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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의 사도세자 이맹희
이용우 지음 / 평민사 / 2012년 5월
평점 :
제가 80년대 후반에 대학에 입학할때 까지 삼성,현대,럭키,금성등의 국내 제벌에 대한 이미지는 만화가 박봉성 선생의 기업만화 영향인지 몰라도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고 물론 당시 부모세대나 알려진 정보에 의거한 속 좁은 판단으론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 이들 제벌에 대한 진실을 하나 둘 씩 알아가면서 왠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던 기억들이 강하게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매판자본의 대표적인 선구자였던 삼성에 대한 판단은 지금까지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라는 책은 서평을 올리기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책으로 다가오네요. 물론 책을 읽어가는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는 근래들어 가장 불편한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서평이라는 자체가 개인의 느낌이나 편견 혹은 기본적인 성향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가지게 마련이라는 점을 우선 밝혀 둡니다. 괜히 곡해의 소지가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과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뭐 이렇게 말한다고 어마어마한 느낌을 피력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우선 저자는 삼성가의 적장자인 이맹희씨와 현 오너인 이건희씨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삼성가의 권력승계과정의 내막을 밝혀 피해자라면 피해자인 이맹희씨측의 진실과 세간의 오해를 풀어 가는 과정를 집중적으로 부각하여 집필하고 있습니다. 저자와 이맹희씨와의 개인적인 친분인지 아니면 그동안 이맹희씨가 받아왔던 세간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던지간에 그리고 이병철에서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권력승계 과정을 마치 조선조 영조시대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던지 사도세자 운운하면서 이맹희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이맹희는 사도세자로 한동안 그룹경영에 이바지했고 현재 삼성의 틀을 잡은 장자를 내친 냉험한 아버지 이병철은 영조등으로 묘사함으로서 이맹희씨에 대한 자연스러운 안타까움을 끌어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도 뭐 다 좋고 그렇다고 생각합시다. 좀더 비약해서 사도세자를 안타까워하는 마음만큼이나 이맹희도 그렇다고 인정해 보더라도 삼성이 성장해오는 과정을 그리는 과정은 정도를 넘어서지 않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등 암울한 현대사에 터졌던 사건들을 마치 권력의 희생양으로만 묘사하고 있는 점은 어불성설로 밖에는 비쳐지지 않습니다. 마치 이는 정경유착의 피해자인양 비쳐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뒤부분에 이병철 즉 삼성가의 경영철학을 인의예지신중에서 信을 가장 중요시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권에 협조했지만 혼자 독박을 쓸만큼이나 新 新 新 을 강조한 경영철학의 진수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뭐 국보급문화재의 보유과정도 이와 흡사한 논리를 펼치고 있어 간송 같은 인물로 묘사하고 있고 이병철가를 시문과 성리학에 달통한 학자풍의 가문으로 묘사하는등 많은 점에서 한쪽면만을 바라보고 그렇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가관은 삼성가의 적서관계를 논하면서 한민족의 정신적인 틀인 단군을 서얼의 자손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천재 환인의 서자 환웅에서 서자를 서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서자는 서얼이 아니라 장자가 아닌 아들이라는 점을 모르는것 같습니다. 민족의 첫 출발이 서얼의 태생이었다는 점 이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노론계열의 식민사학자들과 한중록등에 의해서 사도세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인식이 팽배에 있는데 어디 사도세자에 비견할 생각을 가졌는지도 의문스럽구요.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도 자칫 잘못하면 삼성의 이미지를 상당히 곡해할 수 있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삼성에 대한 그 어떠한 악감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굳이 이러한 책으로 인해 그동안 삼성이 쌓아왔던 인재육성 글로벌 경영등 긍정적인 이미지에 흠을 입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책을 읽으면서 다시하번 느끼는 바이지만 재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직도 미비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물론 장점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점을 전부다 무시할 수 는 없지만 이번 처럼 마치 시대와 권력에 희생양인 것 같은 표현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서평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책들로 인해 삼성을 포함한 대한민국 재벌들의 실상에 대해서 공론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에서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