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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1 ㅣ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더 디자인은 21세기북스에서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시리즈 1편으로서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던 1편이었다. 앞으로의 만화로 만나다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다음 시리즈는 철학일까 어떤 것일까. 우리는 가정에서 회사에서 공공기관 장소 혹은 교통수단을 통해서도 모든 것은 디자인으로 만난다. 우리는 남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디자인에 유난히 관심을 가지고 갖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것은 반지나 팔찌 디자인일수도 램프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서 다 파헤쳐주고 있다. 유명한 건축가와 유명한 카 디자이너와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스핏파이어같은 공군 전투기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근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른다.
1편은 만화로 읽는 현대 디자인의 지도로서 처음 디자인을 접하는 우리들에게 밑그림을 그려주는 단계이다. 애플의 단순하고 기능만 부각한 깔끔한 아이팟의 디자인 이후 이런 아이폰의 디자인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스티븐 잡스가 직접 디자인을 한 줄 알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라는 걸출한 디자이너 그룹이 이 일을 해냈다. 조너선 아이브는 따로 그에 대한 책이 나와있을 정도로 이제는 정말 알아주는 산업디자이너이다.
'굿디자인은 굿비즈니스이다' 라는 말을 했던 IBM회장이었던 토마스 왓슨 주니어의 이 말은 많은 디자이너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널리 유명해진 말이다. 디자이너가 돈에 굴복한다는 느낌을 받아 거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디자인도 자본을 외면할수는 없는 말이기에 불순한 의도만 가진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과 I 러브(하트표시) NY 라는 문구이다. 그런데 이 문구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가 1975년 시 당국의 의뢰를 받아 만든 로고인데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건 쓸 수 있다는 멋진 이야기가 있다. 그 밖에 추파춥스 사탕의 구름 디자인이 살바도르 달리의 디자인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독일의 바우하우스는 지금은 직접 찾아가도 찾기 힘들 정도로 외지고 적막한 곳에 있다고 하는데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성지같은 존재가 아닐까. 1919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탄생과 비슷하게 독일 바이마르에 지어졌다. 공화국은 민주정치를, 바우하우스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시작으로서의 디자인 학교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제 1차 세계대전과 11월 혁명으로 제정이 붕괴되면서 독일은 처음으로 왕가가 아닌 시민이 주도하는 나라가 되었고 14년 건재하다 나치에 의해 사라졌다. 발터 그로피우스가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며 만든 실용적인 디자인 학교인 바우하우스도 나치에 의해 12년만에 폐교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수진이 놀랍다.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같은 우리가 아는 유명한 화가들이 교수진인 것이다. 예술과 산업을 융합하는 그 실험적인 학교는 나치의 탄압에 데사우로 이전하였고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Less is more 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가 교장직을 맡아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1933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만화로 이루어져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었고 저절로 머리속으로 들어왔다. 디자인의 계통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줄이야. 안도 다다오에 대해서도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서양의 모더니즘과 동양의 정서를 결합한 독특한 건축물로 유명하며 오사카의 '빛의 교회'같은 작품이 있고 우리 제주도에도 그가 건축한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미궁같은 담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르 코르뷔지에, 실험적인 건축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1928년 창간된 이탈리아의 디자인 잡지 도무스(라틴어로 집) 의 디자이너들은 바우하우스와는 상반되게 장식은 소중한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이후에도 많은 의자 디자이너들과 램프 디자이너까지 이제 우리가 흔히 아는 디자이너까지 등장한다. 정말 재미있게 끝까지 읽었던 책이었다. 만화로 지식을 쏙쏙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이 시리즈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