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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배철현님의 '정적'을 읽었다. 역시 이번 책도 전작인 '심연' 등에 이어서 고대언어를 통해 현대사람들의 기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들이 너무 좋았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고대 오리엔트 문자와 문명을 연구했던 아니 지금도 하고 있을 배철현 교수는 셈족어와 히브리어까지 우리에게 알려주면서 세네카나 스토아학파 그리고 성경구절 그리고 우리가 접하기 힘든 고대나 중세의 어떤 문구들까지 등장하여 아주 신선한 질감의 독서를 선사하고 있다.
정적이란 외부의 유혹이라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하루 10분을 통해서라도 늘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배철현님의 의지를 배울 수 있었다. 완벽이라는 파트에서는 완벽주의자를 말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그 어떤 수준에 도달하는 완벽을 말하는 것 같았다. 갈매기 조나단의 이야기는 무리에 섞여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비행을 죽을 위험을 겪고서도 결국 해내는 한차원 높은 갈매기인 조나단의 이야기는 예전에 읽은 그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얼마나 대충 하루를 살았나. 완벽한 하루도 한번 꿈꾸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간격은 사이 간(間)자를 써서 만든 단어로 사람 사이의 간격을 말할 수 있는데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어느 정도의 간격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배철현님의 간격이라는 글은 많은 생각을 주게 했다. 한국사람들은 막상 곁을 잘 내어주지 않으면서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간격을 파고 들 때가 많다.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 줄서기를 할 때, 전철에서의 통로에서 모르는 사람의 바로 옆에 착 붙어 있거나 밀치거나 할 때 말이다. 남이 계산할때는 옆에 가있지 않고 충분히 간격을 주는데 막상 내가 계산할때는 여지없이 착 붙어 남의 계산을 다 지켜보고 암묵적으로 재촉하는 한국사람들 때문에 나도 한국인이지만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것은 젊으나 나이든 사람이거나 똑같다. 간격은 이럴때에도 쓰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사람에게만 의존할 수 없고 독립적이고 결국은 나 혼자인 세상살이를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함도 느낀다. 나이든 부모님이 갈수록 외로움을 토로하시고 자녀에게 의존하려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면 정말 마음이 약해지는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섭섭지 않게 해드리는데도 그러시니 말이다.
'모든 인간의 불행은 홀로 조용한 방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생깁니다 - 파스칼 '의 이 유명한 글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정적- 이 책은 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 그러므로 정적인 무엇을 찾아가는 책이라서 미니멀을 추구하는 나의 삶의 태도와 잘 맞았고 고대 단어의 등장은 멋진 수업을 듣는 것처럼 설레었다. 스타일이란 옷입는 스타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E.B. White의 The elements of style 을 작가가 될 사람은 꼭 읽으라고 했다는 대목에서 나도 이 책을 한번 읽고 싶어졌다. 스타일은 자신을 정의하는 아우라며 문법이고 이 문법이 없다면 하루종일 생각은 잡념이 되고 말은 잡담이 된다는 배철현 교수의 일성이 책을 통해 느껴졌다.
질서는 '코스모스'라고 할 수 있고 질서가 깨진 상태를 혼돈인 '카오스'라 할 수 있으며 질서의 특징은 선 즉 착함이라고 한다. 질서는 조화로운 것이며 악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인 '라'는 질서가 깨진 억지스런 것 즉 미움 시기 불의 이러한 것들로 자신의 부족함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악의 것이며 비겁함이라는 것도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잠언서 3장 3절에 '친절과 진실이 너를 떠나지 않게 하라. 친절과 진실을 목에 묶고 너의 심장의 서판에 새겨라' 는 성경구절이 그렇게 와닿을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어로 '헤세드'는 친절을 뜻하며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남의 축하할 일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이며 진실은 '에메스'며 기도끝에 하는 아멘처럼 믿고 있다는 뜻으로 아멘의 여성명사형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믿는다면 일회성 행위가 아닌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는 삶의 태도라는 점에서 무릎을 치고 말았다. 요즘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일련의 행태들이 바로 에메스가 아닌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로남불하는 자세를 버리고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입만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닌 진실이 살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적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