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예스 리커버)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의 독서는 유명작 또는 화제작 위주로 읽는 게 목표이다. 현재까진 그럭저럭 유지 중이긴 한데, 그저 그런 작품을 자주 만나다 보니 독서하기가 너무 싫어진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유명작이 얼마나 많은 지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독자마다 감동, 감탄하는 포인트가 다르단 걸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거품이다 싶은 유명작들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읽은 <로드>도 크나큰 실망이다.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했다느니,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라느니, 아주 그냥 작가 소개 글부터 미국뽕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한 비장함으로 가득한데 그럼 뭐 하나.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 작품성 말고는 다 갖다 버린 건지, 건조한 문체와 단조로운 스토리를 어찌하면 즐길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심지어 글맛조차 없던데.


대재앙이 지나간 뒤의 시점을 기록한 작품이다. 붕괴한 인류와 문명 가운데서 겨우 생존한 아버지와 아들은 끝없이 길을 걷는다. 어떤 재앙이었는지,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등 부연 설명이 하나도 없는 갑갑한 작품이다. 이들의 여행은 오로지 양식을 구하기 위함이다. 겉으로 보기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사실 이들도 언젠가 죽음이 곁으로 다가올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마지막을 그려보며 오늘을 버티는 부자에겐 매 순간이 공포였겠지만, 내게는 남극의 펭귄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어서 불쌍하지만 그게 자연의 이치 인양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시선만 갖게 할 뿐이었다.


어쨌든 이야기가 끝나기까지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과 갈등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모든 사건과 갈등이 다 똑같다. 날씨의 위협을 받고, 숙식 문제에 부딪히고, 다른 생존자들을 경계한다는 사건의 반복. 아들만은 살리고 싶은 아빠는 모든 위험 요소를 계산하느라 바쁘고, 어린 아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못 본체하려는 아빠에게 실망한다는 갈등의 반복. 다 고만고만한 내용과 장면들 중 대체 어느 부분에서 열광할만한 포인트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많은 독자들이 재미 보단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던데, 어디가 어떻게 매력적인지는 시원하게 설명들을 못하더라.


실제로 작가에게는 노년에 얻은 아들이 있었고,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없음을 고민했을 것이다. 후에 혼자 남겨질 아들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지도 고민 많이 했겠지.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과 결론을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한다. 작중에서는 부자를 가리켜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 멸망해가는 세상 중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이들처럼, 매카시는 어린 아들이 간직한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로드>도 다양한 해석을 가지는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해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재미가 없어. 그래서 그런지 리뷰도 영 재미가 없군. 잠이나 자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06-07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시간 버리셨근요! 안뇽히 주무세요!

물감 2022-06-08 00:0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쟝쟝님한테 받은 댓글이 주무시라니ㅋㅋㅋㅋ거맙습니다...

공쟝쟝 2022-06-08 00:04   좋아요 1 | URL
앍 오랫만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러네 ㅋㅋㅋㅋ) 저 셀럽인가봐요 친구가 너무 많아서 북플 타임라인에 물감님 페이퍼 묻혀요 ㅋㅋㅋ (그래도 보이면 꼬박꼬박 읽는다네…)

물감 2022-06-08 00:08   좋아요 1 | URL
셀럽은 바쁘니까 이해하겠어요ㅋㅋ잘지내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슴다ㅋㅋ

공쟝쟝 2022-06-08 00:10   좋아요 2 | URL
뭘 또 서운한 티가 난다.. 나 .. 옥구슬 방구석 감성러 인프제 김동률 물감님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8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너무 좋아서 코맥 매카시 막 찾아 읽었어요. 문체가 되게 클래식하다고 해야하나, 우아해서 저는 좋게 읽었습니다. 당시에 좋아했던 남자에게(응?) 이 책 추천했는데 그는 읽고 ‘올해 읽은 가장 우아한 소설‘이라고 했었어요. 물감님과 저는 취향이 진짜 너모 안맞네요. ㅎㅎㅎㅎㅎ 어긋나는 우리 취향....

그런데 매력이라는 건 원래 시원하게 설명 못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막 좋아.. 이런게 매력 아닌가요?

물감 2022-06-08 08:50   좋아요 0 | URL
만약에 단편이거나 중단편이었다면 저도 좋아했을 것 같아요ㅎㅎㅎ 저텐션으로 너무 길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부터 내내 답답하게 와닿더라고요 ㅠㅠ 저의 그릇이 많이 작은 탓인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좀 그런거 있자나요. 남들 다 좋다고만 하는 책에 태클 거는거요...ㅎㅎㅎ 다락방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들하고 저는 취향이 안맞는 거 같아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하하하핳

말씀하신대로 매력이란 게 설명 못할 경우도 있겠네요! 많은 장편의 리뷰들이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제가 저렇게 적었나봐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다락방 2022-06-08 08:52   좋아요 3 | URL
물감 님, 책이 재미있고 재미없는 거에 정상 비정상이 어딨어요 ㅠㅠ

coolcat329 2022-06-0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 읽다가 조금 울었는데요...😅
아내와 대화 부분에서요. 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참 답답, 슬퍼서 ...
전 코카콜라하면 바로 이 책이 떠오릅니당 ㅋ

물감 2022-06-08 08:54   좋아요 1 | URL
리뷰를 올리면서도 다른분들의 상반된 반응을 예상하긴 했습니다. 전에 하루키 작품을 비평했을때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위에 댓글에서처럼 단편이었으면 저도 너무 좋아했을거같거든요ㅜㅜ 감성 기르는 연습을 좀 해야겠어요!
코카콜라 장면이 정말 잠깐 나오던데, 그렇게 임팩트 있으셨나요? 해설에서도 콜라얘기가 나오더라고요 ㅎㅎ

새파랑 2022-06-08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국뽕이 좀 있는 작품이군요. 재미보단 매력적이라는 평가는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거 같아요. 코맥 매카시는 안읽어봤는데 요거 말고 딴거로 읽어봐야 겠네요~!!

다락방 2022-06-08 08:51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음, 제가 읽어본 몇 권의 코맥 매카시를 생각해보면 이 책이 그나마 가장 읽기 쉬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파랑 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후훗.

물감 2022-06-08 09:08   좋아요 2 | URL
다소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뽕의 냄새가 나긴 했어요...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의견처럼 새파랑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저보다는 감성이 깊으셔서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2-06-08 09:51   좋아요 2 | URL
셀럽 두분의 추천이시니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일단 중고책 검색을 해봐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미미 2022-06-08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는 코맥 매카시 두 작품정도 읽었는데 호불호가 갈릴거라는 느낌이 늘 있었어요. (저는 좋아함)
남들 다 좋다는데 별로인. 누구나 그런 작품들 있을거고요ㅎㅎ
그래도 물감님은 이렇게 글로
써주시니 작가 입장에서는
더 귀한 평가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답글도 받으셨었잖아요? ^^

물감 2022-06-08 21:07   좋아요 2 | URL
ㅎㅎ저는 호불호 있겠다 싶으면 항상 불호더라고요😅 그리고 비평은 대부분 안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 같은게 있어요ㅋㅋㅋ

맞아요. 그래도 솔직하게 쓴 덕에 작가님들의 피드백도 받아보고 그랬네요🙂 전 그냥 이대로 살래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6-08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몇 년 전, 이 책, 시누이네 조카에게 훔쳐 와서 읽었거든요.
앞 부분 좀 읽다가 책 덮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감님의 단조롭다는 평...무척 공감되네요.
오랜만에 우리 좀 통했어요ㅋㅋㅋ

근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게 뭐냐면요?
읽다가 덮은 책들 무수히 많은데 그 중 계속 눈길이 가서~~ 다시 읽어볼까? 계속 책 제목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들이 종종 있거든요. 이상하게 이 책이 좀 그러했던 것 같아요. 아마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려나? 싶기도 하구요.
좋은 평을 남겨 주시는 분들을 뵈니 음...나중에 다시 읽어 보긴 해야 할까 봅니다.^^

저는 물감님의 짠 별 리뷰에도 계속 눈길은 갑니다. 왜 별이 그런 것일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고개 끄덕끄덕~
읽으면서 물감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까다롭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물감님이 인정하는 소설은 믿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러니까 실생활에선 힘들겠지만?...이곳에선 물감님처럼 섬세하면서 까다로운 시선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더 주의깊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주눅들지 말고, 맘껏, 별 다섯 리뷰를 향하여, 짠 별 리뷰를!!!!ㅋㅋㅋ
전 짠 별 리뷰를 잘 못써서...부러워서 주절거렸네요^^

물감 2022-06-08 21:32   좋아요 2 | URL
제 글에 공감되신다니 뭔가 복잡미묘한데요ㅎㅎ여튼 통한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에요😀 어떤 책이든지 만나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그게 어긋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수도 있고요ㅎㅎ 저는 저를 너무 잘 알아서 아니다 싶은 건 다시 좋아질 확률이 매우 낮더라는...ㅜㅜ

저는 절대 눈이 높지 않은데, 왜인지 책만 잡으면(특히 유명할수록) 엄격근엄진지 까칠모드가 되곤 해요ㅋㅋㅋ 이쯤되면 병인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앞으로도 주눅들지 않고 비평 담당 하겠습니다ㅋㅋㅋ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칠레에서 태어나 라틴/유럽 국가를 돌며 중남미 문학가가 된 루이스 세풀베다. 이처럼 출생지와 성장지가 다른 작가들이 가진 생각과 통찰은 확실히 남다르게 느껴진다. 라틴 문학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워낙 평이 좋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다. 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왜들 그렇게 강추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여튼 사연이 있는 듯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딱히 뭐가 없었다. 그리고 어르신들도 연애소설 읽을 수 있지, 그게 뭐 특별하당가? 다 좋게 봐주겠다만 아무리 봐도 제목이 영 거슬린다. 솔직히 노인의 독서 장면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제목이 어울리긴 하당가? 현대에 맞게 제목을 고쳐보자면, <생존 신고를 위한 넓고 얕은 정글 지식> 정도가 어떨까. 노인의 낯간지러운 연애 이야기를 기대했던 터라 많이 허탈했지만 그래도 볼만했습디다.


어쩌다 아마존 부족들과 자연인 생활을 하게 된 외간 남자. 그게 적성이었는지 잘 적응해 살다가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부족 마을에 가끔씩 들르는 치과 의사에게 건네받은 연애 소설을 읽는 게 노인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외지인들의 정글 방문이 점점 늘어나자 노인의 휴식 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사냥꾼과 노다지꾼의 침입은 동물과 부족의 터전을 옮겨 다니게 만들었다. 어느 날 맹수에게 습격 받은 외지인의 시체들이 등장하자 마을에서는 노인을 포함한 수색대를 편성하고 맹수 사냥에 나선다. 이후 노인은 홀로 남겨져 암살쾡이와 맞붙게 된다.


보다시피 주요 줄거리는 노인의 취미인 독서랑은 전혀 연관이 없다. 그저 일과를 마친 뒤 짬짬이 소설을 읽는 정도인데 어째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건지 모르겠네. 노인의 선호 장르에 따라 아름답고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을 꿈꾸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속에 로망 정도로 남겨둘 뿐 현실에서 로맨스를 찾는 일은 일절 없으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연애소설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게 없으니 넘기겠다.


환경 소설로도 유명하던데 글쎄, 나는 여기에도 딱히 공감을 못하겠다. 물론 밀림을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휘젓는 무리에 저항하는 장면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짐승들에게 된통 당해서 퇴장하기 일쑤이고, 밀림을 우습게 아는 뚱보 읍장도 제 미련함에 혼쭐나기 바쁘다. 그러니까 노인 일행이 적들과 치열한 싸움까지 해가며 밀림을 지켜내는 장면이 없는데 무슨 환경 소설이람. 앞서 말했듯 내 눈에는 정글의 생존 에피소드 모음집에 가까웠다. 강에서는 어떤 물고기를 조심해야 하고, 모기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원숭이들의 집단 공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며, 진흙 언덕과 늪에서는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등등 자연인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오히려 제목이나 환경 어쩌구 하는 태그 때문에 괜한 프레임만 씌워진 듯한데.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강박이, 후에 밀림을 지키는 사명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 할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린 기분을 다신 겪고 싶지 않은 노인은, 사랑하는 밀림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는 설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으며 지난날의 아내를 그리워하고 결혼생활을 곱씹었다면 모를까, 그렇지는 않았기에 사명이나 수호자 같은 거창한 이유나 설정은 좀 아니라고 본다. 매 순간이 험난한 밀림에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기에 과거에 갇혀 지낼 여유 따윈 없을 테니까. 메인 테마인 암살쾡이에 대해서는 참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데 다른 건 넘어가고, 사실 싸울 이유가 없는 대상끼리 싸워야만 하는 이 거지 같은 운명에 나는 주목했다. 인간을 향한 살쾡이의 분노와 살기는 외지인들 때문에 생긴 거였고 노인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치만 공포에 떨고 있는 원주민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들어야 했다. 가해자가 따로 있는데 왜 피해자끼리 물고 뜯어야 하나.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노인과 바다>나 <모비딕>이 연상되지만, 이 책의 노인은 존재를 증명하려고 암살쾡이와 싸운 게 아니라서 더 좋았다. 혹여 뻔한 이유에서 싸운 거라면 그렇게까지 유명한 작품으로 남진 못했을 거다. 여튼 남들처럼 극찬은 못하겠다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세풀베다의 작품이 꽤 되던데 찬찬히 도전해봐야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2-05-30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잉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거랑 많이 다른 내용이네요😓 혹시 원제가 아닌가 찾아봤는데 스페인어 모르지만 대충 원제도 같은 것 같네요.
이 작가 작품 하나도 못 읽어봤는데, <파타고니아 특급열차>가 좋다는 얘길 들어본 것 같아요. 하지만 품절^^;

물감 2022-05-30 17:18   좋아요 1 | URL
제목과 내용이 영 매치가 안되어서 어리둥절 했어요 ㅋㅋ 내가 뭘 놓치고 있는건가, 그렇다해도 좀 이건 아니지 싶은ㅋㅋㅋㅋ이게 대체 왜 인기있는거지?
저도 세풀베다에 그리 끌리지 않았는데 어쩌다 읽게 되었네요. 첫인상이 뭐 나쁘진 않아서 또 읽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품절도서는 중고로 뒤져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다락방 2022-05-30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 보고 이 책 골랐다가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주아주 오래전에요..

물감 2022-05-30 17:23   좋아요 1 | URL
정말 낚이기 딱 좋은 제목 아닌가요?
내용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데 왜 죄다 별다섯...

새파랑 2022-05-30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제목 선정이 중요한가 보네요. 저도 이 책 중고로 사려고 했는데 최상급 도서가 없어서 아직 구매 못했는데 ㅋ 제목은 좋은데 표지가 좀 안땡깁니다 😅

물감 2022-05-30 17:49   좋아요 1 | URL
제목과 표지도 따로 놀죠ㅋㅋ 저자의 다른 작품도 많으니 이 책의 구매는 서두르지 않아도 될 듯해요ㅋㅋ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22-05-30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풀베다의 첫책으로 읽으면서 나머지 책 들도 빠져들었든데 나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이책을 시작으로 나머지 작품들도 거의 읽었습니다. 현대 도시 문명과 싸우는 작가의 투쟁의식이랄까? 나름 진지하게 다가오는 문명의식이 좋아서 거의 다 읽었는데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다르겠지요!

물감 2022-05-31 21:05   좋아요 1 | URL
도시문명과 싸우는 투쟁의식! 좋은데요? 역시 뭐가 좋은지를 알면 다르게 보이네요ㅎㅎ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6-08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 밑줄 긋는 남자 같은 달달한 책이 아니엇군요? ㅋㅋㅋㅋ 제목 너무 했네 ㅋㅋㅋ

물감 2022-06-08 00:10   좋아요 1 | URL
그르니까ㅋㅋㅋ 이 작가도 저승가면 멱살 잡을 거임ㅋㅋ

공쟝쟝 2022-06-08 00:11   좋아요 1 | URL
물감님 로맨스는 세벽 세시가 짱이예요 ㅋㅋㅋ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를 읽으세요 ㅋㅋㅋ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감 2022-06-08 00:13   좋아요 1 | URL
그거 다락방님이 강추했던거죠ㅋㅋ기억해두고는 있는데 아 너무 대놓고 로맨스물같아서 선뜻 손이 안간다는ㅋㅋㅋ나는 좀 은근하고 은은해야 해...ㅋㅋ

공쟝쟝 2022-06-08 00:18   좋아요 1 | URL
훗 ㅋㅋㅋㅋ 제목은 자니?지만 ㅋㅋㅋㅋ 은은하기로 따지자면 정말 은은한…. 소설인데…… 읽어봐 잡솨바 ㅋㅋ 제가 항마력 딸린다고 욕했다가 재독하고 2편 보려고 드릉드릉하는 책입니다 ㅋㅋㅋ

물감 2022-06-08 07:25   좋아요 1 | URL
알써요, 좀더 생각해보겠음ㅋㅋㅋ
 
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예를 들어 된장찌개 맛집이 장사 좀 된다 싶어 김치찌개도 만들고 부대찌개, 순두부찌개도 팔기 시작하잖아? 어느새 된장찌개 맛은 예전 같지가 않고, 맛의 변화를 감지한 손님들은 가게를 찾지 않는다. 혹여 다시 들렀을 때 여전히 맛없는 된장찌개를 팔고 있다면? 실망감에다 괘씸죄까지 얹어서 동네방네에 맛없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래서 브랜딩은 중요하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브랜드 고유의 맛을 유지해야 한다. 책을 쓰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곧 브랜드인 이들은 까딱 잘못하면 다이렉트로 욕을 먹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된다. 이들에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작품이 욕먹는 건 곧 작가가 욕을 먹는 거니까. 그래, 난 지금 옐로카드를 줬던 작가에게 레드카드를 주게 되어 기분이 몹시 상해 있다. 한때는 명품 작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호주의 범죄소설가인 마이클 로보텀의 책들이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줄줄이 출간되었다. 이 작가의 대표 작품은 <조 올로클린 시리즈>이고, 그중 3편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 반하면서 로보텀의 팬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직업이 심리학자라서 액션이 없는 반면, 용의자들의 내면을 통해 상황을 추측하고 흐름을 역추적하면서 범인을 찾아낸다는 독특한 발상과 독보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기존의 범죄소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차별성을 갖춘 데다, 액션이 없어도 속도감과 넘치는 스릴을 보여준 작가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어째 시리즈가 가면 갈수록 심리묘사도 줄어들고 사건보다 개인사의 비중이 늘면서 재미가 반 토막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6편까진 괜찮았는데 7편에서 휘청하더니, 8편은 완전히 회생 불가를 부르짖는다. 의리로 읽긴 했지만 더는 로보텀 작품을 찾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면 이번 작품에 어떻게 실망했는지 적어보겠다.


<나를 쳐다보지 마>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둘이 살던 모녀가 살해되었는데 용의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이때 주인공의 제자였다던 심리학자가 등장해 지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대기 시작한다. 아무튼 그 뒤로 연쇄살인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은 간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걸 단서로 피해자들을 역추적하여 범인을 좁혀보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일단 듣보잡 삼류 심리학자의 수사방해로 흐름이 자꾸 끊어진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데 몰입을 망치는 요소는 뭐 하러 넣은 건지.. 그리고 첫 번째 모녀 사건과 두 번째 연쇄살인사건의 텀이 굉장히 길다. 솔직히 쓰다 막혀서 연쇄살인 설정으로 급히 바꾼 듯. 그만큼 부자연스러운 전개와 연출이 잦았고, 그래서인지 범인의 독백들도 스토리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뭔가 중요한 비중일 것 같았던 삼류 심리학자는 열심히 나대다가 범인에게 죽고 마는데, 한 것도 없이 허무하게 퇴장해 급실망했다. 또한 반복되는 허탕 수사로 진도가 나가질 않아, 작가가 자신 있어 하는 인물 심리묘사 장면이 나와도 시큰둥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목마른 사람한테 자꾸 빵만 맥여서 뭘 어쩌자는 건지.


두 번째 내용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빠처럼 심리학을 전공하겠다는 큰딸의 내용이다. 올로클린은 심리학자로 지내면서 온갖 못 볼 꼴을 봐야 했고, 매번 사건에 연루되어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런 재수 옴 붙은 인생을 딸이 원한다는데 속이 뒤집히지 않겠나. 그러나 딸의 고집을 꺾지 못한 올로클린은 반강제로 딸을 수사 현장에 데리고 다녔고, 딸은 지 딴에 도움이 돼보겠다고 개인행동을 하다 범인에게 노출된다. 그렇게 된통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딸은, 또다시 단독 행동을 하다 범인에게 붙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범인과 실랑이하는 와중에 딸이 아빠에게 보낸 전화 한 통으로, 죽어라 헛발질하던 경찰과 올로클린은 한 걸음에 범인을 찾아가 검거한다. 그러니까 여태껏 애태워가며 추리해왔던 수사를 한순간에 개고생한 걸로 퉁쳐버린 것이다. 아니, 독자를 이렇게 농락해도 되는 건가? 재미없는 걸 떠나서 이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소설가의 자질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외에도 실망 포인트가 가득한데 내 눈에는 작가의 슬럼프라기보다 브랜딩 실패로 보여진다. 둘러보니 로보텀과 작별한 독자들도 많던데, 혹여 대작을 들고 돌아온대도 예전 같은 인기는 없을 것이다. 그 많은 맛집을 두고 맛없기로 소문난 식당에 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5-26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조 올로클린의 개인사가 좋았거든요. 그래서 이 시리즈를 계속 읽었던건데, 지금 리뷰하신 <나를 쳐다보지 마>에서 제가 기대했던 바가 완전히 무너지는 스토리로 전개되어서 마음을 너무 다쳤어요. 저는 조 가 자꾸 위험한 일에 가담하게 되는게 싫은 아내의 마음도 너무 알겠고, 그런 아내와 재결합 하고 싶은 조의 마음도 알겠는데 왜때문에 아내를.. ㅠㅠ

물감 2022-05-26 12:03   좋아요 1 | URL
저는 신선한 수사방식과 조의 개인사 둘 다 좋았어요. 그런데 갈수록 조가 사건과 엮이지 않으려다보니 소극적으로 변해 활약은 줄어들고, 이번 편에서는 정말 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매력있는 파트너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분위기좀 바꿔보려 듣보잡 심리학자를 집어넣었나본데 효과는 전혀 없었고... 보통 시리즈물 작가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정비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작품을 쓰곤 하던데, 로보텀은 그런것도 없어요. 매력없는 악역에게 억지로 베베꼬인 과거사 설정을 부여하는 것도 이젠 못봐주겠네요 ㅠㅠ

조의 개인사도 참 좋았어요. 보통 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이 연인과 겨우 맺어져 가정을 이루다 범인에게 걸림돌이 되는 흔한 패턴이었는데, 올로클린은 처음부터 가족이 있었고, 자기도 힘없으면서 가족들을 지켜내려는 고군분투가 매번 감동이랄까요. 그래서 그걸 아는 아내가 별거를 그만하고 싶어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어김없이 사건에 휘말려 또 멀어지고.. 매번 똑같은 패턴에 그만 질려버렸어요 ㅋㅋㅋ

그리고 딸을 심리학자의 길로 가게 만든다는 건, 앞으로 딸을 조의 파트너로 세우겠다는 그림이잖아요? 저는 이것도 영 별로였어요. 8편까지 와서야 뉴 파트너를 정하는 것도 이상한데, 얼마나 인물이 없으면 트라우마로 고생중인 딸을 갖다 세울까 싶고... 딸의 심리학 전공 선택한 걸 아내는 아직 모르고 있던데, 알게되면 조를 원망할거고 그렇게 사이는 더더욱 멀어졌을테죠. 이렇게 뻔히 예상되는 시리즈라니 참. 작품 세계관도 협소한데다 심리학자라는 직업 특성상 여러가지로 한계가 계속 보여서 작가도 고생 꽤나 하겠어요...ㅋㅋㅋ 저는 이제 다락방님의 후속편 리뷰나 보면서 올로클린의 소식을 듣겠사옵니다~~

2022-05-26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6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5-26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로보텀 이름은 들어봤지만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시리즈 다 읽고 대화 나누는 다락방님과 물감님 보기 좋네요. 😄

물감 2022-05-26 19:23   좋아요 1 | URL
한때는 파급력 대단했던 작가였는데 이렇게 몰락할 줄은...ㅋㅋㅋ그나저나 쿨캣님 요새 장르소설은 안읽으시나요?ㅋㅋ

coolcat329 2022-05-26 19:40   좋아요 1 | URL
아 장르소설! 물감님 글 읽고 아까 형사님 나오는 소설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형사물은 아니지만 렛미인과 토니와 수잔 사다 둔게 있긴 하네요.

공쟝쟝 2022-06-08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이 책은 제목대로 쳐다보지 않겠습니다! 제 시간을 알뜰히 사용 하겠어요 ㅋㅋㅋ (바쁘다 바빠 현대인의 삶)

물감 2022-06-08 07:22   좋아요 1 | URL
ㅋㅋㅋ쟝쟝님은 저의 추천리스트도 안읽으시던데...?
바쁘시니까 이해하겠어요ㅋㅋㅋ

공쟝쟝 2022-06-08 09: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 올해 소설 딱 세권 봤는데 그 중 하나가 추천작이엇다구 ㅋㅋㅋ 노력햇음 ㅋㅋㅋㅋ 분발 할게요 ㅋㅋㅋ
 
오후 네 시 블루 컬렉션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 몇 달간 바쁘고 피곤해서 읽는 속도가 구매 속도를 한참 못 따라가고 있다. 안 그래도 느린 독서가 더 느려지면서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없던 강박증도 생길 지경이다. 그만 사고 싶어도 어디서 돈이 자꾸 생겨 안 살 수도 없는 복에 겨운 웃픈 상황이고. 이렇게 책이 안 잡힐 때는 가벼운 책이라도 읽어줘야 하는데 나님에겐 그런 책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책 중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를 골랐는데, 반나절이면 다 읽을 분량을 일주일에 걸쳐서 읽어주었다. 아아,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퇴직 후 도시를 떠나 시골집을 구한 노부부. 실컷 꽁냥거릴 생각에 들떠있는 이들에게 이웃 노인이 찾아온다. 날마다 오후 네시가 되면 집을 방문하는 이 노인은 똥 씹은 얼굴로 말도 없이 앉아있다 여섯 시에 돌아갔다. 남의 집을 제멋대로 왔다 가버리는 이 불청객 때문에 대략 난감한 노부부는 예의 차리다 타이밍을 놓쳐 그만 오라고도 말 못하고 매일 네시만 되면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린다. 마음을 바꿔 이웃 부부를 식사에 초대한 이들은 거대한 실루엣의 등장으로 할 말을 잃는다. 


프랑스라면 몰라도 한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작품에 푹 빠지긴 어려웠다. 초대한 적도 없는, 아직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이웃을 집안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납득이 안되지만, 재수 없기만 한 노인한테 뭘 그리 쫄아서 비위를 맞춰주는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나름 이웃이니까 친해져보겠다고 질문들을 던져봤지만 대답은 예/아니오뿐이고, 왜 자꾸 귀찮게 구느냐는 얼굴로 오히려 부부를 불편하게 만드는 지금껏 구경 못했던 요상한 캐릭터였다. 대체 어느 쪽이 집주인이고 방문객인지 모르겠더만요. 아무튼 넉살 좋고 사람 좋은 부부는 이 불청객을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고 받아주다 지쳐서 확 손절하기로 맘먹는다. 그래 진작에 그랬어야지, 문화권을 떠나서 이건 좀 아니라니깐.


그러나 평생을 선하게 살아온 부부에게 손절이란, 돼지를 도축하는 일만큼이나 두렵고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어영부영하다 손절의 기회를 계속 놓쳐서 참 멀고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부부의 우유부단+결정 장애+팔랑귀+억지 긍정+스마일 가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독자를 골려주고 싶은 작가의 장난기가 다분하던데 그렇다면 나님이 순순히 당해줄 것 같으냐. 적당한 관대함과 쿨함을 장착하고 읽었더니 장면 장면마다 심어둔 작가의 블랙 유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품을 즐기시려면 작가의 스타일부터 빨리 파악들 하시길.


노인의 아내 또한 미스터리였다. 초고도비만의 실루엣도 그렇지만 소리 지르고 땡깡 부리는 세네살 아동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제서야 차가운 말투와 똥 씹은 표정을 했던 노인을 납득하게 된다. 이런 촌구석에서 아픈 아내를 홀로 돌보며 살아온 남편의 운명과 심정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도대체가 말야, 남의 집 왔으면 뭔 푸념이라도 늘어놓던가, 어떤 도움을 요청하던가 해야 될 거 아냐. 부부도 독자도 방황하려 할 즈음에 구세주 같은 주인공의 애제자가 집을 방문해온다. 그리고 어김없이 네시에 들이닥친 노인과, 그에게 쩔쩔매는 부부를 보며 이상함을 느낀 제자는 서둘러 자리를 떠버린다. 제자의 실망한 얼굴이 세상 충격이었는지라 마침내 폭발해버린 주인공은 노인을 거칠게 대하며 쫓아내버린다. 그렇게 기다렸던 사이다 장면인데 제로 사이다처럼 뭔가 밍밍한 맛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냐며 독자에게 죄책감을 전가하는 참 얄미운 작가의 미워할 수 없는 밀당 이야기되시겠다.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불청객이 수상해 집을 찾아간 주인공은 차 안에서 자살 중인 노인을 구해낸다. 왜 자길 방해하느냐며 똥방귀 뀌는 이 노인을 당장 솥단지에 찜쪄먹어도 부족하지만, 방안에 갇혀 살아가는 그의 아내를 집 밖에 꺼내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택한다. 노인은 자신이 케어하던 방식과 딴판인 부부에게 승질 부리다 아내가 기뻐하니 마지못해져주는 척을 한다. 자, 그러니까 지겹게도 반복되오던 밀당이 결국 두 사람을 구원한다는 결론이다. 멋대로 찾아와 평온함을 깨뜨린 노인이 싫다면서도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 주인공.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경우 없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그렇게 지난날의 사슬에서 풀려난다. 노인은 주인공의 스마일 가면을 벗겨주었고, 주인공은 노인을 기나긴 터널에서 꺼내주었다. 그래 뭐, 나쁘진 않은데 이걸 개연성 있다고 봐야 할지는 잘... 이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나 봅니다. 아무튼 단순한 내용이지만 가볍게 넘길 순 없는 낫 배드한 작품이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개팅 잡힌 모태솔로의 심정으로 근로자의 날을 기다렸건만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버려서 굉장히 킹받았다. 생일보다 중요한 공휴일을 이렇게 날리다니.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량과 줄어드는 공휴일과 방전되는 체력과 눈치가 1도 없는 고양이들까지. 건강검진 결과는 다 정상이었고, 인바디 결과는 기초대사량이 표준 이하로 나왔다. 홈트를 하는데도 왜 이 모양인지, 근로자의 날보다 이게 더 킹받는다. 암튼 아프고 힘들어서 요즘은 독서보다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피곤에 쩔은 동태 눈깔의 집사는 초롱초롱한 냥이들의 눈빛을 모른척하느라 오늘도 바쁘시다. 


우리 근로자들의 생계 걱정은 다이어트 마냥 끝이 없다. 이제 메타버스 시대까지 넘어왔건만 먹고사는 일은 우째 돌팔매질하던 시절하고 달라진 게 없는 걸까.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고 많은 가정의 평화가 무너졌다. 노동을 하고 삯을 받는 이 과정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때, 근로자의 절박함을 무엇으로 측량할 수 있으랴. 이번에 읽은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이처럼 일자리를 위협받는 최하층 근로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코시국이라 그런지 작중 모든 인물과 상황에 공감하며 읽게 된다. 재미야 있지만 너무 현실과 오버랩 되니까 막 좋다고 하기도 좀 거시기하다는.


‘루공-마카르 총서‘ 7편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제르베즈의 아들, 에티엔이 주인공이다. 정처 없이 떠돌다 한 탄광회사에 갱부로 들어간 소년은 겨우 굶지 않게 돼 감개무량하다. 고된 일과에 적응하며 자리를 잡아갈 때쯤 회사가 임금을 삭감하여 광부들의 분노를 산다. 조합장이 된 에티엔은 파업을 선언하지만 꿈쩍도 않는 회사 앞에 결국 폭동이 일어나고, 군대가 개입해 시위자들이 죽고 다친다. 그렇게 회사와 직원들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끝없는 대립을 이어나간다. 끝내 아무런 득이 없자 에티엔은 원망의 대상이 되었고, 탄광촌에 처음 온 날처럼 이방인의 신세로 전락한다. 에티엔에게도 마카르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지독한 불운이 따라다녔다. 이 작가도 사디스트인 건가.


졸라의 작품들은 간단한 줄거리에 비해 분량이 압도적이다. 보통 뼈보다 살이 과하면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졸라에게는 그런 거 없다. 기자와 비평가로 활동하며 얻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반영된 졸라의 글들은 사실 고전이라기보다 사회소설 쪽에 가깝다. 화두가 워낙 많아서 소화하기 힘들지만 그마저도 넘사벽 스토리와 미친듯한 전개로 다 쓸어버리는 졸라 표 내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니까 출구 없는 매력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목로주점>이 개인의 가난과 굶주림을 조명했다면, <제르미날>은 집단이 겪는 고통에 더 주목하고 있다. 탄광촌 사람들은 욕심도 야망도 없다. 기꺼이 노동하길 원하고 합당한 대가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회사와 부자들은 빵 조각에 온 가족이 의지하는 광부들 사정에 관심이 없다. 직원들의 항의에도 회사는 경영난을 들먹이며 수당을 낮추었고 그러면서 일은 일대로 부려먹는다. 회사가 완강한 태도를 꺾지 않았던 건 이 부당한 방침에 군말 없이 따르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노동 착취여도 상관없다는데 파업이 먹혀들 리가 만무하다. 아무튼 민중봉기를 다뤄보고 싶었다던 작가는 칼이든 톱이든 손에 잡히는 건 죄다 갈아서 이 책을 썼는데 수위가 어느 정도냐면 시위자들이 남성의 성기를 잡아 쥐어뜯기까지 한다. 그니까 문화충격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졸라는 광부들이 갱에 들어가는 장면을 두고, 제물을 집어삼키는 짐승으로 묘사하였다. 갱 아래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게 없었고, 그런 곳에 굶주린 직원들을 밀어 넣는 회사 또한 짐승이었다. 이 짐승은 탄광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부실공사 문제라며 광부들 탓으로 돌렸다. 회사의 갑질에 당하기만 하는 광부들을 대신해 대표로 나선 에티엔은 똑같이 빠꾸먹고 잔뜩 체면을 구긴다. 믿는 구석이 다 떨어지자 조합원들은 이성을 잃고 짐승으로 돌변하여 회사와 임원들을 위협하는데, 이런 폭력적인 행사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건 앞뒤가 다른 회사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말로는 적자라지만 임원 가족들은 갈수록 살이 찌는데, 부자들의 이기주의를 보노라면 이래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는 건가 싶다.


나라면 회사에 침 몇 번 뱉은 뒤 이 바닥을 뜰 것이다. 비전도 없는 데서 거지 대접 받고 살 이유는 없으니까. 반면 떠날 생각이 없는 에티엔은 조합장의 권력과 지위를 가진 동안 자기만족에 취해서 총명함이 사라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어떤 욕망에도 잘 참아왔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선악과를 따먹고 만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듯이 이제 에티엔도 대역죄인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하, 이제야 에밀 졸라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겠다. ‘루공-마카르 총서‘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인간의 양면성이다. <목로주점>, <인간 짐승>, <제르미날>까지 읽고 나니 더욱 확신이 든다. 자연주의의 글을 쓰는 졸라에게는 성선설/성악설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평소 인간이 감추어둔 본능과 자아가 해방될 때에 나오는 날것의 자연스러움,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졸라의 작품에는 매번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을 통해 나의 양면성을 점검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결국 다 똑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인생. 쯧.


대단원을 어떻게 장식할지 궁금했는데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노아의 홍수 사건을 방불케 하는 하이라이트였다. 읽는 내내 성경과 비슷하다고 느꼈었는데, 아무래도 성경이 모티프가 맞는 것 같다. 다른 점이라면 자연주의에는 선명한 교훈이나 주제가 없어 찜찜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 날것의 이야기인데 이러면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재밌으면 그만이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2-05-15 1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에서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ㅎㅎㅎ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해서 조금이나마 늦춰보지만 밀려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듯 해요. 귀여운 냥님들에게 오뎅꼬치라도 흔들어주셔야 할텐데요. 저와 함께 사는 냥님들은 정말 새벽에 놀자고 깨워서 힘들어요ㅠㅠㅠㅠ 집사는 아침까지 자야 한다고!!!

졸라 책은 행복백화점이랑 테레즈 라깽만 읽었어요. 리뷰들을 보니 점점 더 읽기가 무서워집니다.

물감 2022-05-15 13:55   좋아요 4 | URL
ㅋㅋㅋ 자주 불르는 곡 중 하나인데 이젠 힘들어서 노래도 안 하게 되네요ㅜㅜ 저는 화도 없고 스트레스도 잘 안받는 타입인데, 그래도 감정이 야금야금 쌓이나 봐요. 감정도 컨디션도 잘 조절해나가야죠 모...

냥이들은 왜이리 팔팔한 걸까요 ㅋㅋㅋㅋ 이제 놀아주기 힘들어서 조만간 레이저를 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레이저가 안좋다고 들었지만 일단 내가 살고 봐야해...

읽으신 두 작품은 제가 안읽어봐서 모르겠네요. 제가 읽은 세권은 저한텐 취향 저격이었어요. 저는 참 좋아라 하는 작가인데, 부담되시면 그냥 패스하시는게... ^^;

꼬마요정 2022-05-15 15:19   좋아요 3 | URL
꺄앗 냥님들 너무 예뻐요!!! 노랑이와 하양이네요. ㅎㅎㅎ

물감 2022-05-15 15:33   좋아요 4 | URL
제 서재의 페이퍼 카테고리로 가시면 더 많은 냥이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2-05-15 14: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집사를 바라보는 냥이의 눈빛은 초롱초롱보다는 서로 손을 맞잡고 힘든 집사를 애처롭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는 저의 느낌적 느낌입니다~~
제르미날의 기대를 한껏 높여 주시네요.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의 차이점을 상기하며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목로주점이 집단이면서도 개인적인 고통이 교차되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먹고 사는 일은 언제나 고민이며 고통입니다^^

물감 2022-05-15 14:19   좋아요 5 | URL
세상에나,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을 반대로 썼지 뭐에요. 말씀해주셔서 바로 수정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나 상태가 나빠요 ... ㅎㅎㅎ 목로주점이 개인을 조명한 게 맞아요 ㅠㅠ 여튼 힘없는 근로자로써 너무 공감하며 읽은 작품이었어요 ㅎㅎㅎ

저희집 애들은 배고플 때랑 심심할 때만 울어대요 ㅋㅋㅋㅋ사진만 보면 냥이들 표정이 저를 딱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05-15 15: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막 노동자 모드 이입해서 분노의 으르렁으로 읽고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냥 두 마리 사진 올려놓기란 있긔없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웃었잖아요!!

물감 2022-05-15 15:32   좋아요 4 | URL
사랑과 평화의 인프제에게는 희로애락이 필수거든요 ㅋㅋㅋ 아 역시 백날 글 써봐야 고양이 사진 한 장만도 못하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2-05-15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넘사벽 스토리와 미친듯한 전개‘ 딱 맞는 표현입니다. 목로주점 읽을 때, 재밌는데 미친듯한 스토리 전개에 제 마음도 너덜너덜 지치더라구요.
제르미날 더욱 더 기대되네요.

흰냥이 손이 노랑이 손 위에! 진짜 귀엽습니다. ㅋㅋㅋ
제 몸 하나 추스리기도 벅찬 저는 강아지, 냥이 키우시는 분들 참 대단해보여요. 아 뭔가를 바라는 듯한 저 눈빛들 ...😬

물감 2022-05-15 20:52   좋아요 3 | URL
스토리의 무게감이 상당한 작가죠. 좋아하는 작가지만 연속으로 읽기엔 무리에요...ㅎㅎ 여튼 졸라의 책을 읽고나면 뿌듯해져서 좋더라고요🙂

얘네들 사진 오랜만이죠?ㅋㅋ 여전합니다. 지금 느낀건데 아는형님의 민경훈, 김희철 같지 않나요?ㅋㅋㅋ

새파랑 2022-05-15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제르미날을 안읽었는데 곧 읽어야 할거 같아요 ㅎㅎ 요새 졸라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 자연주의 작품은 일단 교훈이 없어서 읽기에 부담없더라구요.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는~!!

물감 2022-05-16 08:33   좋아요 3 | URL
읽어보시면 금방 또 빠져들 거에요 ㅋㅋ 초반에 탄광이랑 갱 내부의 배경 묘사가 조금 지루한데 그것만 넘기시면 쭉쭉 달려집니다. 어서 읽고 글 써주세요 ^^
확실히 자연주의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맛이 있어요. 고전의 장벽을 좀 낮춰주는 기분도 들고요ㅋㅋㅋ

공쟝쟝 2022-05-15 2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일요일 저녁의…심기가 편해지는 사진.. 좋아요 꾸욱🥹

물감 2022-05-16 08:34   좋아요 3 | URL
쟝쟝님 오랜만ㅎㅎㅎ 그냥 글 쓰지 말고 가끔씩 사진만 올려놓을까봐요...ㅎㅎㅎ

공쟝쟝 2022-05-16 08:53   좋아요 4 | URL
물감님표 노동에 쩐 독후감도 좋아요 꾸욱 입니다! 힘내요 👏👏

mini74 2022-05-16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이 분노하며 제르미날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 물감님의 냥이들을 보니, 내가 뭘 쓰려고 했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되어버렸어요 ㅎㅎㅎ 인간의 캣닢이 고양이 아닐까요 ㅎㅎ 아이고 예뻐라 ㅠㅠㅠ

물감 2022-05-16 19:5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한번 더 읽고 평에 대해 써주세요...다들 고양이 얘기만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었는데 역시 고양이가 귀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05-20 15:05   좋아요 2 | URL
아아 잠자냥님도 고양이 얘기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요 뭐 집사들끼리는 제가 이해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종 2022-05-31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로자의 날이 제게는 쉬는 날이 아니다보니 별 감흥이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급식이 안나오니 살짝 불편한 정도랄까요. 스승의 날이라도 쉬면 좋겠습니다만..^^;
5월은 건강을 염려하게 되는 달이었네요. 왼쪽 엄지손가락이 시큰거려 파스를 붙였는데 거기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며 붕대를 감아준 배려인간 덕분에 접촉성 피부염으로 일주일 넘게 발진이 일어나 연고를 처발처발 했구요, 분변잠혈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이번 방학 때는 대장내시경을 해야할 것 같구요, 난 병자였어 생각하니 왠지 두통이 자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 나날들이었구요, 친정어머님께서 담도 시술로 인해 지난 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입원하시는 동안 퇴근 후 친정 아버지 식사 챙기고 병원도 들락거리다보니 개피곤해져서 <제르미날> 독후감도 어제 겨우 세이프했답니다. 피곤에 절여진 한 달을 보냈다는ㅠㅠ

그러게요. 먹고사는 문제는 어찌 이리 한결같이 이어지는지. 중력으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물처럼 하층 노동자들의 삶에는 기본적인 생계 문제가 끊임없이 고이는가 봅니다. 시대의 흐름이 저 아래에는 미치지 못하는 걸까요.
<목로주점>도 그렇고 <제르미날>도 그렇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배고픈 노동자들이 등장해서 그런가 자주 허기졌습니다.^^;

동화 같은 로망은 접어두는 게 좋아~ 현실에 무지개 따위는 없어~ 과장도 축소도 없이 현실 그대로를 사진처럼 묘사하는 작가의 세밀함에 이번에도 감탄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체험하고 쓴 글이 이 정도라니, 현실을 완화해서 한 이야기가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에 호흡이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넘사벽 스토리, 미친듯한 전개, 출구없는 매력에 공감합니다~ㅎㅎ 방대한 분량에도 이토록 가독성이 좋은 건 작가의 필력과 내공이겠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ㅋㅋㅋ

평소 파업이나 민중봉기에 대하여 두려움과 거리감을 넘어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졸라의 마약급 중독성 문장이 그들 한가운데로 저를 던져놓았을 때,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권의 책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니 뭉클해지더군요.
성기를 쥐어뜯는 장면이 졸라를 만나니까 4D급 생생함으로 현실감이 확 다가오는 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또 7부에서 샤발이 떠다니는 물을 두 주인공이 마시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서 그만...으~~~^^;

판단은 우리의 몫일지니 부르주아들의 생활과 생각을 단지 담담하게 묘사할 뿐인데도 분노의 감정이 일더군요. 졸라는 대단히 영리한 작가이라고 봅니다. 비유와 암시가 듬뿍 담긴 시적인 문장을 독자에게 투척하는 행위만으로 의도한 반응을 끌어내는 것 같거든요.

공감합니다. 졸라의 관심은 ‘본능과 날것‘에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가 접한 모든 작품에 이런 요소가 깔려있었네요. 날것도 종류가 여럿일텐데 졸라의 날것에는 생고기 냄새가 나구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식욕에 집중하는 작가인가 봅니다. 성욕을 묘사하는 데도 전혀 야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벌거벗은 채 태어나는 아이를 보는 듯 자연스럽게 스며들구요. 땀냄새 훅훅 나는 스팀스러운 문장들은 식상하지도 않네요.
인간의 양면성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마냥 정의롭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들이 많았네요. 그만큼 작가가 내면의 심리를 구석구석 싹싹 긁어내서 보여줬기 때문이겠죠?

마지막까지 지치지도 않는 배터리처럼 그렇게 달리다니, 졸라 완전 사기캐~ㅎㅎㅎ
음, 이 책에서 선명한 교훈이나 주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랄까요. 99도까지 서서히 온도를 높인 물을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직전,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거요. 자, 이제 충분히 예열되었어,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된 거야~ 저는 대략 이런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복잡한 설명 필요없이 어쨌든 두께감으로 어디 빠지지 않을 그 책을 매우 흡인력있게 읽었다는 팩트! 참 재미있었어요~^^

물감 2022-06-01 13:16   좋아요 3 | URL
이런, 아프신데다 바쁜 5월에 하필 두 권짜리 도서를 선정해부렀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읽어내셔서 다행입니다 ㅋㅋㅋ

목로주점도 그렇고, 제르미날도 읽다보면 정말 허기가 ㅋㅋㅋ 리얼리티가 대단하더라고요. 산다는 게 어찌 이리도 고달픈 건지 생각하게 해주는 작가랄까요? 탄광을 직접 체험까지 했다는 졸라의 열정도 감탄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설보다는 실화바탕의 이야기 같아서 재미로만 즐기면 안될것도 같았어요 ㅋㅋㅋ

저역시 파업이나 민중봉기에 대한 입장이 나비종님과 비슷합니다. 오로지 목적달성을 위해 지나친 방법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아서요. 물론 또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이 작품의 시위자들이 유독 공감가는건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탄광촌 전체가 생계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본능과 날것. 졸라의 책을 읽어본 분들은 대거 공감하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생고기 냄새도 뭔지 알 것 같아요 ㅋㅋ 꾸며내지 않은 문장을 쓰는데도 묘한 세련미가 있어요. 성욕또한 전혀 음란스럽지 않고요.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게 두근거립니다 ^^

저는 졸라의 책을 볼때 주제를 생각지 않고 읽어서 안느껴지나바요 ㅋㅋㅋ 그냥 만화책 읽듯이 편하게 보거든요. 메세지야 많지만 메인 주제는 잘 모르겠고요ㅋㅋ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있는 상태라, 멋진 표현입니다. 졸라는 그런 힘이 있긴 하죠! 저도 이번에 넘 잘읽었습니다~ 다음에도 도전하기로 해요 ㅎㅎㅎ 5월도 수고하셨습니다^^

mini74 2022-06-10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물감님 ~~ 냥이들 귀여움과 함께 더 멋진 리뷰~ 앞으로도 냥이사진 많이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2 | URL
와우 당선되었군요ㅎ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10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당선 축!하! 드립니다~!! 6월에도 재미있는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ㅎㅎㅎ 6월 같이 파이팅 해요 ㅎㅎ

이하라 2022-06-10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기쁜 6월 되세요~~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3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
6월도 즐거운 독서 같이 해요 ㅎㅎㅎ
파이팅 입니다!

서니데이 2022-06-10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2-06-11 10:1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ㅎㅎ
좋은 주말 되시길😀

thkang1001 2022-06-11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물감 2022-06-11 10: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ㅎㅎ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6-1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서곡 2023-01-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흰냥이가 발 하나를 슥 올려놓았네요 ㅋ 그게 너무 귀여워서 댓글 달고 갑니다 랜선집사 올림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물감 2023-01-10 10:5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서곡 님 ^^
랜선 집사님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Vanessa 2023-01-10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물감 2023-01-10 14:09   좋아요 1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