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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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유명 작가의 처녀작을 접한다는건 약간의 설레임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설레임이 앞서기 마련이죠.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는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으로 이번에야 국내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하마평과 함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겠습니까(그 동안 오르한 파묵의 매니아들이나 난생 처음 오르한 파묵을 접하는 독자들 모두 다 처녀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두갈래의 극명한 반응이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한쪽은 이미 파묵의 작품세계를 경험했던 측의 반응일 것이고 또 다른 측은 처음으로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층이겠죠. 그래서 솔직한 심정은 약간의 우려감도 드네요. 이미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아~~ 역시 파묵답다' 라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고 처음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뭐야~~ 기대만큼 별 것 없는데' 라는 상반된 느낌을 줄 수 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동안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입장으로 이번 <제브데트씨와 아들들> 의 느낌을 말해보겠습니다. 뭐 항상 파묵의 작품을 접할때 마다 가지는 느낌중에 하나인데요, 좀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얼마전에 읽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라는 작품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굳이 제노사이드말고도 이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 제노사이드는 상당히 빠른속도로 읽었갔습니다. 워낙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짙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결말을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에 속도가 났던 것이지만 파묵의 작품은 이와는 사뭇 다르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결말이 그러니까 책을 읽는 동안 언제가는 들어나겠지만(그리고 그 결말 또한 그리 파토스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왠지 하루라도 늦게 알고 싶은 심정에 속도가 더디게 흘러가고 그런 더딘 시간만큼 그의 작품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위안(그러니까 작품을 대하는 내내 어디쯤에서 한번의 극적인 반전이 올까 내지는 결말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그저 작가가 서술에 나가는 방식대로 읽어간다는 말이 맞을것 같네요. 물론 개인적으로 봐서 파묵의 작품에서 극적인 반전이나 결말을 기대하기란 힘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게 없습니다. 고작 <내 이름은 빨강>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여타 다른 작가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묵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이유가 바로 그런 위안이 아닐까라는 생각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을 받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파묵의 작품 세계이고 그의 작품에 끌리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故박경리선생의 <토지>를 연상케 하는 한 가족의 가족사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전개해나가는 방식의 작품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사소설와 개인사를 동시에 혼합한 구조의 대하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토지> 와는 다른 구조를 보이는 것은 크게 30년 단위를 주기로 칼로 무를 자르듯이 토막내서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바로 요런 스트럭처가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터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뭐 전공자 내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 해당되니 그리 걱정할필요도 없지만요) 인터넷포탈 싸이트의 터키역사를 PC창에 띄어놓고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 프롤로그에 이어 2부초반에서 다소 벙찐 느낌(30년이라는 세월에 대한 일체의 서비스가 없다보니 다소 혼란스럽네요)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내러티브를 쫒아가는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도 파묵의 전략적인 부분일 것이고 비록 비터키인 아니더라도 충분한 이해가 될 정도로 제브데트씨 일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동양화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 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한 만약 65년이라는 세월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의 구조를 채택했다면 아마도 작품의 매력이 한참은 반감되지 않았을까라는 느낌도 드네요.

 

이러한 공백은 다양하게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1부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독자들의 약간의 관심도 과감하게 저버리고 바로 30년이라느 세월을 훌쩍 넘겨버린다. 그 과정에서 제브데트는 과연 결혼했을까? 결혼했다면 파샤의 딸인 니갼과 했을까(사실 이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독자들을 자극하죠. 왜냐하면 프롤로그에서 은근히 형의 여인인 '마리' 의 등장이 애사롭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2부에서 '귈레르' 역시 레피크와 연관성이 비슷한 뉘양스를 비치고 있죠. 근데 이 역시 파묵의 작품답게 이런 상상들 그저 독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오스만제국의 붕괴 과정을 포함한 일련의 역사적 변혁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물론 누스레트, 푸아트의 생각으로 그렇게 진행될 것라는 뉘양스를 주고 있기는 하죠) 하여튼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시적인 한 가족의 가족사와 보다 거시적인 국가민족의 근현대사를 접목시켜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터키의 지정학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죠. 동서양 가치관의 혼돈과 발전이라는 패러다임과 국가민족중심의 패러다임의 충돌이 개인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들(향후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은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와 유사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들 또한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끌리는 내러티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부에서 거론된 '국가' 의 존재와 역활부분은 우리의 1960-70년대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 깊은 사유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묵은 가족사을 통해서 터키의 근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과 그 정점에 서 있었던 지식인들의 고뇌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어 무게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대놓고 어필하는 방식이 아닌 각 개인들의 심리묘사에 녹여 놓아서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부분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눈여겨 볼 만한 장면도 여럿 있네요 '카다이프', '돌마' ,'뵈렉' ,'라크'(라크는 정말 한잔 먹어보고싶네요)등 터키 전통음식과 술들이 줄줄이 등장하죠 뭐 이런 기회니까 다른 세상의 음식도 한번 맛간을 통해서 구경할 수 있고 하여튼 구미를 당긴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셰의 약혼식 장면은 마치 8mm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담는 듯한 묘사가 일품입니다.(존 맥그리거의 선명하고 상세한 CCTV HD 중계와는 사뭇 맛이 다르지만 오히려 구식 비디오의 영상이 더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가족사와 근현대사의 경계선에서 묘한 유사성과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가벼움(개인가족사)과 무거움(국가역사)이 교차하면서 향후 파묵의 작품에 근간이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그리 이질적이 않는 것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아왔던 이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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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소현세자 시강원 지음, 정하영 외 옮김, 이강로 감수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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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를 상고해보면 다 아시다시피 두번의 반정(뭐 서인들하고 인조의 입장에서야 반정인 것이고 당한 사람입장에서야 엄밀히 말하면 쿠데타겠지만요)이 있어죠. 한번은 연산군을 몰아내고 옥좌에 앉은 중종 그리고 뒤를 이어 광해를 몰아내고 깃발을 꽂은 인조가 있었습니다. 중종이야 후대인들이 알다시피 상당히 운좋은 사나이였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옹립되면서 왕에 자리에 올랐지만 인조의 경우는 중종과는 사뭇 다른 행태를 띠고 있습니다. 연산군이야 폭정(뭐 이에 대한 평가도 사실은 분분하지만요 대체적으로 연산군이 좀 심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을 거듭하면서 사실 대내외적으로 반정의 명분이 충분히 갖추고 있어지만 인조의 경우는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죠. 그래서 말도 안되는 숭명배청, 패모살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몸소 반정에 앞장서서 옥좌에 앉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말이 많은 역사적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그 결정적인 key는 양대호란을 겪으면서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례' 라는 치욕을 겪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선사에서 임금이 자기 앞마당을 뛰쳐나간 경우가 인조말고 임진왜란때 선조가 있었죠. 그래도 선조는 줄행랑은 쳤어도 인조처럼 대놓고 항복하진 않았죠(뭐 둘다 오십보백보이긴 마찬가지지만요) 그래서 후대인들에게 더욱더 무능한 임금으로 낙인찍였던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인조라는 군주가 최악의 군주로 손에 꼽히는 것은 아들(소현세자)와 권력다툼(말이 권력다툼이지 사실상 일방적인 의심의 발로였죠)을 하면서 죽음(다들 아시겠지만 독사설이 거의 맞을듯 합니다)으로 몰아갔다는 점이 더 그의 평가를 최악으로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임진왜란으로 회복되기전에 다시 맞은 호란은 그야말로 조선이라는 배를 거의 수장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민심의 이반 그리고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을 볼모로 머나먼 이국땅으로 보내는 대의명분의 추락을 가져왔던 것이었습니다.

 

<심양장계> 는 바로 병자호란이후 심양으로 볼모살이하는 소현세자를 비롯한 봉림대군(훗날 효종)등의 살아있는 기록물입니다. 특히 세자 시강원의 관원들이 심양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장계형식으로 조선 본국의 승정원에 보고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진귀한 역사적 자료입니다. 이미 '조선왕조실록' 을 통해서 기록문화의 진수를 보여준 이들이기에 세자가 있는 심양에서 조선조정에 올리는 보고서는 그야말로 세세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날 있었던 거의 모든 일을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심양 분조(뭐 분조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실상 對청의 외교적인 활동을 주관했다는 점에서 크게 틀린표현은 아니라고 보여져서 전 분조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의 활동사항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자일행이 영구 귀국하기 마지막 1년분의 기록만 없을 뿐이지 볼모로 가 있는 전기간에 걸쳐 심양생활의 모든 모습을 엿볼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

 

<심양장계> 는 이처럼 기록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당시 청나라와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부딛쳤던 사안들(주로 병력의 지원, 병참의 지원, 전쟁통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의 환속문제등), 그리고 당신 조선과 청의 정관계에 있었던 인물들의 상세 명세, 전란이후 청과 조선의 역학구도와 조선의 경제상태등 많은 부분에서 당시대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열거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양장계> 가 돋보이는 이유는 조선시대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볼모생활을 하면서 심양분조를 이끌어었던 소현세자 사단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은 아무래도 군주 위주로 작성되었기에 세자시절(혹은 후계자 시절)에 대한 기록은 적을 수 밖에 없지만 심양장계의 경우 거의 군주에 준하는 수준으로 그 동태를 작성하고 있기에 실록에 배제되었던 소현세자에 대한 이미지를 반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뭐 역사에 가정이 있을수 없지만 만약에 소현이 그대로 왕위를 승계했다면 조선 역사상 통들어 가장 많은 족적을 남기는 군주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드네요(물론 소현이 왕위계승을 했다면 조선의 정책과 외교등 국가전반에 걸쳐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겠지만 단순하게 기록물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의미는 상당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양장계에는 역관 정명수에 대한 힐난이 많이 보입니다. 조국을 배신하고 청나라에 붙어 각종 이권과 내정간섭에 일등공신을 하는 정아무개에 대해 다들 분개하고 있는 내용이 자주 보입니다. 뭐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만고의 역적이지만 어디까지는 이런 시각은 인조를 비롯한 쿠테타세력의 시각이지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일반 백성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속이 후련한 배신행위이지 않을까라는 씁쓸한 생각도 들게 합니다. 또한 심양분조에 활당되는 민생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직접 농업과 상업에 손을 대야만 했던 점들이 짠하게 다가옵니다(이런 와중에서도 인조는 정말 배부르고 등따시게 지냅니다) 특히 소현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이왕 하는일 시강원 관리들과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농경기법에 대해서 논의 하는 장면들은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러한 볼모생활이 오히려 귀국후 자신의 목줄을 조여올줄은 꿈에도 몰랐을테니까요... 또한 심양장계는 공식적인 기록이자 소현세자 개인의 사생활 역시 어느 정도 담고 있어 어름짐작이지만 당시의 소현을 재구성해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밑의 동생인 봉림대군(훗날 효종)의 귀국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 부부인까지 대동하게 하는 노력(비록 자신은 홀몸으로 조선을 다녀왔지만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훗날 봉림은 철저하게 세자빈 강씨의 애타는 손길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권력은 무섭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원손인 석철과의 이별 장면, 주전화와 주화파의 거두였던 김상헌과 최명길의 구제를 위한 다방면에 걸친 로비, 심양분조 인원을 감축하여 본국으로 송환하고 청국에 잡혀온 이들을 차출하여 관소인원으로 충당키 위한 조치(워낙 환속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큰 관계로 부득불 편법을 동원하게 됩니다)등 분조정부 차원을 떠나서 개인 자격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국땅에서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는 현실에서 조선의 세자라는 직분을 십분발휘한 상태였습니다.

 

<심양장계> 는 인조조에 발생했던 양대호란이후(특히 병자호란)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실록상의 공식적인 분위기였던 반청 내지는 북벌의 고상한 이미지 보다는 얼마나 청나라에 굴복했는지 그 실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선본토의 분위기는 심양분조와는 사뭇 달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 현실적인 판단이었고 실상의 모습은 공물의 숫자 하나에까지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노심초사한 모습등에서 볼 수 있듯이 냉혹한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일국의 세자가 직접 챙겨야만 넘어갈 수 있었던 외교적 마찰, 공물에 대한 검수, 군수지원 독촉압력, 포로해방, 본토 정책 변명(사실 장계를 보노라면 은근히 슬쩍 본국이나 심양분조의 관리들이 소현세자가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읽을 수 있습니다)등 그야말로 수치란 수치는 다 겪으면서 나름 슬기롭게 대처하는 심양분조의 활약상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소현세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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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브 연락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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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특이한 형식과 내용의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특히 이 작가의 전작 두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더욱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문학장르상 SF계열의 작품인 것 같기도 하고 팩션이 강한 역사소설류 같기도 하면서 인간의 심리나 사회풍자를 다룬 유머러스한 풍자물 같기도 하니 딱히 '이거다' 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작품입니다. 특히나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질주하던 바로 그곳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직전에 앞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왠지 에스파니아문학 치고는 낯설지 않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민족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에 버금갈 정도로 향토성이 짙은 스페인 문학의 대표주자인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 가 묘한 경계선을 왔다 갔다는 하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멘도사의 전작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번 작품 역시 친숙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이네요. 스페인 그중에서도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다지 낯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들이라도 내러티브 자체가 멘도사의 전작에 비해서 상당히 가볍고 짧아서 스페인 근대사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번 작품은 설정자체가 상당히 유머러스 하네요(공상과학소설로 분류한다면 더욱 더 코믹한 설정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러니까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최되기전에 머나 먼 우주에서 지구 탐사를 위해서 온 고등생명체중 하나(구르브)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입니다. 뭐 단순하게 생각해서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거란 선입관이 뇌리를 스쳐가지만 이래서야 어디 멘도사의 작품이라고 할까요^^ 멘도사는 이러한 시츄에이션에 상당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몇가지 소스를 뿌려서 상당히 의미 깊은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소스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의 고향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한 없이 애정입니다. 존 맥그리거 빰을 칠 정도 세밀하게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인접지방의 명소와 음식점 그리고 향토 음식을 CCTV에 담아내듯이 소개하고 있고, 바르셀로나 지역 특유의 문화 내지는 사회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교통문제, 노인문제등 현재 바르셀로나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포함하여)에서 작품의 맛을 더했고, 또 다른 소스는 올림픽을 앞둔 경제 특수로 인해 과소비 현상, 흥청망청한 경제관등을 그리 좋지 않는 시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작인 <경이로운 도시> 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 경제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현 주소를 일깨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자는 부자와 빈자에 대한 멘도사의 시각에서 절정을 이루면서 바르셀로나가 안고 있는 사회모순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풍자나 비판을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바르셀로나의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세계인들로 하여금 스스럼없이 빠져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작품의 가장 주된 소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이런 점에서 멘도사의 바르셀로나 사랑은 대단하다는 생각 지울 수 없네요.

 

이러한 소스들로 인해 SF물의 성격은 온데 간데 없어 지고 맙니다. 특히 지구탐사를 온 외계인의 사고방식 자체가 묘하게 흘러가는데요. 마치 지구인 특히 바르셀로나 지역민에 동화되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외계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설정자체가 멘도사의 트릭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누구나 바르셀로나에 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라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는 그런 암시이지 않을까 싶네요(작중 샌프란시코로 밀항하려던 중국인 바르셀로나에 와서 눌러앉게 되는 사연등을 유추해 보면 더욱더 그런 암시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튼 점점 더 지구인 아니 바르셀로나 사람으로 바꿔가는 이방인의 눈을 통해서 바로보는 바로셀로나는 어쩌면 가장 객관적인 모습의 바르셀로나가 아닌가 싶네요.(물론 의연중에는 바르셀로나만한 곳이 없다라는 뉘양스가 자신이 뿌려놓은 소스에 상당히 진하게 가미되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죠) 멘도사는 "바르셀로나와 결혼을 했다", "생식적인 관계이다" 등으로 자신의 애정을 꺼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만큼 자신의 고향에 대해한 애착이 듬뿍 묻어난 작품은 없으리라 여겨지네요. 아마도 그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멘도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설정이라 여겨집니다.    

 

전반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사볼타 사건의 진실>, <경이로운 도시> 과 비교 한다면 상당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이라는 볼거리를 등장(외계인의 설정외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등장인물의 해학적인 모습, 실존하는 명소, 축구팀, 토속적인 음식등)시켜 내러티브 자체를 상당히 부드럽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왠지 외도의 냄새(기존의 두 작품에 비하면)도 풍기지만 막상 작품이 표출하는 의도는 역시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네요. 다시한번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바르셀로나와 멘도사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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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브 연락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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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바라본 바로셀로나 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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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말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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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절묘한 도올의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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