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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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12년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었고 그 주인공으로 인해 중국대륙(이 사람이 원래 오바하는 기질은 있지만 그래도 부럽긴 하네요)은 환호에 빠졌습니다. 물론 2000년 가오싱젠이 수상을 하였으나 정치적 망명을 한 결과 정작 자신의 고향에선 금서로 낙인찍혀 외면 당했지만 이번 수상자 모옌의 경우는 오리지널 중국 작가라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것 같습니다. 혹자는 노벨상이 대륙적 분배 차원 내지는 정치적 논리를 무시할 수 없어 순환 수상으로 당초의 취지에 맞지 않게 변색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면하게 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구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의 <개구리> 를 대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는 생각이 더 들구요. 그만큼 모옌의 작품세계는 세계인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큼 내면의 깊이가 강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비단 <개구리> 라는 한 작품을 읽고 전부를 제단할 수 없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격언처럼 미루어 짐작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모옌의 <개구리> 우선 작품 제목만 봐도 갸웃뚱 해지면서 왠지 그로데스크한 느낌(특히 표지에 그려져 있는 개구리의 쫙벌린 사지의 모습과 검은색이라는 점이 특히 그런 느낌이 주네요)을 강하게 줍니다. 이렇듯 표지나 제목에서부터 드는 느낌이 작품속으로 들어가보면 상당히 미묘하게 작용을 하는것 같더라구요. 우선 작품의 소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중국 대륙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 과 이를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던 완신(고모) 그리고 그러한 중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편을 풀어가는 커더우(이 이름도 재미있죠 '올챙이' 라는 뜻이니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 자신으로 봐야겠죠)을 통해 내러티브의 전반에 상당한 요인들이 숨겨져 있고 각각 흩어져 있는 사조나 담론들이 상당히 정치적 뉘양스를 띠는 무거운 요소(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국가정책에 대해서 대놓고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점등에서요) 이지만 모옌은 아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간문과 희곡을 혼합한 작품 스트럭쳐가 묘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산아제한 정책을 고발하는 듯 하면서도 정작 고발자 자신은 쏙 빠져나가 전지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느낌과 아예 독자들에게 그 판단을 넘겨 버린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구성이나 느낌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오히려 독자들의 심금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노벨상감이라는 생각 절로 드네요

 

글쎄 아주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작품은 뭐랄까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한때 둘도 많다 하나낳아 잘 기르자,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부럽지 않다라는 섬뜩하리 만큼 강력한 표어가 버젓이 거리를 도배했고 대한뉴스를 통해서 인구정책을 홍보했으며 다양한 세제로 불이익을 가했고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훈련을 면제해주는 중국에 못지 않게 난세스적인 행동을 해왔다는 측면에서 <개구리> 가 묘사하고 있는 내용은 상당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동북아시권에서 유교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공감대가 이번 작품을 읽어 나가는데 수긍과 안타까움 그리고 국가에 대한 분노 혹은 좌절 내지는 체념등 많은 면에서 충분하게 국내 독자들을 설득시킬 것으로 보여집니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것 없다라는 말은 잊어도 될성싶을 정도로 <개구리> 는 스트럭쳐면에서나 내러티브의 짜임새,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참 이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소공의 '마교사전' 만큼이나 등장인물 개개인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압권입니다. 적절한 속어와 비어등을 썩어 가벼운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묘사들이 우리 삶을 오히려 더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수긍이 갑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도 있구요)등 거의 모든 면에서 괜찮은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커더우의 친구인 리서우가 말했던 "그게 바로 문명사회거든,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 연극배우, 영화배우, 탤런트, 만담가야 사람들 모두 가 연극을 하고 있잖아 사회가 결국 거대한 무대 아니겠어? 갑작스러운 일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은 조용히 앉아 변화를 지켜보고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거야" 대사가 작가인 모옌이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전반적으로 중국문학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타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보다는 솔직히 쉽게 아니 아주 편안하게 다가왔고 가슴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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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특권 - 행복하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숀 아처 지음, 박세연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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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중반을 넘어서고 나니 '人生 의 목표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동안 삶을 살면서 입신양명(사회적/경제적으로 우뚝선 위치에 오르는 것으로 변질되었지만요)을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바쳤다는 생각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서 아무 생각없이 앞만 보고 가고 있다는 생각, 한번쯤은 들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천명도 이르기 전에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 하루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촉박감마저 밀려오니 이래저래 무리수를 두게 되고 목표는 목표대로 멀어져 가는것만 같이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명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삶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행복" 이라는 것이겠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태어났고 또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즉 삶과 행복은 어떻게 보면 동일 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또한 행복이라는 개념을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행복의 특권> 은 독자들에게 행복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체계화시켜 주는 것 같네요.

 

<행복의 특권> 은 흔히들 우리가 입에 올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면 그 댓가로 행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라는 공식화된 논리에 대한 생각들을 흔들어놓고 있는 책입니다. 하바드대에서 10년 연속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하면서 행복과 심리학적 문제를 연구한 숀 아처의 행복한 강의를 묶어 행복과 성공이라는 두 잣대와 그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는 심리학 저서입니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어른들로 부터 행복할려면 열심히 노력에서 성공해라라는 소리를 무수히 듣고 자라왔고 지금도 우리 자녀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즉 '성공해야지 행복해진다' 라는 명제가 아인슈타인의 열역하학 법칙과 동일시 되는 인생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는게 문제죠. 사회에서 어느정도 앞의 필요충분조건인 성공이라는 팩트가 성립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 결과물인 행복의 지수를 측정(물론 정량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요)해 보면 이 공식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치를 통해서 행복이 성공의 결과물이 아니라 성공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는 관점에서 행복과 성공의 관계에 주목했고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책은 행복의 특권, 지렛대 원리, 긍정 테트리스 효과, 넘어졌다 일어서기, 조로의 원, 20초 법칙, 사회적 관계 라는 7가지 대원칙을 세부 항목별로 사례와 과학적 검증(방대한 데이타 및 뇌과학등) 그리고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서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그동안 막연하게 감정적인 영역에서 바라보았던 행복을 좀더 정량화하고 추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내려 보편화 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논거하는 다양한 이론과 용어들 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안 결과물로만 생각했던 행복이라는 팩트가 실상은 전제조건이고 동기부여조건이라는 점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팩트 그 자체는 어떻게 접근하는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3부에서 바로 행복이라는 감정은 물결효과처럼 상대방에서 전달되고 그러한 긍정적인 에너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줍니다. 왜 불안하고 짜증만 부리는 사람옆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항상 미소짓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힘이 넘쳐나는 경험들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바로 행복이라는 감정도 바이러스처럼 상대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리우면서 '아하'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더라구요. 그 만큼 그 동안 행복과 성공 그리고 인생에 대한 생각에 오류가 많았던 것이고 결과물를 획득하려고만 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생각을 형이하학적으로 구체화시켤 볼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작업에 숀 아처의 <행복의 특권>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요 당장 실천에 옮겨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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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클럽 1
매튜 펄 지음, 이미정.장은수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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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펄의 <단테 클럽> 은 19세기중엽 미국내에서 단테의 <신곡> 을 간행하는 중에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스턴시내가 공포 분위기로 휩쓸려 가고 단테 연구가들인 롱펠로, 홈스, 로웰, 필즈등 소위 단테 클럽 회원들은 이 살인사건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단테의 신곡을 그대로 본따 자행하는 행위임을 알게되고 이를 단초로 범인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추리스리럴 작품입니다. 여기에 그냥 단순하게 추리스릴러 계통으로 흐를수 있는 내러티브에다 에이브러햄 링퀀의 노예해방선언 그리고 이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남북전쟁의 여파등 역사적 사건과 흐름을 접목시키므로서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좀더 매력적인 장르로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역사적인 팩트에 좀더 무게감을 살리고자 생존했던 역사적 인물들을 상당히 많이 포진시켰고 사건의 해결사인 단테클럽 회원들 역시 실존 인물들로 인물묘사에 이르기 까지 상당한 고증을 걸쳤다고 하네요. 특히나 이탈리어 강사인 바키의 경우 작품의 시대적 배경전에 사망한 인물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독자들의 눈을 헷갈리게 하는 역활을 하면서 팩트와 픽션을 넘나들게 됩니다.

 

<단테 클럽> 는 분명 팩션이지만 등장 인물들의 신빙성 그리고 인물들의 심리묘사나 행동거지등이 팩트적인 요소가 강하다 보니 마치 실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오게 하네요. 그리고 작가는 남북전쟁이후 미국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전쟁의 후유증과 미국 엘리트집단내에 자리잡고 있는 보수주의적인 경향을 <신곡> 과 절묘하게 배합하여 당시 시대적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겉으로 보이는 미국의 화려한 발전상 이면엔 극심한 인종의 차별, 이민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프로테스탄트교의 비뚤어진 교의와 소수 엘리트 집단의 행보등 아메리카 성장사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역사추리물을 넘어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팁으로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단테의 <신곡> 을 한번 펼쳐보는 기회가 된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 읽어봐야할 고전중에 고전이지만 운문으로 쓰여진 <신곡> 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저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한계가 있어 몇페이만 넘기고 대충 삽화만 보다가 접었던 책이었더는데 이번 <단테 클럽> 을 읽으면서 다시 돌아보는 <신곡> 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신곡> 에서 말하는 콘트라파소의 형태인 중립주의자, 성직매매자, 분열주의자, 배반자등과 관련된 형별과 그 사유에 대한 얄팍하나마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반적으로 내러티브의 진행 속도나 그 속도감에 발맞추어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시대적 배경등이 잘맞아 떨어져 다소 방대한 분량이지만 무리없이 읽혀 나갑니다. 단지 너무나 많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하고 이 인물들에 대한 주석을 병행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약간의 감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물론 작가는 팩트적인 요소를 띄울려고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고 상당부분에서 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이지만 뭐 단테 클럽의 주 멤버들만 기억하고 넘어가더라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이네요. 무엇보다 화려하게만 알았던 미국사 역시 숱한 음영이 드리웠던 점철의 역사라는 사실, 그 와중에 단테 클럽의 멤버들 처럼 열린 패러다임을 추구했던 인물들이 이었기에 지금의 미국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구요. 모처럼 팩트와 픽션의 세계를 넘나느든 대작을 만나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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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의 선택
짐 콜린스 & 모튼 한센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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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경영관련 서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유럽發 금융위기등 글로벌하게 경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서점가에 각양각색의 경제/경영관련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었고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이런 류의 서적들도 오랫만에 빛을 보는 것 같네요. 하지만 막상 경영관련 서적을 뒤져보면 거의가 일맥상통하게 비슷한 논조로 경기의 흐름을 과거와 비교하여 예측하는 수준의 논거들이 많을 뿐 정작 경영(그 규모나 업종의 크기와 종류에 상관없이 그리고 경영을 떠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인생설계를 하는 이들 모두)에 피부를 느낄만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서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드문 것 역시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짐 콜린스 공저의 <위대한 기업의 선택> 는 눈여겨볼 만한 기회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무엇보다 현실성 있는 팩트와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어 의사결정(의사결정의 강도나 위치에 무관하게)에 관여 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으로 짐 콜린스의 저서가 다 한번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이번 책 역시  더 기대됩니다.

 

<위대한 기업의 선택> 은 어찌보면 아주 단순한 사실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제시한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대륙 탐험기에서 어쩌면 이번 저서의 모든 논조가 담겨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인물과 안타까움의 대상인 두 리더(기업으로 환원하자면 최고경영자를 지칭하겠죠)의 행보가 한 기업을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리느냐 아니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하느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애플(물론 이 책에선 스티브 잡스가 귀환하기 전의 데이타로 연구했기에 루저에 속해있긴 합니다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급성장 즉 세계적으로 성공했다는 기업을 논할때 뭔가 특별한 그러니까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전략(기업문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 시류의 판단등 기업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포함해서)이 있을거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이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봐야 하겠죠. 하지만 아문센과 스콧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이러한 생각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리스크를 헷지하는 방안으로 아마추어 수준에서도 포토폴리오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원리속에 함정이 있죠. 유효 적절한 포토폴로오 기법으로 리스크를 전부다 커버링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리스크라는 팩트는 100% 헤지될 수 없는 존재라는 거죠. 결국 이 말은 모든 팩트들이 동일한 선상과 같은 상황속에 존재하는 것일뿐 그것을 0.1%-100% 범위내에서 어떻게 줄여나가야 하는가는 결국 상황을 헤쳐나가는 행동에 달려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이렇듯 <위대한 기업의 선택> 은 바로 상황이 달랐던 것이 아니라 행동이 달라서 발생하는 면을 다양한 기법과 연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인 '운 수익률' 과 'SMaC 레시피' 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거시경기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던 특히나 저 같은 입장에 놓여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더욱 더 강한 집착이 드는 '행운' 과  '불운' 의 딜레마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운' 을 그저 제어불가능한 팩트로만 인식했는데 막상 이 책을 읽고 나서 결국 행운과 불운도 주어진 환경의 차이보다 이를 어떻게 적용시키고 헤지해 나가는가 하는 사람(행동)의 차이임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특히 SMaC 레시피(Sepecific;구체적, Methodical;체계적, Consistent;지속적)를 밑바탕으로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을 매트릭스 기법으로 정량화한 운 수익률(ROL)을 접하면서 좀더 현실화되는 개념을 찾을 수 있어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책은 지금 현재 최고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는 분들, 앞으로 그런 지위를 향해서 매진하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뭐 특별하고 획기적인 스킬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변에 산재되어 있었던 경영관련 스킬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데이타化하여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물론 경영과 무관한 주부, 학생들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막연하게 머리속에서 맴돌고 설계했던 사안들을 체계적으로 펼쳐놓고 있어 이해도가 높습니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스토리 텔링 기법은 딱딱한 경영관련지식(용어등)을 일반 독자들 쉽게 설파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이는 각각의 장 뒷편에 마련된 서머리를 통해서 명확성을 높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미래는 어떤 이에게는 장미빛일 것이고 또 다른 어떤이게는 짙은 안개속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대한 기업의 선택> 으로 막연한 미래의 희망과 불안을 조금이라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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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6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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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유명 작가의 처녀작을 접한다는건 약간의 설레임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설레임이 앞서기 마련이죠.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는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으로 이번에야 국내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하마평과 함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겠습니까(그 동안 오르한 파묵의 매니아들이나 난생 처음 오르한 파묵을 접하는 독자들 모두 다 처녀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두갈래의 극명한 반응이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한쪽은 이미 파묵의 작품세계를 경험했던 측의 반응일 것이고 또 다른 측은 처음으로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층이겠죠. 그래서 솔직한 심정은 약간의 우려감도 드네요. 이미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아~~ 역시 파묵답다' 라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고 처음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뭐야~~ 기대만큼 별 것 없는데' 라는 상반된 느낌을 줄 수 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동안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입장으로 이번 <제브데트씨와 아들들> 의 느낌을 말해보겠습니다. 뭐 항상 파묵의 작품을 접할때 마다 가지는 느낌중에 하나인데요, 좀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얼마전에 읽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라는 작품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굳이 제노사이드말고도 이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 제노사이드는 상당히 빠른속도로 읽었갔습니다. 워낙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짙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결말을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에 속도가 났던 것이지만 파묵의 작품은 이와는 사뭇 다르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결말이 그러니까 책을 읽는 동안 언제가는 들어나겠지만(그리고 그 결말 또한 그리 파토스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왠지 하루라도 늦게 알고 싶은 심정에 속도가 더디게 흘러가고 그런 더딘 시간만큼 그의 작품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위안(그러니까 작품을 대하는 내내 어디쯤에서 한번의 극적인 반전이 올까 내지는 결말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그저 작가가 서술에 나가는 방식대로 읽어간다는 말이 맞을것 같네요. 물론 개인적으로 봐서 파묵의 작품에서 극적인 반전이나 결말을 기대하기란 힘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게 없습니다. 고작 <내 이름은 빨강>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여타 다른 작가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묵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이유가 바로 그런 위안이 아닐까라는 생각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을 받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파묵의 작품 세계이고 그의 작품에 끌리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故박경리선생의 <토지>를 연상케 하는 한 가족의 가족사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전개해나가는 방식의 작품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사소설와 개인사를 동시에 혼합한 구조의 대하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토지> 와는 다른 구조를 보이는 것은 크게 30년 단위를 주기로 칼로 무를 자르듯이 토막내서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바로 요런 스트럭처가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터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뭐 전공자 내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 해당되니 그리 걱정할필요도 없지만요) 인터넷포탈 싸이트의 터키역사를 PC창에 띄어놓고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 프롤로그에 이어 2부초반에서 다소 벙찐 느낌(30년이라는 세월에 대한 일체의 서비스가 없다보니 다소 혼란스럽네요)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내러티브를 쫒아가는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도 파묵의 전략적인 부분일 것이고 비록 비터키인 아니더라도 충분한 이해가 될 정도로 제브데트씨 일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동양화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 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한 만약 65년이라는 세월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의 구조를 채택했다면 아마도 작품의 매력이 한참은 반감되지 않았을까라는 느낌도 드네요.

 

이러한 공백은 다양하게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1부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독자들의 약간의 관심도 과감하게 저버리고 바로 30년이라느 세월을 훌쩍 넘겨버린다. 그 과정에서 제브데트는 과연 결혼했을까? 결혼했다면 파샤의 딸인 니갼과 했을까(사실 이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독자들을 자극하죠. 왜냐하면 프롤로그에서 은근히 형의 여인인 '마리' 의 등장이 애사롭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2부에서 '귈레르' 역시 레피크와 연관성이 비슷한 뉘양스를 비치고 있죠. 근데 이 역시 파묵의 작품답게 이런 상상들 그저 독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오스만제국의 붕괴 과정을 포함한 일련의 역사적 변혁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물론 누스레트, 푸아트의 생각으로 그렇게 진행될 것라는 뉘양스를 주고 있기는 하죠) 하여튼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시적인 한 가족의 가족사와 보다 거시적인 국가민족의 근현대사를 접목시켜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터키의 지정학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죠. 동서양 가치관의 혼돈과 발전이라는 패러다임과 국가민족중심의 패러다임의 충돌이 개인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들(향후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은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와 유사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들 또한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끌리는 내러티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부에서 거론된 '국가' 의 존재와 역활부분은 우리의 1960-70년대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 깊은 사유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묵은 가족사을 통해서 터키의 근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과 그 정점에 서 있었던 지식인들의 고뇌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어 무게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대놓고 어필하는 방식이 아닌 각 개인들의 심리묘사에 녹여 놓아서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부분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눈여겨 볼 만한 장면도 여럿 있네요 '카다이프', '돌마' ,'뵈렉' ,'라크'(라크는 정말 한잔 먹어보고싶네요)등 터키 전통음식과 술들이 줄줄이 등장하죠 뭐 이런 기회니까 다른 세상의 음식도 한번 맛간을 통해서 구경할 수 있고 하여튼 구미를 당긴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셰의 약혼식 장면은 마치 8mm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담는 듯한 묘사가 일품입니다.(존 맥그리거의 선명하고 상세한 CCTV HD 중계와는 사뭇 맛이 다르지만 오히려 구식 비디오의 영상이 더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가족사와 근현대사의 경계선에서 묘한 유사성과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가벼움(개인가족사)과 무거움(국가역사)이 교차하면서 향후 파묵의 작품에 근간이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그리 이질적이 않는 것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아왔던 이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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