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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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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괴조직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의 아내가 유괴되었다. 아내를 돌려받으려면 어떤 한 남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그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어느 가정집에 들어가 한 모자를 인질로 잡게 된다. 그 집 아들이 빈틈을 노려 경찰에게 신고한 결과 이 인질극은 매스컴을 타고 생중계가 된다. 시간은 없는데 꼼짝없이 갇혀버린 주인공은 제시간 안에 아내를 구할 수 있을까.

작품의 구성 방식이 독특하다. 마치 학교 선배가 군인시절 겪었던 썰을 들려주는 듯한 진행형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허세나 뻥튀기가 섞이기 마련인데 이사카 코타로는 그런 허세를 부리지 않아 담담한 편이다. 돌아가는 상황은 심각한데 중간중간마다 대화체의 내레이션이 나와서 긴장감이나 현장감을 다운시켰고 작품이 점점 가벼워져버렸다. 이런 부연 설명들은 오히려 독자의 상상이나 사고를 방해할 뿐이다.

등장인물들이 전부 크고 작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각자가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어 딱히 응원하기도, 비난하기도 애매했다.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우연히도 사건에 엮이고 범죄자들끼리 연합하여 각개전투를 펼친다? 소설이 다 그렇다지만 이건 정말 우연의 끝을 달리는 거 아닙니까.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범죄자가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들어 돕기로 했다는 게 참 비현실적인데, 작가 본인이 생각해도 거시기했던지 참 현실미 없다는 문장도 나오더라.

여하튼 잘 달리던 자동차는 점점 기름이 떨어져 속도가 줄어들더군. 기발한 발상은 인정. 근데 모르겠어. 이래서 거창한 광고글의 작품은 다 거품이라는 인식이 남게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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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8-08-05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카 책 좀 현실감이 없긴 해요 ㅋ

물감 2018-08-06 13:26   좋아요 0 | URL
진짜 엉뚱한 작가에요ㅋㅋ
 
초판본 데미안 (양장) -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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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한 소설이다. 이 책은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성찰을 고하는 작품이다. 아직은 고전문학에 대한 내공 부족으로 온전히 이해를 못했다. 이래서 고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줘야 하는 건지도.

잠깐의 거짓말이 가져다준 파멸은 어린 친구에겐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이 떠나갈 때 나의 존재도 소멸되었고, 이제는 어떤 빛으로도 작은 어두움조차 몰아낼 수 없었다. 한번 손상된 순수는 다시 제자리로 갈수 없었고 결국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 주인공. 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전학 온 데미안에게 도움받아 구원받는다. 그러나 해방된 기쁨보다는 오히려 빚진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멀어진다.

데미안은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사람이었다.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차분하지만 광적인 눈빛이었고, 천사같이 고귀해 보였다. 데미안은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고 모든 것을 다르게 해석했다. 그의 종교관 영향을 받을수록 주인공은 선과 악의 경계를 의심하게 된다.

새가 세상으로 나가려면 알을 산산이 부숴뜨려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나를 가로막는 세계를 파괴하고 어둠에서 빛으로 가야 한다. 데미안은 자신과 같은 탐구자들은 미래로 향하고, 빛의 세계인들은 과거로 간다고 말한다. 거참, 심오하고 복잡한 말을 너무 돌려서 설명하는 것 같아 두통이 오네. 주인공은 곧 작가 자신을 반영한 것일 테지. 작가가 말하는 자유란 순리대로 산다는 것일까. 이 책의 많은 리뷰들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데 내가 이해하려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도 조심스럽다. 나이 좀 더 먹고 다시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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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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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미니 마이니 모‘의 뜻은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딩동댕동‘ 이란다. 두 사람을 밀폐 장소에 가두고 총알 하나만 장전된 권총을 던져준 다음 죽일 것인지 죽을 것인지를 고르게 하는, 지독한 악취미의 범죄가 시작되었다. 산 자를 돌려보내면 곧바로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악몽을 겪는다. 연쇄 범죄의 피해자들이 자신과 연관됨을 파악한 헬렌은 눈앞의 산불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과거의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경찰 소설의 단골 소재가 전부 다 들어있다. 내부의 배신자도 있고, 팀원 간에 갈등도 있고, 주인공의 과거와 엮인 사건도 있고, 언론과의 씨름 장면까지. 있을 건 다 있는데 이제는 워낙 뻔한 클리셰들이라 마니아층에서는 기존 범죄소설과 별반 차이점을 못 느끼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던 재능이 있어서 그런지 독자가 열광할 만한 장면과 지루해할 장면을 구분할 줄 안다. 근데 스피디한 진행은 좋아도 이렇게 자주 스킵 하는 건 좀 아니었다. 지름길로 가더라도 신호가 계속 막히는데 이러면 기름만 아깝잖아.

더 큰 문제는 챕터마다 호흡이 짧은 데다 장면도 자주 바뀌어서, 사건만 다루느라 등장인물들은 전혀 입체적이지 않았다는 거. 모든 시리즈의 첫 권이 그렇듯이 이 책도 일단 낫 배드. 그리고 출판사는 맞춤법 검사 좀 똑바로 하시길. 오탈자들 눈에 너무 거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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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새가 말하다 1
로버트 매캐먼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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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매캐먼은 스티븐 킹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작가로서 온갖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7080 때 바삐 활동한 뒤 93년에 돌연 절필을 선언한 이 양반은, 10년만에 수퍼 그랜드 스펙타클한 요 작품으로 다시 커밍했다. 대략 1200p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필력으로 완벽히 커버했으며 스티븐 킹의 극찬처럼 매커먼표 최고급 스릴러는 인트로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옛 미국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안판사 우드워드와 서기 매튜는 파운트로열 지방으로 찾아간다. 그 곳에는 마을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한 마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주민들의 수상한 낌새를 맡는 두 사람. 그러나 여러 증거들이 여자가 마녀라고 지목하고 있다. 판사는 급작스럽게 건강이 위독해짐에 따라 판단이 점점 눈멀고, 매튜는 밤의 새의 속삭임으로 이 새장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과연 이들이 놓친 퍼즐조각은 무엇이며 진실의 탈출구는 어디인가.

오랜만에 별 다섯개 작품이다(물론 내 기준). 나는 이야기의 힘이란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힘이 있으면 흐름은 갈수록 점입가경이 된다. 그 몰입속에서 따라오는 문학의 위대함을 내내 볼 수 있어 기뻤다. 장르소설이 다 그렇듯이 꼼꼼히 집중해서 읽으시길.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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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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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를 입에 물고 죽어있는 개와 고양이의 시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러다 초등생 S가 집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고, 같은 반 친구인 주인공이 자살을 발견 후 모두에게 알렸으나 사건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건지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S는 거미로 환생하여 주인공과 함께 시체를 찾아 나선다. S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다.

뭐야 이게... 일단 불호 비추천. 갑자기 마무리가 뭐 이 모양으로 끝나는 걸까. 그래도 무난하다고 느끼던 것이 갑자기 산으로 가버려 아쉬웠다. 초등학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전달되는데 현장감이 느껴지는 건 좋지만 작품이 가벼워지는 단점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끝없이 속이고 숨기는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말에 가서 보면 등장한 모든 이의 말과 입장이 전부 거짓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선하던 주인공에게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섬뜩한 행동과 생각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건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오랜만에 리뷰 쓰기 귀찮은 작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글도 영 안 써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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