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1~2주단위로 해오던 관심도서 목록을 순번제로 바꾸기로 했다. 내 본업이 학자나 출판업도 아니고 매일을 빡쌔게 독서에만 매진하는 인간이 아닌관계로 매주 포스팅하는데 여력이 달릴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목록을 만들어둬야 언젠가는 내가 필요할 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올 한해도 느리지만 꾸준히 달려 볼 생각이다.
독어 번역쪽에서는 인지도가 꽤 있는 안인희씨의 번역으로 헤세의 <데미안>이 나왔다. 문학동네판이며 앞으로도 헤세의 작품이 여려권 번역될 것 같다. 민음사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이종인씨의 번역으로 나왔다. 판형이 커서 좀 비어보인다는 단점아닌 단점이 있는데 범우사판과 문학동네판, 펭귄판을 비교하며 보는 맛도 있을 듯. 시공사가 올해 세계문학쪽에 불을 지필 모양새다. 타 출판사에서 번역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목록을 구성해가는 듯 한데, 최근작으로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의 <미래의 이브>를 펴냈다. 과학소설의 기원이라고 하며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1877년의 프랑스다. 그 당시 과학이 지금과 비교해 뭐 대단할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은 사뭇 궁금함을 자아낸다.
윗 줄에 한 출판사로 도배를 하기가 좀 뭐해서 나눠서 쓰기로 했다.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미하일 엔데의 <모모>를 번역한 한미희씨의 번역으로 나왔다. 80년대까지만해도 '차륜 밑에서'라는 제목으로도 많이 나온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언제 읽어도 변하지 않는 한국교육의 실태와 어쩜 그리도 잘 맞는지 모를 일이다. 민음사판을 갖고 있는데 구해지는 대로 볼 참이다. 시공사에서 올 초에 다작을 내놨다. 어쩌면 내가 작년 마지막주에 발견을 못했을 수도 있다. <내 책상 위의 천사>는 영문학의 범주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문학인 뉴질랜드 문학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작가가 뉴질랜드에서 쓴 진짜 뉴질랜드 문학이란 말이다. 후에 영국에서도 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1994년 초역 된적 있다.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문학동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ㅋㅋㅋ) 세 줄 연속 문학동네 책이 첫머리에 오는 이유는 우연의 일치다.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건 이런 소설이 나왔다. 영미권 미스터리 문학상을 휩쓴 작품이라고 하며 <파이 바닥의 달콤함>과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에 이은 시리즈 작품이라고 한다. <업둥이 톰 존스의 이야기>는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최신간인데 헨리 필딩이라는 작가가 썼고, 최초의 영국 현대소설이라고 불린다. 분량이 만만찮다.
현암사에서 <그림 형제 민담집>이 두꺼운 양장본으로 출간됐다. 그간 그림형제 책은 많았지만 이 정도로 깔끔하게 집대성 해놓은 책은 없었다.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다. 미야베 미유키나 아야츠지 유키토 외 작가 9인의 단편소설로 채워진 일본미스테리 단편집 <혈안>이다. <체인지킹의 후예>는 연말에 나온 듯 보이는데 이제 봤다.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다.
권혁웅과 서영채의 평론집 <입술에 묻은 이름>과 <미메시스의 힘>이 나란히 나왔다. 출간일은 후자가 더 빠른데 유통은 같이 시킨 듯 보인다. <명문자의 조건>은 흡사 <니체의 말>같은 형식이다. 수많은 문장가, 사상가들이 글쓰기에 대한 핵심을 말해준다. 진짜 핵심적 문장만 모아놓은 것이다.
한번 보고 생각을 달리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듯 하다.
<한국 철학 콘서트>는 서양철학에 더 관심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한국철학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한국 철학에 관한 21명의 사상가들의 궤적을 훑어준다. <코기토와 무의식>은 지젝의 새로운 책이다. 지젝에 대해 큰 관심이 아직 없어 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보겠지. <화에 대하여>는 로마시대 세네카의 이른바 '화 다스리는 법' 정도로 할 수 있겠다. 불현듯 틱낫한의 <화>가 생각난다.
고은의 작품은 아니고 1973년~1977년까지의 개인 일기를 엮은 <바람의 사상>과 대담을 엮은 <두 세기의 달빛>이 나왔다. 고은 시인의 작품세계를 넘어 개인사와 인물에 대한 면모를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괴테와의 대화>가 생각나기도 하는구만. 그래도 한국 문학계의 어른이니까. <철학의 세가지 질문>은 인간이 항상 품고있는 의문점 세가지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개인적으로 맘에 든 책.
<크라센의 읽기 혁명>은 언어학자인 스티븐 크라센이 일러주는 '잘 읽는 방법'이다. 다양한 수치와 통계를 통해 이론적 신뢰감을 더해주면서 우리를 잘 읽도록 도와준다. 함께 골라본 책으로는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인데 국제기구에서 일해온 저자의 경험을 살린것이 돋보인다.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는 시리즈 신간이라 추가해봤다. 재미없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푸코니까.
<천황의 하루>는 뭐 따지자면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쯤 되려나. 근데 왜 하필 천황이라 했을까. '일왕의 하루'는 이상했나. <존재의 충만, 간극의 현존>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뮤> 강해라고 한다. 아.. 빡쌘 책이 될 듯 하다. 나는 일단 패스하련다.
<한자견문록>은 다양한 한자 어휘 365개를 문화사에 맞게 해석하고 살을 붙인 책이다. 가격은 5만2천원인데 하루에 하나씩이라면 140원꼴로 한자어 수십개를 익히고 속깊은 뜻까지 알 수 있다. 비싸지만 갖고 싶다. <2033 미래 세계사>는 <르몽드 세계사>를 출간한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이다. 미래사라니까 억지스럽지만 궁금해지긴 한다. <풍수란 무엇인가>는 '풍수, 그 구라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는데 저자는 이 '구라'의 의미를 '이야기' 와 '맞지 않는 이야기'의 중의적 의미로 사용한다. 꼭 틀리지는 않지만 또 100% 맞다고 할 수 없는게 풍수란 이야기.
<위기 반란 대안>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무크지다. 정식 시리즈는 아닌데 아마도 이 무크지도 나름대로 시리즈화를 꾀하는 것 같다. 일단 1호라는 지령이 붙었기 때문이다. 현 국제정치경제학의 상황에서 국내외 학자들의 글이 실려있다. 이어지는 GPE 총서 시리즈도 기대된다. 다음편이 막스베버의 <사회경제사>이기 때문이다.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는 경제전문 출판 부키에서 나온 책이다.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성장이 계속되리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게 키워드 인듯 하다. <내 이름은 욤비>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인 '난민'에 관한 문제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머나먼 이역만리 대한민국에 난민신청을 해 난민으로 살아가기까지 한국에서 당했던 불합리와 고생담, 그리고 또 다른 난민을 위한 난민지정 절차등을 알려준다.
<무조건 팔아라>는 광고기획자 데이비드 오길비의 평전격으로 보면 된다. 민음사에서 예전에 나왔던 스티브 잡스를 소개하는 책인 같은 책이다. <권력의 언어>는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마티아스 뇔케의 책이다. 요지는 언어에서의 '주도권'이 가지는 힘이다.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은 16년여간 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저자의 활동을 바탕으로 현실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비교적 잘 짚은 책이다.
<엄마와 딸>은 시인이자 교수인 김달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딸과 엄마로 살아가기의 고단한 세월을 보여준다. 그래도 남들보단 편했을 것 같다. 고생의 절대적 기준이 없으니.. <절망은 나의 힘>은 카프카의 생전 일기와 편지를 모은 책이다. 카프카의 문학작품과 함께 그의 생각과 삶의 궤적을 읽어볼 수 있어 좋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사고>를 빠뜨려서 채워놓는다.
<실험실의 명화>는 미술작품을 과학적 실험으로 재미있게 분석한 책이다. 그리고 미술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상식들도 알려준다. <연극 기호학>으로 잘 알려진 안 위베르스펠트의 <관객의 학교>가 번역됐다. 이것 역시 공연기호학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90년대 출간된 <연극 기호학>의 심화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