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福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
어린 나의 '경끼'가 뇌전증 발작이라는 것을
도스토옙스키나 앓는 천재의 표식이 아니라
그저 안타까운 질환일 뿐이라는 것을
남동생이 뇌종양 수술을 받기 전에는 몰랐다
한 번 자른 두개골은 붙지 않는다는 것을
뇌종양에는 총 네 등급이 있고 종양을 떼낸 사람도
세상에, 술담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빠가 대장암에 걸리기 전에는 몰랐다
독한 암 순한 암, 깊은 암 얕은 암, 큰 암 작은 암
어떻든 암은 다 죽을 고생, 생고생이라는 것을
사람 몸에 암 세포 안 생기는 데가 없다는 것을
그런데 말입니다
중증 질환 중 암이 최악은 아니며 예상 가능한 불행 중에서도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그밖에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삶에서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즉 '복'을 누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모른 게 약, 아니,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