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의 엄숙주의가 이제 조금씩은 풀리고 있는 것일까? 젊은 작가의 감각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 정리해 둘 필요성을 느낀다. 첫번째로 주목한 작가는 김엄지다. 단편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가 나온데 이어 장편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가 오늘 풀렸다. 문장하나하나가 가볍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베트남 쌀밥처럼 후 불면 쉬이 날아가버릴 문장들도 아니다. 지금의 작품들도 작품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다.
"요즘 한국 소설은 장강명만 쓰는 것 같다."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 정도로 그의 작품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지난작 <그믐>에 이어 이번에는 지난 대선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댓글부대>를 펴냈다. 내년 초 SF작품집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저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한국이 싫어서>로 단번에 한국문학 스타덤에 오른 그다. 호흡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리라 본다.
배명훈의 장편소설집 <첫숨>이 나왔다. 그의 열 번 째 책이자 등단 10주년이라고 한다. 일찌감치 <총통각하>라는 작품이 나왔을 때 눈에 띄더니 (내눈에..) 각종 매체에 연재나 발표를 하며 입지를 넓히고 인지도를 쌓아갔다. 중편집인 <가마틀 스타일>도 반응이 좋았던 책 중 하나로 기억한다. 새 소설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민. 새롭게 찾아 본 작가다. 요즘 서점들이 하도 카페처럼 잘 돼 있어 지인을 기다리다 우연히 빼든 책이었다. 작품의 소재가 매우 사회적이며 진지해 짐짓 몇 장 읽다 덮을지 모르겠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어느 영화 못지않게 시원했던 작품이 <어둠의 양보>다. 전작 <사이공 나이트>의 소개인 '베트남의 호찌민에 모여든 한국 사내들의 음모와 배신, 비극적 죽음을 그린 장편소설' 이라는 문구를 보니 더욱 호기심이 간다.
송시우 작가는 이번 작 <달리는 조사관>으로 눈에 든 작가다. 작년에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라는 소설을로 주목을 받았다지만, 본인의 기억에는 없었다. 한국에서 드물게 추리소설로 승부를 보는 작가로 가시밭길을 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싶다. 마쓰모토 세이초류의 사회파 미스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문학이란 도구로 사회의 불편한 부분을 찌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