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실 - 논리를 쉽게 만화로 풀다
네모토 유키오 지음, 이주관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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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질병에 걸렸을때나 몸이 약해질때 남편이 한약이라도 먹어보라고 하면 한의로 뭐가 낫겠느냐고 했었다. 하지만 나이들어갈수록 꼭 양의학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기와 혈의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약도 먹으면서 뭔가 몸이 채워지는 느낌이 나고 딸아이가 학교만 다녀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어느 부분이 약한 것인지 거의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만큼 한의학의 논리와 체계와 약처방과 약선(음식으로 몸을 일으키는)음식들을 보면서 이 한 권의 책에 어떻게 이 많은 정보가 담겼는지 놀라웠다. 중간 중간 등장해 주는 약학대학생들과 그들을 이끌어 주는 멘토들의 순정만화같은 만화에 내용도 재미있게 그려졌다. 정보도 충실히 주면서 말이다.


우리같은 일반인도 한의학의 세계에 이렇게 접근 가능하게 알짜로 알려주는 책이 있다는게 다행이랄까. 그야말로 한의학의 입문 기초서이면서도 만화와 함께 읽으니 한의학에서 분류하는 여러가지 체질과 음양오행설과 일본과 우리나라같은 동양의학의 역사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오행색체표 라든가 각각의 사람의 화수목금토 같은 성질과 특성을 알려주고 있다. 오장육부에 대해서도 자세히 하나하나 알려주며 기와 혈이 무엇인지 경락은 경혈은 무엇인지 간단히 누를 수 있는 경락법도 알려주고 있다. 나중에 등장하는 사람의 체질에 따른 병의 증상에 따른 한약과 경혈누르는 곳과 약선요리를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감기라면 증상에 따라 갈근탕, 계지탕, 소청룡탕, 마황부자세신탕 등을 다 알려주고 풍지, 천주, 견정과 같은 목뒤의 경혈을 누르는 법을 알려준다. 약선요리로는 무즙, 배, 생강, 칡탕 등을 소개해 주고 있다.


고혈압, 부종, 오십견, 빈뇨, 피부의 가려움, 허약체질, 월경통증 등 정말 다양한 병증에 대한 것과 가슴 두근거림,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에도 적합한 처방을 잘 알려주고 있다. 불면증에는 걱정이 많고 불안감이 강하며 체력이 없고 쉽게 피로해 진다면 계지가용골모려탕, 불안감이 강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는 치자시탕, 갱년기 장애나 우울, 열오름, 두근거림에는 가미소요산, 빈혈을 동반하면 가미귀비탕, 명치부근의 두근거림으로 어지럼증과 숨찬 증상이 있고 잠을 못 잔다면 영계출감탕 등으로 두근거림, 우울, 불면의 약들은 이렇게 중복되기도 한다. 이런 정신불안에는 약선으로는 차조기잎, 시나몬, 계피, 대추, 백합뿌리, 달인 검은콩을 2배량의 청주에 5일간 담갔다가 마시는 검은콩주도 좋다고 소개해 준다.


이렇게 한의학의 기초와 기초 용어가 총망라되어 있고 말 그대로 교실에 와있는 것처럼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의학 교실이다. 병의 증상과 자신의 허약한 체질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까지도 찾아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의사앞에서 너무 아는 척을 많이 하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의 기초 입문서로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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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 다산 정약용이 생각한 인간의 도리, 그리고 법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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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저서들이 많은데 당대의 천재인 것 같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정약용 선생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곧잘 나올만큼 우리에게는 다빈치적인 사람인 것 같다. 많은 저술 가운데에서도 흠흠신서가 아주 특별한데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는 유교사상이 강해서 전혀 살인사건이 날 것 같지 않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지 아비가 자식을 자식이 아비를 혹은 며느리가.. 등등 오히려 신분사회와 폐쇄사회에서 쌓이고 쌓인 감정이 격하게 튀어나오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조선시대의 과학수사대나 법정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조대왕의 지혜로운 판결을 정약용이 다시 첨부함으로서 왕을 찬양하고 왕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오세진 편역(한자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편역이 필요)자님의 짧은 글이 덧붙여져서 또 읽을만 하다.


굉장히 많은 사례가 등장해서 놀라운데 뒤로 갈수록 더 괴팍해지기도 하고 묻지마 살인도 있으며 정약용 선생이 수사관처럼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우선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김은애라는 18세 여성이 사소한 앙심을 품고 몇년간이나 자신의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니는 중매쟁이같은 노파를 죽인 사건이 등장하는데 정조대왕은 오히려 몇년간이나 몸가짐을 잘했던 규수가 음탕하다는 무고에 시달렸다며 김은애를 동정하며 용서를 한 사례도 등장하고, 동네 사람인 김후선과 치고받고 싸우다가 죽인 치걸이라는 사람이 김후선의 자식이 모른척 넘어가는 댓가로 금품을 주었고 14년이 지나 다시 요구를 하는데 응하지 않자 그 아들이 당장 관아로 찾아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바로 저 치걸이라고 일러바치자 둘이 다 잡혀들어갔고 정조대왕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 못할망정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흥정을 한 아들에게 큰 벌을 내리고 치걸은 유배를 보냈다는 결론은 조선시대다웠다.


요즘 시대와는 많이 다른 유교사상에 의한 관점에서의 판결은 현대법전의 무미건조함보다는 인륜지대사라는 인륜을 다시 생각케 하는 당시의 판결이 더 인간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튼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사건도 등장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어떻게 활약을 할지 어떤 뒷얘기들이 숨어 있을지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당시의 풍속도 들여다 볼 수 있고 역시 그때에도 있었던 고부갈등이며 재산다툼이며 돈에 얽힌 사건들이 지금과도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관례를 치를 수 있는 나이를 15세로 보고 15세 아래는 아이로 보아 미성년자에게는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끼리 소위에서 장난을 치고 놀다가 떨어져 죽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너무 분통이 나서 상대 아이를 신고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역시 부성의 마음은 또한 지금과 다르지 않다. 사건 사고는 인류의 역사상 되풀이 되고 있는 현상인 것 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제목 그대로 너무 잘 지어진 책이며 잘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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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양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엮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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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라는 제목대로는 쓸 일이 없겠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문화교양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고 자기계발하기 딱 좋은 시간이어서 기분이 좋아서 읽는다. 전공을 깊이 공부하고 학자나 교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학도 그저 설렁설렁 다닌 사람이라면 뭐 얼마나 문화교양적인 지식이 있을까 싶다. 귀동냥이나 카드뉴스로 조금씩 알게 된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서 그 원리적인 것이나 저 먼 시대부터의 과학적이고 문화적인 지식을 읽으면서 아 이런것이구나 하면서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여인의 후손이라는 지식은 전에도 들어본적은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읽을 수 있었는데 모계쪽 미토콘드리아만 살아남아서 역으로 연구해 보니 15만년전의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명명된 여인의 후손이 된다는 것이다. 거기서 대륙을 통해서 대이동을 하면서 인류가 퍼져나간 것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하철에서 자리다툼을 하는 사람들도 뭔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저 사람도 같은 인류로서 불쌍히 여기고 자꾸 화를 삭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자기 형제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아담과 이브의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은 언제나 격론을 펼치는데 미국에서는 예전에는 진화론을 신앙심에 위배된다며 가르치지 않았고 어느 고등학교 교사를 정직시키기도 했는데 재판이 벌어져서 진화론을 가르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고 이제는 당연히 진화론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이념이나 신앙이 기독교 바탕인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창조론만을 믿고 있는줄은 몰랐는데 의외의 사실이었다. 실제로 많은 호모 에렉투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수많은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진화론을 배우고 성경의 말씀은 비유와 은유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서로 절충해서 믿는 방법도 크리스찬으로서는 가져야 할 것 같다. 어느 시점에는 진화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구간이 있다고 들어서 말이다.


진화가 인류의 짝짓기에서 발전했다는 이 책의 챕터도 흥미진진했다.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고 인간만이 털이 없어지며 (그것도 여러 가설이 있다.)남자와 여자의 몸의 상태가 침팬지나 보노보와도 많이 달라졌음을 말이다. 그것은 채집과 사냥의 시대부터 남자와 여자의 일이 달라지며 상시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그런 배경이 있음을 이 책에서는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데 여기에 다 옮기기는 힘들다.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고대부터의 인류학적인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과 과정을 재미있게 소개해 주고 있어서 아주 빠져들어서 읽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라고들 하는데 다문화가정도 요즘 많이 생기고 있고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북방계와 남쪽의 한족이 합쳐진 것 부터가 단일이 아니며 남쪽은 베트남같은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이동한 인류가 남한에 자리잡았음을 아주 유사한 유전자로서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북방계도 예맥족이라고 예족과 맥족이 있으며 우리가 아는 오랑캐라고 부르던 그 북방계와도 섞이고 예맥은 우리가 옛날에~ 옛적에 라고 쓰는 말도 거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다. 이처럼 이 책에는 수많은 지식으로 가득차 있어서 몇몇 에피소드만 적었을 뿐인데도 이 정도이니 정말 읽을거리가 많고 생각할거리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게다가 책도 두껍다. 내가 아는 상식보다 한 걸음 더 깊은 지식이라는 책겉표지의 문구가 정말 잘 들어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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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경혈 피로 처방전 - 하루하루 피곤한 당신을 위한 자율신경 치료법
후나미즈 타카히로 지음, 권승원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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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늘 피곤해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종합비타민같은 책이었다. 특히 너무 피로할땐 매운 음식도 먹어주라는 것은 눈에 번쩍 띄었다. 몸에 온갖 좋은 것만 먹으라고 하는 책들은 은근히 부담스러웠는데 말이다. 마라탕처럼 매운 음식을 먹어서 풀어주라는 말이 아주 반가웠다. 그렇다 가끔 그런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매일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몸의 자율신경을 다시금 제대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해 준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무너지면 잠도 잘 못 드는 불면증이 오고 심장에도 무리가 가고 여러가지로 하루하루가 피곤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한번이라도 깊은 호흡을 하는 심호흡을 시작하라는 것도 따라해 보기 쉽다. 처음엔 들숨을 7초 날숨을 7초 내쉬는데 그것조차도 마음이 불안하고 공황증세나 우을증이 있는 사람은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나도 해보았더니 12초정도는 괜찮아도 바로 15초를 하기엔 힘들었다. 매일 하다보면 조금씩 늘어서 30초 가까이 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한다. 혀를 내밀어 관찰하는 것 손톱을 보는 것 등 내몸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를 제시해 준다. 그리고 귀가 딱딱해져도 안 좋은 것이라 만졌을때 잘 안 구부러지고 아프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몸 상태를 조정하는 자율신경 치료법에는 등을 스트레칭하고 장딴지 스트레칭과 손목돌리기와 중지 늘리기 등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현대인들에게 시급한 동작들부터 알려준다. 그리고 귀마사지나 두피마사지 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목이 굳어지면 뇌에 혈액이 잘 돌지 못한다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핸드폰만 들여다 보니 참 걱정이 된다. 아이들에게도 목 운동법 같은 운동을 같이 해보자고 해야겠다. 특히 요즘 필라테스를 하는데 등이 많이 굳어있어 몸이 경직되었음을 알려준다, 등을 먼저 푸니 다른 동작들이 가능해 진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등과 어깨가 굳어져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경락경혈에 대한 책 답게 12가지 경혈을 누르는 법 또한 상세하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손등과 손바닥 그리고 손가락의 경혈을 누르고 족삼혈 등을 누르는 등 이 책에서 경락경혈을 다루는 내용이 참 많이 나온다. 혼자서 인터넷을 보는 것보다 이 책 한권으로 찬찬히 따라해 보는 것이 훨씬 나을것 같다. 아기를 위한 마사지법도 잘 나와있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발 경혈 누르기나 잠을 잘못 자서 생긴 목에 온 담에도 손이나 발의 경혈을 누르는 법이 잘 나와 있어서 앞으로는 그런 통증이 느껴질때마다 이 책을 참고로 따라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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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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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많이 들어본 이름이고 아이히만과 관련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로는 알고 있는 그녀이지만 과연 우리가 아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일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위키등등이라면서 잡학을 머리속에 넣기엔 좋지만 그 깊이가 깊지 않고 잘 알지 못하면서 떠들때가 많다. 광장정치니 뭐니 들은건 있어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지만 맞게 쓰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할때가 많다. 그럴때에는 역시 제대로 된 독서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다. 이 책 '한나 아렌트'도 걸출한 전기 작가가 쓴 한나 아렌트의 삶과 그녀의 철학과 사상이 그대로 반영이 된 책이다. 그녀가 남긴 편지와 논문과 저서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가장 가깝게 그리고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녀의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하이데거와의 평생에 걸친 애증에 가까운 이야기며 2차 세계대전을 본인이 겪었던 그 악몽같은 경험들이 바로 그녀의 사상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1906년 10월 14일에 러시아에서 가까운 동프로이센에서 태어난 그녀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파울 아렌트는 평생을 매독에 시달려 예민하게 살다가 죽었고 엄마는 거의 평생을 아렌트의 곁을 지키다가 미국에서 사위와 함께 사는것이 힘들어 런던의 의붓딸에게 갔다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한나는 어려서부터 도전적이었고 불의를 참지 못했고 강한 캐릭터였다. 학교에서 유대인이라고 놀림을 당해 학교에 가기 싫을때마다 엄마의 비호를 받았고 이는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 같다. 내 뒤에는 항상 든든한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독일의 대학가인 하이델베르크에서 수학한 그녀는 어려서부터 아주 영특했고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많았어도 항상 우등생이었다. 마침내 이십대에 대학에서 철학을 배울때에 스승인 하이데거를 만났고 키가 크고 아름다웠고 당당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하이데거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음에도 그녀와 만남을 가졌다.


또다른 스승 카를 야스퍼스는 진정으로 그녀에 있어서 가장 영향을 끼친 스승이었으며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도 서로를 찾아 스승과 제자로서의 순수한 정을 누렸다. 생일엔 서로 축하해주고 논문을 완성할때마다 보여드리고 병환중에도 끝까지 찾아가 항상 생사를 지켜봤던 그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의리와 우정이 끝까지 가는 것을 볼때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이 걸출한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한나 아렌트는 어려서부터 로자 툭셈부르크나 백년전의 독일계 유대인인 라헬 파른하겐에게 큰 영향을 받았고 라헬에 대한 책도 썼다.


그녀의 평생의 사랑이었던 두번째 남편 하인리히 블뤼허는 한나와는 달리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독학에 가까운 수학을 했던 그는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강의하는 교수가 되었고 학교에서도 존경받는 교수였다. 늘 한나는 유럽으로 여행을 가거나 연구를 떠나거나 강의등으로 자리를 많이 비웠지만 남편의 든든한 존재만으로 그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좋았던 금슬이 부러웠다. 그들은 젊은 시절 히틀러의 말살정책에서 극적으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미리 탈출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천운이었다. 둘 다 교수가 되어 성공한 삶을 살게 되고 뉴욕의 번듯한 집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말년에 이를수록 그녀는 더욱 유명인사가 되었고 저서 '인간의 조건'이나 아이히만에 대한 칼럼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더욱 유명해지고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현대의 우리가 여전히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발터 벤야민, 사르트르 등 유명한 철학가들과 조우했던 그녀가 정말 놀랍도록 신기하다. 당시에 태어났다고 누가 그녀처럼 살 수 있었으랴. 한나 아렌트의 삶 자체가 영화같고 그녀의 사상도 그녀가 쓴 책도 이제 하나씩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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