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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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학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1492년 의미있는 해로 기억되고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물론 콜럼버스 자신은 죽을때까지 '인도'인줄 알았지만)를 발견했던 해로 이를 기점으로 세계사는 커다란 변혁을 거치게 된다. 콜럼버스이 행보가 왜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변혁을 가져오게 됬느냐 하면 이후 유럽대륙은 꿈과 허영에 부푼 포식자들의 의욕을 돋구면서 신대륙 아메리카라는 새로운 먹이감을 향해 끊없는 질주가 성행되었고 우리가 다 주지하고 있듯이 세계사는 신대륙 발견(이 '발견'이라는 표현 역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을 기점으로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현대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유럽세력의 신대륙 접령은 세계사에서 서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고 영향력 또한 더불어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1492년을 동서양 어디를 막론하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이의를 제기치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신대륙 발견이라는 표현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일까? 발견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져오는 의미나 그에 함축되어 있는 메타포는 어찌보면 유럽세력의 자기 합리화내지는 정당화의 다른 표현은 아닐까 콜롬버스 이전에 몇차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딛인 세력들이 존재했고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는 아스테카(아스텍),마야,잉카라는 제국과 체로키나 이로쿼이라는 연방체 형식의 국가 엄연히 존재하여 아메리카 대륙 자체를 지배하고 있었는데도 우리는 이에 대한 아무런 비판 없이 '신대륙 발견'이라는 표현을 서스럼없이 사용하는 데 익숙해 져있다. 그리고 기존의 세계사 서적들이 철저하게 기술하고 있는 방식 역시 '신대륙의 발견'과 프란시스코 피사로 페드로 데 알바라도 에르난 코르테스(반면에 잉카제국의 황제 와이나 카팍,아스테카 황제인 목테수마, 망쿠 잉카 유팡키,앉은 소,세쿼이아등은 낯설기만 할 뿐이다) 등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과정의 무용담과 기존 미개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쾌거에 대한 찬사로 점철된 세계사를 접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한 세계사 기술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과 관련된 세계사의 기술은 정말 제대로된 것 일까 정말 '발견'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무리수가 없으며 유럽의 탐험가들의 활약상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이며, 북아메리카에서 속칭 토종인 인디언들이 자행했던 잔학행위가 정말로 존재했으며 사실이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로널드 라이트의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기존의 세계사에 제시했던 관점을 180도 뒤집는 담론을 담고 있는 한마디로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등을 위시한 서구에서 보면 상당히 불편하고 위험스러운 담론들이라 여겨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가져오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남북아메리카 전반에 걸쳐 존재했던 문명세계인 아스테카,마야,잉카,체로키,이로쿼이 5개집단의 흥망성쇄를 통해서 콜롬버스이 신대륙 발견이 얼마나 잘못된 표현이며 그동안 서구인들이 서술한 역사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증을 들어 새로운 시각(정확하게 표현하면 원래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이들 5개 집단의 시각)으로 아메리카史를 재정립하고 있는 정말 보기드문 명저이다. 특히 오리엔탈리즘에 절어 있는 오만방자한 서구중심적인 시각에 반기를 제대로 든 역자이기도 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출간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사의 진보라는 개념은 문명인인 서구인들이 나머지 절반의 미개인들의 개화시켜고 보살펴 세계사를 끌어왔다는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반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패러다임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종의 우월성이나 문명의 진보가 아닌 생태지리학적 이유로 인해 세계의 문명 편차가 존재할 뿐이라는 가설을 발표했고 이러한 가설은 이제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서구세력에 짓눌려 있던 세력들이 독립과 눈부신 발전 그 자체가 이런 말도 안되는 말들을 쏙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아직도 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그 옛날의 그들이 울겨 먹던 버전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근현대에 와서야 제대로 대접 받았던 세력들 역시 대리만족이라는 요상한 심리로 아메리카를 바라 보고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고... 그 만큼 아메리카 역사의 진실은 진실이고픈 측만의 역사였던 것이다. 

 

이번 책에서 눈여겨볼민한 것은 그동안 정직함의 대명사로 위인전에서 까지 알려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실상이다. 사실 그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수 많은 약속을 헌신짝 벋어 던지듯 저버린 대표적인 인물이었다는 점과 지금 미국의 국가조직 형태인 연방제는 다름 아닌 이로쿼이연방을 모태로 벤치마킹한 사실 그리고 이러한 벤치마킹을 마치 자신들이 처음 고안한 것처럼 포장했다는 점이다. 또한 잉카와 이로쿼이 연방은 우리네와 상당히 흡사한 방식 및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단고기에서 언급되어진바 있지만 신라시대 화백제도를 연상케하는 5개부족 만장일치 제도와 품앗이 내지는 향약과 유사한 농촌 공동체 조직인 아이유 그리고 번역상의 유사성이겠지만 한울님이라는 제천의식은 많은 공감대를 나누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서구인들이 바라보았던(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던) 미개하고 발전되지 못한 민족이 아니었음을 그들 스스로가 시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는 그동안의 굴곡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자기 대륙의 주인들이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유독 아메리카 대륙만이 이방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180도 다른 역사를 서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륙의 주인인 그들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해왔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제와서 새삼 이러한 구도를 뒤집을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지 주인이 못나고 능력이 미천해서 자신들의 땅을 빼앗겼다는 식의 오명에서는 벗어나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도에서 제대로된 아메리카 역사를 제단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세계사 상식을 뒤집는 획기적인 서술들이 산재해 있어 다소 의아하고 생뚱맞게 다가올 수 도 있겠지만 바로 이점이 그동안 너무나 우리식으로만 역사를 제단했다는 잘못된 반증을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메리카 역사는 그야말로 '신대륙 발견'이라는 화려하고 조명받는 일대의 사건이 아니라 생존권과 더불어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기막힌 사건이었음을 지금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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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이야기 -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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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진화론 서술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진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역시 리처드 도킨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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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 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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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스티브 핑거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지성 16인이 말하는 지적 설계론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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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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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맞먹는 또 다른 인류문화사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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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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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형사 시리즈중 네번째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기존의 추리스릴러장르 소설의 스트럭쳐와는 사뭇다른 구조를 가진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국내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범인을 축측할 수 있는 결적적인 정황증거를 삭제하는 바람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상당한 곤역에 빠지게 된다. 물론 뒤 부분에 봉인된 작품해설은 마치 스포일러 같은 역활을 하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미리 개봉해 보지 말라는 경고의 문구가 들어 있지만 막상 읽어보더라도 범인을 딱 단정할려면 상당한 인내와 되돌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의 특징은 극명한 단순화에 그 미학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뻔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당초 사건의 발생 구도에서 연인인 준이치와 절친 가요코로 범인의 윤곽이 딱 들어나 있어 왠지 싱거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여기에 소노코의 오빠이자 지방 경찰이기도 한 야스마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자살이냐 타살이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둘 중에 누군가 그녀을 죽였는가에 대한 독자들의 의문이 증폭되는 내러티브로 전개되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트릭을 맛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나마 뒷편 해설부분이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쉽게 정리될 수 없을 만큼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작중 곳곳에 범인의 실체를 밝혀지는 장치적인 효과가 들어있어 대략적인 윤곽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적인 추리스릴러 소설을 접했던 독자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의도적인 힌트를 던져놓고 있기 때문에 꼼꼼히 읽지 않는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만만치 않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이 독자들의 추리력을 테스트하는 것 처럼 교묘하게 흔들어 놓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인 '왼손잡이'를 전면에 부각시키 분명 둘 중 하나라는 암시를 주고 있지만 막상 둘 중 누구인가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기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해야할 듯 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스포일러가 첨부되어 있는 새로운 형태의 추리스릴러를 맞보게 된다. 그동안 작가의 여타 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뒤편의 스포일러 뿐 아니라 준이치와 가요코라는 뻔한 구도이자 아주 심플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가가와 야스마사 그리고 이들 둘이 펼치는 심리게임은 상당한 매력을 던져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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