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야외공연장이라 해도 워낙 공연자의 동작이 빠르니까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노출을 높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사진이 흔들렸네요.

으... 디카 업글의 욕망이... (실력탓을 안 하고 왠 연장탓 ^^;;)

하여간 우리가 본 공연은 3가지.

하나는 미용사와 손님의 환상적인 이야기였고,

이게 두번째. 정열적인 카르멘이 아무래도 인기가 좋았죠.

세번째는 어린 왕자와 수퍼맨 등등 어린 시절의 환상을 비꼬아 엮은 공연.

이에 자극 받아 우리 딸도 손수건 춤을...


참, 요새 디카, 폰카 때문에 공연장이 몸살이라더니 대학로에서도 좀 불쾌했습니다.

출사나온 사진동아리 사람들 같은데 좋은 사진 얻겠다고 무대 바로 앞에 주르륵 진을 치고 있었고,

구경온 관람객들도 플래쉬를 마구 터뜨리며 사진을 찍더라구요.

폰카로 찍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화면이 작다 보니 의자 위에 올라서서 찍기도 하고.

또 황당했던 건 즐겁게 먹고 마시며 보다가 무용수들이 공연비를 받으려 하자

먹던 쓰레기를 바닥에 내버려둔 채 우르르 빠져나가더군요. 으... 양심불량들...

아, 그러고보니 불만 하나 더.

야외공연장 바로 뒤편에 선교합창단이 자리를 잡았더랬습니다.

아무래도 내왕이 많은 곳에서 전도활동을 하려는 욕망을 이해는 하겠지만, 예의면에서는 정말 꽝!!!

야외공연장 음향시설이 나쁘진 않지만 끊임없이 울려대는 찬송가가 엉켜 대사가 안 들리더라구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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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6-1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춤사위가 그럴듯 한데요~ 아이와 공연도 보러 다니시고... 저도 의욕을 가지고 이런 쪽을 아이들에게 접해주어야 하는데... 음 그 전에 디카 장만해야 하겠지만..어쨋든 남에게 피해줄 정도로 사진 찍어대는 것은 삼가해야 할 일일듯...

sunnyside 2004-06-1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토요일에 대학로에 있었는데... 어쩜 마주쳤을수도? ^^

조선인 2004-06-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서니님 서재에서 확인했어요. 2004 트랜스 12야... 제목만 봐도 멋졌을 거 같네요.

starrysky 2004-06-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양심불량들 많네요. 좋은 공연, 정성 들인 공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_- 그저 글로 전해들었을 뿐인 저도 이렇게 불쾌한데 직접 무대 위에서 열심히 공연하면서 그 꼴을 봐야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불쾌했을까요. 제가 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가을산 2004-06-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모습이 아주 그럴듯 하네요! ^^
 

운동장 야영의 백미는 아마도 담력 시험이 아닐까 합니다. 안그래도 널린 게 학교 괴담인데 자정을 기해 교내의 모든 불을 끄고 담력시험을 행하니 왠만큼 담 큰 아이들도 머리카락이 쭈빗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뭐 일단 기준은 제 경험상 초등학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색한 분장에 유치한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그땐 기절한 아이도 있었지요.

저 역시 겁이 많은 편이지만, 참으로 우연하게도 가장 겁없는 여자아이로 뽑히는 영광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시험은 2명씩 1층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 5층 복도를 지나 왼쪽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오는 것.

그런데 먼저 운동장 야영을 경험했던 다른 반 친구의 말과 달리 제가 할 땐 계단에 귀신도 도깨비도 없더군요. 저랑 짝은 매번 똑같으면 놀라는 애가 없으니 구성이 달라지는 건 줄 알았습니다.

5층에도 별 게 없다고 방심한 찰나... 이런... 짝이랑 제가 뭔가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짝이랑 나랑 한참을 더듬거려보니 또래 친구인 거 같더라구요. 우린 전조 애중에 기절한 애가 있었나 싶어 열심히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길래 나중에 뺨을 찰싹 찰싹 때리고 꼬집었는데, 갑자기 그 애가 버럭 일어나 신경질을 내더군요. "야, 나 귀신역이야. 얼른 가버려."

짝과 나는 너무 놀라 왼쪽 계단까지 줄행랑을 쳤고, 그 애는 도로 바닥에 눕는 거 같았습니다. 우린 치마를 입어 여자애인줄 알았는데 목소리 들어보니 남자애다, 과연 어느 반 누구일까, 여자애들이 남자애를 막 만졌다고 소문나면 어떡하지,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우리의 우려와 달리 남사스러운 소문은 안 나고, 여자애들이 겁도 없이 귀신역을 놀려댔으며, 아무리 귀신을 많이 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라는 식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사연인즉... 전 시력은 좋은데 밤눈이 심하게 나쁩니다. 맨땅인줄 알고 걷다가 밤길에 하수도에 빠진 적도 있고, 축대에서 떨어진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 짝은 심하게 눈이 나빠 1센티도 넘는 두께의 안경을 쓰고도 책을 코앞에 대고서야 간신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당연히 칠판필기가 불가능해 매일 방과후 제 공책을 베끼는 게 참 큰일이었죠.) 둘 다 그렇게 뵈는 게 없다 보니, 여기 저기 귀신이 나타나봤자 눈에 뵈지 않았던 거죠. 같은 반 친구들 말에 따르면 층계 손잡이에도 귀신이 앉아있었고, 층계참 천장에 사람 목이 대롱거렸다고 하고, 5층 복도에도 창문귀신, 교실 귀신이 넘쳐났다고 하나... 우리로선 발에 걸린 귀신 외에는 목격한 게 없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는데, 도깨비집을 가봤자 하도 캄캄하니 음향효과 외에는 무서운 게 보이질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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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1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안 보이는게 더 무서운 거 아녜요? -.-;;;;
올드보이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상상력이 없으면, 두렵지도 않다 했던가?^^

조선인 2004-06-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정곡을 찌르시군요. 맞아요. 제가 상상력이 좀 부족해요. ^^;;

물만두 2004-06-1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적 무서움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라 도깨비집에서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 사람들이 오히려 싫어하더군요. 하지만 상상적 무서움은 극에 달해 공포물을 밤에 못 읽죠.
 

요새 주말마다 시끄러워 잠을 설치게 된다.

우리집 바로 뒤 중학교에서 주말마다 운동장 야영을 하기 때문.

어제도 새벽 2시까지 시끌벅적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참 좋을 때다, 어, 캠프파이어는 없네?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쟤들이 왜 운동장 야영을 할까 궁금해졌다.

물론 나도 운동장 야영을 해본 적 있다. 초등학교 때.

하지만 중학교 땐 문경과 강릉에 갔었던 기억이다.

(물론 당시에도 말은 많았다. 당시 서초동은 꽃마을과 삼풍아파트과 공존하는 곳이었으니까)

중학교의 운동장 야영이 IMF보다 더한 불경기 때문인지, 강남과 강북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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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1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옆의 초등학교에서도 어제 운동장 야영을 하더라구요. '어이쿠, 큰일났다. 무지 시끄럽겠네' 하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조용해서 놀랐어요. 캠프파이어까지 하는데도 말이어요. 음, 묵상훈련이었나? ^^;;
 
 전출처 : 인간아 > 미국은 지금 인간과 가장 먼 외계다

<펌>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한 50문 50답을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유익한 자료가 되길 기대합니다.

1. 세계 인구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답: 6%

2. 세계의 부에서 미국이 소유한 비율은? 답: 50%

3.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답: 사우디 아라비아

4. 석유 매장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는? 답: 이라크

5.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군사 예산은 얼마인가? 답: 9조 달러(USD) 이상

6. 이 중 미국이 군사 예산으로 지출하는 돈은 얼마인가? 답: 50%

7. 미국의 군사 지출 중에서 전 세계 모든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곳에 사용될 비율은 UN에 따르면 얼마가 될 것인가? 답: 10% (미 군사 지출의 10%는 약 4백억 달러이다. 이 액수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공격을 위해 필요하다며 요구한 액수이기도 하다)

8. 제2차 세계대전이래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몇 명에 이르는가? 답: 8천6백만 명

9. 이라크는 언제부터 화! 학무기와 생물학 무기를 보유했나? 답: 1980년대 초반부터

10. 이라크는 이 화학, 생물학 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는가? 답: 아니오. 원료와 기술 모두 미국와 영국 그리고 몇몇 기업들이 제공해준 것이다.

11. 미국은 이라크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독가스를 사용한 것을 비난한 적이 있는가? 답: 없다.

12. 1988년 사담 후세인이 쿠르드 족의 도시 할라뱌(Halabja)에서 독가스를 살포해 죽인 사람은 모두 몇 명인가? 답: 5천명

13. 당시에 서구 몇 개국에서 이 행동을 비난했을까? 답: 한 나라도 없다.

14. 베트남에서 미국이 사용한 고엽제는 모두 몇 갤런인가? 답: 천7백만 갤런

15. 이라크와 9.11 테러 공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증명된 것이 있는가? 답: 없다.

16. 걸프전에서 사망한 민간인 숫자는 몇 명으로 추정되는가? 답: 3만5천 명

17. 걸프전에서 이라크 군대에 의해 사망한 서양 연합군의 숫자는 몇 명인가? 답: 한 명도 없다.

18. 퇴각하던 이라크 군인들 중에서 전면에 쟁기 모양의 기구를 장착한 미국 탱크에 의해 생매장을 당한 이라크 군인은 몇 명인가? 답:! 6천 명

19. 걸프전이 끝난 후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남겨진 열화우라늄탄은 몇 톤에 이르는가? 답: 40톤

20. UN에 따르면 1991년에서 1994년 사이 이라크에서 암 발생률은 얼마나 증가하였나? 답: 700%

21. 1991년 미국이 파괴했다고 주장한 이라크 군 전력은 얼마인가? 답: 80%

22. 이라크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전쟁억지와 정당방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있는가? 답: 없다.

23. 지금 이라크가 10년 전에 비해 세계평화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가? 답: 아니오

 24. 2002년과 2003년에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목숨을 잃게 될 민간인 숫자는 펜타곤이 예측한 바로는 몇 명인가? 답: 만 명

25. 이 중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답: 50%가 넘는다.

26. 미국은 이라크에서 몇 년 동안 공중폭격을 하고 있는가? 답: 11년

27. 미국과 영국이 1998년 12월부터 1999년 9월 사이에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가? 답: 아니오

28. 1998년 12월부터 1999년 9월 사이에 이라크에 투하된 포탄의 양은 얼마인가? 답: 2천만 파운드

29. 이라크의 수출과 수입을 철저히 제재하는 UN 결의안 661이 도입된 것은 몇 년 전인가? ! 답: 12년 전

30. 1989년 이라크에서 천 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사망하는 아이는 몇 명이었는가? 답: 38명

31. 1999년 이라크에서 신생아 천 명 당 사망하는 아이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131명 (이것은 10년 전에 비해 345%가 증가한 것이다)

32. UN 경제제재의 결과 1999년 10월까지 목숨을 잃은 이라크 인들의 숫자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백오십만 명

33. 1997년이래 경제제재 조치로 죽어간 이라크 어린이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칠십오만 명

34. 사담 후세인은 무기사찰단을 이라크 밖으로 내쫓았는가? 답: 아니오

35. 1998년 11월과 12월에 이라크에서 무기사찰이 이뤄진 것은 몇 번인가? 답: 300번

36. 이 중 문제가 된 무기사찰은 모두 몇 번인가? 답: 5번

37.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의 바아트 당(Ba'ath Party) 본부에 진입이 허용되었는가? 답: 예

38. 1998년 12월에 "이라크는 실제로 현대사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장해제되었다."고 말한 이는 누구인가? 답: 스콧 리터Scott Ritter, UN 특별위원회(UNSCOM) 단장

39. 19! 91년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조 능력은 1998년 UN 무기사찰단이 조사한 결과 얼마나 발견되어 철거되었는가? 답: 90%

40. 이라크는 무기사찰단이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할 의지가 있는가? 답: 그렇다

41. 1992년까지 이스라엘이 위반한 UN 결의안은 몇 개인가? 답: 65개 이상

42. 1972년부터 1990년 사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스라엘에 대한 UN 결의안은 몇 개인가? 답: 30개 이상

44.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가는 몇 개국인가? 답: 8

45. 이라크가 갖고 있는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없다.

46.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만 개 이상

47. 핵무기를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는 어디인가? 답: 미국

48.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400개 이상

50. "우리가 중요한 일에 대해 침묵을 시키는 날 우리의 삶은 끝나게 됩니다."라고 말한 이는 누구인가? 답: 마틴 루터 킹 목사

 

  가슴이 아프다, 내 밥그릇을 위해 남을 죽이는 일을 나도, 나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다. 내가 그걸 모르고 있고,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죄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본 사람은 그러한 상태에서 얻어지는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을 전제로 얻어진다는 걸을 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생각은 망각되고 만다. 배 고플 때의 느낌을 밥을 먹은 이후에는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화장실에 다녀와서 처절하게 화장실로 뛰어가던 요의의 느낌이 도저히 재현되지 않는 것처럼. 

  물론 그러한 망각은 일견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그러한 망각이 드러놓고 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울러 자신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죄의식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죄의식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거나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거나 자신의 인격과 양심을 훼손당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 온당하겠다.

  하지만, 정말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전부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이라면, 자신을 위하는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면, 너무나 자기에 깊게 몰두해 있어 생각이 다시 밖으로 나올 길이 아득하다면,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생각은, 당신이 해야만 하는 생각을 가로막는 잘못된 망상이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러한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어야만 생각이 생각다워지는 거다.

  가르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가리키고자 쓰는 말이다. 내 생각과 손가락, 온몸은 적어도 가끔씩은 이라크를 향해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한 물음과 답변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생각만이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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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아까시 나무 이야기

 

        

□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의 잘못 쓰인 말이므로 수정해야

서울 근교의 어디를 가나 아까시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에서 흔히 눈에 띄기 때문에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곳은 길가, 밭둑 같이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아까시나무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과수원 길이라는 동요 속에서는 아까시를 아카시아로 잘못 부르고 있다. 아까시나무와 아카시아는 같은 콩과식물이지만 그 속(屬)은 완전히 다르다.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낙엽교목이다. 원산지에서는 키가 20~30m나 자라고 가슴 높이 지름이 2m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참으로 고마운 나무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값진 나무임에 틀림없다. 우선 아까시나무의 이름부터 살펴보자. 학명 로비니아 쉐도우 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는 16세기 스페인의 로빈 대령이 이 식물을 유럽에 전했으므로 식물학자 린네가 그의 이름을 따 속명을 로비니아(Robinia)라 했다. 뒤의 종소명 쉐도우 아카시아(pseudo-acacia)는 아카시아를 닮았다는 뜻이다. 즉 로빈 대령이 갖고 온 아카시아 비슷한 나무라는 뜻이다.

아까시란 가시가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로비니아(Rhobinia)를 일컫는 우리말이고, 아카시아(Acacia)는 열대성 관목을 지칭하는 라틴어 속명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적은 것은 분명 잘못된 표기이다. 아카시아는 열대성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경우 밖에서는 살 수 없다. 온실에서나 가꿀 수 있을 뿐이다. 또 일부 백과사전에서는 아까시나무를 아카시라고 적고 있는데 이것도 잘못되었다.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도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적고 대중가요에서도 대부분 아카시아로 노래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조차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가르치는 것은 정말 문제이다. 로비니아를 아카시아로 하면 진짜 아카시아는 뭐라고 적을 것인가?


□ 가장 먼저 식재한 곳은 경인 철도변의 절개지

아까시나무를 우리 나라에 도입하여 처음 식재한 곳은 경인 철도변과 용산의 육군본부 자리이다. 1910년 결술국치가 있은 얼마 후 독일 총 영사 크루거가 아까시나무 묘목을 들고 초대 총독인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를 찾아갔다. 당시 노량진과 제물포간의 경인 철도 변에 심을 수종에 대해 테라우치가 자문을 구했기 때문이다. 크루거는 중국 산동성의 독일령 청도(靑島)에 자국에서 옮겨와 심은 아까시나무가 잘 자란다고 했다.

테라우치는 중국으로부터 수만 그루의 아까시나무 묘목을 들여왔다. 경인 철도변에 식재한 것을 본 당시의 프랑스인 불어교사 에밀 마텔은 번식력을 걱정하여 산지에는 심지 말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독부 당국자는 전국의 헐벗은 산에 아까시나무를 심어 화목으로 쓰도록 한 것이 대량식재하게 된 동기이다.

아까시나무로 황무지를 녹화한 예는 많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테네시강 유역의 황무지에 아까시나무를 심어 푸른 숲으로 가꾸는데 성공했다. 프랑스 동부의 산악지대, 독일 서부지역에도 아까시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만들었다. 숲이 우거진 뒤로 물이 풍부해 졌고 황무지에 목장을 만들어 수많은 젖소를 치고 있다. 지금은 젓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바뀐 셈이다.

아까시나무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심어도 좋다. 중국의 대련시(大蓮市)에 가면 아름드리 가로수가 모두 아까시나무라는 데 놀라게 된다. 공원에도 거대한 아까시나무가 자란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부 지방에서 가로수로 아까시나무를 심은 적이 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서울시청에서 명동으로 넘어가는 소공동 중간 쯤에는 건물 앞 조경수로 늙은 아까시나무가 심어져 있다. 해마다 꽃이 피어 그윽한 향기로 도시인의 찌든 마음을 씻어 준다.


□ 황무지를 녹화할 수 있는 유망한 경제수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이다. 잎은 녹비효과가 뛰어나 토양을 빨리 기름지게 한다. 그러나 이 나무 밑에서는 초본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지나치게 잎이 무성하여 햇빛이 지면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우리 나라 조림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수종이 바로 아까시나무였다.

헐벗은 산, 그것도 산성토양이 섞인 암벽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을 찾던 중 아까시나무가 선택되었다. 초기에는 일인들에 의해 대량 번식돼 전국각지에 심어졌다. 광복 후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10대 조림 수종에 들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나무였다. 당시에 심어진 아까시나무는 초본 류도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을 점차 비옥한 토양으로 바꿔나갔다.

얼마 전 태백산 금대봉 식물 탐사 길에 그 곳 광산지대를 지날 때였다. 당시에는 광산에서 버린 폐석 더미를 녹화하는 일이 큰 문제였다. 석탄을 캘 때 나오는 폐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그대로 두면 장마기에 산사태의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나무를 심어야 살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태백시에서는 근류균을 갖고 있는 물오리나무를 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폐석의 자갈더미에서 물오리나무 묘목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까시나무를 심으라고 태백시에 건의를 한 적이 있다. 담당자의 회신은 외래 수종이어서 주민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2~3년 뒤에 그 곳을 찾았을 때는 물오리나무는 예상대로 모두 말라죽고 아래쪽 물기가 있는 곳에만 몇 그루가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완전히 실패한 조림 사업이었다. 그 후 다시 아까시나무 조림이 시작되어 연차적으로 식재한 결과 지금은 잘 자라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이제는 아까시나무를 베고 다른 나무를 심어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낙엽교목이다. 뿌리에 기생하는 근류균이 질소를 고정하므로 유기질이 적은 곳에서도 살아가는 나무이다. 황무지나 다를 바 없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떨어진 잎이 땅을 비옥하게 한다. 그 후 아까시나무를 자른 곳에 경제수를 심어 원래의 푸른 산으로 뒤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이다.



□ 잎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양질의 가축사료

아까시나무는 번식력이 강한 나무이다. 씨가 익으면 꼬투리가 말리면서 뒤틀려 그 속에 든 씨를 멀리 퉁겨 보낸다. 또 어떤 것은 꼬투리 째 떨어져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멀리 날아간다.

딱딱한 씨는 발아력이 좋은 편은 못되나 양지에 떨어진 것은 싹이 터 한 해에 거의 2~3m까지 자란다. 또 지하경은 옆으로 기면서 뻗어가다 개활지를 만나면 금방 어린줄기로 솟아오르고 이어 큰 나무로 자란다. 그 때문에 시골에서는 산소에 돋아나는 나무로 가장 골치를 썩이는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이다. 뽑아도 쉽게 뽑히지 않고 끊어지면 남은 부위에서 다시 싹이 돋기 때문에 없애기에 여간 힘든 나무가 아니다.

아직도 시골 사람들은 왜놈들이 나라를 망치려고 몹쓸 가시나무를 심었다고 믿고 있다. 더욱이 묘지를 죽은 이의 유택으로 믿고 있는 우리의 전통 사상과 얽혀 묘지 근처에 심어진 아까시나무 뿌리가 관을 뚫고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다. 아까시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고 옆으로 얕게 뻗어나가는 나무이다. 묘지에서 아까시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그 자리에 볕이 충분히 비취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는 도입식물이지만 이제는 우리 땅에 귀화한 자생식물이다. 잎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양질의 가축 사료로 쓸 수 있다. 지난 60년대 산림청에서는 세계 최초로 가시 없는 아까시나무를 작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 종을 보존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의 가시 없는 아까시나무를 대량 번식하여 사료로 쓰고 있다.

그 동안 소나 말, 양, 토끼, 염소 등 초식동물은 물론 돼지나 닭의 사료로도 써 왔다. 그러나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청정 사료로는 쓸 수 없었다. 줄기를 베어 말렸을 때 잎이 떨어지면 줄기를 걷어내고 남은 잎을 사료로 썼다. 그에 비해 가시 없는 아까시나무 줄기는 여름철에 가지 째 잘라서 분쇄기에 넣어 다른 사료와 섞어 가축에게 먹일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상징하는 식물 하면 먼저 세퀘이어나무가 생각날 것이다.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이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밀원식물이다. 유럽에서는 아까시나무의 밀원가치를 널리 인식하여 지금도 심고 있다. 특히 동구권 체코, 폴란드, 유고 연방 같은 나라에서는 대규모 아까시나무 숲을 조성하여 꿀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잘 자란 아까시나무도 공연히 트집을 잡아 베어내고 있다. 설탕 한 톨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아까시나무 없으면 어디서 꿀을 얻겠는가. 우리 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아까시나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아까시나무야말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 아까시 목재는 결이 곱고 탄력이 있어 고급 공예재로

아까시나무 꿀은 향기가 좋고 맛이 순하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아까시나무 꿀을 상품으로 친다.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워낙 많은 꿀을 생산하기 때문에 설탕보다 꿀의 값이 더 싸다고 한다. 최소한 이 나라에서는 가짜 꿀 시비는 없는 셈이다. 아까시나무는 꿀이 흐르는 나무라 하여 영어로 꿀벌나무(Bee tree)라 한다. 뒤틀린 꼬투리를 보고 검은 메뚜기(Black locust) 나무라 했다.

목재는 단단하고 질겨서 가구를 만들면 탄력이 좋아 잘 부러지지 않는다. 서부 개척시대에 아까시나무 목재로 마차를 만들었고 열차도 아까시나무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아까시나무 목재로 배를 만들었는데 오래도록 물에 잠겨 있어도 잘 썩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난 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 우마차가 다녔다. 그 때 우마차의 차체는 모두 아까시나무와 참나무 목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참나무는 단단하지만 무거워서 좋지 않았고 가볍고도 질긴 아까시나무 목재를 으뜸으로 꼽았다.

마포에서 제작된 우마차는 전국 각지에서 반입된 질 좋은 아까시나무 목재로 만들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까시나무를 목재자원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밀원식물에서 가치를 찾으면 몇 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꽃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무이다. 생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을 수 있고, 입맛에 따라 마요네즈나 토마토 케셳에 찍어 먹어도 좋다. 상추쌈에 곁들이면 맛과 멋 그리고 향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 차를 끓이면 운치도 좋고 빛깔 고운 찻물에 싱싱한 꽃 두어 송이를 띄우면 한 쌍의 원앙이 연못에 노니는 것처럼 신비감마저 감돈다.

아까시나무 꽃을 쌀가루에 버무려 찌면 맛깔스런 백설기가 된다. 아까시나무 꽃밥에 아까시나무 물김치를 곁들이면 이보다 더 기막힌 요리가 있을까. 새로 돋아난 싹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줄기를 된장이나 고추장 항아리에 박아두면 훌륭한 밑반찬 장아찌가 된다. 잎을 갈아 녹즙을 만들고 그 물에 밀가루를 반죽하여 국수나 빵을 만들어도 좋다. 이처럼 아까시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자원식물인 셈이다.

몇 해전 어느 교수가 한 일간지에서 아까시나무 망국론을 쓴 일이 있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글이었다. 그 교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비뚤어진 상식으로 우리 국토에서 아까시나무를 모두 잘라내야 한다고 글을 썼다. 그 글을 본 몇몇 뜻 있는 학자들이 모여 한국아까시나무연구회라는 단체를 설립하였다. 나무 한가지를 연구하기 위한 학술단체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설립된 것이다.

또 한국양봉협회에서는 아까시나무를 더 많이 심고 심어진 나무는 더 이상 베지 말아달라고 당국에 건의를 하기도 했다. 양질의 꿀을 생산하는 아까시나무야말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나무인 까닭이다.




□ 아까시나무는 쓰임새 많은 미래의 생명자원

우리 땅에 있는 생명 자원을 잘 가꾸고 사랑하는 일도 중요하다. 자생식물은 이 땅의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서 큰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외래식물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식물 국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땅에 없는 식물자원이면 그 것이 어느 나라이건 가리지 말고 더 많은 생명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국익이다. 물론 황소개구리나 베스처럼 토착 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물 종의 방사는 위험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세계의 식물 종을 수집해 왔다. 지금의 세태를 종자전쟁 시대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 심어진 아까시나무가 때아닌 수난을 받고 있다. 외래 수종인 아까시나무가 우리 자생 수종을 몰아내고 전국의 삼림을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잘못 알려진 식물 지식 때문에 밭둑이며 도로 가에 심어진 나무까지 무차별 잘려나가고 있다. 쓸모 없는 아까시나무의 그늘 때문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일리가 있다.

또 근교에서 자라는 아까시나무를 서울시에서는 불량수종라는 이름으로 모두 잘라내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아까시나무는 이름처럼 아무 쓸모 없는 불량 수종일까.

앞에서도 아까시나무는 강한 볕을 좋아하는 양수라고 했다.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바위틈에 간신히 뿌리를 내려 수십 년을 버텨온 고마운 나무이다. 서울 근교의 산지는 대부분 산성 토양이다. 바위틈에 조금 남은 마사토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아까시나무를 죽여버리겠다는 것이다.

위험 천만한 일이다. 바위틈에서는 관목만이 살 수 있을 뿐 그 어떤 교목도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더구나 인공 조림으로 아까시나무 숲을 대신할 만한 수종이 있겠는가. 기존의 아까시나무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상수리나무나 층층나무, 말채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이런 수종은 한 마디로 어렵다.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수종을 바위 위에 심겠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더구나 거름기가 없는 마사토에서는 소나무마저도 살 수 없다. 아까시나무 만이 근류균을 통해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삼청동 공원의 바위 위에서, 남산의 암봉에서, 그리고 관악, 도봉, 아차산에서도 매년 꽃을 피워 맑은 향을 퍼뜨리는 것이다.

밭둑이나 농지 주변의 아까시나무는 일부 농민들의 손에 의해 껍질을 벗긴 채 말라죽고 있다. 또 변두리 마을 뒷산에 서 있는 아까시나무는 체육시설 확충으로 야금야금 먹혀 들어가고 있고 텃밭을 일굴 때 방해가 된다고 하여 그루터기를 불태우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절대 불량수종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 땅을 망치려고 심은 것은 더욱 아니다. 아까시나무가 없었다면 헐벗은 우리 산야가 이처럼 풍요로운 숲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아까시나무에게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빈터나 도로 절개지 같은 곳이 있다면 환경공해에도 강한 아까시나무를 심어 빠른 시일 내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

북아메리카에서 들여온 귀화식물이지만 언제인가 이 땅에서 사라질 나무이다. 이 땅의 자생식물로 이루어진 숲이 무성해 지면 아까시나무는 그늘에 가려 저절로 죽어버리고 만다. 그 때까지는 잘 가꾸어 생활에 이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미워 할 것이 아니라 개발하기에 따라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식물이 바로 아까시나무이다.

 

출처 생명의 나무 http://moolpool.hihome.com/main.htm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57>천덕꾸러기 오해 '아까시 나무       

 

며칠 전이었습니다. 광릉 숲에 있는 연구실 일을 조금 늦게 마치고, 퇴근길 정체를 헤치며 서울 도심의 한 건물에 가서 한 두 시간 정도 책을 검토하고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하루 종일 바쁘게 종종거리며 지낸데다 시간이 없어 차에서 김밥 한 줄로 때우고 난 터라 몸과 마음이 많이지쳤습니다.
육중하게만 느껴지는 그 건물의 유리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어디에선가흘러오는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바로 아까시나무 꽃 향기였습니다. 다른잡다한 일에 시야를 빼앗기지 않는 밤에, 문득 스쳐가는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내음으로 전하는 그 꽃의 위로가 너무 고마워 하마터면 울컥 눈물을쏟을 뻔 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미워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애증어린나무이지만 적어도 저는 그 순간 ‘한 나무가 가진 미덕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왜 아카시아를 아까시나무라고 하는지 의아해 할 터이니 우선 이것부터 설명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acacia)’라는 나무는지금 꽃이 한창인 나무가 아니라 열대지방에 관목상으로 자라는 다른 나무입니다. 아까시나무는 학명에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로들어와 진짜 아카시아로 되어 버린 것이지요.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주는 세련되면서도 친숙한 느낌으로 이 이름을 버리기는 못내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틀린 것은 틀린 것입니다. 본래 이 이름의 주인은 따로 있으니 우리는 아까시나무로 해야 맞습니다. 식물 이름은, 특히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라틴어 학명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식물이름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제식물명명규약’이란 것이 있어 선취권을 엄격하게 따져 이름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 받기보다는 좀 더 많은 미움 받는 아까시나무. 하지만 이 나무가 살아가는 방법을 엿보며 조금씩 이해하면 오히려 미안한 것은 바로 우리가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눈총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우리 땅을 버린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일제시대 때 산을 수탈하느라 소나무를 마구 베는 바람에 산사태가 우려되는 땅에 응급복구용으로 들여와 심은 것이지, 이 나무 스스로우리 땅을 나쁘게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해방이 되고도 한동안 연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빨리 자랄 땔감으로 쓰도록 식수를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콩과 식물인 이 나무는공중의 질소를 고정해 땅을 비옥하게 할 수도 있으니 이 나무 입장에서는억울하지요. 그저 시기를 잘못 만났을 뿐입니다.

아까시나무가 있는 숲은 나쁜 숲이라는 얘기도 그렇습니다. 좋은 숲과 나쁜 숲을 딱 잘라 구분하는 것도 어렵지만 일단 우리나라 고유의 나무들이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을 좋은 숲이라고 말한다면 아까시나무는 이 숲에 들어가 살 수 없습니다.

이 나무는 자라는데 햇볕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늘 속에서 견디면 군락을 만들어나가지는 못합니다. 언젠가 숲의 천이(遷移)를 설명하면서 이 원리를 설명했지요. 그러니 나쁜 숲이라는 것도 역시 우리들에게 일차적인책임이 있지, 아까시나무 탓은 아닌 듯합니다.

다음 주엔 아까시나무의 무서운 가시와 더없이 달콤한 꿀 이야기를 좀 더할까 합니다. 그 전에 문밖으로 나가서 아까시나무 향기와 조우해 5월의기운을 한껏 느껴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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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6-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