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5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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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머니 즉 돈 만큼 친숙한 대상도 없을 것이다. 자연발생적인 관계인 가족과 인간관계만큼이나 돈은 우리 인간들에게 너무나 당연시 다가오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류가 경제라는 개념을 터득하면서 발명한 화폐는 당초의 교환가치의 표방을 뛰어넘어 자산증식의 축적가치로 변질되었고 더 나아가 가족이나 사회나 문화나 종교에서보다 오히려 더 포근함과 인간다움, 우월성 그리고 믿음 아닌 확신을 가져오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고 침대에서 잠들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선 돈을 등한시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우리는 그다지 인지하지 못하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세상은 돈에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죽을때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라는 금언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얼청없는 사건들의 이면에는 항상 돈이라는 묘한 존재가 깔려있고 톱기사로 제단되는 스캔들에도 어김없이 돈이 그 흉한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라는 명제에 대해서 이젠 무어라 단언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는 바로 면도날 같은 돈의 양면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나름 잘나간다는 런던의 광고감독이 우연히 비행기에 알게된 뉴욕의 영화제작가의 제의에 따라 영화제작을 수락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탐욕과 이로 인한 끝도 없는 추락의 나락 그리고 자살시도 그야말로 돈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는 아주 시니컬한 작품이다. 특히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동안 도스또예프스끼나 톨스토이등의 대문호들 통해서 문학작품하면 떠올리게 되는 작품성내지는 그와 거의 동격으로 간주되어버린 품의에 대해서 심각한 도전장을 던져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문학작품이 이렇게 막나가도 되는가에 대해서 살짝 혼란을 가져다 준다. 포르노영화를 생중계하는 듯한 표현들 그리고 거의 모든 대사에 등장하는 육두문자와 낯뜨거운 성기의 표현들에서 독자들은 과연 이놈의 소설을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한때의 낯뜨거움으로 남고 끝까지 독자의 눈을 잡아둔다. 그만큼 내러티브가 상당히 재미 있으면서 뭔가를 끌어 당긴다는 반증이기도 하면서 주인공 존 셀프가 타락해 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의 단면을 보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경쟁자 하나가 사라져 간다는 위안을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문학작품에서 성행위의 묘사는 활자화라는 제약도 있었지만 왠지 현실성이 다소 결여된 그러면서도 미화된 행위로 독자들에게 다가왔고 독자들은 이러한 표현들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매너리즘같은 절차를 반복해왔다. 또한 육두문자의 사용 역시 내러티브의 긴장감이나 화제설정의 변경 내지는 강화를 위해서 사용되는 조미료 정도의 장치로 등장했지만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통념들을 과감히 벗겨 버렸다. 솔직히 나체 그대로 보여주면서 소설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낯뜨거움을 넘어 수치스러운 느낌마져도 자아내게 하지만 실상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돈만큼이나 섹스 그리고 욕 역시 자연스럽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막나가고 자연스러운 표현들이 이 작품을 완독하게 하는 매력중에 하나이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기법에서 다소 특이하게 보이는 작품정도로 치부될 수 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30여년전의 작품이지만 작가가 통찰하고 있는 돈에 대한 탐욕과 중독성은 지금의 시대에 딱 맞는 예견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소설속에 녹아있는 각종 인간군상들이 상상하는 탐욕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이 간다는 그 자체만을도 왠지 섬뜩함을 지울수 없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투자했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보고 책표지 뒤편의 책값을 보고 얼마나 팔리면 BOP에 도달할 것인가, 그리고 작가는 얼마나 인세를 챙겼을까, 불안한 금융시장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그야말로 따뜻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오버랩되는 자신을 보면서 나 역시 돈이라는 마력에 중독되어 있구나라는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작품이다. 돈에서 시작에서 돈으로 끝난다 아니 돈의 끝은 없는지도 모른다. 사회진화학의 입장에서 보면 돈만큼 제대로 된 진화를 해온 존재는 없어 보인다. 오늘도 지금 이 시각에도 돈에 대해서 생각한다. 과연 돈은 무엇인가? 그리고 돈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결국 답은 없다 라고 자위해보고 싶어 진다. 왜 이미 우리도 그 중독성의 감미로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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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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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 심성의 본연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박애정신, 사랑, 이성적 가치 판단,  범인류애, 자비... 유가에서는 인간의 심성을 타고 날때부터 선하다 악하다라는 측면에서 서로 판단의 차이가 생겨났고 유럽문명의 꽃을 피운 르네상스시대는 다름아닌 인간의 연구에서부터 출발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일갈한 그노티 세아우톤(Gnothi Seauton, 너 자신을 알라)은 바로 우리 인간 자신에게 인간이란 무엇이며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되집어 보는 성찰이지만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한 철학자는 없다. 다지아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이러면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작가가 살아온 이력만큼이나 인간실격, 화폐, 개이야기등의 단편들에선 유니크하면서도 시니컬한 작가의 사상이 담겨있다. 비단 이를 접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충격적이면서 질책적인 메세지를 띄우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왠지 밝히고 싶지 않는 비밀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고변하고 이러한 고변을 통해서 면죄부를 받는다는 위로감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 소개되는 몇편의 단편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비열하고 추악하고 나약한 거의 모든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개이야기에서 작가는 개보다 못한게 다름아닌 우리 인간들이라고 아예 대놓고 일갈하면서 인간들의 빗나간 습성을 고스란히 우리가 '개세끼'라 낮추어 보는 개들과 같은 존재로 그리고 있다. 당시 시대사조의 영향과 작가의 출신배경속의 갈등등으로 시니컬한 프로파간다로 일관된 그의 삶과 작품활동이 당시대 보다는 오히려 지금 현대인들에게 공감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인간의 자격이 무엇이며 그 자격을 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오한 물음표를 던져준다.

"겉으로는 보살이요, 속으로는 야차 같은 간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개" 다지아 오사무는 개이야기에서 개를 이렇게 표현했지만 어디 개뿐이겠는가 바로 우리 자신속에 비열하게 숨어있는 본성을 작가는 개를 통해서 말하고 있을뿐이다. 작품전반적으로 흐르는 시니컬한 코믹적인 요소들이 극단으로 질주하는 내러티브에 독자들로 하여금 브레이크없이 빠져들게 하는 수준급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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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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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면서 자꾸 한가지가 머리속을 맴돌게 된다. 뭐더라 이거 비슷한 모티브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품게 되고 그것은 아마도 소소한 수집품과 이에 연관된 사연들 그리고 병적인 집착 정도로 끊임없이 수집하는 광경은 마치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에서 케말이 사랑하는 여인 퓌순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수집하는 광경을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면서 우리의 주인공인 데이비드의 스크랩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된다. 단지 케말의 수집광적인 행위가 사랑하는 한 여인에 대한 것이였다면 데이비드의 수집은 자신을 버린 친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수집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 둘다 과거의 기억과 추억들을 대변하는 수집행위를 통해 삶의 한 궤적을 말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한가지 머리속을 맴도는 것은 그의 전작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궁금증을 가졌을 만한 여주인공의 정체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 윤곽이 들어난다. 처음에는 별개의 소재인가 하는 생각에 별 생각 없이 읽어나가지만 읽을수록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두권을 같이 읽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너무나 많은 시작>이라는 책 제목처럼 우리는 이번 작품을 읽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웬지 더 기대되고 그 끝을 은근히 예견해 보게 되고 마지막장을 편안하게 덮게 된다. 

전작에서도 느꼈듯이 강렬한 내러티브나 급반전 그리고 스펙타클할 정도는 아니더라도(제목 자체가 그런 뉘양스를 전혀 풍기지도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기대했다가 한순간 이건 아닌데라고 그러면서도 뭔가 모를 감흥이 잔잔하게 풍기는 야생화의 향내처럼 다가왔듯이 이번 작품 역시 작가의 전매특허로 남을 분위기를 맘껏 풍기고 있다. 마치 CCTV로 현장를 그대로 생중계하는 듯한 섬세하고 리얼감있는 인물들의 묘사는 그동안 자극적인 내러티브의 향연을 맛본 독자들에게 흥미자극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독자의 시선을 충분히 집중케 하고,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조용하면서도 약간씩 들썩거리는 내러티브의 리듬감은 잔잔한 바다위에 떠있는 조각배속의 편안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딸(케이트)의 이야기에 이어진 아버지(데이비드)의 또하나의 이야기는 가족관의 소통, 의미,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작중에 자주 등장하는 '어야~'라는 감탄사 역시 낯설게 다가오다가도 서서히 독자들의 삶자체에 녹아있는 일상적인 언어처럼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야~'가 절로 입속에서 튀어나오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연출하게 된다. 마치 이런 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처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이페드, 디지털카메라, MP3, 동영상등을 비롯한 파일형식을 빌려서 개인 각자의 삶을 기억코져 하는 라이프 로깅에 부던히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왠지 궁상스럽기까지한 데이비드의 담뱃갑, 지도, 월급봉투, 장난감 배, 주소를 휘갈긴 냅킨, 열쇠,포두주 마개등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소소한 사물을 통해서 시각, 촉각, 후각적으로 살아 있는 실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진정한 의미의 라이프 로깅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삶이란 이렇게 작고도 많은 시작들이 모여서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일 것이고 어디쯤에 급류가 나타날지 아무도 예견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고 흘러가야 하는 강물처럼 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이지 않을까라는 의미를 부여해 보고싶어지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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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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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적인 기록, 타인의 가정사, 한발 더 나아가 다른 국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아니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훔쳐본다는 것은 많은 추측과 흥미을 가져온다. 몰래 엿볼때의 짜릿함에서 부터 자신의 기록 이나 가정사가 아닌 그저 타인의 이야기라는 점에 대한 다소분의 여유에서 찾아오는 심적 안정감, 이렇듯 타인의 일상 더구나 일기형식을 빌려 서술되는 가정사 이야기는 어쩌면 마음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것이고 새로운 읽을거리를 고대하는 있는 것이다. 

<눈먼 암살자>는 바로 이러한 야릇한 쾌감을 찾는 우리에겐 정말 더없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하게 연대순으로 나열되는 가정사을 역사기록 보듯이 읽어나가는 지루함을 없애주기 위해서 우리는 작가가 설정한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에서부터 흥미를 갖게된다. 체이스가문의 가정사 전반을 다룬 아이리스의 회고록과 동생 로라의 소설 [눈먼 암살자] 그리고 [눈먼 암살자]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공상과학소설 이렇게 삼중 액자구조 소설의 큰 맥을 잡았다는 점만으로도 심상치 않을 것만 같은데 각 액자속에 펼쳐지는 래퍼토리의 향연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쾌감을 증폭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삼중 액자구조가 각기 동떨어진 구조가 아니라 실상 서로가 상호 연결되고 해답을 던저주고 갈등을 조장하는 톱니바퀴 같은 설정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독자들의 머리속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 세심한 배려가 더해져서 엿본다는 짜릿함을 한층 가중 시켜주는 작품이다.

또한 작가는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 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20세기 캐나다를 배경으로 공식적인 사초 즉 신문기사나 논평등을 인용하여(눈먼 암살자라는 액자소설 내부에 군데 군데 삽입되어 다소의 혼란을 가중시키지만) 체이스가문 가정사의 품격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면서 동시에 픽션의 세계에 대한 판단 여부에 대해서 독자들의 방향 감각을 살짝 비틀어 놓는다. 그래서 체이스가문이 캐나다 어디쯤(주무대인 포트타이콘드로 역시 픽션이다)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가문 같고 이 가문의 비극적인 가정사가 20세기를 대변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묘한 장치를 곁들여 놓았다. 물론 이러한 팩트적인 요소들이 아리리스의 회고록이 아닌 그녀(나중에 드러나는 일이지만)의 또다른 픽션 세계 눈먼 암살자에 삽입함으로써 눈먼 암살자라는 작중 작품이 그저 공상과학소설만은 아니라 전제 구도를 설정해가는 조커 역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비추고 있기도 하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단어의 신중한 선택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작중 인물을 통해서 간간히 곁들어지는 작가의 세계관의 투영이 사뭇 재미를 배가 시킨다. 예를 들어 신은 변호사와 비슷한 역활을 한다고 주장하는 리니의 종교관이나 체이스 대위가 딸 아이리스에게 설명하는 경제학원론의 축약적 표현, 로라가 보는 시계와 시간의 관념 표현 그리고 스코틀랜드인 잉글랜드인 미국인 러시아인에 대한 촌철살인같은 표현들이 압권으로 다가온다. 특히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나 위니프리드의 얄밉기만 언행들을 시종일관 끝까지 밀고감으로서 상대적으로 로라나 아이리스에 대한 동정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구도 보다는 왠지 이러한 악역을 담당했던 이들 역시 당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오히려 자기자신의 역활을 더 충실히 혹은 합당하게 수행해 나가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을 불러오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연상케 하는 단추공장과 동명이인의 설정 자체가 시간을 거꾸로 회고한다는 전체적인 플롯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물 심리묘사는 많지 않는 단어를 축약적인 형태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도 절묘하게 그 맥을 집게 할정도로 시크하면서도 치밀하고 또한 섬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1차세계대전, 경제대공항, 스페인내전등 20세기 굵직한 사건들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면서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무정부주의,공산주의,볼세비즘,나치즘,파시즘등 이데올로기의 혼돈속에서 최상 권력지배층에서 최하층 노동자계급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거대한 담론들을 체이스가 가정사를 통해서 표출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한 가문의 가정사를 뛰어넘어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사람들의 집합적인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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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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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적인 기록, 타인의 가정사, 한발 더 나아가 다른 국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아니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훔쳐본다는 것은 많은 추측과 흥미을 가져온다. 몰래 엿볼때의 짜릿함에서 부터 자신의 기록 이나 가정사가 아닌 그저 타인의 이야기라는 점에 대한 다소분의 여유에서 찾아오는 심적 안정감, 이렇듯 타인의 일상 더구나 일기형식을 빌려 서술되는 가정사 이야기는 어쩌면 마음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는 것이고 새로운 읽을거리를 고대하는 있는 것이다. 

<눈먼 암살자>는 바로 이러한 야릇한 쾌감을 찾는 우리에겐 정말 더없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하게 연대순으로 나열되는 가정사을 역사기록 보듯이 읽어나가는 지루함을 없애주기 위해서 우리는 작가가 설정한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에서부터 흥미를 갖게된다. 체이스가문의 가정사 전반을 다룬 아이리스의 회고록과 동생 로라의 소설 [눈먼 암살자] 그리고 [눈먼 암살자]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공상과학소설 이렇게 삼중 액자구조 소설의 큰 맥을 잡았다는 점만으로도 심상치 않을 것만 같은데 각 액자속에 펼쳐지는 래퍼토리의 향연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쾌감을 증폭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삼중 액자구조가 각기 동떨어진 구조가 아니라 실상 서로가 상호 연결되고 해답을 던저주고 갈등을 조장하는 톱니바퀴 같은 설정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독자들의 머리속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 세심한 배려가 더해져서 엿본다는 짜릿함을 한층 가중 시켜주는 작품이다.

또한 작가는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 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20세기 캐나다를 배경으로 공식적인 사초 즉 신문기사나 논평등을 인용하여(눈먼 암살자라는 액자소설 내부에 군데 군데 삽입되어 다소의 혼란을 가중시키지만) 체이스가문 가정사의 품격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면서 동시에 픽션의 세계에 대한 판단 여부에 대해서 독자들의 방향 감각을 살짝 비틀어 놓는다. 그래서 체이스가문이 캐나다 어디쯤(주무대인 포트타이콘드로 역시 픽션이다)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가문 같고 이 가문의 비극적인 가정사가 20세기를 대변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묘한 장치를 곁들여 놓았다. 물론 이러한 팩트적인 요소들이 아리리스의 회고록이 아닌 그녀(나중에 드러나는 일이지만)의 또다른 픽션 세계 눈먼 암살자에 삽입함으로써 눈먼 암살자라는 작중 작품이 그저 공상과학소설만은 아니라 전제 구도를 설정해가는 조커 역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비추고 있기도 하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단어의 신중한 선택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작중 인물을 통해서 간간히 곁들어지는 작가의 세계관의 투영이 사뭇 재미를 배가 시킨다. 예를 들어 신은 변호사와 비슷한 역활을 한다고 주장하는 리니의 종교관이나 체이스 대위가 딸 아이리스에게 설명하는 경제학원론의 축약적 표현, 로라가 보는 시계와 시간의 관념 표현 그리고 스코틀랜드인 잉글랜드인 미국인 러시아인에 대한 촌철살인같은 표현들이 압권으로 다가온다. 특히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나 위니프리드의 얄밉기만 언행들을 시종일관 끝까지 밀고감으로서 상대적으로 로라나 아이리스에 대한 동정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구도 보다는 왠지 이러한 악역을 담당했던 이들 역시 당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오히려 자기자신의 역활을 더 충실히 혹은 합당하게 수행해 나가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을 불러오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연상케 하는 단추공장과 동명이인의 설정 자체가 시간을 거꾸로 회고한다는 전체적인 플롯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물 심리묘사는 많지 않는 단어를 축약적인 형태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도 절묘하게 그 맥을 집게 할정도로 시크하면서도 치밀하고 또한 섬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1차세계대전, 경제대공항, 스페인내전등 20세기 굵직한 사건들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면서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무정부주의,공산주의,볼세비즘,나치즘,파시즘등 이데올로기의 혼돈속에서 최상 권력지배층에서 최하층 노동자계급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거대한 담론들을 체이스가 가정사를 통해서 표출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한 가문의 가정사를 뛰어넘어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사람들의 집합적인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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