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첫 위시리스트는 역사책으로 시작할까 한다. 민음사에서 16권짜리 한국사 시리즈가 시작됐다. 1차분으로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가 나왔다. 살펴보니 사진과 인포그래픽도 화려하고 각 분야의 전공자별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창 모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심각한데 차라리 이런 책으로 재미있게 배우는 것도 좋아보인다. <정도전과 그의 시대>는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시작과 함께 주목받은 책이다. 저자도 역사학계의 아웃사이더인 이덕일라서 더 믿을만하다.
살림에서는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가 오랜만에 새로 나왔다. <프랑스 역사학자의 한반도 여행기 코리아에서/스코틀랜드 여성 화가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일상>, <도의 상징들: 영국 여성이 바라본 동양과 서양의 신앙>이란 긴 이름의 책이다. 의미있는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어 기쁘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은 르네상스의 페렌체 상인들을 탐구한 책이다. 여기 또 빠질 수 없는게 메디치 가문인데 그것에 관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 듯 하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로 <신채호 & 함석헌>도 나왔다. 저번 달 <이황 & 이이>도 나왔는데 다시금 시리즈가 활기(?)를 띄나보다. <철도, 역사를 바꾸다>는 <광물, 역사를 바꾸다>에 이어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철도에 관심이 좀 있는데 한번 참고해 봐야겠다. <곰, 몰락한 왕의 역사>는 프랑스 제1회 중세 프로뱅상 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한다. 곰으로 풀어본 서양문화사라니 특이하고 호기심이 생긴다. 중세때까지는 세상 동물의 왕이 곰이었다는 것을...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저자로서의 인류학자>가 번역돼 나온다.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를 저자로서의 인류학자와 그들의 '저서' 같은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책이다. 상도 받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상도 받은 책이니 검증은 끝난 셈.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가 나왔다. 로쟈의 이름이야 알라디너면 굳이 설명 안해도 될 터. 다른 언어권 전공자들도 열심히 좀 해서 대중적인 책을 내줬음 하는 바람이다. 알랭바디우의 책 <세기>는 바디우가 지난 20세기를 통찰한 것이다. 내용상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네오르네상스가 온다>는 지금사는 우리시대가 새로운 르네상와 같은 격변의 시대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지성 프레데릭 르누아르다. 그는 누가 신르네상스의 주인이 될 것인가가 남은 미래를 결정한다고 본다. <지적사기>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과학의 비판을 주로 삼은 책이다. 유명한 책이라고 하는데 독서끈이 짧아 모르겠다. 제목은 분명 관심을 끌만하다. <삶을 위한 죽음 오디세이>는 죽음이란 사태를 철학적, 과학적, 예술적으로 밝혀 낸 책이다. 죽음을 무슨 수로 밝혔을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아티스트 니체>는 철학자 강영계가 펴낸 <니체와 예술>의 개정증보판이다. 니체의 예술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는 '부조리'에 관한 카뮈의 철학이다. 문학 카테고리로 출간이 되지않은 몇 안되는 책이다. 한국하인리히뵐 학회에서 <폭력을 관통하는 열 가지 시선>이란 책이 나왔다. 독어독문학에서 보는 '폭력'의 관점과 끝에 동물과 수의학적인 '폭력'에 관해서도 전공자의 논문이 실려있다. 읽기 고루할 수 있겠지만 시의적절한 학술서인 듯 하다.
한홍구의 지난 저작 <장물바구니>를 재미있게 읽은 덕에 박정희 시대를 다룬 <유신>도 기대가 된다. 위시가 아닌 구매로도 이어질 책. <한국의 권위주의적 체제 성립>은 일본학자 기무라 간의 저서다. 제목답게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의 근간을 파헤쳤다. 세계대전 이후부터 5.16까지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날카롭게 파헤진것 같다. <실재의 사회적 구성>은 피터 버거와 토마르 루크만의 공저다. '지식사회학'이란 것을 새롭게 정립한 수작이라고 한다. 상도 받은 책이라 이것도 검증은 끝난 셈.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르 만나다>는 여성주의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여성주의를 공부한 저자다. '각종 가전제품의 발명은 실제 가사노동을 얼마나 줄여 주었을까?'라는 책 속의 질문이 나를 사로잡는다. (주부는 아니지만..) <한국정치와 시민사회>는 일본학자가 분석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다. 학술서인만큼 너무 비싼값이 흠이라면 흠. <세계의 도시>는 도시지리학자들이 분석한 교재형 책이다. 국가로만 보던 세계를 도시를 중심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경제분야에서는 재미있어보이는 책이 별로 많지 않다. <다보스 이야기>는 매년 스위스에서 세계 경제 수장과 관계자들이 모여 포럼을 벌이는 다보스를 무대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다윗과 골리앗>은 말콜 글래드웰의 저서인데 <블링크>와 <티핑포인트>의 저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번역도 선대인씨가 맡아 책의 신뢰도를 높였다. <뉴 노멀>은 "디지털 시대의 시작에서 정점에 이르는 첫 번째 여정을 디지털 혁명이라고 한다면 뉴 노멀은 그 중간 지점"임을 설명하는 책이다. 새로운 용어라 관심이 간다.
문학에서는 한국문학은 역사소설이 많았는데 그다지 관심가는게 없었고 문단문학들도 새해라 출간이 뜸했다. 영문학에서는 조조 모예스의 <미 미포 유>가 주목 할 만 하다. 영국문학이고 유럽이나 영미문화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뱀파이어>는 이와이 슌지의 작품이다. 영화 뱀파이어와 동명의 소설이며 이게 원작이라고 한다. <팽 선생>은 얼마 전 번역 된 <2666>의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이다. 초쇄가 11월인것을 보니 마케팅상 이유로 출간이 뒤로 밀린 듯 하다.
고전중에서는 톨스토이의 <부활>이 문예출판사에서 나왔고,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시리즈인 에오스클래식으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그리고 지만지에서 타이완작가 중자오정의 <침몰하는 섬>이 번역됐다. 우리에게 생소한 타이완 문학이므로 학술서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작년에 나온 타이완 문학 학술서가 몇 권 있다.
기타 문학과 관련되 책으로 <번역 예찬>과 <중국어권 문학사>를 들 수 있겠다. 아카넷에서는 번역총서 시리즈로 <몰리에르 3부작>이 번역됐다. 뜻하지 않은 작품의 번역이라 왠지 반갑다.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나왔던 몰리에르의 작품들이 왠지 잘 정리된 느낌이다.
예술분야에서는 관심이 가는 책이 많았다. 일단 예술이론 분야에서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예술의 사회적 참여에 관한 글인데 부담없이 읽어 볼 만한 수준과 두께다. <예술과 지식>은 영미권 미학의 중요 주제인 예술과 지식의 관계에 관해 다룬다고 해서 눈에 들어온다. 특이하게 예술경영 분야 책도 두껍게 한 권 소개가 됐는데 윌리엄 번스의 <예술을 경영하라>가 그것이다. <전석매진>이 생각나게 하는 책.


<John William Waterhouse>와 <Edvard Munch>는 각각 두 예술가의 생애와 그림을 모은 책이다. 인쇄의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미술관 갈 시간이 없거나 두 작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듯 하다.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가 공동기획한 책이다. 한국의 근현대회화 100선을 엄선한 만큼 미술관에 가는 수고를 덜어도 될 듯 하다.
예술분야에서 고투하고 있는 분들의 심경을 담은 책 세 권을 소개한다. 일단 애니매이션이나 만화계통에 몸담은 현장분투기인 <창백한 얼굴들>과, 저예산 영화 스토리를 담은 <심장이 뛴다 영화가 뛴다> 그리고 목공예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인 <젊은 목수들> 이렇게 세 권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책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분야에서도 읽어 봤으면 하는 책들이 몇 권 나왔다. 그 중에는 <퀀텀 스토리>와 <퀀텀 유니버스>라는 양자역학에 관한 책이 나왔는데, 한 권은 양자역학에 대한 역사를 중심으로, 다른 한 권은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개설서 성격의 책이다. 두 권 다 구비해놓고 보면 양자역학의 대강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만의 진화>는 비만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해 풀어 쓴 책이다. 책을 보지 못해 여러말을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저명한 해외 과학지 네이처에서 최고의 책으로 꼽을 만큼 인정받은 책이다.
<새로운 발상의 비밀>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두 저자가 사고의 원천과 인생론, 공부론을 소개한 책이다. 에세이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는 과학적 이야기를 더 많이 담고있어서일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게는 너무나 멀어보이는 노벨상 수상자를 몇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이럴때는 정치적, 역사적인 면을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부러울 따름이다. <아인슈타인의 시공론>이 뉴턴 하이라이드 시리즈로 나왔다. 얼마전 본 EBS물리학 다큐와 함께 보면 괜찮을 듯 싶어 추가했다.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는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장회익의 책이다. 노교수가 정리한 생명론이라고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