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에블린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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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간의 얼어붙은 정국이 좀처럼 해동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독일통일이라는 선례가 마냥 부러울수 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적 논리라는 거대한 담론이 당연시 되는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명제는 현재까지는 아직 희망사항으로 남아있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구요. 이런 맥락에서 잉고 슐체의 작품들은 국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입니다. 전작 <심플스토리> 를 통해서 우리는 정치적 논리의 거대담론과 국가구성원인 일개 국민들이 통일을 피부로 느끼는 미시적인 담론의 온도차를 보면서 통일에 대한 나름의 기준를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 <아담과 에블린> 을 통해서 다시한번 이런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네요. 이번 작품은 모티브를 성서의 아담과 하왕에서 영감을 얻어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주 맥락으로 내러티브를 진행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 내제된 태제는 러브스트로만으로 파악하기 곤란할 만큼의 또 다른 담론들의 녹아있다는 점에서 잉고 슐체의 유니크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독일 통일이 임박한 시점에서 발생하는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탈출이라는 행동을 단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다가옵니다. 물론 이번에도 등장인물들의 포커스는 구 동독출신들이고 이들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는 또한 제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설불은 결론이지만 작가의 사유가 기가막히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옵니다.

 

   한편으로 당시 동독인들의 자유와 희망에 대한 갈망을 살짝이나마 엿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담에 더불살이 국경을 넘는 키탸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도나우강을 건널수 밖는 절박한 현실을 보면서 자유와 희망의 갈구는 그 어떤 장벽도 막지 못한다는 점을 볼수있구요. 사실 이부분이 재미있는 데요 이렇게 살떨리는 탈주극아닌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아담과 캬타가 주고 받는 대화들 그리고 거북이를 챙기는 등 약간의 아이너리와 유머러스한 서사들이 긴박감과 잘 어울려서 한층 더 탈주극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을 부추기는 역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다소 딱딱하게 진행될 수 있는 내러티브의 윤활제 역활을 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촉매로 내러티브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아담과 하와(이브) 모티브에서 에덴동산 금단의 열매를 따 먹기 전의 에덴 동산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지만 한순간에 그런 천국에서 결별하게 되고 새로운 천국을 찾아 나서게 되죠(사실 어느쪽을 천국이라고 해야할지 제3자적인 시각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뭐하지만요). 즉 아담과 에블린이 현존하는 동독이라는 사회주의국가시스템에서 자유와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찾아 탈출하여 자본주의시스템인 서독으로 향하는 여정이 어쩌면 천국에서 모진곳으로 가는 듯한 뉘양스를 비쳐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다. 동독을 떠나 도착하는 곳마다 돈이라는 주제가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시장가격 시스템 역시 동독의 물가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 처하면서 새로운 파라다이스에 적응해야하는 모습이 애처롭게까지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아담과 에블린의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대화자체 전체적인 방향은 한방향으로 흘러가는데(이는 마치 동독과 서독이 하나의 독일로 합쳐갈수밖에 없다는 점을 넌즈시 서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세부적인 내용들은 정말 하나같이 각자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것(통일 과정의 매끄럽지 못한 거시적 미시적 모든 형태를 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이 독일 통일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치환한 기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의 사유와 비추어 보면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설정으로 보여지네요.

 

   사실 아담이나 에블린은 무슨 정치적인 목적이나 자유에 대한 갈구 혹은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에덴의 동산(동독) 을 떠난 것은 아니죠. 이는 마치 아담과 하와가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금단의 열매를 먹지 않았듯이(뭐 이렇게 표현하면 반발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요)요 우연한 사고로 에블린이 떠나고 이를 뒤 쫒아 떠나는 아담 특히 아담은 에블린을 재회해서 다시 에덴의 동산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는 사람이죠. 잉고 슐체의 정확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시적인 담론인 독일통일이라는 테제와는 별개로 일개 개인의 경우 거대한 담론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그런 삶속에서 통일이라는 테제를 바라보게될 수 밖에 없는 개개인들의 상을 담아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아담과 에블린 두 여인의 사랑과 이별, 재회등 내러티브 전반이 연애소설을 그 기저로 진행되고 있는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한쌍이 등장하면서 갈등구도를 증폭시키면서 등장인물 각각의 입장을 표명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약간은 뻔한 스토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잉고 슐체는 이런 연애소설에다 독일통일이라는 커다란 테제를 무임승차 시켜놓았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일을 문턱에 둔 시점에서 동독을 대변하는 아담과 새로운 삶을 찾아 탈출을 감행하는 에블린, 작가는 그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바로 통일 테제라는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독자들은 아담과 에블린 개인의 극히 농밀한 사적 내러티브를 아무런 부담없이 쫒아가게 되지만(잉고 슐체가 깔아놓은 덫에 걸려드는 것 자체를 전혀 의식 못하면서요) 작품을 읽어가면 갈수록 왠지 두 연인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아닌 서독과 동독이라는 거대한 태제를 만나게 되면서 양단의 미묘한 느낌을 받게 되는 작품입니다. 전작이었던 <심플 스토리>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잉고슐체는 독일 통일과정을 거대한 정치적인 담론이 아닌 각 개인이 처해져 있었던 소소하지만 정말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올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과연 아담과 에블린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서독행은 행복한 선택이었을까요? " 라는 물음이 독자들 뇌리속을 깊숙이 파고드네요. 통제와 비자율이라는 정체된 사회에서(물론 이렇게 파악하는 시각의 기준점이 사뭇 다를수도 있습니다) 자유라는 파라다이스라는 공간을 선택한 이들에게 어느 쪽의 삶이 진정한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주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진한 잔상들을 요구하는 작품이다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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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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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알린 <방과 후> 에 이어 학원 추리물 2탄 이라 할 수 있는 <동급생> 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따져보면 <동급생> 을 학원 추리물의 시조라고 봐야하겠죠. <방과 후> 사실 화자의 중심과 내러티브상 무게의 주심이 교사에게 치중되었고 학교와 학생들은 조연에 불과했기에 이번 작품인 <동급생> 이 전형적인 학원 추리물의 신호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다가오면 괴담 시리즈가 인기가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괴담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여고괴담이라는 학교와 학생이 소재가되는 스토리가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학교' 라는 폐쇄성과 더불어 누구나 한번쯤 겪었던 학창시절에 대한 애수, 그리고 학생때의 가치관등이 수 많은 소재거리와 추억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작품은 나라는 화자이자 주인공(니시하라 소이치, 고교3학년, 야구부주장)의 시각에 비쳐진 학교라는 조직체와 교사와 학생사이의 갈등 그리고 동급생끼리의 사랑과 질투등을 막라한 성장소설의 모멘트도 가지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흥미를 배가 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트레이트인 탄탄한 내러티브와 요소요소에 설치된 부비트랩, 이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추리기법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이라는 맛깔나는 양념들이 듬뿍 뿌려져 있어 무엇보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동급생> 은 서두부터 독자들에게 스피드를 요구합니다. 뭐 워밍업이라는 단계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바로 달려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유키코의 사고사(대충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사건의 계기로 순차적으로 뭔가가 발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로 출발하는 내러티브는 갑자기 사고사가 아닐수도 있다는 설정들이 등장하면서 왠지 다음에 터질 사건들을 은근히 기대하게 합니다. 작가는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바로 교사의 죽음을 부상시키면서 내러티를 한번 살짝 꼬아 버립니다. 그리고 또 살인미수라는 사건이 터지면서 학교는 공포의 분위기속으로 들어가고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갈등이 고조되죠. 이 시점에서 독자들은 나름의 추리력을 발휘해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깔아놓은 다양하고 친절한 부비트랩을 밟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물론 와중에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요 그러저럭 그 사탄의 손길을 쫒아온 독자들은 반전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됩니다. 잠시 당황하게 되지만 작품을 거꾸로 되돌려 보면서 아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치밀한 구성을 새삼깨닫게 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여기에 고등학생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또 다른 흥미를 불러오는 작품이기도 하죠.

 

   작가의 후기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백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수긍했을 거란 생각이 들정도로 적나라하면서 솔직하게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교에 대한 사유와 더불어 그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중 교사를 비하하는 용어나 비웃음등이 픽션적인 설정요소가 아니라 현실의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오고요. 뭐 솔직히 말해서 한편으로 속이 쉬원한 맛도 들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상당히 씁쓸한 느낌이 오래토록 잔영처럼 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엿볼수 있는데요. 가장 근본적인 틀인 사회와의 소통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추리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접한 독자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학교, 교사와 학생이라는 틀에 대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한여름밤에 시간때우기 형식으로 읽는 소설이 아니라 내러티브와 그 전반에 깔려 있는 사유에 대해서 다시한번 집고 넘어가야만 하는 점들을 말해주고 있죠. 특히 요즘처럼 공교육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지고 교권과 권위가 추락한 현실에서 제대로된 교육과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이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원 추리물과 성장소설이 믹싱되어 있는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섬세하고 탄탄한 추리와 사회전반에 던져주는 멘트가 잘 버무러진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심리와 갈등 그리고 관계설정등 사회적으로 한번즘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할 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픽션으로만 치부하기엔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메타포가 상당히 가슴을 울리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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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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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철 지난 느낌이 들지만 오래전부터 이 작품은 읽어봐야 한다는 오기아닌 오기가 있었고 이제 와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적인 문단데뷔작이자 일본내에서도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추리문학상인 에드가와 란포상을 1987년에 수상한 작품이 바로 <방과 후> 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메니아층이들이 생길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아베 미유키와 더불어 일본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방대한 작품활동과 더불어 기존 추리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고 합니다. 단순한 추리스릴러를 뛰어넘어 사회문제를 이슈로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같이 호흡하는 작품들을 집필하기에 더욱더 그의 작품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고요,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각종 트릭의 설정과 복선의 내포 여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을 선사함으로써 추리소설이라는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 숨가쁘게 독자들을 몰아가는 것이 특징이죠.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기에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을킬수 있는 소재 혹은 이미 이슈화 되었지만 세인들의 무관심속에서 사라져가는 문제들을 작품전반에 깔아놓으므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더불어 이러한 사회문제를 같이 고민하게 하는 동반자적 역활을 제시하고 있어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어나면 그 뒷맛이 강하게 오랫동안 혀에 남기 마련이기도 합니다.

 

   이런측면에서 <방과 후> 라는 작품은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든 그 원죄같은 작품을 대면하면서 과연 그의 사유가 어떻게 출발했으며 어떻한 방향으로 진행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의 초년기 작품은 이런면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방과 후> 는 여고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을 계기로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가 새롭게 부상하게 만드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라는 화자(마에시마)가 등장하여 여고에서 벌어진 미스테리한 사고와 살인사건을 추리해나가면서 여고생들의 미묘한 심리와 더불어 사건의 전개과정을 마치 일기쓰듯이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협하는 묘한 위험요소들과 갑자기 발생한 미스테리한 살인사건 이렇게 독자들은 처음에 두가지가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있을거란 추측은 하지만 막상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진 또 다른 살인사건으로 학교전체가 멘붕에 빠지면서 다양한 논란거리들이 하나씩 등장하죠. 여기서 독자들은 작가가 살짝살짝 깔아놓은 복선들을 되새겨 연상하게 되면서 사건의 종결부를 향해 칫닫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 사건의 실마리와 그 비밀은 상당한 충격과 반전으로 다가오죠. 왜 앞에서 팁으로 제공했던 복선들을 연계시키지 못했을까라는 자책도 해보지만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전략이라고 보여지구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극적인 반전은 사건이 다 해결된 이후 마에시만에 닥치는 아내의 배신이 가장 극적이지 않았라는 생각이 됩니다. 그동안 사건해결에 온갖이목을 집중시켜 놓고 막판에 생각치도 못한(물론 눈치 빠른 독자라면 마에시마 아내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서 짐작은 할 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결과까지는 상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대반전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에 밀실의 미스테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도표를 삽입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는 점(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아마 이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친절이 왠지 부비트랩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하네요. 독자들의 눈을 밀실 미스테리에 붙잡아두고자 하는 기획된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 양궁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용어들도 눈요기감으로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단순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내러티브라면 그다지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서 느낄수 있듯이 이번 작품속에서 작가는 학생과 선생이라는 수직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느끼는 시각의 차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물론 강자와 약자의 차이에서 오는 강도겠죠)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내러티브 전반에 배치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거리를 던저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창시절을 겪었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수긍갈수 있는 소재를 스토리화하여 작가와 독자 그리고 작품의 거리를 상당히 좁혀 독자들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고 바로 이 작품에서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점들을 염두해 주고 창작활동을 하지 않았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의 초년작품들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있지만 개인적으로 <방과 후> 는 구도의 짜임새나 내러티브의 탄탄함 그리고 작품전반에 깔려있는 사유등의 면에서 결코 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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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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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추리 문학계에서 사회파 작가로 미아베 미유키아 쌍벽을 이룬다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를 만났습니다. 뭐 사실은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지만요 내공이 상당한 작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경찰소설 내지는 형사소설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대한 내러티브(정말 만만치 않는 분량입니다)가 처음부터 작가의 의도나 기획대로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오고요, 물론 전체적인 분량의 배분을 감안할때 다소 끌었다는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4를 제현하는 유괴사건의 등장을 조금만 더 일찍 컨텍했다면 보다 더 스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지울수 없게 합니다. 이 점은 경찰조직이라는 특수한 환경속에서 조직간의 암투와 설정들이 너무 오래토록 끌어서 약간의 집중력을 잃게 하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때 이색적인 소재와 경찰 조직의 이해 그리고 끝에 오는 반전의 강도등을 고려한다면 보기드문 대작이라는 생각은 지울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유괴라는 반사회적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공소시효를 앞두고 다시 전면으로 부상하는 미해결 사건에 대한 진실과 경찰의 은폐, 국가 공권력의 한계와 그에 실망한 개인의 자력구제등 현실성 있고 사회적 이슈가 충분히 될만한 소재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것으로 보여집니다. 경찰이라는 특수한 집단내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사건의 진실과 이를 파헤치는 또 다른 경찰, 경찰내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자리보존에 급급한 사람들 이러한 설정들이 잘 버무러져 내러티브가 한층 더 끌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눈여겨 볼 점은 그 동안 경찰이나 민완형사 각 개인에게 초점이 맞쳐진 내러티브가 주종으로 이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개인보다는 경찰전체라는 조직에 그 포커스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라는 하나의 유기체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여기에는 정말 다양한 이해타산과 의사결정과정을 적나라게 보여주죠) 과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그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미카니 총경 딸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스토리는 일개 개인의 구도에 천착하는듯 하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실상 개인은 사라지고 조직대 조직의 구도로 확대되어 가죠. 일반독자들이라면 경찰이나 형사하면 범인의 검거나 취조등 하드한 느낌이 각인되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 활약하는 형사라는 조직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지원부서간의 갈등과 헤게모니 싸움등 다양한 각도에서 경찰조직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할만한 점이죠.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내에서도 날로 갈수록 중요시 여겨지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재 검토라는 부분이 대두되고요 무엇보다 유괴로 인한 부모들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오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에 감초로 언론과 경찰의 관계성등 여러모로 볼거리는 많은 작품입니다. 다만 워낙 경찰조직내의 이권암투와 그 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다소의 맥을 빼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후반부에 발생하는 64를 모방한 또 다른 유괴사건의 힘이 실상 그리 파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은 맥빠지는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미카미의 딸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미완의 의문점을 남긴 것은 그나마 적절해 보이지만 방대한 양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너무 밋밋한 내러티브의 구성이 아니였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물론 그동안 너무 자극적이고 파토스적인 작품들이 독자들의 입맛을 강하게 자극해서 왠만한 임팩트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인정되는 바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네요.

 

   사회적 소설의 기본기와 그 어필성에 대해서는 많은 반향과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괴라는 반사회적 범죄와 이를 둘러싼 관계인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사회적인 문제이고요(작가는 바로 미카미라는 경찰을 통해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접근을 재시도 하고 있어 그 어필성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사회전체적인 주목이 다시한번 필요한 시점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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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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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 의 감흥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다카노 가즈아키' 라는 작가의 호기심과 애착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출간된 그의 작품들을 대면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있을법한 뻔한 스토리를 상상치 못할 내러티브로 치환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매력이 남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K N의 비극> 역시 왜 다카노 가즈아키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간 <K N의 비극>는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해리성 정신분열'이라는 과학적 분야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종교와 신의 관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무신론과 유신론 그리고 불가지론등에 대한 갑을박론을 하는데요 여기서는 왠지 불가지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재를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민간함 사안을 다루면서 어느쪽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만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믿음 혹은 가치관에 대해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합니다. 여기에 남녀간의 사랑, 결혼, 그리고 임신과 낙태라는 메인 주제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이슈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K N의 비극> 은 작품의 서두인 프롤로그에서 독자들은 왠지 이번 작품이 비극적이고 호러물이지 않을까라는 암시를 받게 되지만 막상 본격적인 내러티브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심령학적이고 초자연적인 영역을 다루는 뉘양스에 다소 의아해할 수 도 있는 작품입니다. 빙의와 정신병 즉 과학과 심령이라는 쌍두마차가 내러티브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때로는 이성적으로 단호하게 판단하다가도 때로는 비이성적인 믿음으로 굳혀져가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여기에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양측의 주장을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애의 묘사(아 정말 이부분은 왠지 낯뜨겁게 하기도 하면서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하여 묘한 흥분감을 불어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산의 과정, 소파수술등의 서사에서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숨을 가쁘게 하면서 그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현실과 픽션사이에서 방황케 하기도 합니다. 서사되는 스토리 자체가 한마디로 충격적이면서(뭐라고 해야할까요 보여주기 싫은 추태를 공식 석상위로 부상시켜 철저하게 난도질함으로써 수치감마저 들게 한다고 할까요. 예전에 드라마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임신중절관련 내용이 언뜻 떠오르고 영화로 보았던 빙의관련 내용도 선뜻 데자뷰되면서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쥐어짜고 있습니다.)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되고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머리털이 머리털이 쭈빗쭈빗하고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뭐 냉정한 이성은 뻔한 스토리라고 하지만 머리속은 온통 등장인물들이 막따뜨린 상황과 같은 긴장감을 독자들로 하여금 자아내게 합니다. 이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사실감있는 서사로 인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연출된 공간속으로 빨려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픽션과 현실 사이에서 그 판단기준을 허물어 버리는 기재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그 남자' 즉 가나미에 빙의한 구미를 임신케 한 그 남자에 대한 사유가 눈에 띄이더라구요. 독자들은(물론 다카노 가즈아키는 계속 그 남자를 강조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수 많은 소설을 쓰게 합니다. 앞서가는 독자는 혹시 그 남자가 슈헤이는 아닐까라는 상상, 혹여 의사인 이소가이는 아닐까라는 상상등) 그 남자의 정체가 이 빙의를 해결할 수 있는 키라고 생각하죠. 뭐 작가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기도 하구요. 저는 여기서 다카노 가즈아키가 세상에 말하고 전하고자 하는 사유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남자' 라는 지칭이 같은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임신케 할 수 있는 남자라는 단수형과 인류전체를 통틀어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역사를 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남성전체 이렇게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아마도 작가는 후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들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소재인것 같다는 생각 강하게 전달되구요. 여기에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신질환으로 믿는 의사 이소가이 이에 반해 사령이 깃들었다고 믿는 작가 슈헤이 이 둘의 심리묘사와 나름의 논리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오컬티즘적인 서사들이 많이 있어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심령주의적인 서사보다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체계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서사에 묻어져 있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히 헷갈리게 하죠. 독자들이 누구나에게나 한번즘을 있을 불가사의한 경험들이 작품을 통해서 슬금슬금 표면위로 올라오게 되고, 이러한 아련한 기억들이 갑자기 뚜렷하게 떠오르면서 내러티브의 설정들과 동일시되어 버리는 효과로 인해 더욱더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다카노 가즈아키의 치밀한 전략으로 보여지지만 하여튼 이런 알토란 같은 맛이 돋보이면서 작품속으로 빠져들게하는 마력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노사이드> 에 비해서 그 스케일은 상당히 작아보이는 독립영화같은 작품입니다. 워낙 <제노사이드> 의 스케일이 블럭버스터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얼핏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탄탄하고 철저한 오컬트적인 지식들로 무장하고 있어 깊이면에서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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