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픽처>가 무려 120주간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다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더 잡>이 나온다. 2005년에 나온 작품인데 이제야 번역이 되는 이유는 국내에서 커져버린 더글라스 케네디의 인기 탓일 듯. 대형작가로 분류되는 편은 아니지만 반값세일의 힘(?)으로 여하간 엄청나게 팔아제낀 작가임은 틀림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라고 한다. <진저맨>은 J.P. 돈리비의 소설인데, 김석희 번역가의 번역으로 나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훗날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한 작가의 인생이 녹아있는 소설인 듯. 중국계 미국인인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소설도 주목 할 만 하다. 영문도서 코너를 기웃거리다 많이 본 이름같은데 이제서야 번역이 됐다.
마음산책에서는 한번에 손에 가지는 않지만 나중에 집에들게 만드는 소설이 많이 있다. 로맹가리가 그랬고 제임스 설터가 나에겐 그랬다. 왠지 이 작가의 책도 그럴 것 같다. <행동반경>과 <외치는 소리>의 작가는 1978년 최초로 흑인이 소설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해다. 그 작가가 바로 제임스 앨런 맥퍼슨이란 작가고. 그래서인지 소수자의 시각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채텀 스쿨 어페어>는 에 이어 나오는 판타스틱픽션골드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장르문학이니 긴 설명은 필요없는 책 같고, 여기나오는 '채텀'이 그 정글의 법칙에서 나온 채텀인 줄 알았던 무식이가 여기있다. --;
한국소설에 관심을 점차 늘려가다 보니 구병모라는 작가를 이번에 알게 됐다. (알고보니 이름이 꽤 알려진 작가였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남성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름이라 클릭을 하기 전까지 남성작가인 줄 알았는데 여성작가였고, 제목이 '파괴'가 아니라 <파과>였다는 사실도 나를 0.5초 멘붕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민음사에서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그 첫 책으로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이 나왔다. 문단에서는 30대 후반도 젊다고 해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하긴 농촌에서는 60대 어르신도 마을행사땐 '청년부'소속이라던데..) <복수의 탄생>은 뭐 피디도 하고 시나리오 작가도 했던 이력의 소유자인 이재익의 책이다. 알고보니 <원더풀 라디오>의 작가였다. 몰라봬서 죄송하다.
일문학으로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편 <사라진 이들>이 들녘에서 나오고,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의 <침대의 목적>이 나온다. 이미 소설 제목에서 대충 소설의 분위기를 짐작했는데 소설을 보니 역시나! 관심이 간다.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은 모리 아키마로의 소설인데, 제1회 애거서 크리스티 수상작이라고 한다. 뭐 이런상은 언제 어디서 수상하는지 알길이 없는데 여튼 그렇다고 한다.
안나 제거스의 소설 <제7의 십자가>가 시공사 세계문학판으로 나왔다. <약자들의 힘>이후로는 처음 소개되는 그녀의 소설인데, 일명 '반판시즘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일컬어 진다고 한다. 그 외 세계문학으로 막심 고리키의 <은둔자>, 단테의 <신곡: 지옥편>, 일본자가 시가 나오야의 <암야행로>라는 작품이 있고 <영국 도시희극선>도 세계문학의 한 켠에 놓아둔다.
간만에 프랑스 문학에서 번역작이 나왔다. 제목은 <실업자>다. 작가는 피에르 르메르트라는 사람인데, 프랑스 추리문학의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근데 왜이리 번역이 안된것인지? 대부분 중국작가로 알고 있는 진순신이 중국계 일본인이었다는 걸 얼마전에 알았다. 이유는 <진순신의 이야기 중국사>때문이었는데 그런 진순신의 <제갈공명>이라는 소설이 번역됐다는 소식이다. 주변부에서 보는 본토의 이야기는 늘 즐거운 법. <그날 밤의 거짓말>은 이탈리아 작가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작품이다.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걸작이라고 하며 스트레가 상 수상작이기도 하단다. 번역은 또 김석희 번역가께서 수고해주셨다.
인문에서는 딱 이 여섯권만 추릴 수 있었다. 휴가철인지 어떤지 몰라도 쓸만한 책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저번주에 슬라보예 지젝의 책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인지 다른 책이 눈에 띄질 않아서 말이다. 주디스 버틀러와 가라타니 고진의 새 번역작이 나왔고 종교와 과학의 만남을 주선한 <예수와 다윈의 동행>이라는 책도 눈길이 간다.
역사에서는 <21세기의 한반도의 세계사적 전망>이라는 제목만 봐도 무시무시할 것 같은 책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실체와 했던 일을 다룬 <모사드>, 그리고 세상을 바꿨던 7가지 사건을 다룬 <세계사 7대 사건을 보다>라는 책도 출간됐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사에서 일곱가지로 모든 터닝 포인트를 만든다는건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은 깔끔하고 도판도 좋다.
사회분야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다룬 책이 각각 나왔고 주목 할 만 하다. 이매진 컨텍스트 시리즈로 나온 <남성성들>과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이 그것이다. 그동안 짬짬이 접했던 남성성에 대해 비판적인 텍스트들과 뭐가 다른지 비교할 기회가 생겼다. <동아시아와의 인터뷰>는 정전60주년을 맞이하기도 한 한반도에서 어떻게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동아시아에 대한 석학들의 글을 실은 책이다. 일독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경제경영분야에서는 <백년의 가게>만이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이 새로운 미국이다>는 거의 반 끼워넣기로 넣긴 했는데 늘 급변하는 경제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브라질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과학에서는 <깃털>의 눈에 띄는 표지때문에 관심이 갔다. 이른바 '깃털에 대한 자연사와 문화사'라고 명명하고 있는 이 책은 생물진화의 관점과 함께 깃털에 대한 역사, 문화, 예술, 문학, 패션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간만에 과학에서 읽을만한 교양서가 나온 듯 하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는 진화생물학의 권위자인 로버트 트리버스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책으로도 불린다.
예술쪽에서는 꼭 사두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도널드 프레지오시의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이 그것이다. 720여쪽의 방대한 분량에 미술사이론이 얽히고 설켜 있는 이 책은 미술이론분야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아주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그 외 좀비에 대한 모든 것을 말했다는<좀비사전>이나 <아트테러리스트 뱅크시>도 휴가철에 머리식힐 겸 읽기 좋은 책인 듯. <시각예술의 의미>도 간만에 나온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인데 독일계 미국인인 에르빈 파노프스키가 미국에서 저술한 저작이다. 역자도 이 분야의 번역을 해온 임산씨가 맡았다.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인 자크로브 뱅자맹 르그랑과 장 마르크 로세트의 <설국열차>, 그리고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을 볼 만한 그래픽 노블로 꼽아봤다. 사실 그냥 만화같은 건 보긴 보더라도 위시리스트에 올리기 힘든게 사실인데 이런 것들은 읽으면 적당한 의미도 찾을 수 있고 만화라는 걸 뛰어넘는 서사가 있어서 쓸데없이 시간죽이는 것 보다 이런거라도 보는게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