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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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유명 작가의 처녀작을 접한다는건 약간의 설레임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설레임이 앞서기 마련이죠.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는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으로 이번에야 국내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하마평과 함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겠습니까(그 동안 오르한 파묵의 매니아들이나 난생 처음 오르한 파묵을 접하는 독자들 모두 다 처녀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두갈래의 극명한 반응이 있으리라 여겨지네요. 한쪽은 이미 파묵의 작품세계를 경험했던 측의 반응일 것이고 또 다른 측은 처음으로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층이겠죠. 그래서 솔직한 심정은 약간의 우려감도 드네요. 이미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아~~ 역시 파묵답다' 라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고 처음 파묵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뭐야~~ 기대만큼 별 것 없는데' 라는 상반된 느낌을 줄 수 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동안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접했던 입장으로 이번 <제브데트씨와 아들들> 의 느낌을 말해보겠습니다. 뭐 항상 파묵의 작품을 접할때 마다 가지는 느낌중에 하나인데요, 좀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얼마전에 읽었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라는 작품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굳이 제노사이드말고도 이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 제노사이드는 상당히 빠른속도로 읽었갔습니다. 워낙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짙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결말을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에 속도가 났던 것이지만 파묵의 작품은 이와는 사뭇 다르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결말이 그러니까 책을 읽는 동안 언제가는 들어나겠지만(그리고 그 결말 또한 그리 파토스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왠지 하루라도 늦게 알고 싶은 심정에 속도가 더디게 흘러가고 그런 더딘 시간만큼 그의 작품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위안(그러니까 작품을 대하는 내내 어디쯤에서 한번의 극적인 반전이 올까 내지는 결말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그저 작가가 서술에 나가는 방식대로 읽어간다는 말이 맞을것 같네요. 물론 개인적으로 봐서 파묵의 작품에서 극적인 반전이나 결말을 기대하기란 힘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게 없습니다. 고작 <내 이름은 빨강>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여타 다른 작가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묵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이유가 바로 그런 위안이 아닐까라는 생각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을 받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파묵의 작품 세계이고 그의 작품에 끌리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故박경리선생의 <토지>를 연상케 하는 한 가족의 가족사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전개해나가는 방식의 작품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사소설와 개인사를 동시에 혼합한 구조의 대하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토지> 와는 다른 구조를 보이는 것은 크게 30년 단위를 주기로 칼로 무를 자르듯이 토막내서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바로 요런 스트럭처가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터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뭐 전공자 내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 해당되니 그리 걱정할필요도 없지만요) 인터넷포탈 싸이트의 터키역사를 PC창에 띄어놓고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 프롤로그에 이어 2부초반에서 다소 벙찐 느낌(30년이라는 세월에 대한 일체의 서비스가 없다보니 다소 혼란스럽네요)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내러티브를 쫒아가는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도 파묵의 전략적인 부분일 것이고 비록 비터키인 아니더라도 충분한 이해가 될 정도로 제브데트씨 일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동양화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 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한 만약 65년이라는 세월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의 구조를 채택했다면 아마도 작품의 매력이 한참은 반감되지 않았을까라는 느낌도 드네요.

 

이러한 공백은 다양하게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1부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독자들의 약간의 관심도 과감하게 저버리고 바로 30년이라느 세월을 훌쩍 넘겨버린다. 그 과정에서 제브데트는 과연 결혼했을까? 결혼했다면 파샤의 딸인 니갼과 했을까(사실 이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독자들을 자극하죠. 왜냐하면 프롤로그에서 은근히 형의 여인인 '마리' 의 등장이 애사롭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2부에서 '귈레르' 역시 레피크와 연관성이 비슷한 뉘양스를 비치고 있죠. 근데 이 역시 파묵의 작품답게 이런 상상들 그저 독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오스만제국의 붕괴 과정을 포함한 일련의 역사적 변혁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물론 누스레트, 푸아트의 생각으로 그렇게 진행될 것라는 뉘양스를 주고 있기는 하죠) 하여튼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시적인 한 가족의 가족사와 보다 거시적인 국가민족의 근현대사를 접목시켜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터키의 지정학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죠. 동서양 가치관의 혼돈과 발전이라는 패러다임과 국가민족중심의 패러다임의 충돌이 개인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들(향후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은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와 유사한 부분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들 또한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끌리는 내러티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부에서 거론된 '국가' 의 존재와 역활부분은 우리의 1960-70년대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 깊은 사유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묵은 가족사을 통해서 터키의 근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과 그 정점에 서 있었던 지식인들의 고뇌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어 무게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대놓고 어필하는 방식이 아닌 각 개인들의 심리묘사에 녹여 놓아서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부분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눈여겨 볼 만한 장면도 여럿 있네요 '카다이프', '돌마' ,'뵈렉' ,'라크'(라크는 정말 한잔 먹어보고싶네요)등 터키 전통음식과 술들이 줄줄이 등장하죠 뭐 이런 기회니까 다른 세상의 음식도 한번 맛간을 통해서 구경할 수 있고 하여튼 구미를 당긴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셰의 약혼식 장면은 마치 8mm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담는 듯한 묘사가 일품입니다.(존 맥그리거의 선명하고 상세한 CCTV HD 중계와는 사뭇 맛이 다르지만 오히려 구식 비디오의 영상이 더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가족사와 근현대사의 경계선에서 묘한 유사성과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가벼움(개인가족사)과 무거움(국가역사)이 교차하면서 향후 파묵의 작품에 근간이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그리 이질적이 않는 것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아왔던 이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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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브 연락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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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특이한 형식과 내용의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특히 이 작가의 전작 두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더욱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문학장르상 SF계열의 작품인 것 같기도 하고 팩션이 강한 역사소설류 같기도 하면서 인간의 심리나 사회풍자를 다룬 유머러스한 풍자물 같기도 하니 딱히 '이거다' 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작품입니다. 특히나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질주하던 바로 그곳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직전에 앞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왠지 에스파니아문학 치고는 낯설지 않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민족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에 버금갈 정도로 향토성이 짙은 스페인 문학의 대표주자인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 가 묘한 경계선을 왔다 갔다는 하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멘도사의 전작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번 작품 역시 친숙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이네요. 스페인 그중에서도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다지 낯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들이라도 내러티브 자체가 멘도사의 전작에 비해서 상당히 가볍고 짧아서 스페인 근대사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번 작품은 설정자체가 상당히 유머러스 하네요(공상과학소설로 분류한다면 더욱 더 코믹한 설정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러니까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개최되기전에 머나 먼 우주에서 지구 탐사를 위해서 온 고등생명체중 하나(구르브)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입니다. 뭐 단순하게 생각해서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거란 선입관이 뇌리를 스쳐가지만 이래서야 어디 멘도사의 작품이라고 할까요^^ 멘도사는 이러한 시츄에이션에 상당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몇가지 소스를 뿌려서 상당히 의미 깊은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소스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의 고향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한 없이 애정입니다. 존 맥그리거 빰을 칠 정도 세밀하게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인접지방의 명소와 음식점 그리고 향토 음식을 CCTV에 담아내듯이 소개하고 있고, 바르셀로나 지역 특유의 문화 내지는 사회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교통문제, 노인문제등 현재 바르셀로나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포함하여)에서 작품의 맛을 더했고, 또 다른 소스는 올림픽을 앞둔 경제 특수로 인해 과소비 현상, 흥청망청한 경제관등을 그리 좋지 않는 시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작인 <경이로운 도시> 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 경제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현 주소를 일깨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풍자는 부자와 빈자에 대한 멘도사의 시각에서 절정을 이루면서 바르셀로나가 안고 있는 사회모순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풍자나 비판을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히 바르셀로나의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세계인들로 하여금 스스럼없이 빠져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작품의 가장 주된 소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이런 점에서 멘도사의 바르셀로나 사랑은 대단하다는 생각 지울 수 없네요.

 

이러한 소스들로 인해 SF물의 성격은 온데 간데 없어 지고 맙니다. 특히 지구탐사를 온 외계인의 사고방식 자체가 묘하게 흘러가는데요. 마치 지구인 특히 바르셀로나 지역민에 동화되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외계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설정자체가 멘도사의 트릭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누구나 바르셀로나에 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라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는 그런 암시이지 않을까 싶네요(작중 샌프란시코로 밀항하려던 중국인 바르셀로나에 와서 눌러앉게 되는 사연등을 유추해 보면 더욱더 그런 암시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튼 점점 더 지구인 아니 바르셀로나 사람으로 바꿔가는 이방인의 눈을 통해서 바로보는 바로셀로나는 어쩌면 가장 객관적인 모습의 바르셀로나가 아닌가 싶네요.(물론 의연중에는 바르셀로나만한 곳이 없다라는 뉘양스가 자신이 뿌려놓은 소스에 상당히 진하게 가미되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죠) 멘도사는 "바르셀로나와 결혼을 했다", "생식적인 관계이다" 등으로 자신의 애정을 꺼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만큼 자신의 고향에 대해한 애착이 듬뿍 묻어난 작품은 없으리라 여겨지네요. 아마도 그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멘도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설정이라 여겨집니다.    

 

전반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사볼타 사건의 진실>, <경이로운 도시> 과 비교 한다면 상당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이라는 볼거리를 등장(외계인의 설정외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등장인물의 해학적인 모습, 실존하는 명소, 축구팀, 토속적인 음식등)시켜 내러티브 자체를 상당히 부드럽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왠지 외도의 냄새(기존의 두 작품에 비하면)도 풍기지만 막상 작품이 표출하는 의도는 역시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네요. 다시한번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바르셀로나와 멘도사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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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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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유명세와는 무관하게도 개인적으로 바나나의 작품을 대했던 기억이 없네요. 기껏해야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키친> 이라는 단편집이 고작이었던 같아 이번 <막다른 골목의 추억> 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역시 또 단편집이네요. 뭐 단편집을 싫어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왠지 장편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다 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진정한 매력을 집약적으로 느끼는데는 짧막한 단편소설만한 것도 없으리라 생각되어 지네요.

 

<막다른 골목의 추억> 은 다섯편의 짧막한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입니다. 그중에 정말 짧은 이야기 두편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철거 직전 맨션에서 보게된 노부부의 유령을 소재로 가업을 이어가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유령의 집' , 어느날 구내식당에서 먹은 카레로 인해 인생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엄마', 얼핏 보게 되면 뭐 이런 스토리에 열광할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특히나 다들 뭔가 삶에 치여사는 왠지 모를 슬픔이라는 주제가 일목상통하게 흐르고 있어 가슴한켠이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지기고 합니다.(물론 이러한 느낌이나 표현은 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하구요) 또한 저 같이 감수성이 떨어지는 독자라면 약간은 시큰둥해지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끝으로 갈수록 왠지 모를 심리 코칭을 받는듯한 편안하면서도 놓치기 싫은 그런 내용들인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대하면서 전 아사히 맥주가 머리속에 떠오르던군요. 드라이 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럽고 그러면서 유리잔에 남아있는 버블링을 떠올리게 되네요. 뭔가 알 수 없지만 거품의 흔적처럼 그 잔상들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긴박함이나 속도감이 없는 내러티브와 문체들이 슬로 푸드가 몸에 더 이롭듯이 더 오랫토록 깊숙이 자리 잡는것 같습니다) . 솔직히 이번 다섯편의 단편들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개연성이 상당히 높게 보이지만 그리고 자꾸 허구라는 생각을 갖게도 하지만 막상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치 우리들의 내면세계를 담아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우리 주변에서 발에 치이는 평범한 돌맹이 한조각 같은 느낌이지만 왠지 발이 아픈는 것 보다 발에 치인 돌맹이가 더 걱정스럽게 느껴질 만큼 가슴 한켠을 애잔하게 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세계를 거의 접해보질 않아서 단언하기 힘들지만 아마도 이렇게 지극히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형용하기 힘든 거대한 느낌과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스토리들을 참으로 감성적으로 맛깔나게 끌어가고 있다는게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한없이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느낌(음 힘을 쫙 빼버린다고 해야할까요)이 왠지 탐탁치 않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속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을비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네요. 그 만큼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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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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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거나 비행기로 여행하다가 바다에 불시착에서 무인도에 격리에서 살아가야하는 삶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반경과는 동떨어진 영역에서 격리된다는 생각들... 누구나 한번쯤은 특히나 유년시절에 상상도 해보고 미수로 그치지만 감행도 해본 일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그 만큼 내가 밟을 딛고 있는 세계로 부터의 격리(아니 정확히는 탈출이 맞겠죠)는 많은 희망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져오게 됩니다.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는 바로 이러한 격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틀린점이라면 자의적인 아닌 그리고 내 생활공간을 벗어난 격리가 아닌 바로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고향에서 어느날 갑자기 외부와 단절된다는 점에서 좀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뭐 상당히 황당스러운 설정(마치 외계의 뛰어난 지적생명체의 사육장을 생각게 하네요)이지만 작품 결말부분에선 오히려 설득력을 갖고 있는것도 같습니다.

  

바로 외부와의 단절은 외부와의 불소통이자 다름아닌 나만의 영역을 쌓아가는 형태가 될 것인데요. 특히 나만의 울타리가 잘못되었을때 우물안 개구리처럼될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과 금권이 이러한 단절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정말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고통을 자아낼 개연성이 극도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극한상황에서 이들 권력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엿보게 하네요. 물론 이러한 불의 내지는 악과 맞춰 고분분투하는 선을 대변하는 양측의 대결구도가 한결 더 작품을 판타지에서 현실의 장으로 끌어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의 특이할 점 중 하나가 바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이 정말 많습니다(그래서 처음부터 누구 누구 이름을 머리속에 굳이 기억할려고 하면 큰 오산입니다^^). 오죽하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체스터스밀의 약도와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한 삽지가 첨부되었겠습니까. 이 삽지에만 해도 대략 한 오십여명 가까이 등장하지만 수록되지 않는 인물까지 합치면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많습니다. 마치 채스터스밀의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뭐 그럴수도 있고. 우리 박경리선생의 <토지> 나  홍길동의 <개의 힘>을 봐도 상당히 많은 인물들 등장하는데 뭐가 대수일까 하겠지만 이번 작품의 매력은 바로 등장인물에 있다고 전 개인적으로 느껴집니다. 우선 주연급의 포스있는 비중 인물들 위주의 작품이지만 스티븐 킹은 누구나 그냥 지나쳐도 내러티브에 별 지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아주 친철히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돔에 갇힌 체스터스밀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약간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중심에서 벗어난 인물의 등장이 개연성이 아니라 필히 이어지는 스토리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것만 같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해서 그냥 흘려버릴 수 없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어쩌면 작품의 결만부분에서 작가가 표방하는 목적과 어우러지지 않나라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각 개인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의 합일체가 사건 해결의 키를 제공했듯이 이렇게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가 모여서 작품을 완성하고 바로 그런 개인들의 숨겨졌던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가지게 합니다.

 

여하튼 이번 작품은 다시 한번 더 스티븐 킹의 상상력에 감복할 만큼, 설정이나 내러티브 진행 속도, 인물의 묘사, 권력의 교묘한 뒷모습등 모든면에서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달리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게 아니라는 생각 가져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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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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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장에 등장하는 요상한 분위기의 레인코트 사내와 그의 아들이 잠복근무하며 펼치는 서스펜스(비록 가출한 고양이 생포작전이었지만)에서 독자들은 이번 작품의 성격을 규명해 버리는 오류를 저질르게 됩니다. 우선 <명탐정의 아들> 이라는 제목 자체에서부터 부비트랩을 설치해 놓았고 초기에 진행되는 내러티브 구도 자체가 추리물일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작가는 작품의 개연성으로 은근히 슬쩍 뒤바꿔 놓아 독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엄마의 갑작스런 해외근무로 인한 무대에서 퇴장과 이후 이사한 집의 포스나 카페의 이름을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의 제목에서 따오는 장면이 바로 이러한 의도되지 않은 개연성을 유표하고 있어 뭔가 그러니까 고양이 수색말고 엄청난 사건이 터질수 밖에 없는 일종의 복선 아닌 복선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특히 초일류 사립대를 다니면서 예전에 인연을 맺었던 고객(윤희 누나)이 의뢰는 '행운의 열쇠' 찾기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결정적 역활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이번 최상희 작가의 <명탐정의 아들> 은 서두 부터 맛깔스러운 입담과 전체적으로 풍기는 추리스릴러적인 분위기로 인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작극하면서 출발하고 있네요.

 

전작 이었던 <그냥, 컬링> 에서 작가는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아주 애매 모호한 화두를 던져주었습니다. 으레 우리는 자식들에게 목표의식을 본의 아니게 자의든 타의든간에 부지불식간에 주입시키고 있죠. 멘토라는 얄궂은 상징체계까지 만들면서 삶, 공부, 나아가 인생등 목표를 정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장치들을 획득하고 스펙으로 장착하는 방법론등을 어린 자녀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컬링이라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통해서 좌충우돌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냥' 이라는 정말 대한민국에선 극히 위험한 사고를 주입시키고 있죠. 아마도 학부모들은 쌍수들고 난리치겠지만 우리 자녀들 삶에는 아주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작품이라고 기억됩니다. 갑자기 전작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 만한 이유가 있어 전작과 작가의 사유를 살짝 들어냈습니다. 이번 작품 <명탐정 아들> 역시 골격과 껍데기는 서두에서 말씀드린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추리스릴러 장르 같지만 막상 본론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소재를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생활의 왕따,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는 현 대한민국의 교육체계와 이를 방관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들에 관한 자화상을 실랄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네요.

 

전체적인 색체는 다소 무겁고 애잔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고기왕의 촌천살인 같은 입담과 레이먼드 챈들러, 아서코난도일경, 애거스 크리스티등 추리소설 대가들의 작품들과 탐정들이 소개되어서 추리소설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기억을 되살려 볼 만한 소재도 등장하고 부자간의 관계 설정에 나름의 해답도 던져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대인관계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청소년과 부모가 꼭 같이 읽어볼만한 작품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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