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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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적인 추리스릴러작품과 비교해서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내를 사랑한 여자> 는 이색적인 스트럭쳐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뭐 쉽게 표현한다면 초창부터 괜시리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제조건이 없이 그러니까 뜸들이지 않고 바로 사건의 핵심으로 접근해서 독자들이 생각할 틈도 없이 내러티브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라고 해야 겠죠.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살인사건을 고백하는 남장여자 미쓰기의 고백으로 부터 이번 작품의 두가지 트래드를 공개해 버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 전체가 울렁증을 유발할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죠. 왜 놀이공원에서 회전목자나 범프카등 강도가 낮은 놀이기구에서 바이킹이나 청룡열차등 좀더 스릴있는 놀이기구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청룡열차로 출발해서 내내 그 스릴을 느끼게끔하는 놀이기구만을 전전하듯이 이번 작품은 초장의 출발부터 반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같은 강도의 호흡을 요구하는 작품이네요. 물론 중간 중간 약간의 숨고르는 템포가 있지만 이 역시 급락하기전의 작은 배려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을 정신없이 스토리속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를 잘 아는 독자들이라면 그의 전매특허인 인간과의 소통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사유에 대해서 대게는 작품을 끝맺는 시점에서 통합적으로 대두되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 전체의 내러티브와 연계된 미묘한 맛을 느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작심한듯이 서두에서 부터 양측의 사유를 들어내놓고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거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합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사유와 추리소설 자체에 대한 추론이 병행되면서 어느 한쪽을 놓칠수 없을 만큼 내러티브의 전개 속도가 빠르고 둘 사이를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다히 유니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읽는 재미랄까 주안점은 다름아닌 '性' 에 대한 일반독자들 그리고 나아가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메타포에 대한 심도깊은 사유가 깔려있다는 점입니다. '남성성과 여성성' 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들 성 양측을 오가고 있는 중성적인 요인과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시각등 많은 부분에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화두입니다. 히가시고 게이고는 아예 작정한 듯이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근본적인 동력을 바로 여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연 남자다운것은 무엇이며 남성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혹은 여성다운것은 또 어떤것이며 여자라는 존재는 남성과 비견하여 어떻게 달라야하는 것인가? 가장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죠. 무엇보다 성정체성이나 트랜스젠더등 한순간의 이벤트성을 끝났던 문제에 대해서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례를 들어 상당히 깊숙히 들어갔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서사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모습이나 원론적으로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같은 관심이 아니라 그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심리와 현상등을 섬세하게 서사함으로써 사회적 이슈를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오리라 보여집니다. 여기에 만능 스포츠맨답게 미식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전술, 포지션에 대한 설명등이 인상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데쓰로라는 스포츠작가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투영된 또 다른 인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러나 역시 가장 크게 주목받는 것은 역시 '성' 에 대한 시각인데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색다른 서사기법을 동원하여 이 점을 더 부각시겼다는 점에서 고개가 절로 수긍하게 만듭니다. 주인공격인 왕년의 커터백 데쓰로와 리사코의 심리묘사와 행동을 빗대어 우리가 생각하는 극히 정상적인 남자와 여자라는 범주를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지도록 설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즉 비정상적이고 왠지 불편하다는 인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남자와 여자라는 개념에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메세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추리스릴러물이라고 보기엔 다소 그 강도가 떨어지는것 역시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오히려 본질적인 사건보다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정체성과 이를 둘러싼 내러티브가 부각되면서 사건 자체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지만 내러티브 전반을 살펴보면 스릴러 넘치는 진행속도와 반전등 추리스릴러의 기본적인 맛을 다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스포츠종목에 대한 실감있는 설명은 독자들의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압권은 내러티브전반을 대변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맛보기 차원이 아니라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터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왠만한 독자들이라면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까지 언급되고 있어 정말 심도깊게 고민해볼 만한 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동안 일반인들에게 고착화되어 있던 성정체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해서 좀더 열린 사고 다양성을 받아들일수 있는 사고로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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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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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은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새삼 왜 히가시노 게이고인가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작품들을 섭렵하고 있는 차에 이번엔 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 상을 수상한 <비밀> 이라는 작품을 대면하였습니다. 음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요즘처럼 비쥬얼이 업그레이드된 작품들, 스케일이 거의 블록버스터를 방불케하는 방대한 설정 여기에 포로노그래피를 연상케 하는 적나라한 성애묘사등 독자들의 눈과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대세이고 이제는 독자들 역시 뇌성이 되었는지 몰라도 왠만한 스케일에 비쥬얼이 떨어지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는 요상한 풍토가 서점가를 점령해버린지도 오래된것 같습니다. 모 이런 작품들이 독자들의 눈을 잡고 인기가 있는 것은 우선 재미가 있고 기존의 문학에 대한 선입관으로 인해 문학작품하면 으레껏 지루하고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이상향을 추구하는 교양문학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문학계 자체가 침체에 빠졌던 지난날보다야 훨씬 발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단순한 가십거리정도의 흉내만 내고 인기영합에 편승한 작품들도 많지만 이젠 독자들의 수준자체가 상당히 높아졌기에 문학성의 후퇴니 흥미위주의 질적 악화니 내지는 상업성위주의 읽을거리니 하는 말들은 그 진위성을 인정받을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차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비록 일본작가지만 시체말로 독자들의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줄주 아는 작가라는 생각을 매번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느끼는 부분이고 이러한 점들이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가질 정도로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중 하나가 바로 요즘같은 눈이 부시는 뷰주얼이나 스케일의 방대함 없는 내러티브(아 패러독스 13는 외예의 작품이지만요) 로만도 충분히 독자들의 시선을 흡입하고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산증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소거법이라는 추리기법을 동원하고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사건 해결자를 등장시키면서 내러티브의 촛점을 사건중심에서 인물중심으로 치환하여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혔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스키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의학적인 죽음)와 딸(의식적인 죽음)의 죽음을 맞이하는 상태에서 극적인 딸의 소생과 아내의 영혼이 딸에 몸에 빙의한 상태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내러티브는 요즘 한창 이슈가되고 있는 오컬티즘 요소가 가미된 작품입니다. 뭐 영혼과 과학이라는 신비주의적 뉘양스가 있는 그렇고 그런 내러티브로 인식될 수 도 있는 그다지 임펙트가 강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것입니다. 근데 이번 작품이 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을까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좀더 자세하게 내러티브를 속을 들여다 보면 상당한 차이를 느낄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죠. 우선 우리가 흔히 접했던 오컬티즘적인 작품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대게의 경우 오컬티즘의 외형적인(흔희 빙의라는 개념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죠) 형태에 대한 설정들을 많이 가미해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오컬티즘이 발생한 이후의 현상들을 집중적으로 서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특히 무엇보다 한여름밤의 더위를 날려주는 오싹하고 섬뜩한 그런 느낌들 보다는 아버지와 딸, 남편과 아내라는 일상생활속에서 뗄레야 땔수 없는 가족간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서사되고 있어 오컬티즘적인 느낌보다는 가족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서사자체가 상당히 따뜻하고 애틋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뉘양스나 설정들은 한번쯤은 독자들에게 닥칠수도 있을법한 착가마저 불어오기에 더욱더 내러티브속에 빠져들게 하기도 하죠. 바로 이점이 이번 작품의 키워드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부분입니다. 추리스릴러 소설 같으면서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내러티브와 설정들 마치 한편의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 하지만 결말부분의 대반전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가족간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역활등 가장 가까운 사람관의 관계성에 대해서 한번 골똘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한 여성을 두고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살아가야하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은 특히 남성독자들에겐 애잔한 감흥마저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도 하죠. 물론 결말에 가서 돌변하는 반전은 처음에 와닿는 충격과는 별도로 두고두고 오랫동안 독자들의 머리속을 맴돌것으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부분이 이번 작품의 압권이기도 한데요. 전혀 상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임팩트가 강하게 오는 설정보다 어느 정도는 살짝 예견하고 있었고 그리고 막상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그 강도가 배가되어 돌아오는 반전이 참 인상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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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어드북스(한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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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신에 대해서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삼국통일의 선봉장(물론 이 부분은 아직도 왈가불가 하는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연 삼국통일이라는 표현이 맞는것일까에서 부터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정당성등) 으로 김춘추와 더불어 대업을 달성한 신라 최고의 장군, 그리고 자신의 애마를 벨정도로 확고한 신념의 사나이, 화랑을 대표하는 선주주자 이런 수식이 뒤따르면서 유년시절부터 위인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죠. 그런데 이후 김유신의 발자취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사라져버렸다 할 정도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속에는 보이질 않는것도 사실이죠. 그만큼 김유신이라는 인물은 피상적으로 남아있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상당한 이견이 있다는 반증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녀시절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성인이 되어서도 고착화되어 제대로된 평가나 진위에 대해서 세월과 함께 묻혀 버린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황윤의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는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주목성 띄는 책인것 같습니다. 김유신의 일대기를 평전형식으로 주변 국(고구려,백제,당나라,일본) 과의 정치적 맥락 그리고 신라 내부의 사정등 다양한 사료를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제대로된 김유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고대사 관련 자료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고대사에 대한 부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는데(물론 이를 기록한 현존하는 사료들이 너무 빈약했다는 점도 일조를 했지만요) 이번 책을 통해서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비롯한 우리측 사료와 중국측 사료, 그리고 일본사료등을 막간이라도 엿볼수 있고 이러한 사료들을 기반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나름대로 한번즘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그 포커스는 김유신과 신라에 맞추어져 있으나 한반도를 위시한 당시 삼국의 흥망성쇄에 대해서 계략적인 감을 잡는데는 크게 무리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화랑제도와 천관에 대한 상세한 논거와 무엇보다 골품제도에 대한 불교적 사유를 유효적절하게 서사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한편으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의 인용과 그 해석부분에서 약간의 형평성을 좀 더 고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우리가 고대사를 건론하면서 이 두 역사서를 빼놓고 왈가불가 하기 힘들 정도로 현존하는 역사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그 기준점에 있기는 하지만 <삼국사기> 나 <삼국유사>의 경우 김부식이나 일연의 개인적인 시각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죠. 신라의 정통성에 그 무게 중심을 두다보니 사실 고구려나 백제의 경우 들러리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역사서의 기준으로 당시 신라나 김유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백제 의자왕 치세에 관한 사료들은 상당히 왜곡되었다는 점 그리고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해석자의 개인적인 시각에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설화같은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곡해의 소지가 있을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한정적인 사료활용이다 보니 다소 중복되는 부분으로 인해 분량만 늘어난 느낌을 받게 하는점도 있기 합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 기법(마치 한편의 역사소설을 대하는 것 같은 편안함과 긴장감을 느낄수도 있습니다)과 중간 중간 독자들의 휴식을 위한 배려(삽화) 등으로 인해 가독성을 상당히 높여 자칫 지루하고 중도 포기할 수 있을 내용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놓아 높은 호응이 예상됩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 역사서등을 인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문체에 작가의 필체를 곁들여 놓아 이해력을 높였다는 장점이 보이네요. 물론 이 부분은 양날의 칼과 같은데요. 역사적 사료에 대한 신빙성과 개인시각이 가미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을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했다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가장 장점은 당시 시대상을 고구려, 백제, 신라, 당, 일본등 다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들을 한데 묶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적인 시각이 아닌 종합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고대사에 대한 사료가 부족하다니보니 해석상의 문제나 행간의 의미에 대해서 학자들의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는 맥락에서 이해를 한다면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많지 않은듯 합니다. 이번 책을 계기로 당신 고구려,백제,신라 삼국간의 치열했던 사투와 역사적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는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네요. 김유신 개인가 신라의 삼국 부분 통일과정과 그 의미등은 아무래도 독자들 몫으로 남아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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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에블린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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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간의 얼어붙은 정국이 좀처럼 해동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독일통일이라는 선례가 마냥 부러울수 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적 논리라는 거대한 담론이 당연시 되는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명제는 현재까지는 아직 희망사항으로 남아있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구요. 이런 맥락에서 잉고 슐체의 작품들은 국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입니다. 전작 <심플스토리> 를 통해서 우리는 정치적 논리의 거대담론과 국가구성원인 일개 국민들이 통일을 피부로 느끼는 미시적인 담론의 온도차를 보면서 통일에 대한 나름의 기준를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 <아담과 에블린> 을 통해서 다시한번 이런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네요. 이번 작품은 모티브를 성서의 아담과 하왕에서 영감을 얻어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주 맥락으로 내러티브를 진행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 내제된 태제는 러브스트로만으로 파악하기 곤란할 만큼의 또 다른 담론들의 녹아있다는 점에서 잉고 슐체의 유니크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독일 통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발생하는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탈출이라는 행동을 단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다가옵니다. 물론 이번에도 등장인물들의 포커스는 구 동독출신들이고 이들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는 또한 제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설불은 결론이지만 작가의 사유가 기가막히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옵니다.

 

   한편으로 당시 동독인들의 자유와 희망에 대한 갈망을 살짝이나마 엿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담에 더불살이 국경을 넘는 키탸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도나우강을 건널수 밖는 절박한 현실을 보면서 자유와 희망의 갈구는 그 어떤 장벽도 막지 못한다는 점을 볼수있구요. 사실 이부분이 재미있는 데요 이렇게 살떨리는 탈주극아닌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아담과 캬타가 주고 받는 대화들 그리고 거북이를 챙기는 등 약간의 아이너리와 유머러스한 서사들이 긴박감과 잘 어울려서 한층 더 탈주극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을 부추기는 역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다소 딱딱하게 진행될 수 있는 내러티브의 윤활제 역활을 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촉매로 내러티브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아담과 하와(이브) 모티브에서 에덴동산 금단의 열매를 따 먹기 전의 에덴 동산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지만 한순간에 그런 천국에서 결별하게 되고 새로운 천국을 찾아 나서게 되죠(사실 어느쪽을 천국이라고 해야할지 제3자적인 시각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뭐하지만요). 즉 아담과 에블린이 현존하는 동독이라는 사회주의국가시스템에서 자유와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찾아 탈출하여 자본주의시스템인 서독으로 향하는 여정이 어쩌면 천국에서 모진곳으로 가는 듯한 뉘양스를 비쳐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다. 동독을 떠나 도착하는 곳마다 돈이라는 주제가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시장가격 시스템 역시 동독의 물가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 처하면서 새로운 파라다이스에 적응해야하는 모습이 애처롭게까지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아담과 에블린의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대화자체 전체적인 방향은 한방향으로 흘러가는데(이는 마치 동독과 서독이 하나의 독일로 합쳐갈수밖에 없다는 점을 넌즈시 서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세부적인 내용들은 정말 하나같이 각자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것(통일 과정의 매끄럽지 못한 거시적 미시적 모든 형태를 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이 독일 통일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치환한 기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의 사유와 비추어 보면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설정으로 보여지네요.

 

   사실 아담이나 에블린은 무슨 정치적인 목적이나 자유에 대한 갈구 혹은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에덴의 동산(동독) 을 떠난 것은 아니죠. 이는 마치 아담과 하와가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금단의 열매를 먹지 않았듯이(뭐 이렇게 표현하면 반발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요)요 우연한 사고로 에블린이 떠나고 이를 뒤 쫒아 떠나는 아담 특히 아담은 에블린을 재회해서 다시 에덴의 동산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는 사람이죠. 잉고 슐체의 정확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시적인 담론인 독일통일이라는 테제와는 별개로 일개 개인의 경우 거대한 담론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그런 삶속에서 통일이라는 테제를 바라보게될 수 밖에 없는 개개인들의 상을 담아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아담과 에블린 두 여인의 사랑과 이별, 재회등 내러티브 전반이 연애소설을 그 기저로 진행되고 있는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한쌍이 등장하면서 갈등구도를 증폭시키면서 등장인물 각각의 입장을 표명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약간은 뻔한 스토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잉고 슐체는 이런 연애소설에다 독일통일이라는 커다란 테제를 무임승차 시켜놓았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일을 문턱에 둔 시점에서 동독을 대변하는 아담과 새로운 삶을 찾아 탈출을 감행하는 에블린, 작가는 그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바로 통일 테제라는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독자들은 아담과 에블린 개인의 극히 농밀한 사적 내러티브를 아무런 부담없이 쫒아가게 되지만(잉고 슐체가 깔아놓은 덫에 걸려드는 것 자체를 전혀 의식 못하면서요) 작품을 읽어가면 갈수록 왠지 두 연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아닌 서독과 동독이라는 거대한 태제를 만나게 되면서 양단의 미묘한 느낌을 받게 되는 작품입니다. 전작이었던 <심플 스토리>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잉고슐체는 독일 통일과정을 거대한 정치적인 담론이 아닌 각 개인이 처해져 있었던 소소하지만 정말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올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과연 아담과 에블린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서독행은 행복한 선택이었을까요? " 라는 물음이 독자들 뇌리속을 깊숙이 파고드네요. 통제와 비자율이라는 정체된 사회에서(물론 이렇게 파악하는 시각의 기준점이 사뭇 다를수도 있습니다) 자유라는 파라다이스라는 공간을 선택한 이들에게 어느 쪽의 삶이 진정한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주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진한 잔상들을 요구하는 작품이다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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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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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나는 미미 여사의 현대 추리스릴물이네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컨셉으로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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