 사람을 위해 쓰인 <통으로 읽는 논어>가 나왔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는 <맹자>를 새롭게 번역했다. <모럴 아포리아>는 지난 주 나온 <그들은 왜 뻔뻔한가>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인데, "무조건적 관용은 있을 수 있는가, 법과 도덕은 일치해야 하는가, 영리 행위는 악인가, 전쟁은 어디까지 악인가, 자유와 평등은 양립하는가, 도덕은 정말 있는 걸까."라는 난제에 하나씩 차분히 해제를 내놓은 책이다. 위에 올린 <정의가 곧 법이라는 착각>과도 잘 어울릴 듯 하다.

<인디언 영혼의 노래>는 출간 된지 80년이 다 되가는 오래된 책이다. 역시 북미 인디언들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담겨있다. 이제 미국에 그 흔적이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리듬분석>은 처음에 뭣도 아닌 책 같아서 들춰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꽤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었다. 바로 맑스주의 사상가인 앙리 르페브르의 유작이었고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에서 실제적인 주제까지 리듬분석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책이었다. 혹자에 따라 그가 맑스주의 사상가로 분류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건 조금 접어두고 이 책을 보기로 하자. 덧붙이면 <공간의 생산>을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1417년, 근대의 탄생>은 퓰리처상 논픽션, 전미국도서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며 새로운 시각으로 르네상스에 접근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부왘.. 근데 모르는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온다.


간만에 문학평론에 관한 책 세 권을 골랐다. 카뮈의 문학에 대해 다룬 <알베르 카뮈: 태양과 청춘의 찬가>와 미스터리 문학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론서를 펴낸 이상우의 <이상우와 함께 미스터리 완전 돌파>가 22년만에 복간됐고,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은 1년만에 왜 다시 나왔는데 이유를 모를 일이다.

메이저 출판사의 시집 시리즈로 나란히 네 권이 동시에 나왔다. 민음사에서 한세정의 <입술의 문자>, 문학동네에서 윤성학의 <쌍칼이라 불러다오>, 창비에서 김정환의 <거푸집 연주>, 문지에서 황병승의 <육체쇼와 전집>이 나왔다. 간만에 보는 황병승 시인의 시집이 반가운데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집 <여장남자와 시코쿠>도 아직 보지 못했다.


<시로 읽는 한국 근대 인물사 : 사람>은 한국시인협회가 흥선대원군에서 이태석 신부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 113인을 선정해 그 인물을 주제로 협회 문인들이 시를 쓴 작품집이다. 이때까지는 없었던 시도인지라 기획이 참신한 것 같다. 문예출판사에서는 <헤르만 헤세 시집>이 번역 돼 나온다. 지금까지 헤세의 수필이나 시가 번역 된 것이 많은데 그중에서 134편의 시와 헤세가 그린 수채화 34점을 골라 실었다고 한다.
한국 근대 여성작가의 한 획을 그은 박경리 작가의 장편들이 마로니에북스에서 다시 복간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표류도> <파시> <시장과 전장> <뱁새족>이 다시 출간됐다. <김약국의 딸들>은 이미 지난 달 발간 된 바 있다.
<도산 안창호>는 춘원 이광수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쓴 작품으로 이광수와 안창호의 관계 뿐 아니라 안창호의 인간 됨됨이 까지도 당대의 시각으로 세밀히 묘사된 책이다. 흥사단 창립도 100주년을 맞았다고 하니 좋은 시절에 당대의 치열했던 삶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최인호의 신작 <활>과 김진명의 <고구려> 다섯번째 권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지금의 영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작가중 한 명인 이언 매큐언의 2005년작 <토요일>의 개정판이 나왔다. 아무래도 꾸준히 팔릴 수 있는 작가라 개정판도 내주는 듯 하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 된 적 있는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 이 다시 복간됐다. 1998년 출간 이후 절판됐다가 이번에 복간됐다. <고양이 테이블>은 맨부커상 수상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여섯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영미소설이지만 캐나다 작가임에 주의해야겠다. 역자는 제프 다이어의 책을 번역한 한유주씨다.
독일소설 호어스트 에버스의 <베를린 대왕>과 스페인작가 마리아 두에냐스의 <라 코스트라>가 번역됐다. 책 소개에는 스페인에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제친 책이라고 한다. 1930년대 스페인내전과 북아프리카의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면모를 그렸다.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의 일러스트레이터 19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아틀라스 서양 미술사>는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지도를 펼쳐보며 미술사를 조망해보는 새로운 시각의 책이다. 도판과 지도가 컬러로 펼쳐져서 시각적으로 만족을 준다.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산책>은 각국 미술관 산책 시리즈로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왔다. <독일 미술관 산책>과 같이 보면 좋을 듯.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독일의 예술학자인 볼프강 울리히의 책인데, 동명의 한국어책이 너무 많아서 잘 골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지난 4세기 동안 예술을 규정하려 했던 11가지의 시각을 소개하는데 지난 4백년간을 한정하는게 새롭게 다가온다. 17세기 이후의 예술에 대한 규정이 비교적 학술적이어서 그런건가? <사진의 털>은 르포 사진작가 이순택의 사진 에세이다. 현장사진을 좋아하는 나로선 재밌는 책이 될 것 같고, <미술관이 된 시자의 고양이>는 열린책들의 임프린트인 미메시스 뮤지엄을 건축한 건축가 시자와 미메시스 뮤지엄을 지으면서 써내려간 열린책들 대표 홍지웅의 에세이다.
번역가이자 미술평론가이자 사진작가인 저자 정진국의 포토 에세이 <포트 루트 유럽>이 나왔다. 아쉽지만 나는 그의 번역이 별로 맘에 안든다. 한국어로 그리고 자신의 문체로 쓴 이 책은 어떻게썼을지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골랐다. 일본문학번역가 김욱의 <폭주 노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여든 줄에 들어선 저자의 노년철학을 엿 볼 수 있다. 마종기의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도 이 주의 중요한 에세이 중 하나다. 시인이자 의사로 살아온 마종기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 본 책이다.

하루키의 새 에세이 번역집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가 나온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채소의 기분>과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로 이어지는 시리즈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표지 디자인도 비슷하구나. 루마니아계 프랑스인인 에밀 시로랑의 에세이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도 번역 돼 나왔다. 프랑스 최고의 산문가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어떤 성찰을 보여주는지 한번 봐야겠다. 띠지에 이해인 수녀, 오강남 교수의 추천이라고 돼 있는 책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가>는 조엔 치티스터라는 수녀가 쓴 책이다. 석가탄실일때 불교관련 책을 뒤져보던 중 종교 카테고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좋아보이는 책이다. 밑에 있는 <어느날 우리는 돌아눕기 시작했다>는 연애와 이혼까지의 갖가지 일대기에서 이별의 특별한 이유를 주제로 여러 커플의 단상을 적은 책이다. 정말 현실적인 책이다.
이어서 경제경영 관련서 다섯권을 살펴 보자. 생전 힘든일이라곤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저자의 이력을 보고 이런 책 제목이 가당키나 한지 의아하긴 했다. 이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은 노동의 생성, 선택, 변화를 큰 줄기삼아 노동의 의미를 되새겨 본 책이다. 연장들고 일하는것만 노동자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가 노동자다. 이런 단어의 편협한 인식때문에 이력서에 노동이라는 글자 하나만 넣어도 필터링에서 자동 여과되는 현실이라고 한다.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은 갈 수록 의미가 커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욕적인 생각들을 엮은 책이다. 대체 세상이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빅 데이터 이후의 세계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책임의 시대>는 뒤늦게 발견한 CSR관련서인데, CSR이란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줄인 약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번역된다. 최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사고라든가, 중국 팍스콘 공장문제, 국내로는 남양유업이나 삼성 불산누출의 사태까지 기업경영외적으로도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할 사건들이 많다. 기업이 잘못한 것은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는것이 새로운 경영의 하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브런치 경제학>은 경제학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매일경제 기자가 쓴 대중서고, <메이커스>는 <롱테일 법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의 신작이다. 기업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제조자의 시대가 온다는 신선한 시각의 책이다. 그래서 제목도 'MAKERS' 인가보다.

과학분야에선 공교롭게도 모두 끝에 숫자가 붙은 책을 골랐다. (짜맞추려 한것도 아닌데) <생생 과학이슈 21>은 현재 가장 뜨겁게 이슈거리가 되고있는 과학이슈 스물한 개를 모았고,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0>은 '바이오미메틱스'라는 것을 주제로 자연 친화적 아이디어 30개를 나열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150>은 다양한 사진과 인포그래픽을 바탕으로 인류사에 기여한 150가지의 발명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