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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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철 지난 느낌이 들지만 오래전부터 이 작품은 읽어봐야 한다는 오기아닌 오기가 있었고 이제 와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적인 문단데뷔작이자 일본내에서도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추리문학상인 에드가와 란포상을 1987년에 수상한 작품이 바로 <방과 후> 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메니아층이들이 생길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아베 미유키와 더불어 일본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방대한 작품활동과 더불어 기존 추리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고 합니다. 단순한 추리스릴러를 뛰어넘어 사회문제를 이슈로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같이 호흡하는 작품들을 집필하기에 더욱더 그의 작품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고요,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각종 트릭의 설정과 복선의 내포 여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을 선사함으로써 추리소설이라는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 숨가쁘게 독자들을 몰아가는 것이 특징이죠.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기에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을킬수 있는 소재 혹은 이미 이슈화 되었지만 세인들의 무관심속에서 사라져가는 문제들을 작품전반에 깔아놓으므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더불어 이러한 사회문제를 같이 고민하게 하는 동반자적 역활을 제시하고 있어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어나면 그 뒷맛이 강하게 오랫동안 혀에 남기 마련이기도 합니다.

 

   이런측면에서 <방과 후> 라는 작품은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든 그 원죄같은 작품을 대면하면서 과연 그의 사유가 어떻게 출발했으며 어떻한 방향으로 진행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의 초년기 작품은 이런면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방과 후> 는 여고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을 계기로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가 새롭게 부상하게 만드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라는 화자(마에시마)가 등장하여 여고에서 벌어진 미스테리한 사고와 살인사건을 추리해나가면서 여고생들의 미묘한 심리와 더불어 사건의 전개과정을 마치 일기쓰듯이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협하는 묘한 위험요소들과 갑자기 발생한 미스테리한 살인사건 이렇게 독자들은 처음에 두가지가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있을거란 추측은 하지만 막상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진 또 다른 살인사건으로 학교전체가 멘붕에 빠지면서 다양한 논란거리들이 하나씩 등장하죠. 여기서 독자들은 작가가 살짝살짝 깔아놓은 복선들을 되새겨 연상하게 되면서 사건의 종결부를 향해 칫닫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 사건의 실마리와 그 비밀은 상당한 충격과 반전으로 다가오죠. 왜 앞에서 팁으로 제공했던 복선들을 연계시키지 못했을까라는 자책도 해보지만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전략이라고 보여지구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극적인 반전은 사건이 다 해결된 이후 마에시만에 닥치는 아내의 배신이 가장 극적이지 않았라는 생각이 됩니다. 그동안 사건해결에 온갖이목을 집중시켜 놓고 막판에 생각치도 못한(물론 눈치 빠른 독자라면 마에시마 아내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서 짐작은 할 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결과까지는 상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대반전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에 밀실의 미스테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도표를 삽입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는 점(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아마 이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친절이 왠지 부비트랩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독자들의 눈을 밀실 미스테리에 붙잡아두고자 하는 기획된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 양궁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용어들도 눈요기감으로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단순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내러티브라면 그다지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서 느낄수 있듯이 이번 작품속에서 작가는 학생과 선생이라는 수직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느끼는 시각의 차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물론 강자와 약자의 차이에서 오는 강도겠죠)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내러티브 전반에 배치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거리를 던저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창시절을 겪었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수긍갈수 있는 소재를 스토리화하여 작가와 독자 그리고 작품의 거리를 상당히 좁혀 독자들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고 바로 이 작품에서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점들을 염두해 주고 창작활동을 하지 않았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의 초년작품들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있지만 개인적으로 <방과 후> 는 구도의 짜임새나 내러티브의 탄탄함 그리고 작품전반에 깔려있는 사유등의 면에서 결코 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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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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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시중에 책읽기와 관련된 출판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명한 작가뿐아니라 북에디터, 기자, PD 그리고 연애인들까지 여기에 합세하여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독서의 열풍으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거의 매달 독서관련 서적들이 선을보이면서 독자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왕 읽어야하는 책이라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거리와 방향타를 제시받고 있습니다. 경제부분만 따져본다면 이미 선진산업국의 대열에 진입한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선진산업국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눈을 씯고 봐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주소가 바로 독서관련 책들의 출간붐과 맞물리지 않나라는 씁쓸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얼마나 책을 보지 않아서 이런 부류의 책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답답한 심정도 교차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민교수의 <오직 독서뿐> 이라는 신간 역시 대중 독자들에게 책읽기에 대한 방법론과 더불어 목적론을 제시하고 있는 독서 길라잡이 서적이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는 책입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기존의 서적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독서 ABC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정말 책을 왜 읽어야하고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번 서적을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동안 너무나 이 방면에 대해서 수 많은 주옥같은 서적들이 출간되어 독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식상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요. 이번 서적의 출간 의도를 약간만 다른 시각에 본다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책속에 소개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 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허균, 이익, 홍대용, 박지원, 안정복등(개인적으로 양응주와 홍길주에 대해선 이번 기회에 자세하게 알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봐도 벌써 책과의 관계가 보이는 조선시대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었습니다. 아시다피시 이들은 책과 떨어질수 없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고 훌륭한 서적들을 집필한 명실공히 책의 달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들이 살았던 시대를 한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죠. 교산이나 연암등 시대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불확실성의 시대였다고 해야 할까요. 정치,경제,사회등의 분야에서 조선이 변곡점에 해당하는 시기를 살았던 이들이었기에 우리는 이 부분을 더 유심히 고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향후 미래는 문화컨텐츠의 시대라는 것을 우리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서 확실히 알게되었다는 것이죠. 전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는데요. 불확실성의 시대와 문화컨테츠의 시대를 맞이하여 그 해답을 책에서 추구했던 선인들의 혜안 상당히 높이 평가할만 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시금석으로서 메칭해볼만한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책을 통해서 무슨 새로운 신지식이나 정보를 체득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천에 널려있는것이 정보이고 지식입니다. 다만 우리는 이런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올바르고 내몸에 맞는 정보와 지식을 체득해야 하고 이런 체득방법의 키가 바로 독서 책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문으로 된 고서의 내용들을 텍스터로 사용하고 있어 다소 어렵게 보일수도 있으나, 저자가 제시하는 각론적인 부분을 굳이 암기하려고 하거나 심각하게 골똘히 고민하라는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한번 그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시대에 이들이 생각한 독서에 대해서 현재의 독자들도 나름 한번 같이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무엇때문에 독서에 대한 열정을 거두지 않고 그리 매달렸을까에 대해서 말이죠. 아마도 지금(물론 그 당시에도 해당되지만요)처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시대에 전부는 아니지만 책속에 그 해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독서법과 독서를 통한 내면의 교양을 쌓아가는 법 그리고 왜 독서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당위성등 책과 독서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이나 독서하면 어느 정도 전문가의 수준에 올라선 베테랑 독서인이나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초보 독서인 모두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으로 보여집니다. 전작이었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과 비슷한 플롯을 적용하여 핵심 키워드를 잡아내고 이를 간단하면서도 쉽게 풀이해서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을 일반독자들과 거리를 줄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저자의 변에서도 밝혔듯이 하루 세끼 밥을 먹듯이 좀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두고 두고 곱씹어볼 만한 텍스터라고 할 수 있네요. 옛 선현들이 그랬듯이 이러한 방법도 독서인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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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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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추리 문학계에서 사회파 작가로 미아베 미유키아 쌍벽을 이룬다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를 만났습니다. 뭐 사실은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지만요 내공이 상당한 작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경찰소설 내지는 형사소설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대한 내러티브(정말 만만치 않는 분량입니다)가 처음부터 작가의 의도나 기획대로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오고요, 물론 전체적인 분량의 배분을 감안할때 다소 끌었다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4를 제현하는 유괴사건의 등장을 조금만 더 일찍 컨텍했다면 보다 더 스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지울수 없게 합니다. 이 점은 경찰조직이라는 특수한 환경속에서 조직간의 암투와 설정들이 너무 오래토록 끌어서 약간의 집중력을 잃게 하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때 이색적인 소재와 경찰 조직의 이해 그리고 끝에 오는 반전의 강도등을 고려한다면 보기드문 대작이라는 생각은 지울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유괴라는 반사회적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공소시효를 앞두고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는 미해결 사건에 대한 진실과 경찰의 은폐, 국가 공권력의 한계와 그에 실망한 개인의 자력구제등 현실성 있고 사회적 이슈가 충분히 될만한 소재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것으로 보여집니다. 경찰이라는 특수한 집단내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사건의 진실과 이를 파헤치는 또 다른 경찰, 경찰내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자리보존에 급급한 사람들 이러한 설정들이 잘 버무러져 내러티브가 한층 더 끌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눈여겨 볼 점은 그 동안 경찰이나 민완형사 각 개인에게 초점이 맞쳐진 내러티브가 주종으로 이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개인보다는 경찰전체라는 조직에 그 포커스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여기에는 정말 다양한 이해타산과 의사결정과정을 적나라게 보여주죠) 과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그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미카니 총경 딸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스토리는 일개 개인의 구도에 천착하는듯 하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실상 개인은 사라지고 조직대 조직의 구도로 확대되어 가죠. 일반독자들이라면 경찰이나 형사하면 범인의 검거나 취조등 하드한 느낌이 각인되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 활약하는 형사라는 조직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지원부서간의 갈등과 헤게모니 싸움등 다양한 각도에서 경찰조직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할만한 점이죠.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내에서도 날로 갈수록 중요시 여겨지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재 검토라는 부분이 대두되고요 무엇보다 유괴로 인한 부모들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오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에 감초로 언론과 경찰의 관계성등 여러모로 볼거리는 많은 작품입니다. 다만 워낙 경찰조직내의 이권암투와 그 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다소의 맥을 빼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후반부에 발생하는 64를 모방한 또 다른 유괴사건의 힘이 실상 그리 파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은 맥빠지는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미카미의 딸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미완의 의문점을 남긴 것은 그나마 적절해 보이지만 방대한 양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너무 밋밋한 내러티브의 구성이 아니였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물론 그동안 너무 자극적이고 파토스적인 작품들이 독자들의 입맛을 강하게 자극해서 왠만한 임팩트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인정되는 바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네요.

 

   사회적 소설의 기본기와 그 어필성에 대해서는 많은 반향과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괴라는 반사회적 범죄와 이를 둘러싼 관계인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사회적인 문제이고요(작가는 바로 미카미라는 경찰을 통해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접근을 재시도 하고 있어 그 어필성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사회전체적인 주목이 다시한번 필요한 시점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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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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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렇구나! 왜 미처 몰랐을까?" 라는 감탄사와 더불어 자조의 목소리가 절로 베어나오게 하는 책을 독자들은 대면하게 됩니다. 바로 김학범 교수의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입니다. 그동안 웨빙이라는 바람이 불어 서울 도심을 비롯하여 광역권의 대도시 지금은 왠만한 도시에도 잘 정비된 둘레길이라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나 일반인들의 눈에는 현대 문명의 이기의 산물로 비쳐지질 몰라도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속에도 둘레길이라는 개념이 있어다는 사실, 무심코 지나친 명승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역사적 흔적과 그 의미, 선진국에 비해서 왠지 초라하게만 보여지고 비추어졌던 우리의 문화재들... 우리는 항상 선진국의 문화재와 그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부러워했습니다. 왜 우리에게는 저런 훌륭한 볼거리가 없을까라는 부러움과 약간의 자조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토의 크기 대비해서 우리처럼 문화유산이 많은 곳도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을것입니다. 비록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도시시스템에 익숙해 있지만 도심만 살짝 벗어나면 우리에게도 선진국에 만만치 않는 우수한 문화재들이 지천에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요. 물론 여기에는 국가차원에서의 홍보와 더불어 국민들의 관심의 부재가 큰 몫을 하였습니다. 제대로된 안내판 하나 없고 있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빈약한 수준의 안내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반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던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동안 몇몇 뜻있는 학자나 프리랜스들께서 우리 유적(대표적으로 나의 문화답사기 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지금도 스데디셀러반열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답사를 책을 출간하여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한계성이랄까 대부분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화재 위주의 소개들이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은 상당히 주목받을 만한 답사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우선 이번 답사에 포함된 명승들을 한번 쭉 훓어보면 고개가 갸우뚱할 정도로 잘 몰랐던 명승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입니다. 얼핏 한두번정도는 들어봄직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명승들이 기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유적들에 비해서 그 격이 떨어지거나 보존가치가 덜 중요하다는 계량적인 느낌의 명승들이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답사기를 통해서 독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면서 가슴속으로 우리 명승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될 절호의 찬스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실사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사진도감과 감칠맛나는 해설, 그리고 각 명승지에 숨겨진 역사적 뒷담화까지 한테 버무려져 있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정말 한번 답사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할 것 입니다.

 

   예로부터 우리강산을 지칭하는 말로 금수강산이라는 말을 많이도 사용했고 많이도 들어왔습니다. 비록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도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천루 같은 빌딩사이로 후덥지근한 에어컨의 바람,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 닭장 같은 아파트생활이라는 하드웨어 틀속에서 서서히 서구화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소프트웨어로는 도저히 '금수강사' 이라는 메타포가 던져주는 의미를 제대로 만끽하기가 그리 녹녹치는 않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자 실상입니다. 흔히들 선진산업국의 잘 관리된 문화재보존시스템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워하면서 우리에게는 저런 시스템이 없을까라는 생각들 한두번쯤은 가져봤을 것입니다. 그들의 우수한 자원과 효율적인 관리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는 환경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번 김학범의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이 바로 그 해답을 던져주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도심만 살짝 벗어나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금수강산을 대표하는 무수한 명승들이 다름아닌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요.

 

   이번 답사기는 성인독자는 물론이고 청소년독자들에게도 살아있는 교육의 일환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 보여집니다. 온가족이 한번쯤은 찾아가볼만 곳이 우리가 생각했던것 보다 많고 이러한 여행에서 이번 답사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거라 보여지네요. 무엇보다 문화재나 유적, 명승들은 일반대중에게 가까이 갈수 있는 모멘트가 제공되어야 하고 이러한 모멘트가 바로 살아있는 역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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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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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 의 감흥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다카노 가즈아키' 라는 작가의 호기심과 애착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출간된 그의 작품들을 대면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있을법한 뻔한 스토리를 상상치 못할 내러티브로 치환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매력이 남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K N의 비극> 역시 왜 다카노 가즈아키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간 <K N의 비극>는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해리성 정신분열'이라는 과학적 분야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종교와 신의 관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무신론과 유신론 그리고 불가지론등에 대한 갑을박론을 하는데요 여기서는 왠지 불가지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재를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민간함 사안을 다루면서 어느쪽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만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믿음 혹은 가치관에 대해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합니다. 여기에 남녀간의 사랑, 결혼, 그리고 임신과 낙태라는 메인 주제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이슈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K N의 비극> 은 작품의 서두인 프롤로그에서 독자들은 왠지 이번 작품이 비극적이고 호러물이지 않을까라는 암시를 받게 되지만 막상 본격적인 내러티브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심령학적이고 초자연적인 영역을 다루는 뉘양스에 다소 의아해할 수 도 있는 작품입니다. 빙의와 정신병 즉 과학과 심령이라는 쌍두마차가 내러티브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때로는 이성적으로 단호하게 판단하다가도 때로는 비이성적인 믿음으로 굳혀져가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여기에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양측의 주장을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애의 묘사(아 정말 이부분은 왠지 낯뜨겁게 하기도 하면서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하여 묘한 흥분감을 불어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산의 과정, 소파수술등의 서사에서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숨을 가쁘게 하면서 그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현실과 픽션사이에서 방황케 하기도 합니다. 서사되는 스토리 자체가 한마디로 충격적이면서(뭐라고 해야할까요 보여주기 싫은 추태를 공식 석상위로 부상시켜 철저하게 난도질함으로써 수치감마저 들게 한다고 할까요. 예전에 드라마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임신중절관련 내용이 언뜻 떠오르고 영화로 보았던 빙의관련 내용도 선뜻 데자뷰되면서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쥐어짜고 있습니다.)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되고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머리털이 머리털이 쭈빗쭈빗하고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뭐 냉정한 이성은 뻔한 스토리라고 하지만 머리속은 온통 등장인물들이 막따뜨린 상황과 같은 긴장감을 독자들로 하여금 자아내게 합니다. 이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사실감있는 서사로 인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연출된 공간속으로 빨려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픽션과 현실 사이에서 그 판단기준을 허물어 버리는 기재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그 남자' 즉 가나미에 빙의한 구미를 임신케 한 그 남자에 대한 사유가 눈에 띄이더라구요. 독자들은(물론 다카노 가즈아키는 계속 그 남자를 강조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수 많은 소설을 쓰게 합니다. 앞서가는 독자는 혹시 그 남자가 슈헤이는 아닐까라는 상상, 혹여 의사인 이소가이는 아닐까라는 상상등) 그 남자의 정체가 이 빙의를 해결할 수 있는 키라고 생각하죠. 뭐 작가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기도 하구요. 저는 여기서 다카노 가즈아키가 세상에 말하고 전하고자 하는 사유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남자' 라는 지칭이 같은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임신케 할 수 있는 남자라는 단수형과 인류전체를 통틀어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역사를 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남성전체 이렇게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아마도 작가는 후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들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소재인것 같다는 생각 강하게 전달되구요. 여기에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신질환으로 믿는 의사 이소가이 이에 반해 사령이 깃들었다고 믿는 작가 슈헤이 이 둘의 심리묘사와 나름의 논리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오컬티즘적인 서사들이 많이 있어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심령주의적인 서사보다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체계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서사에 묻어져 있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히 헷갈리게 하죠. 독자들이 누구나에게나 한번즘을 있을 불가사의한 경험들이 작품을 통해서 슬금슬금 표면위로 올라오게 되고, 이러한 아련한 기억들이 갑자기 뚜렷하게 떠오르면서 내러티브의 설정들과 동일시되어 버리는 효과로 인해 더욱더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다카노 가즈아키의 치밀한 전략으로 보여지지만 하여튼 이런 알토란 같은 맛이 돋보이면서 작품속으로 빠져들게하는 마력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노사이드> 에 비해서 그 스케일은 상당히 작아보이는 독립영화같은 작품입니다. 워낙 <제노사이드> 의 스케일이 블럭버스터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얼핏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탄탄하고 철저한 오컬트적인 지식들로 무장하고 있어 깊이면에서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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