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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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때이른 더위를 잊게 해준 색다른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할 때는 출판사의 기획물에서 받게 되는 선입관인 추리,스릴러,호러물계통의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시큰둥했고 그런 비슷한 류의 작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솔직히 개인적으론 그다지 관심을 갖고 읽어본 분야가 아니라 선뜻 판단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작품의 제목도 약간 특이하게 설정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멕시코를 비롯한 메소아메리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약과 그를 둘러싼 스토리가는 점에서 솔깃한 마음이 들었고 책을 들고 읽어 나가는 순간 정말 숨가쁘게 작가의 내러티브속으로 빠져 들게 되었습니다. 흥행성을 담보로 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내제되어 있어 상당히 거대한 스케일과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나가고 있는 점들이 내러티브를 강하게 끌어가고 있어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故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을 가장 먼저 떠올리만큼 스팩타클하고 스피드한 속도감으로 정말 일요일에 이 책을 손에 잡게 된다면 다음 한주가 뒤엉켜 버릴 정도로 손에서 놓기 힘든 그런 작품으로 보입니다. 뭐 특별하게 문학작품의 레벨화를 굳이 따지는 문학성이나 작품성은 솔직하게 찾아볼 수 없지만(굳이 그런 레벨화를 원하시는 독자라면 추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그런 분류를 정형화한다는 것이 아이너리하다는 생각도 강하게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헐리우드 블럭버스트영화에 컬트적인 면이 혼합되어 작품의 가독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스카페이스> 알 파치노의 냉혹하면서 인간적인 킬러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를 연상케 하는 다른 차원의 잔혹성 그리고 국가조직과 권력, 그리고 자금이 마약이라는 매게를 통해서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거대한 음모론이 삼위일체을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소재들이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마약과 이를 둘러싼 마이아집단들의 실체, 멕시코 대지진등 역사적으로 팩트적인 배경과 적절하게 믹싱되어 있어 사실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나 요소들이 영화나 다른 작품에서 벤치마킹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호 연결성들에서 작중 설정이나 내러티브의 강도를 배가 시킨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은 앞으로 문학작품이 대중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금석 같은 역활을 부여하리라 믿어 집니다. 문학성과 작품성에 비중을 둘 것이냐 아니면 비단 이러한 하이클라스적(?)인 배경이나 설정보다는 일반 대중 독자들이 정말 읽어보고 싶어하는 팁을 제때에 제공할 것이냐는 점에선 성공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또 다른 차원의 문학작품을 원하시는 독자들에겐 흥미본연에 치중에서 막상 읽고 나면 남는게 없다는 표현도 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소설이라는 작품은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내러티브 자체가 재미가 있어야 손에 책을 잡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흥미를 기본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작품 <개의 힘>은 일반 독자들을 끌어들일수 있는 흡인력이 상당하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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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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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그리스도교로 철저하게 정신적인 무장을 하면서 암흑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을 당시 저 광활한 중국 대륙의 한 귀퉁이 대초원 지대에서 목축이나 하면서 생을 근근이 이어 나갔던 유목민 부족에 불과했던 몽골은 동서양를 통틀어 가장 원대한 영토를 품에 앉았던 '원'이라는 제국을 건설하였습니다. 그들은 서양인들의 눈에 이교도를 넘어 로마시대 훈족 왕 아틸라 이래 가장 잔혹한 적으로 그야마로 그네들의 종교에 등장하는 사탄의 왕으로 비쳐졌고 중원이나 고려에게도 어마어마한 광풍을 불러 일으킨 장본이들이었고 바로 그 중심엔 몽골을 통합한 대칸인 칭기스칸(테무진)이 이었습니다. 이렇게 세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지만 흔히 세인들은 칭기스칸을 비롯한 몽골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마디즘 즉 유목민적인 자유로움등의 노스텔지아같은 향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몽골이라는 이미지는 초원을 배경으로 푸른하늘을 머리에 이고 드 넓은 대지를 바람과 함께 유유자적하는 삶, 특히 세파에 찌든 현대인들에겐 마음의 안식처 같은 그런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실은 그 노마디즘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대 자연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체 말입니다.

 

이번 작품 <조드>는 대 초원의 지배자 칭기스칸(테무진)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소설로 특히 어린 몽골을 통합하기까지의 테무진의 삶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보통 작품의 경우는 한 인물의 탄생에서 부터 생의 마감까지를 그리고 있지만 <조드>는 테무진의 삶중에서 어찌보면 가장 결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몽골 민족을 통합하는 과정까지만을 그리고 있다 것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인물에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역사소설의 관념을 깨고 인물보다는 몽골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환경(조드)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역사소설과는 사뭇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인 테무진의 스포트라이트가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테무진과 자연환경(조드)의 역활분담을 유효적절히 믹싱함으로써 내러티브의 질적, 양적 구성력이 떨어지지 않는 구도를 가지고 있어 순식간에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은 독자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에서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테무진이라는 불세출의 영웅과 조드라는 자연의 힘이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묶는다는 플롯이 대자연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상호생존의 대상으로 받아들였던 테무진과 그 이후 제국의 기틀을 마련해 가는 과정을 좀더 색다르게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의 역사소설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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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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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빠져 그의 작품을 많이 섭렵중에 있습니다. 특히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졸업>은 초창기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동안 추리스릴러 소설을 단순한 흥미본연이나 다소 엔터테이먼트적인 면으로 치우쳐 문학작품이라는 격을 떨어뜨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져왔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추리스릴러 소설도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아마도 작가의 천재적인 집필능력과 사회를 쳐다보는 시대상의 반영이랄까 여러모로 많은 잔상들을 남기는 작가여서 더욱더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마구(魔球)는 한창 프로야구개막시즌을 맞이하여 관심이 더 배가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특히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더욱더 끌리는 작품입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년작품으로 시대적 배경 역시 1960년대를 다루고 있어 지금의 추리스릴러의 기본적인 옵션사양(현란한 등장인물의 묘사와 숨가쁘게 흘러가는 내러티브의 향연에 각종 과학적 부가장치를 덧붙여 스팩타클한 무대장치를 배가 시키는 스트럭처)과는 사뭇 다른 좀더 비과학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구도로 내러티브가 진행되어 한결 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미드 C.S.I(과학수사대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과학적 추리기법이나 뷰주얼하고 자극적인 면은 볼 수 없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인간중심적이고 다소 엉성한 추리력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트럭쳐를 작가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이번 작품은 상당히 많은 인간성에 대한 잔상들을 오래토록 남겨 주는 것 같습니다.

 

포수인 기타오카의 죽음으로 전개되는 내러티브는 대부분의 독자들로 하여금 다케시를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리게 되고 심증을 굳혀 가게 되고 갑자기 도자이 전기회사의 폭발물 설치 사건이 등장하면서 왠지 양 사건이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추론을 가지게 되지만 느닷없는 다케시의 죽음으로 그동안 열심히 추론을 펼쳐나간 독자들의 상상력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사실은 이러한 트릭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내러티브의 강도를 배가시키면서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게의 추리스릴러 작품들이 이러한 구성구도로 내러티브를 몰고 가지만 왠지 구성구도가 왠만한 독자들의 눈에 들어오게 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야구쪽으로 몰아 놓고 마지막에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극적인 반전을 가하게 해서 한층 더 감흥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추리스릴러 작품보다 인간 고뇌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많이 가게 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야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하나의 공을 던지기 위해서 고뇌하는 일련의 표현들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다잉메시지로 등장하는 <마구>는 어찌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로 다가오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년 작품으로 <졸업>처럼 순수한 느낌을 맛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의 다카마 형사와 가가 교이치로가 본격적으로 형사에 뛰어들기 전의 모습에서 둘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엿 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냉철한 이성과 완벽한 추리로 무장한 우리들의 사건 해걸사 영웅의 모습보다 왠지 한쪽 구석이 빠져 있는 듯 하면서도 범인의 심정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가 한결 더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구하는 상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 다시한번 가져보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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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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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발자취이고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로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기록한 산물의 총체를 지칭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에는 시간이란 개념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게 역사를 통찰하고 고찰한다는 의미 한켠에는 시대에 대한 상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아프리카 대평원에서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하여 불을 사용하고 뗀석기와 간석기를 이용하여 수렵과 채집을 했던 선사시대에서 부터 4대문명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고대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년 모월에 발생했던 기록물들을 근거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게 당연시 되어왔고 보편타당성을 가지고 독자들 뇌리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고찰(연대기적 기술)은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 고찰의 요소를 간과하기 십상이다. 그것은 바로 시간과 같이 병존해야할 공간적인 개념인 것이다. 물론 시간적 흐름속에 공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별도로 공간적인 의미를 부각시킬수 있는 동력은 개발한다거나 부족하다. 결국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아우러서 판단해야 정확한 역사인식이 가능한 것임을 알게 해준다. 또한 역사적 기록의 산출물들에 대한 경중을 부여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제단하게 되면서 포멀과 인포멀의 경계점을 모호하게 만들어 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왕의 기록은 중차대 하지만 일반 대중의 기록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인식 즉 제도권내의 역사에 대한 믿음등이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헤이르트 마크의 <유럽사 산책>는 20세기(시간적 개념)의 유럽(공간적 개념)을 다룬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뭐 이렇게 보면 여태 출간된 유럽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독자들은 20세기 유럽사의 장을 연 알프레드 드레퓌스이 복권과 관련된 드레퓌스 사건을 필두로 제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과 파시즘의 탄생 그리고 또 다른 세계대전 이어 이데올로기의 연장인 냉전과 냉전의 붕괴로 맞이한 유럽의 통일이라는 굵직굵직한 사건과 시간의 연속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출간된 20세기 유럽사의 대부분이 드레퓌스사건의 원인과 그 전개 그리고 향후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등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각각의 사건을 분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교훈적인 사고을 심어주는 역활을 수행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엄밀히 보면 이러한 역활이 역사를 고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역사 기술은 왠지 일정한 공식속에 전개되는 사례증명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일정하게 정해진 패러다임이라는 거푸집에 의해 재생산되는 상품으로서의 역사, 쇼윈도에 전시된 항상 웃고만 있는 마네킹과 같은 역사, 이미 그 수명을 다하여 폐기처분된 그런 역사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유럽사 산책>는 그동안 우리가 수 없이 접해왔던 기존의 거대하고 웅장한 패러다임(포멀하고 제도권내에서 적극적으로 수용된 형식)속이 역사가 아닌 20세기 유럽의 시작을 파리 국제박람회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앙드레 지드의 목소리에서 세기의 발견을 시작하는 상당히 유니크하게 독자들에게 역사를 받아들이게 하는 저작이다. 언론종사인으로 저자는 20세기 유럽사를 거대한 담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술한 것이 아니라 당시대를 온전하게 겪어던 개개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술하고 있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가미하고 있는 민중사(각 개인의 합)라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역사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왠지 서술의 기법이나 방식등이 역사서 보다는 신변잡기를 다루고 있는 유사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대중의 시각을 절묘하게 연결하여 또 다른 시각의 유럽사를 보게 한다. 저자가 1년에 걸쳐 유럽전역을 돌면서 인터뷰하고 현장을 재 조명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산책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게 된다면 한결 자자의 의도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이 책이 표방하는 전반적인 의미가 가볍게만 느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사건중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위주의 역사기술에는 공적인 영역과 그 영역을 판단하기 위한 시도로 점철되어 왔지만 이번 <유럽사산책>는 과감하게 이러한 공적영역을 걷어내고 일반 대중속으로 융해해버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것이다. 가난뱅이 짚시가 내뱉는 한마디가 역사와 역사기술에 있어 무슨 대수가 있을까라는 생각 보다는 바로 이러한 사유들이 모인 것이 진정한 역사와 그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이다는 것을 보여는 주는 의미있는 사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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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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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드러 부쩍 디스토피아장르 소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젊은 작가에서 부터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나이 먹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미국,캐나다,일본작가들 전반에 이르듯 광범위하게 다뤄지고 있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세말에서 20세기초 까지만 하더라도 유토피아장르가 대세를 이루었다면 산업혁명의 절정기를 지나 디지털혁명기에 접어든 20세말에서 21세기는 희망섞인 미래보다는 암울한 미래상에 대해서 작가들이나 독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을 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자는 의미의 발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고게 한다. 여하튼 불확실성이 극도로 증폭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디스토피아장르의 작품들은 단순한 흥미위주의 가십거리가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소설속의 스토리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독자들에게 다소 알려지지 않은 줄리애나 배곳의 <퓨어>는 전형적인 스트럭쳐를 갖춘 디스토피아장르의 작품이지만 대게의 디스토피아장르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비슷비슷한 플롯을 상호 공유하도 있기도 하다. 이번 작품인 <퓨어>역시 핵전쟁을 지칭하는 대폭발을 시발점으로 삼아 '돔'과 '돔' 밖의 삶을 대립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홍수>에서 홍수라는 대폭발,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에서 세균폭발, 아사노 이츠고의<무한도시no.6>에서 핵전쟁등 일대의 사건을 시작하는 시점이 앞선 세대와 선을 긋는 단절적인 시발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퓨어>에서의 '돔'이라는 존재는 <홍수>에서 선택받은 이들의 보호처는 건강현인단지 <무한도시 no.6> 나 <스타터스>에서 특별자치보호구역과 일맥상통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등장하게 된다. 또한 세균폭발로 살아 남은 아이들을 지칭하는 스타터라는 개념과 '돔'에서 선택받은 융합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퓨어라는 개념은 상호 모순적인 현상을 표현하는듯 하지만 실상 아주 유사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 계통의 작품을 대하면서 많은 유사점과 더불어 약간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퓨어>에서 대폭발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재앙이자 종말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이면엔 새로운 시작 즉 다른 순수한 탄생을 의미한다는 차원(지적설례론이나 창조론적 견지에서 다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에서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의 스타터와 <퓨어>는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순수한 탄생의 시작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인위적인 리모델링으로 시작하지만 또 다른 자연선택의 발휘로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그래서 비슷비슷한 플롯을 가지면서도 이번 작품만의 유니크한 묘미는 이러한 유사상충된 구도를 바탕으로 내러티브의 현실성을 높여 주는 역활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듯이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은 블록버스트 영화를 보는 듯한 장대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내러티브의 스피드에서 부터 스트럭쳐의 짜임새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창작성등 다양한 뷰주얼을 보여줌으로써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상당한 반향을 불러 오리라 보여진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합성인 구루피, 인간과 물체가 융합된 더스트, 인간과 동물의 융합인 비스트등 화려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를 120%만끽할만한 눈요기 꺼리가 산재하고 있어 스팩타컬 블록버스트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보인다. 여기에 내러티브 자체가 전형적인 대립구도와 탄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효과를 배가 시킬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인 감흥이 일시적으로 스쳐가는 지나간 영상에 그치지 않고 작품 전반에 걸쳐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는 오버랩으로 남을 만큼 묘한 인간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묘미을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퓨어>는 플롯자체의 한계성으로 기존에 출간된 디스토피아장르의 작품들과 소재의 유사성과 더불어 많은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작중 잉거십이 정의한 순수라는 개념 자체가 섬뜩하리 만큼 나치즘의 논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왜곡된 인종우월주의, 민족주의(나아가 인간 지상주의),이기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대폭발이후 변형되고 기형화된 그루피,더스트,비스트,퓨어(돔이란 특수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지엽적인 존재라는 점에서)들 삶을 통해서 대폭발을 야기한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이면과 이를 극복하고 적응하며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순수의 의미를 체득하게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새로운 희망의 단초로 만들어가는 작가의 천재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그래서 후속편이 더 기대되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할아버지 역에는 모건 프리먼, 패트리지 아버지역에 게리 올드만 이라는 식의 연상을 하면서 읽는다면 한층 독자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리라 여겨 진다.

 

전반적으로 '백조의 아내'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화 같은 프레임이 뷰주얼만을 강조한 SF적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소지를 방지해 주고 있어 멋있는 앙상블을 연출하고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여하튼 모든 곁가지 같은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이 작품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교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독자들 뇌리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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