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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밀수꾼들> 은 에두아르도 멘도사이후 처음 접하는 스페인 소설입니다. 스페인 소설을 접한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는 정열적인 뉘양스 같은 살아 움직이는 필체를 느낄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밀수꾼들> 역시 이러한 범주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네요. 스페인 내전을 겪고 황폐해진 분위기속에서 유일한 탈출구(배와 바다 그리고 밀수)일 수 밖에 없었던 일반 민중들의 삶을 적나라게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밀수선 보딱포호 선장 레오나르 주베라를 비롯한 선원들 각개인의 향수와 같은 회상과 밀수품을 건네기 위해 지중해 연안을 항해하는 현실이 오버랩 되는 약간은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하는 배와 그 항해일정은 현재의 시점을 반영하고 배에 승선한 선원들의 회상은 비록 각 개인들의 삶을 추적하고 있는 구도를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이할 점은 개인들의 회상에서 스페인의 근대사라는 거대한 담론과 이 과정에서 일반민중에게 미치는 삶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 일 것입니다. 내전과 세계전쟁을 거치면서 개인과 국가라는 가치관에 대한 어렴풋한 정립, 지중해 연안 국가들(스페인,그리스,이태리,프랑스,모로코,알제리)의 근현대사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현재와 과거사이를 조망하게 하는 구조가 상당히 무게감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딱포호에 승선한 선원들은 각기 다른 희망(일확천금을 꿈꾸는 자, 무너진 가족관계를 회복하고자하는 자, 국가라는 거부할 수 없는 조직에 의해 자신과 가족의 파멸을 겪을수 밖에 없는 자들이 그 지긋지긋한 국가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자등) 을 가지고 밀수라는 불법행위에 동참한 이들이지만 개인적인 회상으로 봤을때는 극히 평범한 일 개인들이라는 점에서 왠지 밀수라는 행위자체가 부도덕스럽게 비쳐지지 않을 만큼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사뭇 인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네요.
역자는 그리스신화중의 하나인 아르고스호의 모험에서 모티프를 찾고 있지만 솔직한 표현으로 앞서 나갔다는 느낌이 드네요. 개인적으론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각 개인들의 처절한 삶이 밀수와 바다 그리고 각 개인의 희망으로 표출된 스페인 근현대사의 암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재를 각 챕터별로 현재와 과거를 연관시켜 현재 밀수라는 위법행위에 대한 면제부를 부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면제부 발행에 근거를 받고자 하는 구도가 발따사르 뽀르셀의 의도된 행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구요.
전반적으로 스페인 근현대사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작품이 주는 느낌은 천차만별처럼 다양하게 국내 독자들에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바다를 배경으로 했다면 해양소설에서 주는 방대한 스케일 같은 맛도 보이지 않고(아마도 지리적인 우매함에 그 느낌이 더욱 더 반감되지 않았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그렇다고 내러티브 전반을 휘어 잡을수있는 뾰족한 모티프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지루한 점을 떨쳐버리기도 힘드네요. 가뜩이나 어려운 이름들이 '뽀,까,따,뻬' 등으로 번역되면서 가독성과 이해성을 낮추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