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괴로워 - 우리 시대 엄마를 인터뷰하다
이경아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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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수원영재교육원 개강식에 참석했다. 그 연락을 수요일 오후에서야 받았기에 팀장님에게 휴가원 결재를 받으며 몹시 민망했고, 그때부터 이미 기분은 좀 상했다. 맞벌이 부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단한 설명회인줄 알고 참석했는데, 허걱. 수원 교육장님까지 참석해 행사가 거창했다. 게다가 어쩜 그리 진지하신지 이 자리의 아이들은 다 미래의 아인슈타인이요 에디슨이요 처칠이 되어야 하는 존재였다. 내 생각에는 그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머리라는 것밖에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미래의 인재들을 위해 부모님들은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픽업을 잘 해야 하고(주차장 안내가 참 여러번 장황하게 반복됐다 @.@), 중간에 먹을 애들 간식도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낙담했을 뿐이다.

 

가장 괴로웠던 건 주변 어머니들의 열의였다.다른 엄마들은 2차, 3차 시험볼 때 따라다니며 서로 얼굴을 익힌 듯 했고(아무래도 애 혼자 가서 시험본 건 우리 아이뿐인 듯 싶다 ㅠ.ㅠ), 같은 학원을 다니며 원래 친한 경우도 꽤 있는 듯 했다. 제일 황당했던 건 이미 나를 아는 엄마가 있었다는 것.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와 엄마'라서 누군지 궁금했다나? 그 분은 그러나 궁금하기만 했고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본인 연락처는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아직 고등학교를 정하지 않았다는 내 대답에 어색해하던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인데 고등학교를 어디 갈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OTL

드디어 개강식과 설명회가 모두 끝나고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 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난 다 끝난 줄 알고 벌떡 일어섰는데... 아뿔사. 사방에서 엄마들이 손을 드는 게 아닌가. 민망한 마음으로 도로 의자에 앉았는데, 봉사학점 대상기관이니 과학캠프 프로그램이니 수원과학정보축제 보강이니 발명대회 TO니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 질문으로 마구 쏟아졌다. >.<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정초에 읽고 리뷰를 미뤄왔던 책을 도로 꺼냈다. 이제 선미엄마나 희윤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날 본 엄마들의 얼굴이 막 떠오른다. 왜 이 나라는 아이들을 '제조해낼 수 있는 존재'라 여기는 걸까. 제조의 결과는 고작 자본주의 사회 내의 물질적 성공인데, 그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인걸까. 왜 대다수 엄마는 그 절반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아이를 공부로 내모는걸까.

 

<엄마가 괴로워>가 한없이 불편한 책인 건 나 역시 선미엄마나 희윤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거다. 난 차마 귀농을 결심하지 못 하는 도시인이고, 난 차마 대안교육을 수용하지 못하는 학력주의자다. 애를 공부학원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는다는 걸 변명으로 삼으면서도, 아이가 나와 달리 수학을 재미없어 한다는 걸 수긍하지 못해 끊임없이 수학동화를 사들이는 엄마인 것이다. 80년대의 헐리우드 키드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만들어낸 걸 강조하면서도 아이들이 아이돌에 빠질까 겁내하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이다.

 

내가 <엄마는 괴로워>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건 내가 아는 사람이 이 책을 썼다는 게 발단이었다. 하지만 같은 책을 한 해에 두번이나 읽게 되는 건 이 나라의 미친 교육열이 엄마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에, 난 더 열심히 이 책을 사람들에게 권할 수 밖에 없다. 부디 더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더 괴로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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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3-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슨이나 처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 이들이 있는데...
두 사람 발자국을 조금이라도 살핀 적이 있다면...
어머니들이나 강사라는 사람이 그리 말하지 않을 터이나...
그런데 아이가 그곳에 다녀야 하나 보지요... 에고...

반딧불,, 2012-03-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그 부분을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군요. 그냥, 딱 눈감고 마로를 위해 그러녀니 하세요. 사람들 가치가 다 다르듯 아이들도 다 다른것을 말입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괜시리 마음만 다치니 그냥 잊으세요. 그런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는거죠.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이런 쪽엔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건지..
교육받는데 아이들이 전화를 잘 안하니 신기해하더이다. 저희 아이들이야 벌써 7년이 넘게 적응이 되어서 알아서들 잘 챙겨서 하거든요. 가끔은 아이들이 너무나 잘 알아서 하니 미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제가 원한 부분도 그것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너무 많이 죽인 것은 아닌가 걱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 잘 자라고 있는걸요. 힘내시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엄마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조선인 2012-03-1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이게 기회인지 독인지 잘 모르겠어요.
반딧불님, 최대한 귀닫고 다니는 게 상책이지 싶어요. 흔들리는 제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3-1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그만 괴롭고 싶어요.ㅋㅋ
그곳의 분위기는 그렇군요.음~
여기 중소도시에도 와이즈만인가? 영재육성학원이 생겼더라구요.전 그저 과학실험하는 학원인줄 알았는데 영재육성하는 곳이라 해서 그렇군! 고개를 끄덕여준적이 있었더랬어요.
그러한 학원을 보내는 것도 참 대단한 엄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그곳에 보낸 엄마들은 더하군요.참 대단한 엄마들 보면서 의연해야할텐데 기가 팍 죽고 들어가니~~ㅠ
암튼...님은 그저 마로 하나만 믿고 의연해질 필요가 있어요.기죽지 말아요.제발~(제가 힘내시란 뜻으로다 추천까지 눌렀어요.^^)

지금도 님은 좀 심각하실텐데..왜 전 님의 리뷰에서 자꾸 웃음이 터지는지..
아~ 정말 죄송해요.
아인슈타인님과 에디슨님 그리고 처칠님은 대머리 아저씨였군요.ㅎㅎ
(근데 대머리면 다들 훌륭한 위인이 될 수 있는건가요?(나름 심각!))

조선인 2012-03-12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대머리가 모두 위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는 양가 집안이 다 대머리기 때문에 해람이는 확실히 대머리 보장!이거든요. ㅋㅋ

2012-03-12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3-18 11: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안그래도 이웃집 언니 한 명이 시댁에 대머리 유전이 있어 아들 머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던데...ㅠ
해람이...잘생긴 대머리 아저씨라니~~
이거 진짜 해람이도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의 대를 잇겠어요.^^

조선인 2012-03-18 21:32   좋아요 0 | URL
결혼후 첫 추석때 그야말로 뿜을 뻔했어요. 큰아버님부터 결혼안한 도련님까지 일제히 절 하는데 모두 정수리 탈모. 친정은 M자 탈모. 해람이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ㅋㅋ

조선인 2012-03-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호호 해람이를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전 만약 해람이가 딱히 재주가 없으면 이덕화씨나 박영규씨 뒤를 잇는 가발모델로 키우겠다는 야무진 꿈이... ㅋㅋㅋ

Arch 2012-03-1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엄마를 멀티플래너, 가족관리 플래너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엄기호 책에도 잠깐 나왔던 것 같은데...

세 위인의 공통점이 웃겼는데 조선인님의 댓글을 보고 웃어야할지 어째야할지 살짝 고민이 됐어요. 해맑은 해람이에겐 너무 가혹한 유전이에요.

조선인 2012-03-1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그냥 웃으면 되요. 대머리 유전 정도야 웃어넘겨도 되는 시련이잖아요. ㅎㅎ

같은하늘 2012-03-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엄마는 괴로워요~~ㅜㅜ
적당히 알아갈건 알아가면서 눈감고 귀막는거 정말 힘들어요.
저도 아이를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고 있다는거로 위안하지만...
아이가 수학을 싫어라하는 모습을 보면 흔들려요.

조선인 2012-03-1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우리 서로 용기내요. 아자아자!
 

작년 우리팀 신입사원이 띠동갑이었다!


올해 옆 팀 전문대졸 신입사원이 89년생이었다!!


알고 보니 계열사 00운영팀에 고졸 신입사원도 있댄다. 자그마치 92년생!!!


이제 몇 년만 더 있으면 두바퀴 돈 띠동갑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니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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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12-03-0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내가 사랑하는 수현, 유아인...다 나랑 띠동갑이더이다.
정녕 이제(사실은 진~작) 이모팬으로 전락(?)해야 하는 게지요....ㅠㅠ

조선인 2012-03-0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난 그래서 걔들이 싫어요. ㅋㅋㅋ

2012-03-0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집에만 있다보니까 꽃미남애들 나이가 더 와 닿던데 이제 더 이상 "아~ 멋지다"가 아니라 "고놈 참 잘 컸네. 엄마 함 만나보고 싶군"이라는 생각이 더 나니 우울해요. 흑흑..

숲노래 2012-03-07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 둘째는 저랑 세 띠 동갑인걸요 ^^;;;;

조선인 2012-03-0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귄, 조금 더 지나봐. 저 놈 우리 사윗감으로 딱인데 하며 입맛 다신다니까.
된장님, 아휴, 자식과 직장동료와 같습니까. ㅎㅎㅎ

같은하늘 2012-03-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옆지기와 둘째도 세 때 동갑인데...ㅎㅎ
안그래도 가끔 보는 TV에 훈남들 나오면 제 엄마는 좋겠다라는 생각을...^^;;

순오기 2012-03-0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92년생@@
울딸은 89년생 둘째는 93년생인데 둘 다 밥벌이를 해도 충분할 나이군요.
띠동갑 직원을 만나는 기분~~~~ 알듯 모를듯!^^

조선인 2012-03-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훈남이 훈남으로 안 보이는 이 슬픈 진실. ㅎㅎㅎ
순오기님, 고졸 사원이 들어오는 건 참 간만의 일이라 다들 신기한 생물처럼 보살피는 분위기입니다. ㅋㅋ
 
보릿고개 대통령 1 - 보릿고개를 넘어라!
강치근 글.그림 / 꿈소담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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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은 참 근사하게 잘 써놨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참 가관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던 국민들앞에 박대통령은 반공이라는 신선한 공략을 내세워 등장해,

민생고도 해결해주고 부패와 구악도 일소해준다고 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단다.

통일벼를 개발해 보릿고개를 극복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맨들맨들 민둥산을 푸른 우리산으로 만든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고,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이 보급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주 게으르고 배운 것도 없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계몽하여

부지런히 일도 하게 되었고, 돈도 벌었고, 자식들도 공부시켰다는 거다.


제일 재밌던 건 반공만화에 대한 예찬. 

'반공만화는 화려한 영상과 상상적 기법으로 아이들에게 반공정신을 심어준' 일등공신이며,

그중에서도 제일은 똘이장군으로서 수많은 아이들이

'따발총을 든 늑대로 표현되는 공산당과 목에 혹이 달린 돼지의 모습을 한 김일성에 열광'했단다.

어린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는 커녕

반통일적인 내용과 자극적인 화면과 호전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무시되며,

그저 이토록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보급한 박대통령에 대한 경외심만 가득하다.


더 황당했던 건 근검절약 청렴하신 박대통령 찬양.

박대통령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에게도 검소하게 살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셨으며,

어떠한 청탁도 거절하고 부정비리를 증오하셨단다.

놀랍다. 어쩌면 이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 당시 남긴 재산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6억 원의 현금이었다.

시가로 환산하기 어려운 재산 다 떼놓고 현금 재산부터 보자.

당시 대통령 연봉이 381만원이었는데, 18년동안 한푼도 안쓰고 저축해도 7천만원이 안 된다.

나머지 5억 3천만원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겨우 6억 가지고 그러냐고?

1979년 9월에 입주가 시작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이 당시 2천만원이었단다.

당시 6억은 31평 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이라면 납득되려나?

은마아파트 31평 한 채가 지금은 8~9억 정도 하지 아마?


이왕 시작한 거 그 외 자산도 좀 볼까?

요새 한참 이슈가 되는 정수장학회? 2005년 언론노조 추산 재산이 1조원인데,

이는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주식의 자산가치를 온전히 산정하지 않은 액수이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의 30%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다. 아 참, 부산일보다 정수장학회 거다.)

육영재단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회관 부지? 서울광역시 노른자땅으로 3만평 되시겠다,

영남대학교? 우리나라 대학중 가장 넓은 땅을 가졌다. 자그마치 경산시 땅 80만평!


이명박 대통령과 땅만 비교해볼까?

그 훌륭하신 MB는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워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내와 처남, 큰형, 작은형, 형수, 조카까지 총동원해 86만평을 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 수 더 배웠어야 했나 보다. 쯧쯧.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청렴함은 더욱 빛난다.

노무현 대통령의 상속세 신고를 보면 화순군 봉화면 봉화리 사저와 임야 1300평이 대부분이다.

뭐 서울광역시/경산시 땅과 화순군 땅의 시가는 굳이 비교하지 않겠다.

딱 평수만 비교하면 박대통령은 고작 82만 8700평만 더 가진 청백리이신 거다.

부채를 살펴볼까? 어마나, 검소하신 박대통령은 빚이라곤 모르고 사셨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디다 그렇게 가산을 탕진했는지 은행빚이 16억이란다.


이토록 훌륭한 박대통령의 업적을 만화로 미화하는 이 책이 놀랍게도 거의 모든 도서관에 있다.

초등학교 도서관에도, 어린이 도서관에도, 시립 도서관에도! 과연 누가 신청해서 꽂아놓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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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4학년 때 "아, 박정희!"인가? 여튼 그런 이상야리꾸리한 책이 집에 있었어요. 당시 위인전에 푹 빠져있을 때였는데 그 책을 읽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잠을 못 자기도 했지요. 어릴 때 그런 책 읽는다고 모두 계속 빠로 남는건 아니어요. ㅋㅋㅋ

숲노래 2012-03-07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박목월 님은 <육영수 전>을 쓰셨는걸요..

조선인 2012-03-0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귄, 뭐 그렇게 치면 난 박정희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 서거했을 때 집안 초상난 것처럼 울었는걸... 그래도 시대가 다른데... 아직도 저런 게 판을 친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된장님, 그러게요, 참 어두운 시절이었습니다.
 

윤민석씨 관련 모금운동 글입니다. 아래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만이 아름다운 밤에

지금은 우리가 상처로 서로를 확인하는 때

지금은 흐르는 피로 하나되는 때

벗이여 어서 오게나 움푹 패인 수갑 자욱 그대로

벗이여 어서 오게나 고통에 패인 주름살 그대로

우리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안락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서로의 상처에 입맞추느니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


이하 퍼온 글입니다.


<대한민국 헌법1조> 작곡가 윤민석씨를 도와 주십시오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산하 17시간전

촛불시위 구경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만의 경험은 아니겠지만, 종로통 청계천변, 그리고 광화문 앞에서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거기서 만난 동아리 학번이 81부터 06까지였으니 스물 몇 해의 세월을 사이에 둔 사람들이 드글거리고 있었던 셈이죠.  문자도 연신 날아들었습니다. “너 여기 와 있지? 어딨냐? 조심해라” 는 고마운 친구의 문자부터 “야 어딨냐. 대충 하고 술 먹자.”는 예나 지금이나 일생에 도움 안되는 녀석의 유혹까지. 

 하나 불만인 게 있었습니다.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쩌면 그렇게 구닥다리들 밖에 없습니까 그래.  그나마 광우병 시위를 처음 시작했던 중딩 고딩들은 발랄하고 명랑하고 댄스곡도 서슴지 않아 좋았건만 마흔 넘은 사람들이 자기들 젊을 때 부르던 노래를 각잡고 부르는데 그거 참 열적습디다.  아니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부르는 건 좋은데 안녕 안녕 군부독재여 안녕을 왜 부르냐고.  군부독재 사라진 게 언젠데 말이야;. 왕년의 운동권 노래들이 난무하니까 신들이 나서는 오만가지 감정 잡아 부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분위기는 영 뒤섞이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쪽에서 쿵쾅거리는 앰프 소리와 함께 한 노래가 들려 왔습니다.  아주 경쾌하지만 너무나 쉬운 멜로디, 그리고 그 가사는 굳이 외울 필요가 없었던 한 노래였지요.  ‘대한민국 헌법 1조’였습니다.  도무지 노래 가사로 승화될 것 같지는 않은 딱딱하고 엄숙한 법 조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노래를 듣고 바로 따라 부르면서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야 바로 이거다. 함께 길 가면서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는 노래도 좋고 자유여 민주여 내 생명이여도 감동이지만, 그 순간 이 노래만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심경과 각오를 대변해 주며, 또한 별다른 정서적 준비 없이도 발을 구르며 1분 내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어디 있었겠어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한 음 올려서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그리고는 마치 1919년 3월 1일 파고다 공원에서 독립선언서 발표하는 자세로 터뜨리는 거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권! 력! 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똘복이가 반나절만에 한글을 깨치듯, 수만 명의 사람들이 단 5분만에 노래를 마스터하고 돌림노래까지 부를 수 있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  ”이거 누가 만든 거지?“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에 저는 불경한 감탄사를 흘리고 말았습니다.  ”윤민석이야 윤민석.“ ”아 젠장.“ 


  왜 그런 감탄사가 나왔느냐.  음 그건 신에게 보내는 항의였습니다.  같이 눈 코 입 박아 놓고 기타칠 손가락과 소리 들을 귀까지 심어 놨으면 좀 재주도 평등하게 주실 것이지, 어떻게 윤민석 같은 사람에게만 축복을 샤워기로 뿌려 주실 수 있냐 하는 불만이었지요.  윤민석의 이름을 모르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80년대 말 이후 대학 생활을 한 사람 치고 그가 지은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겁니다.  <전대협 진군가>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애국의 길> <서울에서 평양까지> <하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제 친구는 그의 노래 중에 <사랑하는 동지에게>를 좋아했었습니다. 형편 어려운 법대 장학생이었던 녀석은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장학금을 놓쳤고 아버님이 직접 입영원을 내 버려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지방 집에 갔다가 서울에 올라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녀석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었지요.  

 그리고 며칠 후 5공비리 규탄 국민 대회가 열렸고 거리에선 입학 후 가장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대학로에서 종로까지 행진하고 롯데 앞에서 대가리 터지게 싸우고 하여간 구속 전두환 퇴진 노태우 소리에 목이 쉬어버린 다음에야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단골 술집으로 가기 전에 잠깐 들른 동아리방, 뜻밖에 문이 삐죽이 열려 있고 불빛이 새어나왔습니다.  어?  누굴까 싶어 발걸음을 옮기는데 안에서 노래 가락이 점점 크게 들려 오더군요.  훌륭한 기타에 비음 섞인 노랫 소리 바로 윤민석의 초기작 “사랑하는 동지에게”였습니다.    

동지여 슬퍼마소서 우리는 승리하리니  지금 비록 힘들고 외로울지나 
동지여 슬퍼마소서 그길에 하나되리니 눈을 들어 그날을 바라보소서 
우리의 가는길에 새벽이 살아 숨쉬고 우리의 가슴엔 반도의 청맥이 꿈틀거리오 
가자 동지여 투쟁의 화살되어 해방 그 함성으로 되돌아오자 

 동기 녀석은 여러 사정상 시위 같은 것에 참여한 적이 드물었습니다. 난 투쟁 같은 거  안혀~~~라고 능글능글거리면서도 그는 이 노래를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 ‘반도의 청맥이 꿈틀거리오’라는 부분을 부를 때는 ‘비암이 가슴속에 기어가는 것 같다’고도 했지요. 사람이 등 뒤에 서서 발바닥 까닥거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그는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직한 등을 들먹거리면서 그가 ‘반도의 청맥이 꿈틀거리오’라고 외칠 때 제 마음 속에서도 뱀 몇 마리가 기어가며 제 콧날과 눈두덩을 물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 방에서 마지막으로 듣는 그의 노래일 수도 있겠구나....... 투쟁이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해방이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노래를 친구 녀석과 함께 부르며 목이 메었던 기억을 함부로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검색조차 안되는 노래이지만 그 노래를 불러 준 윤민석씨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친구와의 추억 한 조각을 맘 깊숙이 꽂아 주었으니까요. 더구나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고 술자리에서 건배 정도는 두어 번 나눠 본 것 같지만, 지금은 얼굴 윤곽도 기억나지 않는 그에게 저는 그렇게 약간의 빚을 졌습니다.  그것은 저 뿐이 아닐 겁니다.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면서 길바닥에 누웠던 이들에게는 그 짧고 아팠던 청춘의 기억일 것이고,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를 부르면서 지금은 서로에게 고통 뿐일지라도 그것이 이 어둠 건너 우리를 부활케 하리라를 부르며 펑펑 눈물 흘리던 전교조 선생님들에게는 다시 없는 위안이었을 것이며, 어느 택시 기사의 넋두리를 그대로 가사로 하여 만든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분단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가장 신명나게, 하지만 가장 서글프게 묘사한 노래로 남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이 존재하는 한, 공화국의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노래이자 무기이자 함성으로 남을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의 노래에 약간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오늘 그 약간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 선배가 올린 글을 가져와 봅니다.  

 “민석이형 아내의 병세가..(아내와 가족을 걱정하여 자세한 말은 함구하라 부탁하셔서)
... 젊은 날부터 시작된 암투병인지라 변변한 보험도 없고 오랜 투병으로 별다른 여유도 없습니다. 게다가 병실이 없어 3일간 응급실 앞 야전침대에서 치료를 받다 겨우 나온 병실이 특실 뿐이라... 급한대로 입원을 했고 일반병실이 비는대로 옮길 계획이지만 그 또한 기약없는 일입니다. 
 젊은 시절 반복된 투옥으로 몸도 맘도 많이 상했고, 작곡가라면 당연히 받아야할 저작권료 한번 변변히 챙기지도 못하고 자신의 음악을 역사에 내어준 사람입니다. 그의 음악에 눈물 흘리고, 그의 음악에 가슴 뛰던 청춘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관심과 도움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큰 액수이면 좋겠지만 1,2만원이라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 병을 어찌해줄 수는 없지만, 그의 노래가 많은 이들 가슴에 여전히 기억되고 있음을, 믿음을, 희망을 전해주세요.”  

국민은행 043-01-0692-706 윤정환

(윤민석 본명입니다. 계좌번호를 물을 수가 없어서 형이 운영하시는 송앤라이프 계좌를 올립니다. )

 힘을 합쳐야 할 곳도 많고, 이리저리 도와 주어야 할 곳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주 약간만, 제가 졌던 빚을 갚고자 합니다.  윤민석을 아는 분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를 노래로 부르며 신나 했던 분들의 성원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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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린 윤민석에게 진 빚이 있잖아.
    from 마로, 해람, 그리고 조선인 2012-08-17 08:58 
    얼마전 옆지기에게 편지 대신 띄운 노래가 있다.새시대 청춘 송가 - 윤민석 작사/작곡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이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오직 사랑과 믿음만으로 굳게 닫힌 문 열어내고동지를 위하여 서로를 빛내며 기꺼이 함께 가리라.모진 시련의 세월들이 깊은 상처로 흘러 가도 변치 않으리 우리들의 빛나는 청춘의 기상우리 가는 이 길의 한 생을 누구 하나 안 알아주어도언제나 묵묵히 신념을 다 바쳐 제 자리 지
 
 
2012-03-2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3-2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다행히 꽤 모금이 이루어진 편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플러스 4 - 야옹야옹 성에서 보낸 공포의 하룻밤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플러스 4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는 제로니모 스틸턴이 야옹야옹성에서 귀신과 마녀를 만났던 얘기다. 야옹야옹성을 들어가려면 성 앞의 고양이 석상 입안에 있는 단추를 눌러야 한다. 하지만 제로니모가 야옹야옹성에서 일어난 일을 동생인 테아, 트랩과 조카 벤저민에게 말하자, 벤저민이 사실은 귀신과 마녀가 아니라 꿀꺽이로와 꿀꺽이라 야옹야옹이 야옹야옹성을 지키기 위해 변장했던 것임을 알아낸다. 테아는 야옹야옹성을 놀이공원으로 만들자고 의견을 냈고, 꿀꺽이로와 꿀꺽이라 야옹야옹 남매는 아주 재미있게 야옹야옹성을 지키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정말로 무서워서 귀신과 마녀가 진짜였나 싶었다. 하여간 가슴철렁한 책이다.

 

4학년 송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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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2-2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로니모에 마로가 푹 빠졌구나~
애들 많이 빌려 읽던데...^^
책 제법 두껍던데..과연 마로!
홧팅^^

조선인 2012-02-2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아휴, 말도 마세요. 제로니모만 읽어대는 통에 좀 얄미워요.

2012-03-0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로니모는 미쿡 아이들도 너무 좋아라하던데.. 베이비시터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2학년이던 그 집 막내아이는 학교갔다 돌아오면 계속 제로니모 테잎을 틀어대서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였지요(제가!). ㅋㅋ

조선인 2012-03-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니메이션도 있어? 그건 몰랐네? 애들이 좋아할만 하더라고. 초등학생 버전 해리 포터라고나 할까?

같은하늘 2012-03-0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둘째 EBS에서 제로니모 할 때 무지 열심히 보는데...
덩달아 큰 넘까지 TV앞에 매달린다는...
그래도 책으로 보는 마로가 기특한걸요~~^^

조선인 2012-03-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EBS에서도 했었어요? 진짜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