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평점 :
철학의 역사. 한번쯤 여러가지 책으로 읽었을 법한 책제목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정리된 책을 만나지 못한 기분이었다. 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의 역사는 서양철학사의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하게 잘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쭉 읽다보면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으며 우리가 어디선가 들었던 철학자의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역사점 관점에서 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청소년 아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할 책이었다. 2500년간이 인류 역사속의 서양철학은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또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도 체감할 수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나 행복에 대한 생각들도 역시 전 세대에 걸쳐서 늘 있어왔던 이야기였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철학의 흐름은 잠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진정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정말로 술술 읽힌다.
우선 책 가장 앞의 연대표로 보는 철학의 역사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옆에는 당시 중요한 사건이 기재되어 있다. 즉 BC500년 즈음에는 페르시아 전쟁이 있었고 그 50년후에는 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있었다. 그 옆에 우리가 읽을 실제 철학자가 기재되는데 저 연표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자리잡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기원전 400년전 사람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다음 BC400~300년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아리스토텔레스, 피론, 에피쿠로스 등이 적혀 있는데 괄호에 또 이 사람들의 특징적인 철학이 적혀있다. 피론은 극단적인 회의론자, 에피쿠로스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시조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식으로 현대인 2000년 직전까지 40여명이 넘는 철학자가 기재되어 있고 이제 이 책의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면 된다.
먼저 당시 아무나 붙잡고 질문하는 남자였던 소크라테스의 일생과 철학이 소개된다.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는 알지 못함을 질문을 통해 깨닫게 하곤 했다. 못생겼던 그는 그의 특유의 빨려드는 매력으로 젊은이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고 이는 국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파악되게 되었고 결국 그는 독미나리를 먹는 사형에 처해진다. 책을 전혀 남기지 않아 제자들의 저서에서 등장하는데 바로 플라톤의 대화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소크라테스가 지혜로운 이유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축에나 어울리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은 일러준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은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옥죄이는 것인데 왜 진즉 반성하면서 살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소크라테스가 알았다면 무릎을 쳤을 것 같다.
현대의 우리는 늘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행복을 찾아 나서곤 한다. 우울증이라는 것도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에서 시작되는데 과연 과거에도 행복이란 것을 찾았을까. 아리스토텔레스도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탐구했다. 그런데 행복을 느끼는 어떤 느낌보다는 에우다이모니아를 추구하면서 덧없는 기쁨의 순간이나 어떤 기분이 아니라 더 객관적인 것 즉 인간의 본성같은 것 즉 인간에게는 일종의 기능이 있어서 각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성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올바른 성품을 갖추자'는 덕목에 이르렀다. 용기는 무모함과 비겁함의 중간에 있다고 보고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론으로도 알려져 있다. 윤리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 후대의 윤리학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겠다.
우리가 흔히 쾌락주의라고 생각하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실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나쁜 논리라고 주장했고 그것은 극복해야 하는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리 모두는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에 이르렀다 하지만 후대가 잘못 알고 있는 난잡한 일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어짜피 가질 수 없는 대저택같은 것을 갖기 위해 삶 전체를 소비하는 것 보다는 가질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단순하게 사는 편이 훨씬 더 나아서 욕망이 단순하면 충족시키기도 쉽고 중요한 것들을 즐길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는 생각이었다. 곧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가 싶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그들은 정원 공동체에서 소박한 삶을 살았는데 그들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술잔치에 섹스에 빠져 살고 있다고 악의적인 주장을 했던 것이다. 후대는 그런 잘못된 이야기를 믿게 된 것이다. 언제나 역사속에서 잘못된 사실은 늘 바로잡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쿠로스가 던진 질문인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에서 '죽음은 삶의 사건이 아니다' 라고 쓰며 에피쿠로스의 견해에 공감을 표하는 등 현대의 철학으로까지 내려온 만고의 철학적 물음인 것이다.
이 책은 너무 너무 흥미롭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했던 수많은 질문들과 생각을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읽고 고민하고 사유하게 만든다. 과거와 현대를 잇게 한다. 이런 독서는 분명 우리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