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희 옹의 번역으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출간됐다. 그간 길과 이제이북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읽혔는데 새로운 번역으로 그 층위를 두텁게 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새물결에서는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1권과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 출간됐다. 두 무거운 책을 한번에 출간한 것을 보면 바디우의 방한이 일거리는 일거리인가보다. 번역이란 늘 사고가 따르는 법인데 어떨지 궁금하다.
카이 함머마이스터 교수의 <독일 미학 전통>이 번역됐다. 10년정도 된 책을 번역한 것인데 미리보기를 보니 미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소장할 만 한 책이다. 루카치, 아도르노가 있는데 벤야민이 빠졌다는 건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는 박찬국 교수가 쓴 하이데거 입문서다. 말이 입문서지 막상 보면 그렇게 녹록치만도 않다. 그래도 하이데거 원전으로 바로 들어가기 힘들다면 선택해도 좋을 만 하다. <에덴 추적자들>은 '에덴동산'을 실제로 찾아나선 돈키호테 정신을 가진 지식인들에 대한 책이다. 덕후는 역시 양덕이 제일이라고 했던가.
그 밖에 펴볼 만 한 인문서들로는 싸이코 패스의 정신상태를 다룬 <공감 제로>와 숫자놀음에 속아 자신을 위험한 처지로 내모는 정신상태를 분석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일단 눈에 들어오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모토로 쓰인 것 같은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도 내 맘에 들었다. 미우라 도시히코의 <허구세계의 존재론>은 분석철학적 방법론으로 픽션을 분석하는 책인데, 뭐 관심없음 재미없을 것 같고 레프 비고츠키의 <사고와 언어> 그리고 루소의 <사회계약론>도 새로 번역 된 고전이다. (루소는 재판 같기도 하다.)


역사에서는 그닥 건질게 없었는데,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기: 백과전서의 여행>이 그나마 펼 만 했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빳빳한 종이(?)가 괜히 나를 사로잡았다. 이집트 원정에 데리고 간 167명의 학자들과의 이집트 원정기를 재구성 한 것이다. <지구의의 사회사>는 소위 지구본으로 불리는 지구의에 대한 역사다. 지난 주 나온 <멥헤드>와 읽으면 딱일 듯! 민음인에서는 오랜만에 '민음 지식의 정원' 시리즈가 속간됐다. <혁명은 왜 일어났을까> <나치는 왜 유대인을 학살했을까>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총 세 권이다. 간디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곁가지로 <마하트마 간디 평전>을 묶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에서 낸 거라 구성이 어떨지 모르겠다. 대학출판부 책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라서.
정치사회에서는 재미있는 책이 몇 권 나왔는데 안드레이 란코프의 <리얼 노스코리아>와 표창원 지승호의 인터뷰집인 <공범들의 도시>가 그것이다. 사놓은 <극장국가 북한>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서 읽고 이 책도 구입해야겠다. <텅 빈 바다>는 영국의 환경 저널리스트인 찰스 클로버의 책이다. 이 책은 남획, 불법포획 등으로 그야말로 텅 비어 버린 바다에 대한 고발이다. 바다 쓰레기, 바다 생태계에 대한 책이 요즘 많이 번역 되는 것 같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그 이후 125명의 후쿠시마 사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며 도쿄전력의 대국민 기만극을 고발한 책 <멜트다운>이 번역됐다. 번역은 한겨레의 한승동 기자가 맡았다. 공교롭게도 저자도 아사히 신문 기자다. 결국 이 책은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까지 수상한다. <성장없는 번영>은 영국 정부 산하의 지속가능개발위원회가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진행한 연구성과다. 또 생태거시경제학이라는 이론을 끌어들여 내게는 왠지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책이다. <식탁위의 복지국가>는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인 유팔무 교수가 복지 전문가 7인과 함께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무슨 일 아니면 모이기 힘든 전문가들이 모여 낸 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5년내 화두일 복지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는 기업의 자선활동에 담긴 구린 그 무언가를 파헤치는 책이다. 기업을 떠나서 개인의 자선활동도 연말정산 환급을 목적으로 별 뜻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기업의 그런 박애자본주의의 허위성을 밝힌다.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는 한국의 비행사 초기를 밝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날 수 있었는지 궁금한 독자는 선택해야만 하는 책이다.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은 마르크스가 밝힌 경제 공황이론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한다.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경제분야에서는 몇개월 전 EBS에서 본 자본주의 다큐가 책으로 묶여나왔다. 제목도 똑같이 <자본주의>인데 놓치고 있었던, 너무나 당연해서 눈치조차 못챘던 자본주의의 생기초 원리를 담았다. 간만에 김난도 교수가 자기 전공분야 책을 들고 나왔다. 중국과 관련한 소비방식을 분석한 <트렌드 차이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모 그룹들의 의뢰를 받아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은 역시 우리의 소비방식의 교정을 해 줄 수 있는 책이다.
한국소설에서는 성석제의 <이 인간이 정말>이 그나마 눈에 띄는 소설이고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장작인 정민의 <사이공 나이트>나 제3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 김대현의 <홍도> 정도가 덧붙여 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주 정도에 김주영의 <객주> 10권이 나올 것 같다. 9권이 완결이 아니었군..
필립 K. 딕의 <인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번역을 마지막으로 필릭 K 딕 걸작선의 번역이 마무리 됐다. 이번달은 시리즈가 마무리 되는 작가들이 좀 많은 느낌이다. 그 외로 킴벌리 멕크레이트의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와 샤니 보얀주의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를 주목 할 만하다. 이번주 영미문학들은 제목이 좀 난해하구만. 뒷 책 저자의 경우 1987년생의 여자인데 이스라엘 태생이라 2년간 군복무한 군필녀다. 그리고서 하버드 졸업. 이 소설은 군복무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혼다 테쓰야의 경찰소설 3부작 시리즈은 <지우>가 번역됐다. 각각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경시청 특수급습부대(SAT)', '신세계 질서(NWO)'라는 부제가 붙었다.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엘이 일본 현지에서 이 <지우>를 각색한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한다. (언제 한거야..)
현대문학에서 간행한 헤르만 헤세 소설 선집이 <페터 카멘친트>, <유리알 유희>, <잠 못 이루는 밤> 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다. 원래 총 열 권인가로 계획됐던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 열두권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선집이 마무리됐지만 왠지 '정본'의 느낌과 냄새가 나질 않는다. 왜일까. 다양한 출판사의 헤세 작품 간행에 익숙해진 탓일까? 여튼 헤세 선집을 마무리한 현대문학도 좋은 일을 한 것만은 맞다.
예술분야에서는 KBS 라디오 PD로 일하는 정일서씨가 쓴 <더 기타리스트>가 일단 압권이다. 세계의 유명한 기타리스트들을 총망라했고 저자의 해박한 음악적 지식을 곁들여 막힘없이 서술했다. 팝음악 좋아하는 사람은 필수구매. <레전드 100 아티스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비중있었던 100 팀을 골라 엮은 책이다. <한국 가요사>나 <한국 대중음악사> 같은 책은 봤지만 이런 기획의 책은 의외로 처음인 듯 하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왔던 <유럽 디자인 여행>의 개정판이 나왔다. 낡은 정보를 수정한 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과학분야에서는 티머시 비틀리 버지니아 대학 도시환경계획학과 교수의 책이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계획과 도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유럽의 모범적 도시환경계획 사례를 미국의 규범과 생활에 맞게 소개하는 책이어서 한국에는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참고 해 우리에게 맞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는 기후변화와 관계된 지구환경의 위기를 고발하는 책이다. <심해의 세계>는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 새 책인데, 말 그대로 심해생물과 심해환경의 세계를 그린 책이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일보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온기>와 요네하라 마리의 <유머의 공식>이 퍼특 눈에 띄었다. <이기적 삶의 권유>는 영국 버밍헴대 철학교수인 게리 콕스의 책인데, 타인의 시선과 의식에서 벗아나는 것을 중심으로 '나'를 찾는 삶을 살것을 권유한다. 나부터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