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전집의 새 책이 나왔다. 독일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몸앓이>, 프랑스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암고양이>, 일본작가 후루이 요시키치의 <요오꼬, 아내와의 일기> 이렇게 세 권이다. 창비는 꼭 세 권 정도를 한방에 내는데 한 권씩 순차적으로 내는것도 보는 재미는 있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타 볼프의 책이 구미가 당긴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러시아로 이주한 일리야 일프와 예브게니 페트로프의 작품 <열두 개의 의자>가 나왔다. 러시아어로 러시아에서 작품활동을 했으니 러시아 작가로 불러 마땅하다. 스탈린시대에는 풍자적인 내용으로 탄압받았다는 작품이다. 지금도 의의가 있을지는 읽어보고 판단하자. 기다리던 앨리스 먼로의 최근작인 <디어 라이프>가 문학동네 세계문학판으로 나왔다. 예판이후 시간이 꽤 지나 나온터라 반갑다.

한국소설에서는 건질만한게 박찬순의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산다> 뿐이다. 지난주 나온 김연수만이 독주를 하고 있을 뿐.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0년작인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가 번역됐다. 게이고도 은근히 작품공장인 것 같다. <창가의 토토> 애장판이 나온다. 아는 사람은 아는 명작인데 애장판이 나온다고 하니 다시금 생각이 난다.
브라질 음악가 시쿠 부르아키의 소설 <부다페스트>가 루시드폴의 번역으로 나왔다. 작품의 질보다 번역자의 특이성으로 팔아먹으려는게 좀 거슬리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미국작가 앨리자베스 조지의 추리물 <성스러운 살인>과 콩고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작가인 윌프리드 은송데의 <나의 가슴은 표범의 후예>도 주목해주자. 콩고작가라하니 괜시리 <콩고의 판도라>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몇 해 전 구해놓고 아직도 쳐박아놓고 있는..
몇 권의 다수의 철학서와 다수의 사회과학서를 낸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 수업>이 나왔다. 자유를 위한 작은용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나 철학서와 사회과학서의 냄새가 동시에 난다. 개인적으로 그의 문체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책의 내용은 실한 것들이 꽤 있어 추천한다. <생명이론>은 군지 페기오 유키오라는 일본 이학자의 책이다. 아직 <천개의 고원>도 올라서지 못했는데 리좀총서라니. 나에겐 당치도 않을 책 같다. 들뢰즈 이후의 들뢰즈적인 철학과 생명과학을 고찰한 것이다. 매우 어려워 보인다. 옆의 책은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이란 책인데, 역시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다루고 있다. <천 개의 고원>과 바로 맞닿아 있는 책이라 참고가 될 만 하다.


비중있게 소개하기 애매한 인문서들이 꽤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말도 못할 무게감이 있을터인데, 아직 나에겐 한번쯤 보고는 싶지만 바로 볼 수는 없는 책들을 넣어봤다. 우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서 지난 시리즈에 이어 낸 <마음과 철학>의 유학편과 불교편이 그렇다. 지난번에 서양편이 나왔다. <딜레마>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의 철학자 뤼방 오지앙의 도덕철학책이다. 영미권의 도덕철학과는 어떤차이가 있을까. <무력한 조력자>는 이타주의를 넘어 '조력자증후군'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밖에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혼에 관한 토론문제>와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편을 해설한 월리스 파울리의 <쉽게 풀어 쓴 단테의 신곡 지옥편>도 나와있다.
역사분야에서는 커피의 역사를 다룬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그간 나온 커피에 관한 문화적, 역사적 책들중에 가장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제목은 좀 오버인것 같고. <슈퍼피쉬>는 예전에 KBS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거다. 다큐멘터리 봤으면 안봐도 될 책이긴 하다. <친일문학론>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인 임종국. 그의 평전인 <임종국 평전>이 개정돼 나왔다. 단순히 오탈자 개정을 넘어 새로 추가된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라. 부끄럽지만 임종국이라는 인물을 안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구매리스트에 넣었다. 평전을 먼저 읽고 친일문학론에 도전할 생각이다.
알프레드 헤프너의 <지리학>이 번역됐다. 입지이론만 알고 있다가 이런 지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학술서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 <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은 2차세계대전 초심자들에게 유용한 도서로 보인다. 일단 책의 크기가 크고, 사진들도 시원시원하다.
사회과학쪽에서도 좀 까다로운 책들이 많다. 이른바 '과학지식사회학'에 관한 책인 <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가 그렇다. 출간의 요지를 살펴보면 "과학이 과학의 긍정적 목적 그대로 쓰이지 않고 인간이라는 인자때문에 의도치 않은 역기능이 생긴다"로 생각된다.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책을 봐야알겠지만. 간만에 비타악티바 시리즈가 나왔다. 이번에는 장석준이 담당한 <사회주의>편이다. 사회주의라는 대강이 이런것임을 알자면 이 책을 보자. 송건호의 <시민의 탄생>은 조선시대의 공론장 개념을 다룬 것이다. 지난번에는 <인민의 탄생>이었던가?
촘스키의 책 3권이 개정판으로 나온다.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비밀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공공선을 위하여> 이렇게 세 권이다. 지난주에 한 권이 먼저 나와서 개정판으로 나온 책은 모두 네 권이 되겠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인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는 여성주의 정치경제 비판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다. 목차를 보니 계급과 공동체 그리고 경제의 관계에 관해 설명을 하는 책으로 보인다. 실물을 보긴 했는데 내용이 퍼특 들어오지 않아서 이것밖에 적을 수 없겠다. 천천히 두고 볼 책이다.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은 식품첨가물이 뇌의 작동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황당하지만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이론을 내놓고 있다. 라면, 미원많이 먹지 말자. <역사를 기억하라>는 하워드 진의 1963년부터 2009년까지의 연설문집이다. 그의 연설문집만 봐도 왠만한 세계사 책 한권보다 더 한 내용과 깊이를 느낄 수 있을 듯.
<금융백서: 한국 금융의 변화와 전망>은 서울대학교에서 낸 한국금융의 기본통계를 바탕으로 제도의 변화를 정리한 백서라고 한다. 특히, 금융체제를 정치경제학적으로 풀어쓰기도 해서 참고할 거리를 많이 뒀다고 한다. 판형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책값이 무지막지하다. <글로벌 시대의 인도 재벌>은 중국과 함께 커나가고 있는 '친디아' 인도의 재벌을 다룬 책이다. <리커창>은 그런 의미에서 함께 보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중국경제의 선장인 리커창 총리에 대해 정치경제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개인적인 소사보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사를 중심으로 다뤘다.


과학분야에는 사이언스북스의 책 두 권과 EBS로 방영됐던 <호모사이언스>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 SF영화에서 과학적인 요소를 발견해 쓴 <할리우드 사이언스>, 에드워드 윌슨의 최신작 <지구의 정복자> 모두 이 주에 들여다 봐야 할 과학도서다.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알기만 했지 꼼꼼히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신작을 시작으로 역주행(?)해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 역주행이 대세라잖나.
예술분야에서는 볼 만 한 책이 많긴 한데, 매니아적인 책이 많다. 그래도 새로나온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 3>은 그나마 대중적이다. 프랑스의 영화 비평가인 앙드래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와 프랑스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삶과 건축을 그린 <군중속에 선 건축가>는 다소 매니아적이다. 특히 <군중속의 건축가>는 전반부는 만화로 후반부는 글로 이루어져있어 구성이 독특하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클래식 음반 세계의 끝>은 "명반이 있으면 똥반도 있다!"라는 기조(?)아래 클래식 음반산업의 현실과 명반과 똥반을 소개하는 좋은 책이다. <영원의 건축>은 겉보기에도 두툼하고 실한 책인데,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공간과 패턴에 관한 개념을 쓴 책이다. <관능의 빗장을 푼 에로스의 사생활>은 명시와 저자의 해설이 결합해서 인류의 에로스적인 역사를 훑는 책이라고 한다.

한 주에 나온 책에 관한 에세이만을 모았다. 거의 빠뜨릴게 없어서 그냥 다 집어넣었다. 알라딘에서 활동하는 다락방님의 책과 번역자 공경희, 출판평론가 한기호의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예능작가인 장덕균의 <한반도를 웃겨라>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이다.
권혁웅의 <꼬리치는 당신>은 기이한 책이다. 시인의 감성으로 오백가지나 되는 동물에 대한 코멘터리를 달아놓은 책이다. 그림체가 예뻐 갖고 싶기도 한 책.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과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은 독일의 정원대가 칼 푀르스터와 그의 딸인 마리안네 푀르스터의 책이다. 유럽에서는 정원에 관한 역사가 깊어서 이런 책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번역자의 정보를 좀 보니 이쪽에선 유명한 저자이자 역자인 듯 하다. 책을 좀 더 찾아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