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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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흑사의 해라는 계사년이 밝은지 좀 되었고 정초 거창하던 소소하던 간에 나름대로의 새해 계획을 세우고 올 한해 만큼은 계획대로 살리라 다짐을 했건만 채 한달 보름정도 지나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계획들을 보면서 이젠 왠만한 충격엔 별로 반응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매년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하나 하나 틀어지면서 왜 난 이럴까 왜이리도 의지가 약한걸까? 자책하지만 이런 사태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 이런거 있잖아요 요즘 같은 험학하고 냉정하기 짝이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래 이정도면 어느 정도 면피는 하는것 아닌가라는 위안들 말이죠. 그래 그래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정치권력도 바뀌는 판국에 일개 소인인 내가 하는 허망감들. 특히나 요즘처럼 존재감마저 상실해져 가는 루저 같은 세상에서 이것 저것 책을 읽어도 그리 편해지질 않는 마음을 다스리는것 조차 이제는 질력이 날만 하네요. 정말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온 책 한권이 있어 얼어붙고 세상에 꽁해있던 제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아 소개 합니다.

 

   김민관의 <슈퍼맨 로망스> 라는 작품은 서두에서 주절주절 했듯이 지금 힘든 세상을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가고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활력을 주는 작품입니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통해서 인생의 진리나 성공의 지침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는 그런 알량한 자기 개발서 같은 책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 명심하고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 뭐 거창한 사유의 세계에 몰입해 보겠다거나 괜시리 심각한 시츄에이션을 경험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절대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왜 문학작품을 대하면서 나름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러한 가상의 공간속에서 작가의 사유와 오버랩 해보기도 하면서 나름의 나르시즘이에 흡취해보는 것 역시 책 읽기의 즐거움중에 하나이지만 <슈퍼맨 로망스> 는 그런 나르시즘을 유발하거나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말의 팁도 주지 않기에 무게 잡는 독자들에겐 일말의 제고도 없는 작품일 수 있는 내용들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별볼일 없는 작품처럼 보이는 <슈퍼맨 로망스> 를 제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신체발부하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작품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연속이자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만한 일들을 지면에 민낯 그래도 까발려 놓은 작가의 용기에 눈길이 먼저 간다는 것이죠. 고상하고 유수한 언어로 무슨말인지 모를 서사들만 잔뜩 뿌려놓은 메이컵이 완벽한 작품들보다 오히려 더 뇌리 깊이 파고 든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책 읽기를 단숨에 끝내버리게 하는 흡인력과 읽는 내내 박장대소하면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씁쓸한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컨셉트가 나 자신의 잃어버렸던 로망을 저 가슴 깊은 곳에서 슬금슬금 우러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상당한 파토스를 느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왜 이런 작품들이 속된말로 뜨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 플롯, 내러티브의 짜임새, 문학적인 완성도' 라는 부비트랩 아래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요. 이래 저래 많은 상념들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지수를 줄이고 내용을 좀 더 보완해서 중편 형식으로 선을 보였으면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루저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허망한 웅덩이에서 실날같은 희망을 선사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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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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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 <갈릴레오의 고뇌> 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사건 해결사 유가와 교수(별칭 갈릴레이 탐정)의 사건해결집을 다룬 총 5편의 단편집을 모은 책입니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는 물리학자답게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해결과정이 과학적 논거와 실험을 통해 범인을 꽁꽁 묶어 놓고  워낙 과학적 사고에 기반을 두다 보니 사실은 가가형사보다 냉정하고 인간미가 결여된 느낌을 주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작품속에 등장하는 유가와 교수의 말들은 사실 이러한 면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유가와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정말 과학적 추리에 기반을 두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별미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냉철한 과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일 수 밖에 없는 면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번 단편들은 과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우선 각각의 작품들의 제목들이 마치 장편을 연상케 하는 뉘양스를 비추면서 각 사건의 핵심 부분만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목들이 우선 마음에 들더라구요). '온도와 압력차이', '금속의 변형과 폭발의 연관성', '홀로그램을 이용한 트릭기법', '다우징에 대한 진실', '자기 공명법을 활용한 범죄' 등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과학적 현상을 모티브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어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전공을 보는 듯 합니다. 과학적 논리에 의해 하나 하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유가와 교수를 돋보이게 하는 작품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단편들이라 진행속도가 빠를게 진행될 수 밖에 없어서 그런지 해답 도출 과정이 과학실험처럼 너무 명쾌하다는 것이 오히려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 갖고 있는 한계이지 않을까 싶네요. 대체적으로 이번 단편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학적 현상을 매게로 삼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에도 사회적 이슈거리를 살짝 비추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편인 '교란하다'  편에서 악마의 손이 기업을 대상으로 협박하는 내용에 "애당초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국민의 생명 따위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을 선택했다"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사회 전반에 만연된 정치가나 공무원 불신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죠(물론 우리 현실에도 딱들어 맞아서 더 가슴에 와닿았습니다만). 이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는 사회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사유들이 꼬박꼬박 묻어나 있어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서 과학적인 추리 영역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전작 단편집인 <예지몽>이 영혼과 비과학적인 현상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하나같이 과학적 영역을 다루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냉철하게만 인식되었던 유가와 교수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줌으로써 더 끌리는 캐릭터로 변신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오루라는 새로운 여성 파트너를 등장시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추리스릴러의 분위기를 한층 부더럽게 완화시키면서 새로운 긴장감을 형성(구나사기와 가오루의 상반된 캐릭터 구성은 신구의 대결 및 남성 대 여성의 구도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여성 형사의 역활이 만만치 않은 민완형사 빰치게 한다는 점에서 구사나기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 더 갈릴레오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면 세대교체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케 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신은 범죄의 원인 그러니까 범인의 의식구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옛스승이 관연된 사건에서 유가와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더 친근감을 갖게 합니다. 그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왠지 기계처럼 원리 원칙대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에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감정들이 상당히 완화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뭐 어쩌면 이런면들이 유가와교수의 독특한 면이자 매력이었는데 이번에 과감한 변신에 성공합니다. 왠지 뭔가 빠져있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정리해준 그런 느낌을 받게 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가가형사와 더불어 오래토록 사랑받는 또 하나의 영웅이 완성되는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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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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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판타지/SF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레이철 콘의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는 전형적인 판타지/SF 장르의 작품이지만 여기에 로맨스라는 감칠 맛 도는 양념을 뿌려 놓으므로써 색다른 자극을 주는 작품입니다. 선조의 영혼만을 제거한 복제 인간 클론, 위성통신, 에버에이트(하늘을 날으는 자동차), 호버콥터등의 신개념 테크놀리지가 등장하면서 한층 발전된 판타지/SF 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짜릿한 로맨스가 작품 전반을 흐리고 있어 판타지/SF 쪽으로만 흐를 수 있는 내러티브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네요. 발전된 면모란 다름아닌 작품 전반을 흐르는 기조의 전환이라고 할까요. 뭐 판타지 매니아들에게 총맞을 각오로 한마디 한다면 기존의 판타지/SF 계열의 작품들이 화려한 백그라운드와 이에 버금가는 돌비 스트레오를 앞 세워 비쥬얼에 중점을 둔 매우 다이나믹한 서사가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 역시 이러한 강한 임팩트에 길들여지게 되고 왠만한 충격으로는 호응을 받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작품이 색다르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은 이러한 강한 임팩트적인 장치 없이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스트럭쳐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할까요. 

 

 

또한 독특한 점이라면 기존의 판타지/SF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구도(아니 컨셉트라고 하는게 맞을 수도 있겠네요) 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이와 유사한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서사의 한 가운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죠. 제아무리 시공간을 넘나드는 테크널러지의 결정판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 그 중심에 있고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그런 구도의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베타> 라는 작품은 이러한 전형적인 컨셉트를 따르지 않고 작가 자신 고유의 다른 컨셉트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제품 클론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복제 인간인 클론이 서서히 인간화 되는 과정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죠.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감정들과 기억들을 하나씩 체득해 가면서 진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지금 시점에서 다 파악할 수 는 없지만 이번편의 내러티브만으로도 이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달짝지근한 로맨스를 가미함으로서 분위기 자체를 들뜨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입니다.

 

으레 판타지/SF 계열이라면 자극적이고 강렬한 서스팬스의 파토스를 원하고 이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물론 이런말 하면 메니아들에게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이번 <베타> 리는 작품은 다소 실망감을 가져줄 지도 모르겠네요. 작품 전반에 걸쳐 뭐 하드하고 격한 내러티브를 볼 수 없는 다소 밋밋한 작품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싱겁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뭔가 특별한 것을 상상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격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와는 사뭇 다르게 잔잔한 흐름을 보여 주지만 엘리지아와 타힐을 둘러싼 클론들의 정체를 추리기법을 사용하여 디펙트 클론들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방식을 취하면서 독자들의 눈을 끌여 들입니다. 음 길게 말하지 않고 <베타> 만큼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SF 도 없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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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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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스릴러 소설은 장편이야만 제맛이다라는 통념에 제동을 건 작가를 손에 꼽으라면 전 단연코 히가시노 게이고를 주저없이 손에 꼽아 봅니다. 전작인 <거짓말, 딱 한개만 더> 라는 작품을 통해서 단편이라도 추리스릴러 소설이 품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품성을 다 품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단편이기에 군더더기 없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명확한 추리가 더 돋보이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 흥미를 배가 시켰던 전적이 있기에 이번 <예지몽> 이라는 단편집 역시 기대감이 높았고 역시 이런 기대감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한 작품들의 배치가 참 마음에 들었던 단편선입니다.

 

  추리스릴러가 장편소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하나가 각종 트릭과 이런 부비트랩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가는 내러티브의
향연이 제한된 지면상으로 사실상 제뜻을 전달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장편으로 흐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념요소들이 첨가되고 복선에 복선 그리고 반전도 쓰나미 형식으로 밀어 붙이므로써 상당히 스케일이 커질수 밖에 없고 독자들은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구조가 바로 이런 장편 추리스릴러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게중엔 지면의 확보만을 향한 어설픈 서사와 억지로움이 교묘하게 반영된 작품들도 많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지만요. 그래도 추리스릴러는 왠지 짧은 단편이라면 뭔가 빠진듯한 그러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쉬움이라고 해야 하겠죠. 좀 더 기대감을 증폭시킬수 있는 반전을 기대하는 심리로 인해 추리스릴러 소설의 경우 장편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러한 선입관을 한방에 무너 뜨립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뭐하나 흠잡수 없을 만큼의 내러티브와 트릭을 헤처가는 주인공의 추리적 논리로 순식간에 독자들의 눈을 사로 잡네요. 여기에 깔끔하다고 해야할까요 장편에서 볼수 없는 뭐 그런거 있잖아요, 뭐 그러니까 반전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할까요. 물론 독자들 역시 어느 정도 반전의 내용이나 반전의 타이밍을 예측하고 있지만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반전은 약간은 색다른 상황을 전개시키죠. 그래서 더욱 더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고요. 이번 단편선에서도 이러한 반전의 효과는 아주 깔끔하게 독자들을 찾아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이밍 역시 절묘하고요. 대표 제목인 <예지몽>을 비롯한 '떠도는 영혼' 등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번 단편선은 대충 예감할 수 있듯이 영적인 사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갈리레오 탐정인 유가와 교수의 한치 빈틈도 없는 과학적 논리는 영적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걷어 줍니다.

 

  전작인 <거짓말, 딱 한개만 더> 와 비교할 때 이번 작품은 성격 자체에서 부터가 사뭇 다르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짓말, 딱 한개만 더> 가 주로 인간 품성과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흔히들 영혼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만약 이번 작품에 사건 해결사로 유가와 교수가 아닌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관여 되었다면 과연 어떤 분위기였을까? 그리고 <거짓말, 딱 한개만 더>에 반대로 유가와가 해결사로 등장했다면 이 얼마나 어색했을까할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사건 해결사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건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강한 메세지와 즐거움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서 독자들은 짧은 단편이지만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숨가쁘게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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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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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에는 진보적인 사고와 더불어 열린 취향(다양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졌다고나 할까요)의 소유자라고 자부하고 있는 저이지만도 막상 김혜나의 <정크> 를 읽고 난 첫 느낌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점을 애써 무시할 수 없네요. 물론 동성애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와 더불어 항상 이성간의 섹스가 극히 정상적인 절차이거나 다윈의 진화론을 거론해가면서 충분히 가능한 다양성의 한 방편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머리속의 상념들이 어디까지나 하나의 일률 단편적인 자기방어적인 개념이 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 어쩔수 없나 봅니다. 특히 <정크> 에서 서사된 동성간의 성애 묘사부분은 더욱 더 감정적 격함을 떠나서 혼란스럽게 다가 온다고 굳이 부인하지 못하겠다는 말이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작가의 묘사가 그 만큼 리얼리티 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요. 하여튼 이래저래 이번 작품은 설왕설래가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요즘 한국 문학의 또 다른 돌파구로 루저문학 장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세계문학상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들도 대세가 루저문학계열이라는 보도가 있었듯이 아무래도 현 시대의 고달픔이 현실를 부정하지 못하게 하는점과 몇몇 이들이 보여주는 현실 세계의 괴리감이 더욱 더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겠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바라보면 왠지 뒤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분야 역시 독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차원에서는 눈여겨 볼 만한 사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다 알면서도 들추기 민망한 부분을 속 시원하게 풀어 놓았다는 점에서 독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2010년 오늘의 작가상 <제리> 로 데뷔한 김혜나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정크> 는 바로 이런 루저들의 삶을 서사하고 있는 믿고 싶지 않는 소설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태를 인지하면서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네요. 왜 나만은 그런 루저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자위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전작에서도 언급된 루저보다 이번 작품은 루저라는 개념을 훌쩍 뛰어넘어 한 단계 더 위라는 개념의 정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루저도 감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열악한 요소들(서자에 동성애자등)의 주인공 '성재' 를 통해서 정말 제대로된 루저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이부분이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니까 어설픈 서사들이 아닌 정말 제대로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사들을 통해서 밑바닥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죠. 아마도 성재와 민서 형, 성재와 주아간의 성애 묘사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에로틱하거나 혹은 역겹거나 하는 그런 일체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상당히 주목받을 만한 작품으로 인식됩니다.

 

  뭐 이런 느낌 있죠. 대충 루저들의 피폐한 삶과 그들의 가치관등을 대충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언어를 동원해서 갈무리하는 그런 방식이 아닌 정말 이들의 삶을 바로 문전앞에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있는 서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보이네요. 특히 세 가지 화두인 화장(메이크업)과 동성애 그리고 약물(마약) 을 소재를 루저들의 삶과 연결 시키면서 당연하게끔 받아들이게 만드는 내러티브의 구성이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 주인공 성재에게 있어 이 세가지는 다음 아닌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자 자신을 정크속으로 계속 끌어들이는 악과 같은 존재입니다. 좀 더 사유적인 면으로 보자면 이들 세가지 트로이카는 성재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두려움을 들어내지 않으므로써 즉 생존을 위하여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성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이죠. 작중 " 죽지 않고 살아서,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지 위해 화장을 하는 남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 라는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밑바닥의 루저인생에서 남은 마지막 자산인 몸의 性정체성 마져도 스스로 구축할 수 없는 서글픔을 보여주는 상당히 쇼킹한 서사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작품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면이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머리속으로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눈앞에 펼쳐진 서사에 대한 일종의 거부랄까 뭐 이율배반적인 제 자신을 보면서 일차적으로 당혹했고 그러면서도 작품속으로 자꾸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에 스스로 놀라게 하는 작품입니다. 상당히 단순한 내러티브이지만 사유만큼은 오래토록 잔상에 남을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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